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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실패해서 성공한’ 노무현 되나 [+영상]

[최병천, 겹눈으로 보다] 지역당, 자본가당, 노동자당… 이제는 세대 기반 3당

  •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입력2023-12-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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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주영 통일국민당은 예외 사례

    • 민주노동당 원내 진입 의미

    • 2030 남녀 통틀어 무당파 성향

    • 산업화 세대도 민주화 세대도 아닌

    • ‘尹 vs 李’ 실망한 여집합 유권자

    [+영상] 이준석 즉문즉답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023년 11월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을 주제로 열린 토크 콘서트에 입장하며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023년 11월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을 주제로 열린 토크 콘서트에 입장하며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준석 신당’을 만들까. 이준석은 신당을 만들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꽤 멀리 왔다. 이준석은 당대표직에서 부당하게 쫓겨났다는 강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이언주 전 의원과 공동주최한 부산 토론회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왔을 때, 이준석은 “환자는 서울에 있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준석의 언행을 고려할 때, 신당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공개 사과’ 정도의 대응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사실상 ‘항복 선언’에 버금가는 조치다. 그간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준석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우리의 궁금증은 세 가지다. 첫째, ‘기존의 3당’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둘째, 이준석 신당의 지지 기반은 무엇인가. 셋째, 이준석 신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이준석 신당은 기존의 3당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준석 신당은 한국 정치사 최초의 ‘세대 기반’ 3당 실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흔히 3당의 성공 조건을 두 가지로 본다. 대선후보급 정치인이 주도해야 하며, 단단한 지역 기반이 있어야 한다.

    9번의 총선으로 본 3당의 역사

    1987년 민주화 이후 총 9번의 총선이 있었다. [표-1]을 통해 9번의 총선에서 3당의 역사를 정리했다. 국회는 20석이 넘는 경우를 ‘원내교섭단체’로 인정한다. 원내교섭단체는 국회 운영에 관한 협상권을 갖는다. 정치권에서 흔히 3당의 성공요건을 ‘20석’으로 보는 이유다.



    1987년 이후 원내교섭단체를 돌파한 제3당은 다섯 번 나타났다. 1988년 김영삼의 통일민주당(59석),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35석), 1992년 정주영의 통일국민당(31석), 1996년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50석),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38석)이다. 1988년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 1996년 김종필의 자민련,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모두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대선후보급 인물이 주도했고, 단단한 지역 기반이 존재했다. 김영삼은 부산-경남, 김종필은 충청, 안철수는 호남을 기반으로 제3당을 성공시켰다.

    속설에 대한 반례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 당시 정주영 통일국민당 대선후보의 유세 모습. [동아DB]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 당시 정주영 통일국민당 대선후보의 유세 모습. [동아DB]

    그런데 한 가지 예외 사례가 존재했다. 1992년 정주영이 주도한 통일국민당이다.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은 ‘지역 기반’ 정당이 아니었다. 통일국민당의 지역별 당선자 현황은 매우 흥미롭다. 통일국민당은 지역구에서 24명, 전국구에서 7명을 당선시켰다. 지역구 당선자만 살펴보면 서울 2명, 경기 5명, 강원 4명, 충남 4명, 충북 2명, 경남 3명, 대구 2명, 경북 2명이었다. 비교적 전국에 골고루 퍼져 있다. 원내교섭단체를 꾸리는 데 성공한 다른 제3당들은 지역구 당선자가 ‘특정 지역’에 몰려 있었다. 유일하게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은 달랐다.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사례는 ‘지역 기반이 분명해야 한다’는 속설에 대한 명백한 반례다. 지역 기반이 분명하지 않아도 성공한 3당 사례다. 원내교섭단체는 비록 아니었지만 ‘지역 기반’ 3당이 아닌데 성공한 사례는 하나 더 있다. 2004년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진보정당의 경우다. 진보정당은 2004년 10석, 2008년 5석, 2012년 13석, 2016년 6석, 2020년 6석을 얻었다. 그사이에 당명은 민주노동당 → 통합진보당 → 정의당으로 변경됐다. 진보정당은 현재 한국 정치에서 유행하는 무상 시리즈의 원조다. 한국 정치사에서 ‘어젠다 교체’를 이뤄냈다.

