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문명은 어떻게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을까? 서구의 사상과 관습은 왜 승리했을까? 미국의 전쟁사가인 저자는 그것이 모두 서구의 ‘뛰어난’ 살인기술 덕분이었다고 논증한다.
그는 서구가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게 된 결정적이고도 본질적인 이유를, 역사상 서구와 비서구의 군대가 벌인 전투들에서 찾는다.
이 책에서 그는 기원전 480년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가 페르시아 대군에 승리를 거둔 사건을 비롯, 1521년 코르테스가 아즈텍제국을 정복한 참혹한 전투, 베트남전쟁의 테트 공세에서 벌어진 끔찍한 시가전에 이르기까지 9개의 역사적 전투를 분석해 서구의 성장과 승리가 비서구세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서구 특유의 전쟁방식에 내재한 문화적 역동성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그러나 저자는 서구 문명을 찬양하거나 패권주의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쟁의 ‘도덕적 측면’을 철저히 배제한 관점에서, 서구 문명이 타 문명권에 승리한 요인을 객관적으로 해석하려 한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푸른숲/ 776쪽/ 3만2000원)
숨은 권력자, 퍼스트레이디케이티 마튼 지음/ 이창식 옮김
‘세계는 남자가 움직이고, 그 남자는 여자가 움직인다’는 말처럼, 역사적으로 남성 권력자 뒤엔 항상 그를 움직이는 여자가 있었다. 현대의 대통령제에서 숨은 권력자로서 국가와 대통령에게 정치적·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퍼스트레이디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이디스 윌슨은 남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대통령직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병을 숨기고 자신이 직접 국정을 운영해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엘리너 루스벨트는 소아마비 남편을 대신해 전당대회에서 연설함으로써 남편의 3회 연임에 결정적 도움을 줬다. 팻 닉슨은 워터게이트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남편을 외면해 불명예사퇴하게 만들었고, 힐러리 클린턴은 희대의 섹스스캔들 앞에서도 의연하게 남편을 옹호해 대통령직을 지켜냈다.
이처럼 퍼스트레이디의 움직임에 따라 대통령과 국가의 흥망은 그 운명을 달리한다. 저자는 대통령 선출이 단순히 한 개인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법적으로 대통령은 한 사람이지만, 대통령 부부는 함께 떠오르고 추락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미국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퍼스트레이디 12인의 면모와 정치적 비중을 다룬 이 책은 권력과 사랑이 위태롭게 얽힌 대통령 부부의 결혼생활이 대통령직 수행과 국가운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심도 있는 인터뷰와 자료조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보여준다.(이마고/ 572쪽/ 1만8000원)
반지의 문화사다카시 하마모토 지음/ 김지은 옮김
‘반지전쟁’ ‘반지의 제왕’…. 반지는 이와 같은 예술작품에서뿐 아니라, 오랜 인류사·문화사·민속사·사회사에서 숱한 이야기들을 품어온 장신구다. 이런 반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찍이 그리스신화에도 등장하는 반지는 유럽에선 신비한 마력을 솟게 하는 부적이나 왕권의 상징이 돼왔고, 고대 이집트에선 인장(印章)의 표시로 사용되기도 했다. 또 고대의 병사들은 ‘무용의 표시’로 반지를 끼었고, 기독교문화권에서는 ‘삼위일체’를 상징하며 하나님과의 계약을 나타내는 징표로 삼았다. 반지가 성스러운 약혼과 결혼의 예물로 애용된 관습도 여기에서 연유했다.
이 책은 이처럼 반지에 숨겨진 역사와 문화를 다양한 자료분석을 통해 더듬어보고 있다. 저자는 반지와 같은 작은 장신구 속에도 유럽문화의 일부가 응축돼 있으며, 이를 실마리로 유럽의 풍속과 역사를 해석하는 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에디터/ 238쪽/ 1만2000원)
최고의 ‘가정살림법’을 팔아 억만장자 된 마사 스튜어트크리스토퍼 바이런 지음/ 최인자 옮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가사종합프로그램 진행자이며 만드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편집자이며 매년 수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는 미디어종합회사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MSO)’의 억만장자 CEO 마사 스튜어트의 라이프 스토리.
쇼핑과 요리, 집 꾸미기가 취미였던 주부 마사 스튜어트는 월가에서 주식중개인으로 일하다 그만둔 어느날, 취미를 살려 주문요리 사업을 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주문요리 전문회사를 차린 그의 타고난 손맛과 재주가 입소문을 통해 퍼지면서 사업은 점차 관련 책과 잡지의 발행으로 확대되고 이를 기반으로 창업한 MSO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을 철저히 브랜드화하고 히트상품화한 마사 스튜어트가 ‘가사(家事)의 여왕’으로 등극하기까지의 전 과정과 함께 그간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어두운 가정사, 언론으로부터 사생활을 감시당하는 그가 보인 돌출행동 등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다뤘다.(동아일보사/ 392쪽/ 1만2000원)
1894년, 경복궁을 점령하라!나카츠카 아키라 지음/ 박맹수 옮김
“청·일전쟁은 일본이 치밀하게 준비한 전쟁이었고, 그 첫 실험이 조선 경복궁 점령이었다. 역사 위조(僞造)는 대국을 꿈꾸는 일본의 뿌리깊은 전통이다!”
