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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규 경남대 총장 & 권홍사 대한건설협회장

“밀어주고 당겨주는, 우리는 동갑내기 스포츠 광”

  • 권주리애 전기작가, 크리에이티브 이브 대표 evejurie@hanmail.net

박재규 경남대 총장 & 권홍사 대한건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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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규 경남대 총장 & 권홍사 대한건설협회장

권 회장이 박 총장에게 두바이에 지을 유보라 타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 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전이면 혼자 한참을 고민한 뒤 박 총장과 의논한다. 그런 다음 결정이 나면, 특유의 에너지로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그래서 그는 “사업의 성패는 고독의 깊이에 비례한다”고 말한다. 그의 나이 예순이 넘어 열사(熱砂)의 땅 두바이에 3억5000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은 대모험이다. 잘못하다간 평생 일궈놓은 것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음은 물론, 중동시장을 새로운 활로로 여긴 대다수 중소건설업체가 낙심하고 주저앉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가 30년간 키워낸 반도건설은 중소건설업체의 모델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미래란 준비한 사람에게는 즐거움’ ‘농사꾼에게 나쁜 땅은 없다’가 권 회장이 믿고 따르는 신념이다. 그는 “꿈에는 한계가 없다. 마음대로 꿈꾸어라(Dreams have no limit, Go further)”라고 한 세이크 라시드 전 국왕이 불붙인 ‘두바이의 꿈’에 반했다. 두바이는 2020년까지 상주인구 1000만의 세계적인 비즈니스 도시이자 휴양도시로 개발될 예정이다. 더군다나 두바이는 외국인에게 완벽한 투자 자유를 허용한다. 예리한 기업가인 그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두바이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과정은 하루 24시간도 모자랐다. 세이크 모하메드 국왕을 비롯해 현지 건설업체 지사장,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대사관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나며 두바이 사정을 파악했다. 한국의 토지공사 격인 두바이 프로퍼티스 사장과 실무자, 토후국의 왕족까지 만나 두바이의 미래를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두바이 주변의 이집트, 가나, 터키, 말레이시아, 발칸반도 건설업계 관계자까지 접촉한 그는 최종 결정을 앞두고 이번에도 박 총장을 만났다.

“권력은 뜨거운 용광로 같은 것”

“일을 저지르려면 크게 저질러라.”



박 총장은 단 한 문장으로 권 회장의 기를 살려주었다.

“권 회장이 2005년부터 두바이에 자주 드나들며 뭔가를 궁리하는 것 같았어요. 그 무렵 지방 중소건설업체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죠. 최근처럼 건설사가 힘들었던 경우는 없었다는 거죠.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으로 지방 건설업체 중 20%는 한 해 한 건의 수주실적도 없어 고사(枯死)해 가는 중이라고요. 중소건설업체도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블루오션 전략에 대해 말했습니다.

하루는 권 회장이 얼굴이 누렇게 떠서 저한테 왔어요. 두바이에서 오는 길이라며 두바이 프로젝트를 차분히 설명하는 거예요. 함께 운동할 때의 열정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에 저도 덩달아 긴장했어요. 권 회장이 저한테 의논할 때쯤이면 이미 그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죠. 제 격려가 듣고 싶어서 온 거예요. 그래서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줬죠. 권 회장은 다시 자신감을 찾고 돌아갔어요.”

‘권력이란 뜨거운 용광로 같아서 너무 가까이하면 타 죽고, 너무 멀리하면 얼어 죽는다.’ 몇 년 전 박 총장이 권 회장에게 해준 말이다. 권 회장은 과거 대통령선거 때 동향 출신 후보를 지원했다가 선거가 끝난 뒤 구설에 휘말린 적이 있다.

“검찰에 불려 다니면서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조사받는 와중에 속이 상해 박 총장을 만났어요. 박 총장은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니 괜찮을 거라고 저를 안심시키면서도, 설사 안 좋게 되더라도 신의를 위해 모든 잘못은 혼자 지고 가라고 했어요. 코너에 몰린 사람에게 한 말치곤 좀 야속했지만 다 맞는 말이었죠.”

박 총장은 “오늘의 권 회장은 어느 누구의 도움 때문이 아니라 권 회장 스스로 일어선 결과”라며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쓴소리지만 거침없이 말했다”고 회상했다.

