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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적응 현장을 가다②

친환경 기업도시 미국 어바인

한국인 시장과 교민이 함께 만드는 ‘중산층의 녹색천국’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친환경 기업도시 미국 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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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업도시  미국 어바인

강석희 어바인 시장.

▼ 녹지 확보로 인해 도시 발전이 지체되거나 주민 일상생활에 불편이 초래되지는 않았나.

“그 반대다. LA권역엔 빌딩과 주택이 빽빽이 차 있는 지역이 꽤 많다. 삭막할 정도다. 반면 어바인시에선 건물과 숲, 호수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누구나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어하고, 살고 싶어한다. 어바인의 친환경 이미지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시민들을 이 도시로 유인하는 핵심 요인이다.”

친환경 기업도시  미국 어바인

그레이트파크 조감도.

어바인시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남부에선 1년을 통틀어 15~20일만 비가 온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어바인시는 수많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녹지에 물을 대고 있다. 도시 녹화에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풍부한 녹지 외에 어바인시의 또 다른 대표적 특징은 ‘잘 정돈된 고급스러움’이다. 이런 느낌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건축물에 대한 엄격한 규제에 있다. 시내의 업무용 빌딩은 물론 상가 건물은 높이가 일정하고 같은 톤의 색상으로 되어 있다. 상호를 알리는 입간판의 크기는 서울시내 상가건물에 비해 훨씬 작고 일정하다. 어바인시에는 30여 개 마을이 있는데, 마을별로 주택과 아파트도 동일한 색상이다.

▼ 건축 규제가 심한 편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건축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시의 조례는 전체 도시 미관과 조화를 이루는 일정 품질 수준 이상의 건축물을 요구하고 있다.”

▼ 규제 항목에 건축자재의 질도 포함되나.

“싸구려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막고 있다. 건축비용이 더 들더라도 고급스러운 상가건물은 건물주와 상인에게 더 큰 수익을 보장한다고 본다.”

▼ 간판에 대한 규제는.

“서울의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간판은 어바인시에서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다. 간판의 난립은 도시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는 심각한 공해로 인식해야 한다.”

▼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의 색상이 마을마다 일정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어바인 시민은 ‘어바인에 살아요’라고 말하지 않고 ‘터틀락에 살아요’라고 한다. 그만큼 자신이 사는 마을에 대한 소속감이 강하다. 각 마을에는 주택소유주협회(Home owner′s association)가 있는데 여기서 주택의 색상을 결정한다. 깔끔하고 아름다운 주택가로 만들려는 이곳 주민들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

간판 문제는 기후변화와 직접적 연관은 없다. 그러나 활동공간의 시각적 청결함을 회복하는 일은 도시를 친환경지대로 만들려는 욕구를 촉진하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 어바인시의 거리와 비교했을 때 건물을 온통 휘감고 있는 우리나라 도시의 간판문화는 심각한 공해 수준이다. 우리나라 도시가 세계적인 친환경 도시 브랜드를 갖기 위해선 먼저 간판 공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는 도시가 ‘근대 산업화 공간’에서 ‘미래 친환경 공간’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환경, 기업, 교육의 3박자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은 시급한 과제이지만 그렇다고 환경만을 고려하는 정책을 펴면 실패하기 쉽다. 환경보호정책은 근본적으로 규제 위주이므로 그 자체만으로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전폭적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환경 정책은 주민의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다른 정책과 조화를 이뤄 실질적 이익을 주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어 ‘지속가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어바인시의 녹지확보 정책은 빌딩, 상가, 주택에 대한 건축규제 정책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직장과 가정에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일상 공간’이라는 실질적 이익을 제공했다. 양질의 주거환경은 토착민에게 ‘부동산 가치의 증대’를 안겨줬다. 정책 간의 조화와 관련, 어바인시는 일류 기업의 유치 및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강력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도시의 친환경 정책이 친기업 정책, 친교육 정책과 만날 때 그 효과는 배가돼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어바인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지 않고 자족적 친환경 도시로 성장한 요인이다.(논문 : 도시 자족성 확보방안사례, 어바인시 마스터플랜을 중심으로) 이원호 성신여대 교수는 6월12일 ‘yes 의왕 포럼’에서 “미국 어바인시의 경우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결실이 도시 발전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바인시에는 하얏트, 힐튼 등 13개의 일류 호텔이 들어서 있고 도요타, 포드, 게이트웨이, 도시바, 브로드컴 등 세계 초일류 기업을 포함한 1만5000여 기업이 본사 혹은 미주본사를 이 도시에 두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포천’지 선정 100대 기업 중 36개사의 본사가 몰려 있다. ‘보톡스 주사’로 유명한 제약회사 엘러건,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게임회사 블리자드의 본사도 여기에 있다.

교육기관의 경우 학력평가에서 어바인시의 22개 초등학교, 7개 중학교, 5개 고등학교의 학력은 미국 도시 중 최고 수준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 인근엔 4년제 대학교 13개가 있다. 이 중 UC어바인대학은 미국 주립대 중 10위권에 들었다.

1971년 1만여 명이던 이 도시의 인구는 21만7000여 명으로 늘었다. 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도시의 가구당 평균 연간소득은 1억2600만원(9만8923달러)에 달한다. 2008년 미국 여성잡지 ‘레이디스 홈 저널’의 ‘삶의 질’ 조사에선 ‘여성이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선정됐다.

LA메트로폴리탄에는 100만명이 넘는 한국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어바인시는 한국인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삼성전기, 삼성SDI, 현대-기아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 잇따라 어바인에 둥지를 틀었다. 어바인은 ‘코리안 콘텐츠 밸리’로도 불린다. ‘강남 학부모’ 사이에서 어바인은 ‘미국의 8학군’으로 통했다. “어바인 공립학교는 학비가 저렴하고 학생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한국에서 이 도시로 조기유학을 온 초중고교생의 수가 급증했다. 미국 도시 중 한국인 조기유학생이 가장 많다고 한다. 2009년 현재 어바인시의 전체 초중고교생 3만여 명 중 한국인 학생이 5000여 명에 달한다.

어바인시에 정착한 한국인은 1만5000여 명을 넘어섰다. 시내 곳곳에 한국 교회, 상점, 대형마켓이 들어섰다. 오렌지카운티의 신문사 광고부에서 일하는 재미교포 최윤욱(34)씨는 “많은 수의 한국 회사 주재원, 유학생, 교포가 어바인으로 이주해왔다. 한국계 시장이 취임하고 교민수가 불어나면서 한국계 주민들은 자긍심이 부쩍 높아졌고 시의 친환경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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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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