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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가격 담합 아파트’ 발표 그 후

“집값 잡기는커녕 잠자는 사자 건드려… 정부, 또 졌다”

  •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건교부 ‘가격 담합 아파트’ 발표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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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시세가 호가와 같아진 것이 시장의 움직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지, 담합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박씨는 또 건교부의 담합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는 같은 단지라도 전망이 좋은 로열층과 그렇지 않은 저층의 가격 차이가 큰 데도 불구하고 건교부가 거두절미한 채 평형대별 거래 가격만 밝혔다”는 것. 그는 “건교부 발표가 그동안 집값 상승에서 ‘물먹은’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앞으로 아파트 가격 담합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가 집값 폭등 주범이라니…”

실제로 건교부의 담합 아파트 명단 발표 후 건교부 홈페이지는 “강남이나 버블세븐 지역은 조사에서 쏙 빼놓고, 다른 지역에서 담합할 때는 ‘열중쉬어’ 하고 있던 건교부가 이제야 뒷북을 두드리고 있다”며 “누가 이기는지 어디 한번 끝까지 해보자”면서 정부에 전면전을 선포하는 글들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다음은 ‘건교부 도대체 제 정신인가’라는 제목으로 홍성필씨가 올린 글의 전문이다.

“장인이 사는 평촌의 아파트는 1년 전 6억원쯤 했는데, 지금은 13억원을 호가한다. 어머니가 사는 부천 상동의 아파트는 1년 전 4억원쯤 하던 게 이제 호가가 5억원이다. (부천 상동 중동) 주민들은 당연히 억울하지 않겠나. 1년 전만 해도 가격 차이가 별로 없었고, 주변 환경도 비슷한 다른 지역이 담합으로 집값이 말도 안 되게 치솟을 때 (부천 상동 주민들은) 순진하게 가만히 있었다. 참다참다 ‘우리도 제값 받기 운동 하자’고 종이 한 장 붙였더니 집값 폭등의 주범인 양 몰고 있다. 부천 중·상동 50만 주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걸 알기나 하는가. 건교부의 어이없는 작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정삼영씨는 “공평하게 살고 싶다”며 “이 정부는 말로만 서민을 위한다고 했지 실제로는 서민을 더 못살게 만드는 무능력한 정부”라고 꼬집었다. 정씨는 “강남, 분당, 목동 등 다른 곳은 이미 담합을 통해 (집값이) 몇 억씩 올랐는데도 묵인해놓고 이제 와서 힘없는 동네 아파트만 담합이라는 명목으로 칼을 휘두르니 산적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가격 담합 단지로) 적발된 곳 중에 몇몇은 터무니없이 올린 곳도 있으나 대부분은 제 위치를 찾으려는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어놓았다.



건교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아파트 단지 부녀회 관계자와 주민들 또한 “우리는 소위 ‘빽’ 없고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파트 가격 담합을 한 것으로 적발된 서울 영등포구 우성아파트(2차) 부녀회장 진모씨는 “반상회 때 ‘다른 아파트 단지는 죄다 가격 담합을 해서 값이 올랐는데 우리도 해야 되지 않냐’는 안건이 많이 접수돼 부녀회가 그 일을 대신 했을 뿐”이라며 “마치 이번에 걸린 58개 단지 부녀회가 아파트 가격 담합의 ‘시초’인 양 정부가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발표했는데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번 1차 조사의 허점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 한마을 아파트 24평형에 사는 이모(33)씨는 “실제로 집값 담합은 바로 옆 단지에서 먼저 시작됐고 더 적극적이었는데, 우리 아파트만 걸렸다”며 “주민들이 ‘옆 단지엔 힘있는 사람들이 좀 사나보다’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초 성동구 응봉동 D아파트 34평형을 5억원에 계약한 김모(41)씨도 건교부 조사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전세로 살고 있던 아파트 단지 내 집값의 추이를 관심 있게 지켜봤더니 3월에 3억원 하던 시세가 부녀회의 담합 소식이 전해진 후 하루가 다르게 오르더라. 조금 있으면 떨어지겠거니 하고 기다렸는데 하락할 기미가 안 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더 오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2개월 만에 2억원을 더 주고 아파트를 샀다. 평생 벌어도 모으기 힘든 2억원이 두 달 만에 오르더라. 그런데도 이 아파트는 용케 (건교부 조사에) 걸리지 않았다.”

담합의 진화는 계속된다

건교부의 담합 아파트 1차 조사가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파트 주민이 많지만 아파트 값이 급등한 지역에선 어김없이 주민들의 조직적인 담합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형태와 방법도 더욱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건교부가 이번에 적발한 현수막이나 안내문을 이용한 부녀회의 수법은 고전적인 방법에 속한다. 최근의 담합은 ‘아줌마’보다 ‘아저씨’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주 활동 무대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의 블로그와 카페, 부동산 정보 제공 사이트 내에 개설된 ‘단지 동호회’ 등을 통해 부녀회보다 훨씬 주도면밀하게 담합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올 초 집값이 급등한 산본 신도시다. 지난 3월 말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산본 네트워크’라는 카페가 생겼다. 산본 신도시 주민 몇 명이 주도해 만든 이 카페의 회원수는 8월6일 현재 5500여 명. 회원들은 카페가 문을 열자마자 ‘저평가된 아파트 값을 바로잡자’는 홍보물을 제작해 아파트 입구 게시판이나 엘리베이터에 붙이자는 캠페인(?)을 벌였고 집주인에게 비교적 호의적인 중개업소를 추천하는가 하면 미끼, 저가 매물을 올리는 비추천 중개업소 명단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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