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東進, 성과를 거둘 것인가
현재로서는 차기 대선에서도 영호남 대결구도가 그대로 온존할 전망이다. 이때 영남과 호남의 유권자 비율은 전 유권자의 28.0% 대 11.6%이다(2000년 1월31일, 16대총선 유권자수 기준). 따라서 서울과 중부권이 여야 후보에게 비슷한 비율로 반분된다면 영남에서 지지받는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회창후보가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여권에서 잊을 만하면 ‘영남후보론’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이다.
흥미로운 것은 여권 예상후보들 중 경북출신인 김중권의 영남권 지지율이 가장 낮다는 점이다(대구·경북 3.6%, 부산·경남 8.6%). 구태여 따지자면 이인제(대구·경북 5.9%, 부산·경남 15.2%)보다는 노무현의 영남권 지지율(대구·경북 6.5%, 부산·경남 23.9%)이 다소 앞선다는 정도다.
정리하면 이인제나 노무현의 현 지지율로 보건대 이들 두 정치인은 지난 대선 때 김대중 후보가 영남권에서 받았던 정도의 표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영호남 대결구도가 첨예해질 될 때 가장 타격을 받을 후보는 정작 경북 출신인 김중권씨일 것으로 예견된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이 여당 대표로 변신하기까지의 과정을 영남 유권자들에게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여야 후보간 지역대결 구도가 뚜렷해질수록 충청권을 차지하는 인물이 여권후보들 중 가장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영호남의 유권자 불균형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충청이기 때문다. 충청도는 유권자의 10.0%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부권의 충청출신 유권자까지 합치면 15%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충청권에서의 후보지지율은 어떠한가. 이회창 대 이인제일 경우는 18.5% 대 31.6%로, 충청지역 연고를 주장하는 양 이(李) 가운데 이인제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이회창 대 김중권일 때는 36.7% 대 18.5%로, 김대표가 충청권을 탈환하기는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이회창 대 노무현의 경우는 32.2% 대 29.0%로 오차범위내의 대결이다. 영호남이 어차피 지역바람에 의해 판가름난다고 가정하고 만약 충청권까지 이에 가세한다면 여권 후보 중에선 이인제가 가장 유리할 것이다. 성공만 한다면 지난 대선 때의 DJP공조와 비슷한 결과를 보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양 李간의 대결은 수십만 표로 승부가 갈리는 아슬아슬한 구도가 될 것이다. 단 충청권의 바람이 이인제씨에게 순풍으로 작용할지, 역풍으로 작용할지는 ‘JP 변수’의 움직임을 지켜볼 일이다.
▶관전포인트 4
수도권 누가 장악할 것인가
유권자 45.9%를 차지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우위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패배는 이인제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도권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밀린 탓도 있었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수도권에서의 후보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우선 이회창 대 이인제는 서울에서 25.5% 대 28.7%, 인천·경기에서는 27.7% 대 30.7%로 오차범위 내의 팽팽한 각축을 벌인다. 이회창 대 김중권 구도에서는 서울 33.6% 대 21.0%, 인천·경기 37.3% 대 19.4%로 김중권이 상당히 밀리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회창 대 노무현의 대결에서는 서울 31.3% 대 34.8%, 인천·경기 34.9% 대 28.5%로 엇비슷한 판세다.
결국 수도권에서는 이인제나 노무현이 싸울 경우 접전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현 시점에는 형편없는 수도권 지지율을 보이는 김중권이지만, 여당 후보로 확정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김대표를 선택할 확률은 이회창과 접전이 가능한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판단된다. 정당지지율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서울에서 28.7% 대 31.6%, 인천·경기에서는 27.7% 대 28.9%로 팽팽하기 때문이다. 결국 후보간 수도권 지지율의 균형이 깨져 한쪽으로 몰리기 시작하는 시점에 대세가 결정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수도권의 승자가 누구인지는 선거기간 내내 점검해야 할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관전포인트 5
20·30대와 40·50대 이상
20·30대와 40·50대 유권자 비율은 약 6대 4쯤 되지만 대선의 경우 실제 투표율을 감안하면 약 5대 5정도로 비슷한 규모가 된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30대에서는 여당후보가, 40·50대 이상에서는 야당후보가 앞서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회창과 이인제의 구도에서 20대는 22.4% 대 33.6%, 30대는 21.9% 대 27.8%로 이인제가 앞서고, 40대에서는 35.7% 대 21.4%, 50대 이상에서는 31.1% 대 25.3%로 이회창이 앞선다.
이 추세는 이회창과 노무현의 대결구도에서도 마찬가지다. 20대는 32.9% 대 31.6%, 30대는 30.6% 대 37.1%로 노무현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40대는 38.2% 대 27.1%, 50대 이상에서는 33.8% 대 19.9%로 이회창이 유리해진다. 현재까지는 20·30대 유권자와 40·50대 이상 유권자들의 양분된 선택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인제 후보나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40대에서도 이회창씨와 엇비슷해지거나, 반대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30대 이하 연령층에서도 여당후보와 견줄 만해지면 유권자의 연령대별 세력의 균형은 일거에 무너지게 된다.
이 시점을 눈여겨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포인트이고, 각 후보진영은 이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김중권의 경우엔 전 연령층의 지지율이 이회창에게 밀리고 있으나, 20대 연령층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이회창 대 김중권의 경우 36.8% 대 21.2%). 30대에선 33.4% 대 17.1%, 40대에선 41.2% 대 13.9%, 50대 이상층에선 33.3% 대 17.1%로 김대표의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결국 김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젊은 층의 여권성향을 충분히 살려내는 것이고, 그 성공여부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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