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아이 같은 아저씨’ 김창완이 말하는 삶과 행복, 그리고 음악

“‘나이 든 나’가 ‘젊었던 나’를 더 좋아할 순 없어요”

  • 구가인│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omedy9@donga.com│

‘아이 같은 아저씨’ 김창완이 말하는 삶과 행복, 그리고 음악

2/4
‘아이 같은 아저씨’ 김창완이 말하는 삶과 행복, 그리고 음악
THE HAPPIEST

오랫동안 김창완은 ‘조금은 나른하고 마냥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돼 있었다. 그러나 앞서의 많은 인터뷰에서 그는 줄곧 자신과 관련된 이미지들이 오해라고 말해왔다. 자신은 사실 무척 치열하게 살고 있으며, 무엇보다 ‘뼛속 깊이 비관주의자’라는 것. 그런데 지난해 말 나온, 그 개인으로는 1997년에 발표한 산울림 13집 이후 11년 만에 낸 음반이자 김창완밴드의 첫 번째 앨범 제목은 ‘THE HAPPIEST’다.

“전에는 그런 얘기 많이 했어요. 그런데 나이 쉰이 넘으면서 점차 그게 참 철없고 교만한 태도구나 하고 느끼게 됐어요. 이제 비관주의자라는 얘기는 함부로 못해요. 안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게 됐고.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나는 과연 비관주의자인가, 그럼 나를 살게 했던 힘은 뭔가, 그건 어쩌면 내가 숨고 싶어하는 자기방어적인 태도가 강조된 건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 외에도 지난해 뜻하지 않은 사고(동생 창익 씨의 죽음)를 당하면서 다시 한 번 생명을 생각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그동안엔 생명을 조롱하는 우를 범했는데, 이제는 정말 생명이란 것이 나에게 무얼 요구하더라도 나는 그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살아 있는 존재가 불행하다’ 식으로 생명을 비아냥거리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명령이란 건 다른 게 아니고 ‘너 스스로 기뻐하라’는 거 같은데…. 이게 어마어마한 꾸짖음같이 느껴졌어요.”

▼ ‘너 스스로 기뻐하라’는 말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인가요?



“난 노력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생명의 주인이라면 너는 그 자체로 행복하다는 의미예요.”

▼ 동생의 사건이 영향을 줬나요?

“아뇨, 그렇진 않을 거예요. 그 사건 자체가 (이런 생각을) 격발시킨 건 맞지만 나에게 일어난 이러한 어마어마한 변화에 모든 계기가 된 건 아니에요. (중략) 이전에는 내 삶이 그대로 너무나 완전해서 어떤 것에도 수단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이제 그게 다 무너졌어요. 이제는 도구로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음악을 하면 그렇게 행복하니 음악의 도구로 쓰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행복의 도구로 쓰이면 좋겠다, 더 나아가 생명의 도구로 쓰였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어쨌든 내가 나를 이렇게 ‘대상’처럼 보기는 처음이에요.”

▼ 대상이요?

“나에게 있어 나는 나의 주인이다, 이런 생각을 많이 갖잖아요. 그런데 요즘엔 그게 별 의미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인간은 워낙 이기적이기 때문에 이 ‘자기’라는 것을 구축해나가요. 자기 것을 확보하고, 자기 사고에 자기를 옹립하고, 자기 사고의 주인으로 스스로가 스스로를 섬기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그래서 생겨난 자기라는 것은 기억의 적분, 기억과 경험의 누적 이외엔 아무것도 아닐 텐데…. 그거 모아봐야 한 줌 모래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을 잡고, 자기 조정에 내맡기고 삶을 살잖아요? 그런데 이제 저는 생이, 삶이 순간에 완성된다고 믿게 됐어요.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앉아서 이런 얘길 하고, 생이 무엇일까 어리둥절하면서 말을 이어가고, 그 사이에 구 기자도 생이 뭘까 생각하고.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안다고 하면 거짓이죠. 하지만 이런 상태, 내 눈앞에 펼쳐져 시야가 다가가는 것, 내 이전의 경험과 나를 관통하는 시간들. 이 순간이 아니면 나를 완성하는 시간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그렇다면 행복이란 뭔가요?

“‘삶은 순간에 완성된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다’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통하는 것 같아요. 제목이 ‘The Happiest’인 건 이 순간 가장 행복한 사람이고 싶다는 희망일 수도 있고, 행복을 선택하겠다는 선언일 수도 있어요.”

2/4
구가인│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omedy9@donga.com│
목록 닫기

‘아이 같은 아저씨’ 김창완이 말하는 삶과 행복, 그리고 음악

댓글 창 닫기

2019/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