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호

전립선 질환의 가려진 진실

소변 줄기가 시원치 않다구요? ‘침묵의 암’일 수도 있습니다

  • 글: 정병하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입력2004-10-27 1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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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월, 한국 중년남성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전국 86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98년 1629명이던 전립선암 환자 수가 2002년엔 70% 증가한 2767명에 달한 것. 한국이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전립선암 안전지대라는 믿음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전립선 질환의 가려진 진실

    간편한 검사로도 전립선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몇해 전 미국 아이오와주의 어느 백화점.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들어간 소년 둘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화장실에 변태가 있다!”는 이들의 고함은 즉각 경찰의 귀에 들어갔고, 곧 화장실에 있던 64세의 한 노인이 청소년 성추행 미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런데 몇 개월 뒤, 이 노인은 되레 자신을 체포한 경찰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은 전립선 질환 때문에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요도 마사지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 경찰관들이 자신의 해명은 듣지도 않고 체포함으로써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이유였다.

    백화점에 쇼핑 나온 사람들 앞에서 망신살이 뻗쳤을 노인을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이 밀려온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변태 취급까지 받았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으랴. 전립선 질환에 무지한 시민이나 마사지 등의 임시방편에만 의존하다 성 변태로 오해받은 환자 모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 일화다. 탈은 많은데 말은 없는 전립선 질환, 그에 대한 오해는 어디까지일까.

    여성의 나이가 주름으로 온다면, 남성의 나이는 화장실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그토록 세차던 소변줄기가 나이 든 걸 서러워하듯 방울지는 눈물로 한숨을 쉬기 때문이다. 바로 전립선 비대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립선 비대증은 50대의 50%, 60대의 60%, 70대의 70%가 앓을 만큼 남성의 노화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질병이다.

    하지만 전립선 비대증의 원인은 단순히 노화에만 있지 않다. 일례로 운전직에 종사하는 이들 중엔 비교적 젊은 40대의 나이에도 심각한 배뇨곤란을 겪는 이가 허다하다. 직업 특성상 소변을 참는 습관, 불규칙한 생활이 원인이다.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문제는 전립선 비대증을 앓는 이들이 스스로 ‘전립선 비대증=노화’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병을 숨긴다는 것이다. 젊음을 경쟁력으로 여기는 사회 풍토가 빚어낸 세태라 환자만 탓할 일은 아니지만,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고 민간요법에 매달리다 병을 악화시키는 이들을 보면 야단이라도 쳐서 치료를 권하고 싶은 심정이다.

    어디 전립선 비대증뿐일까. 전립선 질환을 생식기 문제로만 생각하는 오해도 큰 문제다. 전립선염의 경우 환자 대다수는 증상이 나타나면 ‘전립선’이 아닌 ‘성(性)’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혹시 성병?’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병원을 찾을 생각도 못한 채 속이 타들어간다. 어느 날 증상에 맞닥뜨린 환자는 병을 가족에게 숨기고, 지인에게도 숨긴다. 그리고 인터넷과 잡지를 탐독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병원에 와서도 짐짓 딴청만 부리다 슬그머니 사라지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사정이 이러니 국내 전립선염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임상적으로야 비뇨기과 방문 환자의 15∼20%가 전립선염 환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도 성병을 의심하여 병원을 찾은 이가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은 환자들까지 감안한다면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전립선염은 50세 이하 남성에서 흔히 발생하는 전립선 질환이면서, 심하면 성기능이 저하되기도 하니 훗날을 생각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병원을 찾아야 할 일이다.

    한편 전립선암은 방심이 낳은 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육류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서양에서나 걱정할 질환이라는 상식이 현재의 위기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립선암은 일일 지방질 섭취량이 많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미국 등지에서 위험질환으로 인식돼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육류 위주의 서구식 식생활이 일반화된 지 이미 오래다. 서구식 식생활에 따른 비만 위험을 소리 높여 외치면서도 이와 밀접한 것으로 알려진 전립선암에는 소홀했으니 이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한비뇨기과학회의 조사결과 외에도, 2002년 중앙 암 등록사업 보고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1995년 대비 211% 증가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암’으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립선암은 그 치료와 진단에 대한 세인의 오해 때문에 더없이 홀대받고 있다. 진단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결과가 나올 때면 이미 사망한다든가 수술을 받으면 기저귀를 차고 살아야 한다는 등의 속설이 조기검진을 가로막고 치료하는 데 애를 먹인다. 이렇게 잘못된 상식들은 자신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그뿐인가. 잘못된 민간요법에 매달리다 보면 더욱 곤란한 상황들을 만나게도 된다.

