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그곳의 한방차는 달랐다. 코를 찌르는 한약 냄새가 없어 목 넘김이 매끄러웠다. 입안에 은은한 향이 감돌았다. 추운 겨울 호호 불어 마시기에 딱이다. 깔끔한 CI와 세련된 인테리어도 눈길을 끌었다. 바로 세계 최초 한방차 프랜차이즈 오가다(五嘉茶)다. 최승윤(27) 오가다 대표는 “‘2030 세대’ 입맛에 맞는 한방차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아메리카노’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야심만만한 초보 사업가 최 대표를 12월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가다 직영점에서 만났다.
한방차가 안 되는 이유 분석부터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출신인 최 대표는 대학 3학년이던 2005년, 친구들과 함께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종로구 일대를 돌며 영업을 하던 그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모든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다니는 것. 주변 대형 커피숍뿐 아니라 길거리 커피숍까지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만원이었다.
“1998년 한국에 스타벅스가 들어온 이후 식음료 문화가 바뀌었어요. 이제 직장인들은 점심 식사 후 커피 한 잔 먹는 데 드는 4000원을 ‘고정비’로 생각해요. 그런데 그들이 마시는 건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 미국 커피 일색이죠. 그 광경을 보면서 ‘몸에 좋은 한방차를 테이크아웃으로 팔면 고객들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한방차 전문점’을 시도한 경우는 많지만 성공 사례가 없다. 한방차는 맛과 메뉴의 표준화가 안 돼 있고 재료가 많아 관리하기에 까다롭다. 오가다 메뉴 40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말린 한약재는 60가지. 사과, 인삼 등 생재료는 수백 가지에 달한다. 모든 메뉴의 주재료가 에스프레소(커피 추출액)인 커피숍과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젊은 소비자 역시 한방차에 익숙하지 않아, 한방차를 홍보하는 것 자체에 계몽적 성격이 있다. 최 대표는 “그간 ‘한방차 전문점’을 시도한 사람들은 이런 문제점은 해결하지 않은 채 계속 ‘몸에 좋다’는 점만 강조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사 등 전문가와 함께 메뉴를 개발한 후 20대 중반 친구 100여 명을 불러 시음회를 열며 ‘2030세대’에 맞는 한방차를 연구했다. 그렇게 20~30대 입맛에 맞는 강(强), 호(呼), 해(解), 미(美), 려(麗)의 다섯 가지 한방차를 개발했다. 이밖에 건강생과일주스, 건강슬러시, 건강빙수 등 젊은층의 입맛에 맞는 메뉴 40가지를 갖췄다.
2009년 7월 서울 종로구 무교동에 낸 2평짜리 점포는 대박이 터졌다. 점심시간마다 점포 앞에 100m 이상 줄이 늘어섰다. 주변 직장인들은 점심 식사 후 숙취 해소에 좋은 갈근구기자차, 피부 미용에 좋은 석류오미자차 등을 마시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들의 다이어트 음료로 유명세를 탔다. 오가다 메뉴의 열량은 대부분 100㎉ 이내고 5가지 한방차의 경우 20㎉ 미만이다.
오가다 1호점 개점 한 달 만에 종로구청에 2호점을 내면서 사업은 급격히 확장됐다. 현재 46호점까지 열었다. 2010년 한 해 동안 오가다의 매출은 10억원, 2011년은 그보다 3배 늘었다. 잘되는 점포는 월 매출이 3000만원이 넘는다. 대기업 커피전문 직영점보다는 못하지만 웬만한 길거리 커피숍에 비해 경쟁력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한방차를 만들려면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데 테이크아웃 점포에서 한방차 우려내는 게 가능할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가다의 한방차 대부분은 본사 공장에서 100% 제조된 후 액상으로 밀봉 포장돼 점포에 배달된다. 점포에서 밀봉 한방차를 데워서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손쉽고 빠를뿐더러 맛이 일정하다. 최 대표는 “한방차는 종류에 따라 24시간 이상 우려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각 점포에서는 할 수가 없다. 서울 양평동에 자동화설비를 꾸려 초기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장기 관점에서 보면 성공적 투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