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려 앉지 마라!
조재현 원장의 인공관절치환술 장면.
온돌방을 쓰며 땅바닥에 주저앉거나 쪼그리고 앉는 생활습관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느슨하게 삽입하는 게 좋지만 수명이 단축돼 재수술의 확률이 높아진다. 많이 사용하면 많이 닳아 새로운 것으로 바꿔 넣어야 하는 이치다. 일반적으로는 운동성은 조금 줄어들지만 약간 빡빡하게 삽입하는 것을 권하는데 한국인의 생활 습관에 맞게 변형시켜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수술하는 의사와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이처럼 연부조직 균형술과 중간부 삽입 방식에 따라 인공관절 수명은 20년 이상 연장된다. 설사 느슨하게 삽입했다 하더라도 의자에 앉고 침대생활을 하는 등 쪼그려 앉지 않고 관절의 무리한 사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인공관절의 수명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의 성공 여부는 오히려 수술 자체보다 수술 후 초기 재활치료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관절은 2~3주만 사용하지 않으면 굳어버려 펴지지 않게 된다. 비록 수술에 따른 통증이 있더라도 인공관절 수술 후에는 열심히 재활치료에 임해야 하며 운동성이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의료진의 적극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입원실이 허락된다면 병원에서 조기 재활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는 게 좋다.
사실 말이 쉽지 수술 후의 통증이나 재활운동의 고통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마취통증의학과에서 하는 시술이 경막외 신경차단술과 대퇴 신경차단술이다.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일시적으로 차단해 통증을 줄여주는 시술인데 환자의 신체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이 두 시술 중 어느 것을 할지, 혹은 두 시술을 다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시술은 조기에 통증 없이 재활치료를 할 수 있게 해 수술 결과를 좋게 한다.
출혈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도 수술의 성패에 영향을 끼친다. 인공관절 치환술 과정에서 출혈량은 평균적으로 1500~2500cc 정도. 이보다 많은 양의 출혈은 체력의 저하뿐만 아니라 상처 부위의 회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출혈량이 많으면 수혈이 필요하지만 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응고장애가 있는 환자의 경우 피가 멈추지 않아 큰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이는 고령 환자가 수술을 꺼리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무수혈로 수술을 진행하는 게 관건이 된다. 출혈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수술 과정에서 되도록 피부 및 근육, 힘줄 손상을 줄이고, 수술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부득이 수혈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 전 자기 혈액을 확보한 후 수술 중이나 후에 수혈하거나 혈액 세척 장치를 사용해 ‘자가수혈’하는 방법을 사용 한다.
과체중과 비만은 관절 손상과 관절염의 유발인자이기도 하지만 인공관절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통 걸을 때 무릎에 전해지는 하중은 체중의 4배. 5kg이 더 나가면 무릎에는 10~20kg의 하중이 전해지는 셈이다. 인공관절을 오래 편하게 쓰고 쉽다면 살을 빼야 한다. 그러면 결국 몸도 건강해진다.
신동아 2012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