“자고로 기업가가 정치인과 너무 친하게 지내면 꼭 뒤탈이 나죠. 권 회장과는 형제 같은 우정을 느껴요. 그래서 항시 권 회장이 곧 나라고 생각하고, 옳은 말을 해주려고 노력해요.”

경남대 석전(奭田) 연구실

권 회장은 3년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경남대 북한대학원 건물을 신축했다. 박 총장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학교라 최첨단으로 잘 지어주려고 신경을 쓰다보니 7억원 정도의 손해가 뒤따랐다고 한다.

“손해는 고사하고 더 잘해주지 못해 안달이 날 지경이었어요. 최첨단 시설을 갖춘 아늑한 학교를 짓고 싶었지요.”

박 총장은 모자라는 건축비를 충당하기 위해 각 연구실에 건축비 기증자의 이름을 붙였는데, 권 회장은 여기에도 참여해 3억원을 기증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엔 그의 호를 딴 석전(奭田) 연구실이 있다.

박 총장은, 두바이 프로젝트도 대단하지만 권 회장이 2005년 대한건설협회장에 당선된 것도 높이 평가한다. 당초 권 회장이 건설협회장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을 때 박 총장은 신중하게 처신하라고 충고했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됐는데, 같은 부산 사람이 나서면 위에서 밀어준다는 정치적 해석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게 박 총장의 우려였다. 그러나 권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고 출마했고 결국 당선됐다.

“1만3000여 회원사로 구성된 대한건설협회는 중소기업인 반도건설 회장이 넘기엔 꽤 높은 산이었어요. 하지만 특유의 열정으로 전국을 돌면서 120여 명의 대의원을 직접 만나 설득하더군요.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나서야 한다면서요.”

박재규 총장은 경남 마산의 바닷가 옥계 마을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멸치잡이를 하던 부모를 떠나 친척집이 있는 마산시내로 유학 왔다. 구산중학교를 졸업하고 마산고등학교를 다니다 서울 용산으로 가서 미군으로부터 영어를 배웠다. 그때 이미 유능한 외교관이 되리라는 결심이 서 있었다. 1963년 뉴욕으로 건너가 페어레이디킨스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하고 뉴욕시립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 중에 군 복무를 위해 귀국한 청년 박재규는 39사단에서 신병훈령을 마치고 북한 관련 연구를 하는 곳에 배치됐다. 세계적인 사회주의 경제학자 피터 와일리스 교수로부터 “한국의 통일을 대비해 북한 연구를 하면 그 분야의 선구자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은 바 있는 박재규는 미국에서도 구할 수 없는 북한 자료를 군대에서 접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제대 직전 북한 관련 저서를 내기도 했다.

그는 제대 후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계속 밟는 대신 경남대와 인연을 맺었다. 적자에 허덕여 다 쓰러져가는 경남대를 일으켜 세우고 미국으로 돌아가려 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1972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를 세우며 본격적으로 북한 연구에 나선 그는 2001년 경남대 북한대학원을 설립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엔 통일부 장관(1999년 12월~2001년 3월)으로서 6·15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했다.

“30년을 ‘형님’이라 불렀는데…”

권 회장과 박 총장은 전혀 다른 성장과정을 거쳤고, 성격도 정반대지만 비슷한 점도 많다. 둘 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점이 그렇고, ‘스포츠 광’인 것도 닮았다. 골프는 박 총장이 한 수 위고, 저녁 먹고 시작하는 ‘고스톱’은 권 회장이 한 수 위다. 스킨스쿠버, 승마는 서로 지지 않으려 한다.

권 회장과 박 총장은 1944년생 동갑내기다. 그런데 권 회장은 지금껏 박 총장을 ‘형님’이라고 불러왔다. 지난 30여 년 동안 가깝게 지내면서 한 번도 나이를 확인해볼 필요를 못 느꼈고, 박 총장의 언행이나 인품으로 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이번 ‘신동아’ 인터뷰 후 필자가 요청한 이력서를 통해 서로의 출생연도를 확인한 두 사람은 한참을 웃었다. ‘동갑내기 친구’임을 확인한 두 사람의 우정은 오래도록 계속될 것이다.

신동아 200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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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리애 전기작가, 크리에이티브 이브 대표 evejur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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