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호

도로 위의 성만찬

  • 일러스트·박진영

    입력2007-05-02 1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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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위의 성만찬
    바퀴는 무심코 밟았다,

    앞서 간 바퀴가 깔아뭉갠 고양이 한 마리를.

    물컹하게 흩어진 살과 피가

    도로 위에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하고

    성만찬을 나누듯



    피와 살을 나누어 갖는 바퀴들.

    쓰레기봉투 앞을 어슬렁거리던

    밤의 제왕이 건네는 마지막 포도주를

    바퀴들은 눈을 꾹 감고 마셔버린다.

    그리고 뭉쳐진 그의 살점을

    이리저리 떼어 삼키며 지나간다.

    이제 바퀴들에게는 어떤 두려움도 없다.

    고양이의 삶이 그러했던 것처럼

    핏자국을 전파하는 과속의 전사들,

    바퀴들은 달리고 또 달린다

    마침내 도로 위에 그가

    납작한 가죽 한 장으로 남을 때까지.

    도로 위의 성만찬
    나희덕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등 수상

    저서 :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사라진 손바닥’ 등

    現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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