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호

모가디슈, 김 부장 이야기, 에스파…“K콘텐츠 역량이 폭발했다”

평론가들이 꼽은 2021년 K콘텐츠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1-12-1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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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정과 ‘미나리’…신토불이 미국 영화?

    • ‘수익 1조 원’ 하반기 휩쓴 ‘오징어 게임’

    • 한국 영화 자존심 지킨 ‘모가디슈’

    • ‘현생’ 사는 직장인 애환 담은 ‘김 부장 이야기’

    • 절대적 강자 BTS에 도전하는 신예 에스파

    BTS, 배우 윤여정,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왼쪽부터 시계방향).

    BTS, 배우 윤여정,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왼쪽부터 시계방향).

    올봄 배우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여름, BTS는 9주간 ‘Butter(버터)’로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른다. 가을에는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최초로 1억 시청 가구수를 넘었다. 이 모든 것은 K콘텐츠가 1년 만에 얻어낸 성과다. 겨울이 시작되는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대중문화·영화·출판·음악 평론가 6명에게 영향력 면에서 올해의 문화 콘텐츠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각광받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콘텐츠도 꼽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들의 선택에서 2021년 한국 문화계의 흐름이 묻어났다.

    3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 무대에 선 배우 윤여정은 트로피를 손에 쥐고 “한국 배우에 대한 미국인의 환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자본의 국적에 따라 영화를 분류한다면 영화제작사 A24가 만든 ‘미나리’는 미국 영화지만 한인 이민자 가족을 담은 줄거리, 이민 2세대 정이삭 감독, 배우를 고려하면 K콘텐츠의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다.

    오스카·넷플릭스 접수한 K콘텐츠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배우 윤여정과 ‘미나리’를 상반기 가장 영향력 있는 K콘텐츠로 꼽는다. 김 평론가는 “영화 자체가 처음에는 주목을 끌지 못하다 윤여정 씨가 상을 수집하다시피 받으면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하반기 최대 화제작이 ‘오징어 게임’이라면 상반기에는 영화 ‘미나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 말대로 2021년 하반기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세상이다.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은 가구(1억3200만 가구 이상)가 이 드라마를 봤다. 외신들은 영화 ‘기생충’과 비교하며 ‘계층 양극화’를 K콘텐츠의 성격으로 꼽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해 ‘기생충’이 큰 화제를 모았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성격이 다르다”며 “콘텐츠 자체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넘어 문화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일상의 변화를 만들 정도로 ‘오징어 게임’의 파급력이 컸다”고 평가했다.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미국 일부 학교에서 ‘오징어 게임’ 코스튬을 금지한다거나, 우승상금 456억 원이 각국 화폐로 얼마인지를 알기 위해 원화 검색량이 늘어났다는 해외 토픽이 세계인의 일상으로 스며든 ‘오징어 게임’ 열풍을 짐작게 한다.



    블룸버그는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예상 수익을 8억91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그간 넷플릭스에서 ‘D.P.’ ‘스위트홈’ 등 해외에서 인기를 모은 한국 드라마가 많았다”며 “‘오징어 게임’을 통해 K콘텐츠의 역량이 폭발한 것”이라 평가했다.

    관객 울린 ‘모가디슈’, 직장인 울린 ‘김 부장 이야기’

    한국 극장가에서는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가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고립된 사람들의 탈출기를 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큰 피해를 본 극장가는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아직도 과거의 활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모가디슈’는 올해 처음 300만 관객 수를 돌파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기반으로 한 ‘블랙 위도우’를 제치고 2021년 박스오피스 1위 자리가 유력하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흡인력 있는 서사에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휴머니즘이 더해졌다”며 ‘모가디슈’를 올해의 한국 영화로 꼽았다.

    서점에서 독자의 ‘공감지수’가 가장 높았던 작품은 소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1~3권)다. 제목대로 대기업에 다니는 25년차 김 부장이 주인공이다. 회사 내의 갈등과 반목, 그 속에서 사직서를 품고 다니는 직장인의 번민을 그려냈다. 이 책을 쓴 송희구 작가는 실제 대기업에 다니며 자신의 블로그와 부동산 커뮤니티에 짧은 글을 연재했는데, 한 달 만에 10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해 책으로 발간된 것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보태지도 덜어내지도 않은 직장인의 현실을 드러내 ‘아, 나만 고단한 게 아니구나!’ 하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며 “직장인의 고뇌를 보여주는 ‘미생’의 실용서 버전”이라고 평가했다.

    ‘어나더 레벨’ BTS ‘넥스트 레벨’ 에스파

    음악 시장을 놓고 보면 올해는 BTS의 해다. 5월 발표된 곡 ‘Butter(버터)’로 ‘공개 24시간 내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곡’ ‘공개 24시간 내 최다 시청 유튜브 뮤직비디오’ 등 5개 기네스 기록을 추가했다. 현재 빌보드 ‘Hot 100차트’ 1곡인 아델(Adele)의 ‘Easy on Me’가 연말까지 정상을 유지한다고 해도 ‘butter’와 동률(9주 1위)이다. 11월 21일 BTS는 미국 LA에서 열린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인 ‘올해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Year)’를 포함해 3개의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된 아시아 가수는 BTS가 최초다.

    최규성 음악평론가는 “BTS를 빼놓고 K팝 시장을 논하기는 어렵다”며 “미국에서 BTS가 스트리밍만으로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지 않았다는 논쟁은 있지만 K팝을 하나의 장르로 만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영향력 면에서 에스파(aespa)의 곡 ‘Next Level(넥스트 레벨)’을 꼽았다. 이 노래는 2020년 11월 데뷔한 걸그룹 에스파가 5월 발표한 곡이다. 팔을 안으로 꺾는 이른바 ‘디귿(ㄷ) 춤’ 열풍을 일으키며 음원 스트리밍 업체 멜론 ‘24Hits’에서 BTS의 ‘Butter’를 밀어내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 7월 멜론 차트 개편 이후 걸그룹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에스파가 처음이다. 4명의 멤버가 각각 가상세계 자아인 ‘ae(아이)’를 갖고 있다는 메타버스 세계관도 넥스트 레벨이 인기를 모으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여러 곡이 섞인 듯한 독특한 구성으로 익숙하면서 신선한 감상을 끌어냈다”며 “아무리 대단한 스토리텔링도 음악 자체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걸 증명한 결정타”라고 평가했다.

    #K콘텐츠 #윤여정 #BTS #오징어게임 #신동아

    평론가들이 뽑은 ‘사사로운 추천 리스트’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K드라마의 또 다른 강점은 로맨틱 코미디”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JTBC 드라마 ‘인간실격’
    “드라마가 다루기 힘든 인간 실존에 대한 질문”

    - 강유정 영화평론가: 영화 ‘태일이’ ‘노회찬6411’
    “거대 자본이 휩쓰는 OTT 위주의 시장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들어진 영화”

    - 정민재 음악평론가: 데이식스가 발매한 두 개의 EP
    “완성도 면에서 올해의 K팝”

    - 최규성 음악평론가: 이소라 6집 앨범 ‘눈썹달’의 LP 버전
    “힙스터와 레트로, 재테크까지 다양한 트렌드 요소가 합쳐져 만들어진 매진 행렬”

    - 표정훈 출판평론가: 책 ‘한국주택 유전자 2: 아파트는 어떻게 절대 우세종이 되었을까?’
    “왜 우리는 ‘집’이 아닌 ‘부동산’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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