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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디지털대 김중순 총장

  •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한국디지털대 김중순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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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죽이는 교육제도

한국디지털대 김중순 총장

한국디지털대는 결혼이민자들의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해 한국어와 한국문화 온라인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막상 총장을 맡고 보니 허허벌판에 던져진 듯 막막한 기분이었다. 선례가 없다 보니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 그러나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촘촘한 규제가 그것이다. 모든 걸 대학에 맡기고 기본적인 부분만 법 테두리 안에서 제재하는 미국 교육당국과 달리, 한국은 일을 진행시키기 힘들 정도로 규제가 심했다. 법망을 뚫느라 하루 걸릴 일이 이틀, 사흘씩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미국 대학은 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경험을 살려 효율적으로 운영하려 했지만 교육부의 규제 때문에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들더군요. 캘리포니아주는 우리나라보다 규모가 크지만, 교육부 관리는 우리가 훨씬 많습니다. 제가 머무르던 테네시주의 교육부 관리는 합쳐서 10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규제가 그만큼 심하다는 뜻이지요.”

▼ 우리 고등교육 문제의 본질이 과도한 규제에 있다고 보시는 군요.

“우리 경제는 세계 10위 안에 드는데, 대학은 100위도 못합니다. 경제도 교육도 사람이 하는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요. 교육 관련 제도가 잘못됐기 때문이지요. 모든 일을 진행하는 데 일일이 허가를 맡아야 하니 변화가 더딜 수밖에요. 예컨대 제 전공이 기업인류학인데, 예전에 연세대에 인류학과를 개설하려 했더니 절차가 복잡하더군요. 결국 정원이 35명을 넘어야 한다는 규정에 맞추지 못해 학과 개설이 흐지부지됐지요. 다양한 학문이 뿌리내리기 힘든 환경입니다.



게다가 추진력도 부족합니다. ‘오프라인 대학엔 수시입학제가 있으니 온라인 대학에도 실업고교 학생을 수시입학 시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 ‘좋은 생각인데 기다려 보라’고 하고선 계속 답이 없지요.”

학문 위의 행정

▼ 교육관련 규제가 엄격해진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물론 교육당국에만 책임이 있는 건 아닙니다. 배경을 살펴보면 그간 제 구실을 못한, ‘나쁜’ 대학들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대학도 많지만 등록금 받아서 장사하는 질 나쁜 대학도 많지 않습니까. 대학, 교수, 재단에도 책임이 있는 거지요.

문제는 옥석을 가리기 힘들다는 데 있습니다. 대학 현황을 일일이 조사할 수도 없어 106개 대학을 하나의 잣대로 규제하다 보니 잘하는 대학도 발목을 잡히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못하는 학교를 처벌하기보다는 잘하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주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 요즘 대학가에 교수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바람이 거센데요.

“황우석 교수 사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연구할 시간이 모자랄 텐데, 강연도 다니고 대외활동도 많이 하는 것이 가짜가 아니면 가능하겠는가 하고요. 나쁜 교수상(像)의 단면을 보여준 사례라고 봅니다.

흔히 교수 1명당 학생수가 많아서 문제라고들 하는데, 그것도 맞는 얘기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수의 질입니다. 요즘 선거철이 되면서 교수들이 정치판으로 뛰어드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왜 진작 정치를 안 하고 교수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 내 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장 시키고 보직을 주면 대우받는 거라고 생각하지요. 미국에선 학문이 행정 위에 있는데, 한국에선 반대로 행정이 학문보다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학교는 당연히 학자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거꾸로 된 것이지요. 학문, 그리고 가르치는 데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 교수를 해야 합니다. 다른 데 흥미가 있는 교수는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의미가 없어요.

한국에는 미국 전문가가 없습니다. 미국 석·박사는 무수히 많아도 학교 행정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은 드물죠. 카이스트(KAIST) 서남표 총장이 테뉴어 심사를 강화해서 화제를 모았는데, 미국 대학에서 오래 있었던 양반이 한국 대학의 현실을 보고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었습니다. 미국은 테뉴어 심사를 할 때마다 교수들이 ‘심장마비 걸리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니 교수들이 밤 11시, 12시까지 공부할 수밖에 없지요.”

▼ 학생 관리 면에서는 어떤가요.

“한국 대학들은 입학 정원을 늘리기 위해 로비합니다. 미국은 반대로 주에서 학생을 많이 받으라고 하고, 학교는 더는 못 받겠다며 승강이를 벌입니다. 학교 시설이 포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학생을 받지만, 절대 그 이상은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입학한 학생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지요. 한국 대학에선 낙제하는 경우가 드문데, 미국에선 2류 학교에서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낙제를 못 면하니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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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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