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관계가 긴밀하다는 사실을 가늠케 하는 또 하나의 바로미터는 지난 3년간 세 차례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최근 수년간은 한·중·일 3국 정상회담)과 5년 전 후진타오 국가주석 취임 이후 두 차례 이뤄진 국빈방문이다. 이는 장쩌민 주석이 10년 재임 동안 단 한 차례 방한했던 것과 차이가 크다. 후 주석은 일본의 경우 취임 이래 단 한 차례 방문하는 데 그쳤으며 그마저 국가주석의 방문으로는 10년 만에 처음 이뤄진 것이었다. 평양 방문 역시 2005년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장쩌민 주석 또한 재임하는 동안 2001년 단 한 번 방북했을 뿐이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란 측면에서도 중국은 한국에 중요한 상대다.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대북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길 원한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 시설 폐기에 대해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남한에 대한 핵 공격 위협을 거두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핵 시설 폐기합의를 이행토록 압박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북한 붕괴와 중국의 일방적 개입
두 나라 정부는 또한 북한의 체제안정 및 북한 붕괴 시에 떠안게 될 비용에 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지방정부들은 북한 난민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많은 한국 국민이 6·25전쟁 이후 50년 넘게 헤어져 있던 동포들과의 만남과 통일을 원한다. 북한 주민들의 기아와 고립, 빈사상태의 경제, 사회기반시설의 황폐화 등 전체주의적 정부는 북한체제의 위기로 급격한 통일이 진행될 경우 1990년대 독일의 통일비용을 훨씬 능가하는 엄청난 비용을 한국과 그 국민에게 부담시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의 어떠한 변화도 계획에 따라 신중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붕괴는 동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과 중국에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것이며, 두 나라가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는 주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안정의 유지와 증대에 있다. 이와 관련해 2008년 8월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국 측 관계자는 “북한이 붕괴하거나 불안정해질 경우 중국이 일방적으로 개입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지만, 중국이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과 협의하거나 정보를 제공한 일은 없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중국이 북한 지도부에 대해 갖고 있는 영향력이 충격과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주요한 변수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 또한 인식하고 있다. 그 한 예로 중국의 안보정책 담당자들은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은 민주주의 통일한국의 출현보다는 한반도에서 현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여긴다. 이에 반해 한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과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관계 지속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단이 만난 한국 측 관계자들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역시 미국과의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결정은 한미 관계를 주의 깊게 고려해 이루어진다고 말하며, 최근 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제의를 수용하기 전에 미국과 협의했다는 사실을 그 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