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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고발

차세대전투기 FX사업 각본대로 미국행

흔들리는 10조원대 무기구매프로젝트

  • 김종대 < 군사평론가 >

차세대전투기 FX사업 각본대로 미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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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지난해 한국형 차기잠수함사업(KSS-Ⅱ) 수주경쟁에서 독일에 패배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 때마침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군 합참의장 피에르 앙드레 켈쉬 육군대장은 김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틀 전인 3월5일 프랑스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럽은 사안에 따라 미국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유럽은 이제 경제적 통합에 이어 독자적으로 군사임무를 수행할 만큼 성장했다”는 요지의 반미 발언을 한다.

프랑스 합참의장이 이역만리 한국에 와서 내뱉은, 느닷없는 반미 발언은 프랑스가 한국의 차세대전투기사업을 놓고 미국과 강도 높은 정치·외교전쟁을 시작했음을 뜻한다. ‘프랑스의 자존심’ 라팔 전투기를 한국에 팔려는 프랑스 정부의 로비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도 꺼져가는 항공산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1998년 서울에어쇼에서 코브라 비행으로 한국민을 매료시켰던 첨단 전투기 수호이(SU-35)를 내세워 파격적인 가격조건과 기술이전을 제의했으나 한국 국방부는 이를 선뜻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러시아제 무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남아 있는데다 첨단 군사기술을 소화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국군의 차세대전투기사업을 둘러싸고 미·프·러 등 열강이 자존심과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북한 미사일, 김정일 위원장 답방, NMD, 한·미 공조 문제 등이 얽히고 설켜 한반도 정세는 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집권 후반기 외교정책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러면 강대국들간 뜨거운 경쟁을 일으킨 한국군의 차세대무기도입사업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지난해 10월 약 101조 원에 이르는 정부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앞서 민주당 당사에서는 각 정책조정위원회가 예산안에 대한 당정협의를 하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2001년 국방예산안을 심의해야 할 민주당 제1정책조정위원회는 뜻밖에 한산했다. 당정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제1정책조정위원회가 법안처리를 위해 국방부와 당정협의에 들어간 것은 다른 위원회들이 새해예산안 당정협의를 끝낸 후였다. 그 자리에서 차관 기획관리실장 등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민주당 국방위원으로부터 심한 질책과 호통을 들었다. 매년 관행적으로 여당에 보고하던 새해 국방예산안에 대해 국방부가 사전에 전혀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여당 국회의원들조차 그 내용을 모른 채 국회에 제출된 2001년도 국방예산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군사력 증강’으로 불릴 만큼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한국군의 무기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네 건의 ‘제4세대급’ 무기도입사업. ▲육군의 차기공격헬기(AH-X) 36대(2조1000억 원) ▲공군의 차기유도무기(SAM-X) 2개 대대(2조3000억 원) ▲공군의 차기전투기(F-X) 40대(4조3000억 원) ▲해군의 이지스급 구축함(KDX-Ⅲ·9200억 원)이 그것이다. 그 밖에 사업비 1300억 원의 지휘헬기(VH-X), 1500억 원의 무인정찰기(UAV), 6400억 원에 이르는 러시아 방산물자 도입사업까지 예산에 편성돼 총사업비 10조5000억 원에 이르는 7개 사업이 올해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로써 한국군은 1950∼1960년대형의 재래무기로 오직 북한 위협에 국한해 대응하던 틀을 깨고, 주변 위협에 대해 보복·응징할 능력을 갖춘 전략군이 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각군이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에 착수한 점이나 그 규모의 방대함을 감안하면 이는 마치 애벌레가 나비로 탈바꿈하는 것에 비견되는 도약이다.

미국에 일자리 8만3000개 제공

그에 따라 국방예산 팽창도 불가피해졌다. ‘중기국방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력투자비 명목의 무기도입비로 34조5000억 원, 70만 대군의 운영유지비로 57조4000억 원 등 총 91조9000억 원의 국방비를 지출하게 된다. 국민 1인당 204만원, 한 가구당 700만 원의 국방비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드러난 액수일 뿐이다. 국방부 실무자들조차 차세대 무기도입 사업이 본격화하면 국방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2월5일 조성태 장관이 국방부와 각군 본부에 인건비 10% 감축안 마련을 지시한 것도 현 추세라면 예산의 급격한 팽창으로 국방경영이 파탄에 이를지 모른다는 절박함을 반영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무기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10조 원대 무기구매 계획이 확정된 올해 국내 실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군수조달협회에 따르면 10만 달러어치 무기를 수출하면 미국에 1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만일 우리가 10조 원대 무기를 미국에서 직구매한다면 미국에 총 8만3000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대북경협에 지출된 1억9000만 달러의 약 4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약 97억 달러어치의 미국 무기를 사들였으나 미국은 한국 무기나 방산물자를 단 1억 달러어치도 구매하지 않았다. 미국이 1990년대 초 구소련제 무기를 주로 사용하는 이집트와 ‘상호구매 양해각서’를 체결해 이집트 방산물자를 다량 구매해준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리에 실업자와 노숙자가 넘쳐나는데 북한에 퍼다줄 돈이 어디 있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는데 미국 퍼줄 돈은 어디 있느냐는 비판은 왜 하지 않았을까?

더 중요한 문제는 10년 후 한국군의 주력이 될 첨단무기 도입이 어떤 예측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또한 국가의 장기적인 국방전략이 무엇인지 청사진을 제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무기도입은 단순히 탱크나 함정을 구매하는 사업이 아니다. ‘국방기본정책서’에 명기된 한반도 주변 영역에 대한 절대방위권 수호와 장차 주변위협에 대한 보복응징전략으로 고도의 작전요구성능을 충족하는 미래형 전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선진군을 건설하는 것은 국방목표에도 분명히 명기돼 있고 국민 모두가 이해하고 지원해야 할 일이다.

왜 그토록 서두르나

그러나 무기 도입만으로 선진 정예군대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무기를 들여오면 이를 사용할 부대를 증·창설해야 하고, 그 병력을 갖추려면 기존 부대와 장비를 감축해야 한다. 각군의 정원을 재조정해야 하며 군사전략도 바꿔야 한다. 이런 사항들을 종합해 새로운 중장기 군사기획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군으로 변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든 사항은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와 미래 위협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민족안보를 향한 확고한 전망과 비전을 갖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공감과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방부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은 뒤로 한 채 초고속으로 다량의 무기도입사업을 강행하려는 조급함을 드러내면서 말썽이 일고 있다. 애초 국방부는 올해 안에 주요 무기도입사업의 뼈대를 갖추려는 의욕을 내비쳤다. 차기전투기는 7월, 차기공격헬기는 9월, 차기유도미사일은 10월까지 도입방법과 기종을 결정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명백한 과욕이었다. 결재서류 들고 다니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3개 사업 8조7000억 원에 이르는 무기도입사업의 세부계획을 모조리 확정하겠다는, 상식을 벗어난 조치에 국방부 실무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아니나다를까. 2월 말 국방부는 애초 방침을 바꿔 도입방법과 기종결정 시기를 올 연말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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