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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유학생의 영국 일기 ⑩

영국 학교는 이렇게 다르다

시험·교과서 없어요, 실용·통섭은 넘쳐요

  • 전원경│작가 winniejeon@hotmail.com│

영국 학교는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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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과서가 없다’는 점은 영국의 초등교육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 교과서가 없으니 대부분의 수업은 교사의 재량껏 이뤄진다. 한국 학교에서는 교과서 진도를 나가고, 그 진도에 맞춰 시험을 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듯하다.
  • 그러나 영국 학교는 여기에서 자유롭기에 그때그때 독창적인 수업이 펼쳐진다.
  • 자연스럽게 ‘통섭(通涉)’의 배움이 몸에 밴다.
영국 학교는 이렇게 다르다

킬러먼트 초등학교의 여학생 교복을 입은 희원이. 노란 폴로셔츠와 감색 스웨터. 그리고 회색 주름치마다.

지난 8월로 드디어 희원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됐다. 오빠 희찬이가 다니는 킬러먼트 초등학교(Killermont Primary School)에 입학한 것이다. 아마 우리 가족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라면 “네? 희원이가 벌써 학교엘 갔다고요?” 하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희원이는 2005년 5월생이니 이제 만 다섯 살, 한국 나이로는 여섯 살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내년도 아닌 내후년 3월에야 학교에 들어갔겠지만 영국의 취학 연령, 아니 스코틀랜드의 취학 연령은 매년 3월 기준으로 만 48개월을 넘기면 된다. 그러니까 올해는 2005년 3월부터 2006년 2월 사이에 태어난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취학 연령은 다르다. 잉글랜드에서는 2004년 9월부터 2005년 8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올해 9월에 학교에 입학한다. 스코틀랜드보다 반년 늦게 학교에 입학하는 셈이다. 대신 잉글랜드 초등학교는 6년제이고, 스코틀랜드의 초등학교는 7년제이다. 그리고 잉글랜드 학교에는 ‘0학년’, 흔히 ‘리셉션(Reception)’이라고 하는 취학 전 준비 과정 1년이 있다.

방학과 개학 날짜도 다르다. 여름이 유난히 짧은 스코틀랜드에서는 8월 중순이면 새 학기가 시작되지만, 잉글랜드의 학교들은 9월 초에야 개학을 한다. 올해 스코틀랜드 초등학교는 8월16일에 개학한 반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초등학교들은 그보다 3주 늦은 9월6일에야 비로소 개학을 했다.

저렴하고 개성 있는 교복



영국 학교는 이렇게 다르다

정면에 보이는 학교 현관은 늘 잠겨 있어서 사무실로 통하는 벨을 눌러야만 들어갈 수 있다.

영국 초등학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초등학교부터 교복을 입는다는 것이다. 영국 학교에 교복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네? 영국 학생들이 교복을 입어요?” 하면서 놀란다. 영국 학교라고 하면 리버럴한 분위기에서 남녀 학생들이 자유롭게 학교를 오가는 모습이 연상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건 미국 학교 이야기고, 영국 학교는 초등학교인 프라이머리 스쿨(Primary School)과 중등학교인 세컨더리 스쿨(Secondary School)이 모두 교복을 입는다. 교복을 입는다는 데서 느껴지는 것처럼 학교 규율도 우리가 생각하는 ‘리버럴한 서양 학교’보다는 좀 엄한 편이다.

그런데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교복을 막스 앤 스펜서나 세인즈버리 같은 큰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바지 한 벌에 8000원, 스커트는 6000원, 흰 셔츠 두 장에 6000원 하는 식이다. 그래서 학기 초가 되면 영국 엄마들은 슈퍼마켓에 가서 교복을 한 아름 사다가 세탁기에 마구 빨아서 입히고, 한 해가 지나면 해진 교복들을 내버린다. 정말이지 경제적인 시스템이다.

희찬이와 희원이가 다니는 킬러먼트 초등학교의 경우 교복 상의인 반팔 폴로셔츠와 감색 스웨터, 우비 겸용 파카, 체육복 상의 등은 학교에서 직접 판매한다. 상의에는 모두 학교 마크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지와 스커트는 모두 회색이나 감색으로 색만 맞추면 된다. 그래서 이런 바지와 스커트는 슈퍼마켓에서 사다 입힐 수 있다. 또 넥타이를 매고 흰 와이셔츠를 입는 정장 형태의 교복도 있다. 이처럼 교복이 한 가지로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그 안에서 나름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며칠 전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이 왔길래 읽어보니 ‘몇월 며칠에 학급 단체사진을 찍으니 이날은 학교 타이를 매고 셔츠를 입혀서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아무튼 희원이를 학교에 보내는 내 마음은 정말이지 애틋했다. 우리 나이로 이제 겨우 여섯 살인 녀석이 어떻게 학교를, 그것도 외국 학교엘 가겠나 싶었다. 그러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격언은 어린아이에게도 통하는지, 희원이는 첫날부터 교복 입고 구두 신고 가방 메고서는 오전 9시에 학교 운동장에 딱 줄을 서서 선생님을 기다렸다. 별로 놀라거나 겁먹은 표정도 아니었다.

이야기가 조금 옆길로 새는 듯싶지만, 영국 학교는 학생말고는 학교 건물에 들어갈 수가 없다. 등교 시간 외에는 늘 학교 문이 잠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조차 등교 시간인 오전 9시 이전에는 학교 건물에 못 들어간다. 9시에 따르릉~하고 수업 시작 종이 울리면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우루루 현관 앞으로 와 학년별로 줄을 선다(이 줄서기를 ‘라인 업’이라고 한다). 그러면 각 학년 담임선생님들이 현관에 나와서 자기 반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로 들어간다. 오전 9시가 지나면 학교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학생이든 학부모든 현관에서 벨을 누른 후 학교 사무실에서 나와 문을 열어줘야만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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