이 책은 청·일전쟁(1894∼95년) 개전(7월25일)에 즈음해 일어난 일본군의 조선 왕궁(경복궁) 점령사건(7월23일)이 뚜렷한 목적과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이뤄졌으며, 이런 사실이 구일본 육군참모본부가 공식적으로 펴낸 ‘일청전사’에서 위조된 이야기로 바뀌었다는 점을 같은 기관이 작성한 그 기록의 초안(草案)을 통해 실증했다. 또 이런 역사 위조가 결코 일시적 발상에서가 아니라, 근대 일본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져왔음을 사료를 바탕으로 논증했다.
일본내 지한파(知韓派) 역사학자인 저자는 일본이 제국주의국가로서 세계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청·일전쟁 최초의 무력행사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운다’고 공언하면서도 바로 그 조선의 왕궁을 점령한 사건이란 점에 주목한다. 그는 이 사건이 청국과의 ‘개전 명분’을 얻고 서울의 조선군대를 무장해제함으로써 일본군이 남쪽에서 청나라 군대와 싸우는 동안 서울의 안전을 확보하고, 동시에 군수품 수송과 징발 등을 조선정부의 명령으로 시행하는 편의를 얻으려는 목적 아래 계획된 것이란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푸른역사/ 248쪽/ 1만원)
빼앗긴 얼굴라티파 지음/ 최은희 옮김
이슬람 독재로 악명 높은 탈레반 정권 치하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겪은 삶을 그린 체험수기. 9·11테러와 미국의 아프간 공격 이후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던 아프간 여성들의 고통스런 삶을, 기자를 꿈꾸던 중산층 가정의 10대 소녀 라티파와 그의 가족, 친지, 이웃들이 탈레반 집권 이후 보고 겪은 일들을 통해 낱낱이 보여준다.
1980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태어난 라티파는 세상의 여느 또래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10대. 하지만 1996년 9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면서 그를 포함한 아프간 여성들의 삶은 일순간 멈춰버렸다.
그들은 외출할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가리는 ‘부르카’를 뒤집어써야 하는 등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규율 아래 놓이게 됐고, 잇따른 내전 속에서 인권은 완전히 실종된다.
그러나 라티파는 친구들과 비밀학교를 운영하며 탈레반 정권에 저항하고, 마침내 탈레반 정권에 유린당하는 여성의 인권 현실을 서방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한다. 부제는 ‘탈레반에 짓밟힌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삶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레/ 238쪽/ 8000원)
대우 자살인가, 타살인가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한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은 세계를 향한 이땅의 젊은이들에겐 복음서로 통했다. 일 중독자로 불릴 만큼 세계를 향해 내달리던 그는 지금 어떤 생각에 잠겨 있을까.
이 책은 2001년 ‘한국경제신문’에 연재돼 호응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우패망비사’를 바탕으로 신문 지면에 싣지 못했던 비화(秘話)들과 대우그룹 사장단회의에서의 ‘김우중 육성 녹취록’ 등을 보강해 출간한 것이다.
1999년 10월 베트남 대우자동차 공장 방문을 위해 출국한 이래 김우중 전 회장은 4년째 해외체류중이다. 최근엔 독일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가 장(腸) 협착증 수술을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때 계열사 41개, 국내 종업원 10만5000여 명, 해외법인 396개, 재계순위 2위의 기업군을 이끌었던 그는 현재 인터폴의 적색수배 대상자가 된 처지다.
대우의 몰락은 과연 선단식 경영과 무모한 세계경영의 말로였을까? 아니면 일부 옹호론자들의 주장대로 ‘음모의 덫’에 걸린 결과였을까?(한국경제신문/ 352쪽/ 1만1000원)
김정일의 비밀살상무기공장고청송 지음
1994년 핵 개발을 동결하기로 한 북-미간 제네바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 방식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해온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북한의 핵개발 시인은 세계를 놀라움 속에 빠뜨리고 있다.
탈북작가인 저자는 이런 시점에, 북한의 본질은 변한 것이 없으며 실제 북한의 군사력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책에서 북한에 존재하는 비밀살상무기공장의 실태를 공개하고 있다. 즉 북한 군수산업을 관장하는 제2경제위원회와 산하 8개 총국의 임무와 기능을 비롯, 북한의 병기공장단지가 어디에 있는지, 그곳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병기 개발의 실상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두솔/ 272쪽/ 8500원)
로켓 이야기채연석 지음
저자 채연석 박사(51·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부장)는 지난 9월 과학문화재단이 처음으로 선정한 ‘2002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자 10인’중 한 사람. 그는 엘리트 코스만 밟은 과학자가 아니다.
로켓을 좋아하던 시골 초등학교 학생이 국내 최고의 로켓 권위자가 되기까지, 그는 몇차례 좌절도 경험했다. 고교 재학시절, 로켓을 만드는 동아리활동을 하다 실험 도중 한쪽 고막을 크게 다쳐 청력에 문제가 생겼지만, 로켓에 대한 열정만은 놓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이라 볼 수 있는 고려시대 신기전을 찾아내고, 조선 문종 시대에 만들어진 로켓 발사기인 문종화차를 복원하는 데도 성공한다.
