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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in Sports ⑤

필 잭슨 LA레이커스 감독

NBA 최다 우승에 빛나는 스타선수 조련가

  • 하정민│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dew@donga.com

필 잭슨 LA레이커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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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선수 필 잭슨이 NBA에 첫발을 들인 시기는 대학을 졸업한 1967년이다. 그는 그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뉴욕 닉스로부터 2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잭슨은 결코 뛰어난 공격 능력을 가진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부족한 자신의 공격 능력을 영리한 플레이와 뛰어난 수비 능력으로 채우며 팀의 핵심 벤치 선수로 맹활약했다.

당시 잭슨은 능력보다 외모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히피를 떠올리게 하는 장발과 콧수염, 유난히 큰 키와 넓은 어깨가 팬들을 사로잡았다. 당시 잭슨의 별명은 ‘헤드 앤드 숄더(Head and Shoulders·머리와 어깨)’였다.

심리전의 대가

잭슨이 농구 지도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건 1969~70년 시즌이다. 부상과 연이은 수술로 코트 위에 나설 수 없었던 잭슨은 벤치에서 임시 보조 코치로 활약하며 코치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당시 뉴욕 닉스의 레드 홀즈맨 감독은 상대팀 전력 분석을 위해 잭슨을 다른 지역으로 파견하는 등 적극 활용했다. 홀즈맨 감독은 “농구에 대한 잭슨의 이해도와 안목이 매우 뛰어나다”고 호평한 바 있다. 그해 잭슨은 보조 코치 겸 전력 분석가로 뉴욕 닉스의 우승에 일조했다. 1973년에도 다시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잭슨은 1979~80년 시즌 뉴저지 네츠에서 선수와 코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플레잉 코치로 활동했다. 이 시즌을 마친 잭슨은 선수 생활을 완전히 마감했다. 이후 뉴저지 네츠의 보조 코치로 정식 고용돼 지도자로서 새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듬해 뉴저지 감독으로 부임한 브라운 감독은 “실력이 없다”며 잭슨을 코치직에서 해임했다. 당시까지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던 잭슨은 더 이상 NBA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그는 1982년 NBA 하위리그인 중국프로농구(CBA)의 알바니 패트룬스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2년 뒤인 1984년 알바니 패트룬스에서 감독으로서 생애 첫 우승을 맛본다. 당시 그는 시즌 중에는 패트룬스의 감독으로 활동하고, 비시즌에는 푸에르토리코 등지에서 코치로 활약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자랄 때 접한 엄격한 기독교 문화와 중국에서 접한 불교, 선 등의 동양 문화는 그를 심리전의 대가로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1987년 잭슨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는 NBA 인기 팀인 시카고 불스의 보조 코치로 임명되어 NBA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시카고 불스 구단은 1989년 시카고가 플레이오프에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패하자 덕 콜린스 감독을 해고하고 잭슨을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당시 잭슨의 나이는 42세였다.



감독이 된 잭슨은 보조 코치 시절 자신과 같이 보조 코치로 활동했던 텍스 윈터(87)를 중용했다. 윈터는 바로 그 유명한 ‘트라이앵글 오펜스(삼각 공격)’의 창시자다. 윈터가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가지고 불스에 온 시기는 1985년이었다. 하지만 시카고 불스라는 팀이 이 전술의 가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잭슨이 감독에 오른 1989년이었다.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3명의 선수가 삼각형을 이뤄 좋은 슛 기회를 노리는 공격 방식이다. 또는 다섯 명의 선수가 두 개의 삼각형을 만들 수도 있다. 공격수들이 이 공격 방식에 익숙해지면 상대 수비는 이를 막아내기가 매우 힘들다. 한 선수가 앞에 나가 있는 상태에서 나머지 두 명이 선두 선수를 보조하면서 공을 주고받아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전술의 또 다른 장점은 전체의 호흡을 맞춘다는 점이다. 이 공격법은 특정 슈터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어떤 공격수건 공간 확보가 잘된 선수가 슛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스타 선수가 아니더라도 시스템의 움직임에 따라 슛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 스타가 아닌 선수가 슛을 많이 던지면 눈총을 받는 게 보통인데 이 전술에서는 그렇지 않다.

잘만 활용하면 스타 선수는 겸양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고, 스타 선수가 아닌 선수는 자신감과 적극성을 기를 수 있다. 즉 팀워크가 약한 팀에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일단 팀워크가 다져진 팀에서는 이 전술을 통해 선수들의 단결력이 더 강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

이 공격법은 단순히 공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 트라이앵글 오펜스 전술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공격수들이 이기심부터 버려야 한다. 모든 공격자가 득점 지역 내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모두가 패스와 득점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팀 동료와 협력하는 공격을 하다 보면 수비에서의 협동심도 자연히 길러진다. 이는 선수들로 하여금 내가 맡은 상대팀 선수는 오직 1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수비에 더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한다.

당시 시카고는 마이클 조던과 스코티 피펜이라는 리그 최고의 콤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득점력이 떨어졌다. 5명의 선수 중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는 공격력이 극히 부족했다. 게다가 당시 NBA 동부 지구의 최강자였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마이클 조던만을 봉쇄하는 ‘조던 룰’ 전략으로 시카고의 앞길을 번번이 가로막았다. 디트로이트를 꺾지 않고서는 우승은 절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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