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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외이사가 본 ‘삼성 사태’

“기업 생존 자구책 매도할 수 없으나 무리한 경영승계 작업은 오점”

  • 예종석 한양대 교수·경영학 yepok@hanmail.net

삼성 사외이사가 본 ‘삼성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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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일류’를 자부해온 삼성에 대한 갖가지 의혹과 폭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한쪽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시기에 삼성마저 발목 잡히면 어쩌나’ 우려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외국에서 만난 삼성은 가슴을 뜨겁게 하는 자부심이지만, 나라 안에서 존경할 만한 기업이냐 하면 몇 가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삼성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는 한양대 예종석 교수가 이번 삼성 사태의 본질을 들여다보았다.
삼성 사외이사가 본 ‘삼성 사태’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다’ ‘세계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화려하고 세련된 기업이다’ ‘차갑다’ ‘얄밉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다’…. 이상은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삼성에 대한 이미지다. 응답에 애증이 교차하고 있다.

이렇듯 삼성은 늘 야누스처럼 두 개의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우리 기업 중 최초로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기업으로 국민에게 자긍심을 주는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각종 비리와 의혹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로 국민으로 하여금 공분을 갖게 하는 얼굴이다. 국민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삼성은 이런 두 개의 얼굴을 번갈아 보여주며 우리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한다.

그런 삼성이 최근 그 부정적인 얼굴에 또 한 번 덧칠을 하면서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법무팀장으로 일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이 자신도 모르게 자기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50억원가량의 현금을 입출금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된 이른바 ‘떡값 파동’이다.

김 변호사의 폭로를 근거로 참여연대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폭로 내용의 사실 여부야 검찰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이참에 삼성 문제의 본질에 대해 객관적으로 따져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데다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은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우리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는 삼성의 위상을 실적 중심으로 살펴보자. 삼성은 지난해 141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GDP의 20%를 상회하는 규모다. 이 매출에서 세전이익 14조1000억원을 달성했고, 국가 전체 수출 규모의 20%가 넘는 663억달러를 수출했다. 삼성 주식의 시가총액은 140조원에 달하며, 브랜드 가치는 162억달러로 세계 20위다. 연간 납부하는 세금이 7조원이고, 25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계열사 중 삼성전자는 지난 10여 년 동안 반도체, 휴대전화, 디지털TV 등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해 세계 5위권의 IT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무역수지는 340억달러 흑자로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 167억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런 괄목할 만한 성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34위, ‘포브스’지 선정 세계 2000대 기업 63위에 랭크되는 등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은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연간 4000억원이 넘는 돈을 사회공헌사업에 지출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해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렇듯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크다. 이 점에 대해서는 김용철 변호사조차 “삼성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한 기업이다. 우리나라에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지금보다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위상과 그에 따른 엄청난 영향력 때문에라도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양분될 수밖에 없다. 뛰어난 실적만큼 삼성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많은 사람이 재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할 때 삼성을 표적으로 삼았다.

2005년 8월, 참여연대는 삼성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해부한 ‘삼성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삼성그룹은 시민 위에 군림하고 있으며 정계, 관계, 법계, 학계, 언론계 등에 엄청난 인맥을 형성해서 사실상 스스로 국가가 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그룹은 법 위에 군림하면서 ‘법 앞의 평등한 정의(Equal Justice under Law)’가 한국 사회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웅변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하면서 “삼성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위협”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러한 평가는 삼성에 대한 규제 문제로 연결된다. 사실 삼성으로 상징되는 재벌에 대한 규제 관련 찬반논쟁은 해묵은 것이다. 삼성의 위상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규제에 대한 논쟁은 점점 더 열을 띠게 되고 양 진영은 더욱 첨예하게 대립한다. 재벌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재벌이 1960~70년대 정부의 경제개발정책으로 집중 육성된 이래 압축 성장 과정에서 그 원동력으로 중요한 몫을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경제력 집중, 정경유착 등의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벌총수나 그 일가가 작은 지분율로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족벌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경영권을 세습하기 위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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