    [표-2]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제3당의 세 가지 유형을 정리한 것이다. 김영삼, 김종필, 안철수는 ‘지역 기반’ 3당이었다. 반면, 자본과 노동으로 대표되는 ‘계층 기반’ 제3당 실험이 있었다.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은 ‘현대그룹 자본당’의 성격이 강했다. 실제로 당시 통일국민당은 현대그룹의 조직력과 정주영 씨 개인의 자금력에 크게 의존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당’의 성격이 강했다. 실제로 민주당과 차별화되는 진보정당의 핵심 변별점은 ‘노동’에 대한 입장이었다. 이준석 신당은 ‘세대 기반’ 제3당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지점은 이준석 신당의 지지 기반 분석과도 연동된다.

    둘째, 이준석 신당의 지지 기반을 살펴보자. 2022년 대선 시기에 이준석은 ‘세대포위론’을 주장했다. 지난 10여 년간 2040세대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었다. 넓게 보면 2050세대가 세대연합을 하며 6070세대를 핵심 지지층으로 하는 국민의힘을 포위하는 구도였다. 지난 대선에서 2030남성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더 많이 찍었다. 2030남성과 6070세대가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부분적인’ 세대 연합이 이뤄진 셈이다. 2030여성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더 많이 찍었다. 2030여성과 4050세대가 연합하며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2030남성도, 2030여성도 큰 틀에서 보면 무당파 성향이 짙다. 한국갤럽은 매월 마지막 주 월간통합자료를 발표한다. 2023년 11월 월간통합자료에서 연령-성별 무당층 비율을 보면, 20대 남성 49%, 20대 여성 50%, 30대 남성 32%, 30대 여성 38%다. 20대는 50%에 육박하고, 30대는 30%대 비중이다. 반면, 40대부터 무당파 비중은 확 줄어든다. 40대 남성 26%, 40대 여성 23%, 50대 남성 20%, 50대 여성 18%, 60대 남성 15%, 60대 여성 15%, 70대 이상 남성 17%, 70대 이상 여성 21%다. 정리해 보면, 2030세대는 남녀를 불문하고 무당파 비율이 30%대 중반에서 50%에 육박한다.

    2030 무당층과 餘集合의 열망

    2004년 4월 15일 밤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 중앙당사 선거상황실에서 제17대 총선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비례대표 후보자들과 당직자들이 민주노동당의 선전에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동아DB]

    2004년 4월 15일 밤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 중앙당사 선거상황실에서 제17대 총선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비례대표 후보자들과 당직자들이 민주노동당의 선전에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동아DB]

    2030세대에서 왜 무당층 비율이 높을까. 반대로 물어보면, 40·50·60·70 세대에서는 왜 무당층 비율이 낮을까. 그 이유는 ‘세대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세대효과와 연령효과는 한국 정치를 분석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개념이다. 세대효과는 20대 시절의 경험과 생각이 평생 지속되는 경향을 의미한다. 예컨대 20대에 나훈아, 남진을 좋아하면 평생 나훈아, 남진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20대에 이문세, 서태지, 김광석을 좋아하면 평생 이문세, 서태지, 김광석을 좋아하게 된다. 이처럼 20대 시절의 ‘생각이 지속되는’ 경향이 세대효과다. 연령효과는 반대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각이 바뀌는’ 경우다.

    세대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세대가 ‘20대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다. 6070세대는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다. 이 세대가 20대일 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과 가난이었다. 이들은 안보-산업화 세대다. 4050세대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이 세대는 20대 시절 군부독재 타도와 권위주의와의 투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들은 민주화 세대다. 6070세대와 4050세대에는 자신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다.

    2030세대는 다르다. 이들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은 태어날 때부터 산업화와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나라다. 이들은 다른 욕망, 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2030세대에 ‘자신들을 대변하는’ 정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세대에서 무당층 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다. 2030세대는 무당층의 최대 덩어리이자 중도의 최대 덩어리다. 동시에 이준석 신당으로 흡수될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권자층이다.

    이준석 신당의 지지 기반을 이루는 다른 축은 ‘여집합(餘集合)’이다.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겨룬 2022년 대선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었다. 윤석열 vs 이재명 구도는 이번 총선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양쪽 진영 공히 파격적인 중도 확장 행보를 하지 않을 경우, ‘비호감 총선’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이준석 신당은 여집합으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오세훈과 원희룡 사이

    전국지표조사(NBS)는 2023년 11월 4주차에 이준석 신당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했다. 지지 의사가 있는 유권자의 합계는 21%로 집계됐다. 흥미로운 것은 연령, 지역, 지지 정당, 이념 성향 모두에서 비교적 ‘골고루’ 분포돼 있다는 점이다. 연령을 보면 20대는 22%, 30대는 28%였다. 지역은 서울 26%, 호남 27%였다. 이념 성향은 중도에서 24%였다. 평균보다 살짝 높았지만, 그 폭이 크진 않았다. 이준석 신당에 대한 지지 기반이 여집합 특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이재명에 대한 비호감 유권자는 연령-지역-이념 성향을 떠나 골고루 존재했다. 여집합이라는 특성은 총선이 다가왔을 때, 이준석 신당의 지지율이 크게 출렁거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중도 확장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이준석 신당의 지지 기반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중도 확장에 소극적인 경우, 최소한 정당투표에서 이준석 신당은 일정한 지지를 받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이준석 신당이 총선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의 문제와 연결된다.