스스로를 ‘과학기술계의 김남일’로 소개하는 그는 이 책에서 로켓의 어원과 역사, 숨은 에피소드 등을 쉽게 풀어 들려준다. 전쟁용 미사일에서부터 구명용 로켓, 기상관측 로켓, 사진촬영 로켓, 광고용 로켓 등 과학자들이 상상하고 제작하고 발사에 실패한, 갖가지 로켓 이야기를 담고 있다.(승산/ 360쪽/ 1만5000원)
청와대는 묘(妙)한 곳이다김제이 지음
조선의 수도 한양(漢陽)은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 등 4산의 울타리 안에 분지형으로 전개돼 있었다. 이 도성(都城) 안에서는 묘지 조성, 벌목, 채석, 경작을 금하여 왕도의 품위를 유지하고 환경을 관리했다. 이런 목적으로 1765년 작성된 지도가 ‘사산금표도(四山禁標圖)’다.
저자의 독특한 시각은 바로 이 그림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한양은 여근(女根) 모양이며, 이곳의 묘(妙)한 곳, 즉 음핵(陰核) 부위에 해당하는 지점에 위치한 것이 북악산이며, 여기의 급소에 자리잡은 것이 청와대라는 이색적인 주장을 편다. 성적 욕망과 행위를 주도하며 절정의 쾌감을 얻게 해주는 묘한 부위가 음핵이며 청와대여서, 바로 이곳이 즐거우면 천하가 몸부림치고 요동친다는 해석에서는 해학마저 엿보인다. 지명(地名)에 대한 한자풀이와 풍수(風水)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발상과 해석들이 자못 흥미롭다.(삶과꿈/ 175쪽/ 1만2000원)
우멍거지 이야기김대식·방명걸 지음
한국은 세계 1위의 포경수술 대국. 한국남성의 90% 이상이 포경수술을 받는다. 그러나 북한·중국·일본 등의 포경수술 비율은 단 1∼2%대에 불과하다.
이 책은 포경수술에 반대해 국제인권상을 수상한 바 있는 서울대 물리학과 김대식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연구센터 방명걸 선임연구원이 ‘관행적’인 포경수술에 관한 한국인의 오해들을 분석한 것이다. ‘포경수술은 어른이 되기 위해 누구나 해야 한다’ ‘포경수술을 하면 부인들의 자궁암 등을 방지한다’ ‘포경수술을 하면 성생활에 좋다’ ‘포경수술은 성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식들의 허구성을 파헤치면서 ‘포경수술 불가론’을 체계적으로 펼쳐보인다.
김교수는 국내 최초의 포경수술 반대 웹사이트(www.pop119.com)도 개설해 포경수술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멍거지’는 병적 상태의 포경을 뜻하는 순우리말.(이슈투데이/ 267쪽/ 9800원)
이눔아, 네가 대통령감이냐?헨리 홍 지음
대통령선거와 대통령후보들을 소재로 한 시사풍자 장편소설. 한 신문기자가 운현궁에서 열린 대통령후보 면접시험장에 잠입, 그 실황을 비밀취재하는 내용으로 전개되는, 일종의 액자소설 형식을 띠고 있다.
면접심사위원으로, 조선조 정치개혁을 주도했던 정암 조광조, 고균 김옥균, 독립운동가인 백범 김구, 벽초 홍명희, 학자로서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매천 황현, 정치인으로는 석파 이하응, 교육자로는 사임당 신씨, 시인으로는 황진이가 등장한다. 이들은 ‘이죽창’ ‘노문현’ ‘정몽축’ 등 세 대통령후보를 면밀히 면접하면서 그들의 장·단점을 지적하고 충고를 해준다. 물론 잘못된 부분은 신랄하게 비판한다.
면접시험이 끝난 뒤 이어진 면접심사위원 간담회는 세 후보에 대한 인물평을 하는 자리에서 나라의 암담한 미래를 한탄하는 자리로 바뀐다. 선현들의 관점을 빌려 후보들의 장·단점을 재조명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부제는 ‘일명: 엿들은 대화’(LMC KOREA/ 276쪽/ 7500원)
백악관 뒷골목의 성자들최상진 지음
적지 않은 수의 미국 사회학자들은 한인(韓人)들이 돈을 벌어 자신들만 상류사회로 진출하려는 ‘제2의 유대인’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러나 알코올·마약중독자와 노숙자들이 득실거리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할렘가엔 그들의 아픈 상처를 싸매고 치유하는 한 젊은 한국인 목사가 있다.
저자 최상진 목사는 1998년 워싱턴 빈민가에 흑인 노숙자들 쉼터인 ‘평화나눔공동체’를 세워 그들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빈민 퇴치 및 평화운동 전문 영자 월간지인 ‘Peace Times’도 발행하는 그가 민족과 피부색의 경계를 뛰어넘어 실천하는 인종화합에 대한 기록이다.(예영커뮤니케이션/ 288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