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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자산가’ 美 하원의장의 은밀한 투자 비법?

‘펠로시 투자법’ SNS 화제…투자 분석 웹사이트도 등장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1000억 자산가’ 美 하원의장의 은밀한 투자 비법?

  • ● ‘주식의 여왕’으로 불리는 낸시 펠로시 美 하원의장
    ● 7월에 산 ‘엔비디아’ 수익률 11월 기준 30% 넘어
    ● 기막힌 거래 시점…펠로시 “남편 투자에 개입 안 해”
    ● 유명무실한 美 공직자 주식거래금지법
    ● 의회發 알짜 정보, SNS에서 인기
    ● 美 의원 투자 내역 분석하는 전문 업체 등장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신없이 휘청거린 미국 증시는 빠르게 회복 국면으로 돌아섰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경기부양을 위해 개인과 기업에 수조 달러에 달하는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를 뿌리면서 주식시장도 큰 혜택을 받았다. 2020년 3월 장 중 2300선이 붕괴됐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년 만에 4000선을 넘겼다.

폭락했던 주식시장이 다시 폭등하는 과정에서 미국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방의회 의원들의 투자 정보가 인기를 끌었다. 최고급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접할 수 있는 의원들이 어떤 주식을 사고팔았는지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트위터·틱톡과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불티나게 공유된다. 내부자거래 등의 위험에도 공직자가 사실상 규제 없이 자유롭게 개별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 미국 현행법이 만들어낸 투자 트렌드(?)인 셈이다.

미국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주식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미국은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므로 한국으로 치면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지위다. 펠로시 의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이어서 미국의 국가 서열 3위. 트럼프 정부 당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지만, 주식 투자자 사이에선 투자수익률이 아주 높은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펠로시 의장이 어떤 주식을 사고팔았는지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펠로시 따라 하기(Pelosi Mirroring)’를 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주식의 여왕’이 된 연방하원의장

펠로시 의장이 최근 거래한 종목은 7월 23일 매수한 ‘엔비디아(NVIDIA)’ 주식이다. 정확한 매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날 5000주를 매수한 건 확인된 사실이다. 엔비디아 주식은 7월 23일 195달러 수준(장 마감 기준)이었는데, 11월 1일 기준 258달러를 넘었다. 이날 팔았다고 가정하면 30%가 넘는 수익률이 예상된다. 3개월 남짓 만에 우리 돈으로 4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낸 셈이다.

펠로시 의장은 대표적인 재력가 정치인으로 꼽힌다. 정치자금 추적·분석 단체 ‘오픈시크리츠(OpenSecrets)’에 따르면, 최근 자료인 2018년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펠로시 의장의 순자산은 총 1억1470만 달러 수준이었다. 11월 2일 기준 환율로 계산하면 대략 1350억 원. 2008년(약 3138만 달러)과 비교하면 10년 동안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1987년부터 하원의원으로 활동해 왔다.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 보도에 따르면, 1987년 당시 하원의원 연봉은 8만9500달러였다. 2021년 11월 현재 하원의장으로 받는 연봉은 22만3500달러. 참고로 일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연봉은 17만4000달러다. 이를 감안하면 펠로시 의장이 재산을 막대하게 불린 것은 의원 월급보다는 투자를 잘했기 때문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능력자’ 남편의 외조 덕분?

10월 11일(현지 시간)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가운데)과 그의 남편 폴 펠로시(왼쪽)가 마르셀루 데 수자 포르투갈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AP=뉴시스]

10월 11일(현지 시간)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가운데)과 그의 남편 폴 펠로시(왼쪽)가 마르셀루 데 수자 포르투갈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의회가 공개한 펠로시 의장의 주식거래 내역을 보면, 투자자 이름이 남편 폴 펠로시인 경우도 많다. 의원들은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그리고 부양자녀의 투자 내역도 모두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 폴 펠로시는 사업가이자 전문 주식 투자자다. 펠로시 의장은 “주로 남편이 주식 투자를 많이 하는데, 자신은 개입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물론 SNS 반응을 보면 대부분은 펠로시 의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 것 같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펠로시 부부가 최근 21개월간(2020년 1월~2021년 9월) 주식을 사고판 금액은 5160만 달러가 넘는다. 정확히 얼마어치를 샀고 얼마어치를 팔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백억 원 대 주식거래를 한다는 건 명백하다. 펠로시 부부는 이 기간에 34차례 주식(및 옵션)을 샀고, 14차례 주식(및 옵션)을 팔았다.