    셋째, 이준석 신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준석 신당은 의석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 두 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이준석의 대선후보급 파괴력에 대한 평가다. 리서치뷰는 2023년 11월 28~30일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했다. 전체 여론을 기준으로 상위 순번대로 살펴보면 한동훈 26%, 유승민 14%, 홍준표 9%, 오세훈 7%, 이준석 6%, 원희룡 4%, 안철수 3%였다. 대선후보로서 이준석(6%)은 오세훈(7%)에게는 조금 뒤지고, 원희룡(4%)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다. 이준석은 대선후보급 인물이긴 하되, 아주 강력하고 유력한 수준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어느 수준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하는지다. 이 지점은 선거제도와도 연결된다. 현재 국회의원 총 의석은 300석이다. 이 중 지역구는 253석, 비례대표는 47석이다. 비례대표가 병립형으로 돌아갔다고 가정할 경우, 정당득표율이 10%면 비례대표는 4.7석이 된다. 정당득표율이 15%면 7.05석이다. 정당득표율이 20%면 9.4석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이준석 신당의 정당득표율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일부는 5% 내외를 전망한다. 일부는 10~15% 수준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준석 신당의 정당득표율 역시 여집합 특성을 갖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중도 확장 여부에 반비례할 가능성이 높다. 최소 5% 내외~최대 15% 정도로 봤을 경우, 3~7석 정도가 될 것이다. 총선에 국한해서 보면, 파괴력이 아주 크다고 보긴 어렵다.

    세상은 ‘똘끼 있는’ 사람들이 개척

    이준석 신당의 ‘성공 여부’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일단 20석을 돌파해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가능성은 극히 적다. 10석을 넘길 수 있을지는 관전 포인트다. 10석을 얻을 경우, ‘독자적인 입법’이 가능하다. 법안 공동발의 요건이다. 만일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쪽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이준석 신당이 10석을 아슬아슬하게 넘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이준석 신당은 이슈 파이팅 능력과 캐스팅보터 확보 여부에 따라 상당한 ‘정치적 존재감’을 뽐낼 수도 있다.

    논의를 정리해 보자. 첫째, 이준석 신당은 한국 정치사에서 최초의 ‘세대기반’ 3당 실험이다. 둘째, 이준석 신당의 지지 기반은 두 축이다. 하나는 2030 세대다. 다른 하나는 윤석열 vs 이재명의 리더십에 실망한 여집합 유권자층이다. 셋째, 이준석 신당은 비록 20석에 이르지는 못해도, 10석을 돌파하면 ‘정치적 존재감’을 보여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세대 기반’ 3당 실험은 한국 정치사 최초의 도전이다. 일정한 성과(10석 내외)로 이어지면 마냥 실패라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던 3김 시대는 지역주의와 연동돼 작동했다. 노무현이 지역주의와 싸웠다는 것은 3김 체제와 투쟁했다는 의미다. 노무현은 1996년 총선에서 ‘김대중 당’ 합류를 거부하고 ‘꼬마 민주당’에 남았다. 훗날, 꼬마 민주당 경력은 지역주의와 투쟁하는 노무현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징표로 작동했다.

    이준석의 최대 매력은 1985년생, 2024년 기준으로 39세라는 점이다. 이준석의 실험이 당장 성공하지 못할지언정, 한국 정치에서 의미 있는 도전과 의미 있는 패배라면 사람들은 그 도전과 실패를 진정성의 징표로 받아들일 것이다.

    현재 한국 정치는, 밖에서는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안에서는 팬덤 정치와 용비어천가가 난무한다. 이와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돌아이’가 돼 용기 있는 도전을 감행한다면, 한국 정치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로부터 응원과 격려를 받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은 ‘똘끼 있는’ 사람들이 개척하는 것이라고.

    [+영상] 이준석이 본받으려는 사람은?



    신동아 1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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