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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재처리 가능하도록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해야”

원자력학계 대부 장순흥 KAIST 교수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농축·재처리 가능하도록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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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도 한국 원전에 관심

“농축·재처리 가능하도록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해야”

올해 8월 빌게이츠 회장(왼쪽)의 초대를 받아 한국 원자력의 실력을 설명한 장순흥 교수.

▼ 어떻게 만났나.

“그는 한국 원자력의 역동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는 2009년 MIT가 10대 유망기술로 선정한, 60년 이상 핵연료를 장전하지 않고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진행형 원자로(TWR· Traveling Wave Reactor)에 관심이 많았다. TWR은 고속증식로의 일종으로 우라늄 농축이나 재처리가 필요없는 핵연료를 사용한다. 그러한 연구를 하려면 한국과 협조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 것 같다.”

▼ 요즘 원자력계 관심은 4세대 원전인 고속증식로에 쏠려 있다. 간단히 설명해달라.

“우라늄이라고 해도 모두 핵분열을 일으키진 않는다. 자연계에 0.7%만 존재하는 우라늄 235만 핵분열을 일으킨다. 그러나 스스로 핵분열을 하지 못하고, 3% 정도로 농축한 다음 인위적으로 중성자를 쏴줘야 핵분열을 일으킨다. 중성자를 쏴주지 않아도 핵분열을 일으키게 하려면 90% 이상으로 농축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핵무기다.



자연계에서 99.3%로 존재하는 것은 우라늄 238이다. 핵연료는 우라늄 235를 3% 정도로 농축하고, 238은 97%로 줄인 것이다. 이러한 핵연료가 핵분열하면 우라늄 238 가운데 일부가 중성자를 붙잡아 플루토늄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 바로 국제사회가 금지하는 재처리다.

고속증식로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로에서 꺼내는 재처리 과정 없이, 새로 만들어진 플루토늄도 바로 핵분열에 들어가게 한다. 그렇게 하면 이론적으로는 97%를 차지하는 우라늄 238도 모두 핵분열 시킬 수 있으니, 핵연료의 수명이 현저히 길어진다. 인류는 자연계에 99.3%로 존재하는 우라늄 238을 사용할 수 있게 되니 한동안 에너지원 개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인(賢人)’ 빌 게이츠의 관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TWR을 바로 개발할 수는 없고, 프랑스와 일본에서 연구해온 소듐(나트륨) 고속증식로부터 개발해야 한다. 소듐 고속증식로에 장전하는 핵연료는 한국이 오랫동안 연구해온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으로 만들 수 있다. 빌 게이츠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나를 불러 한국의 원자력 능력을 물어본 것이다.”

▼ 그러나 프랑스와 일본이 만든 연구용 소듐 고속냉각로에서는 폭발 사고로 방사능이 누출됐었다.

“고속증식로는 액체금속인 소듐(나트륨)을 1차 냉각재로 사용한다. 소듐이 핵분열한 핵연료에서 일어난 열을 받아 증기발생기 안의 관을 지나면서 관 밖에 있는 물(2차 냉각재)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그런데 관이 훼손돼 소듐과 물이 접촉하면 폭발 사고가 일어난다. 소듐이 핵연료와 접촉했으니 폭발하면서 방사능 오염이 일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소듐 냉각재를 하나 추가하려고 한다. 핵연료를 접촉해 열을 받은 소듐은 관을 흐르며 관 밖에 있는 소듐(2차 냉각재)이 열을 받게 한다. 이 소듐이 증기발생기의 관 안을 흐르며 관 밖의 물(3차 냉각재)을 끓여 증기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2차 냉각재 소듐은 핵연료와 접촉하지 않았으니 물과 접촉해 폭발해도 방사능 오염은 일어나지 않는다.

2차 냉각재 소듐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고속냉각로의 안전성은 매우 높아진다. 경수로는 1차 냉각재인 물에 150기압을 가하지만 고속증식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 오히려 안전하다.”

▼ 파이로프로세싱은 미국에서 먼저 연구한 것 아닌가.

“미국의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1979년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로 카터 대통령이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시키는 바람에 함께 중단되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이 부활시키고 있으니 미국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난해 양국은 10년간 공동 연구에 합의해, 올해 초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들이 미국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에 가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안의 플루토늄은 스스로 핵분열하지 않는데, 스스로 핵분열하는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자연적으로 핵분열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플루토늄 추출은 재처리에 해당하기에 재처리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잘라 연구하기로 했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개발되면 한국에 공장을 지으려고 한다.”

▼ 그래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파이로프로세싱을 재처리로 규정하지 않았는가.

“국제원자력기구는 재처리에 대해 다시 규정해야 한다. 의학계에서 쓰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사용후핵연료에서 뽑아내는 것이므로, 국제원자력기구 시각대로라면 동위원소 추출도 재처리에 해당한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는 재처리로 보지 않는다.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지 않는 파이로프로세싱을 재처리로 보는 것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막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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