거래 시점은 기가 막힐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펠로시 부부는 바이든 정부가 대대적인 전기자동차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하기 전인 2020년 말 테슬라 주식 가격이 오를 걸로 예측하고 콜옵션(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샀다.

과감한(?) 투자자의 면모도 보인다. 또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연방하원에서 구글·애플 같은 IT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시점에 구글 같은 회사의 주식 옵션을 사기도 했다.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어떤 방향으로 논의되고 통과되느냐에 따라 주가가 크게 변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IT기업에 투자한 것이다. ‘야후파이낸스’는 펠로시 의장 부부가 투자한 종목들이 대부분 20~30%의 수익률을 기록한 걸로 보고 ‘펠로시 종목’이 크게 주목받게 됐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관련 법 어겨도 고작 200달러 벌금

미국 연방의회 의원은 ‘의회 활동으로 얻은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금지법(STOCK Act·주식거래금지법)’에 따라 주식거래 내역을 거래일로부터 45일 이내에 의회사무처에 보고해야 한다. 의회사무처는 해당 거래 정보를 의회 웹사이트에 공개한다. 직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일종의 ‘내부자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 법은 실질적으로 있으나 마나다.

주식거래금지법이 만들어진 건 2012년 4월 오바마 정부 때다. 그전까지는 명시적으로 의원들의 내부자거래를 처벌하는 별도의 법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2011년 11월 미국 방송국 ‘CBS’가 의원들의 내부자거래를 비판하는 방송을 내보낸 게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법제화 움직임이 일었다. 당시 주식거래금지법은 연방 상·하원에서 모두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지만 1년 뒤 의회는 규제를 느슨하게 하는 내용으로 법을 고쳤다.

미국 언론 ‘인사이더(Insider)’에 따르면, 현재 주식거래금지법 위반 시 기본 벌금이 200달러에 불과하다. 그나마 의회윤리위원회는 이를 감면해 줄 수 있다. 의원들이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한 주식 투자를 막으려면 개별 종목 투자 자체를 금지하고 펀드 같은 금융상품에만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의회 차원에서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공직자 주식거래 분석업체 속속 등장

‘하원 주식 파수꾼(House Stock Watcher)’ 웹사이트에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장을 검색한 결과. [하원 주식 파수꾼 웹사이트 캡처]

‘하원 주식 파수꾼(House Stock Watcher)’ 웹사이트에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장을 검색한 결과. [하원 주식 파수꾼 웹사이트 캡처]

한국의 경우 상황은 조금 다르다. 공직자윤리법 14조4에 따라 재산 공개 대상인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의 경우 본인 및 그 이해관계자(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보유 주식이 총 5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2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계약을 체결해 60일 이내에 처분하도록 하고 있다. 주식을 팔거나 백지신탁을 하지 않으려면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해서 ‘해당 주식이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결정을 받아야 한다. 미국보다 좀 더 엄격한 규제 방안을 갖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한국에서도 국회의원이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지만 강력한 징계가 아니라 과태료를 부과나 경고 수준의 약한 조치를 내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방의회 의원들이 공개하는 투자 정보는 이른바 ‘인싸’ 정보가 됐다. 틱톡·트위터·유튜브 등 SNS에서 펠로시 의장이 투자한 주식 종목 분석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의회가 공개한 투자 정보를 정리해 제공하는 ‘하원 주식 파수꾼(House Stock Watcher)’ ‘상원 주식 파수꾼(Senate Stock Watcher)’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의원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의원이 거래한 주식 종목과 날짜, 수량 등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지인과 서로 투자 내역을 공유하는 서비스 ‘아이리스(iris)’ 앱을 만든 업체도 의원들의 주식거래 공개 자료를 분석해서 제공하고 있다. 미국 공직자들의 주식거래 내역을 실제 투자에 활용하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의원들이 주식을 거래한 날과 거래 정보가 공개되는 날 사이에는 두어 달 격차가 생긴다. 하지만 펠로시 부부의 주식거래 내역 같은 ‘알짜 정보’는 시간차에도 매번 투자자에게 널리 공유된다. 공영라디오방송 ‘NPR’을 비롯해 각종 투자 전문 매체는 “젊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연방의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아주 중요한 투자 소스가 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할 정도다. 의원들이 개별 주식 종목에 투자하는 걸 금지하도록 본인들 스스로 법을 고치지 않는 한, 의회발(發) 알짜 주식 정보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는 트위터 계정. 팔로어는 18만 명에 이른다. [트위터 캡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는 트위터 계정. 팔로어는 18만 명에 이른다. [트위터 캡처]

#낸시펠로시 #주식의여왕 #알짜정보 #공직자윤리법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2월호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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