    몇 해 전 겨울, 심각한 전립선 비대증으로 배뇨불통을 호소하는 노년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온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오줌보가 찢어질 것 같다’며 소리를 질러댔는데, 척 봐도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요로폐쇄 증상인 듯싶었다. 응급치료를 한 후 전후사정을 살펴보니 감기약을 먹은 게 화근이었다. 감기약 성분 중에는 보통 교감신경 흥분제가 들어 있는데 이것이 전립선 비대증을 순간적으로 악화시켜 요로가 좁아져버린 것이다. 문제는 감기약으로 인해 요로폐쇄가 일어날 정도라면 이미 전립선 비대증이 매우 깊은 지경인데, 그때까지 환자가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환자는 엉뚱하게도 ‘파’ 이야기를 꺼냈다. 귀를 의심하며 “채소인 파를 이야기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아는 사람이 소변이 잘 안 나올 때는 파를 어찌어찌 구워 가루를 내 배꼽에 얹으면 소변이 잘 나온다고 해 몇 번 그렇게 해봤는데, 어떨 때는 잘 나오는 것 같고 어떨 때는 안 나오더라며, 그래도 효험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날 필자는 파 가루 제조법(?)까지 설명하려는 태세의 환자에게 “당신은 지금 단순히 배뇨의 문제가 아니라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후일 주위로부터 들어 알게 된 민간요법 백태에 비하면 그날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떤 환자는 달래술이 좋다고 해 줄창 달래술만 마셨는가 하면, 조기 머리에 박인 돌을 구워 먹으면 전립선 비대증이 낫는다는 말에 뱃속에 들어간 조기값만도 차 한 대 값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선 민간요법이 발달해왔고, 간혹 실제 효험을 봤다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과학적인 근거가 밝혀지지 않은 민간요법이라 해도 미래에는 근거가 밝혀질지도 모르니 민간요법들을 싸잡아 ‘근거 없음’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장애가 부끄러운 질환으로 인식돼 있는 마당에 혼자서 해결해보려 민간요법을 시도하는 환자들을 무조건 탓할 수도 없다. 하지만 병이 병인 줄 모르고 배꼽에 파 가루만 열심히 얹는 등 외려 병의 진행을 간과해 최악의 상황까지 빚은 사례들을 보면 무엇보다 환자 자신이 병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그런데 이런 민간요법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감기에 대한 민간요법이 각국마다 다르듯, 전립선 질환에 대해 서양 사람들도 나름의 처치를 한다. 민간요법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외국에는 명상이 전립선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제법 퍼져 있다. 명상을 통해 불안정한 정서를 다듬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우울한 생각과 걱정을 줄이면 종양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주장이다. 솔깃한 이야기지만, 명심해야 할 점은 이런 노력들이 의사의 정확한 검진과 치료를 받으며 적절한 식이요법을 함께 할 때 비로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증상부터 제대로 알자

    서양인들은 이미 전립선암에 데어 봤기 때문에 함부로 솥뚜껑을 짚지 않는다. 그들은 무턱대고 민간요법에 의지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정확한 분석과 판단에 따라 시도할 만한 방법을 조언받아 적절히 쓰는 것이다.

    전립선 질환에 관한 오해들에 공감한다면 이젠 전립선 질환과 정면으로 마주서야 할 때다. 전립선. 모두들 내놓고 이야기하길 꺼리지만 주위를 한번 살펴보자.

    우리 주위엔 전립선 질환을 훌륭히 극복한 유명인이 얼마든지 있다. 몇 해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일본에서 전립선 비대증 수술을 받아 화제가 됐다. 그 외에도 중국의 덩샤오핑, 미국 대선 후보인 존 케리, 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일본 천황 아키히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등도 전립선 질환과 당당히 싸웠다.

    그런데 이들이 전립선 질환과 투쟁해 승리하기까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짧은 시간에’ 완치돼 사회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정계에서 직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잠깐의 휴가’였다. 전립선암 말기가 되어 생명이 위독한 지경이 아니라면 전립선 질환은 비교적 쉽고 간단한 검진과 치료로 완치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검진과 치료가 쉬운들 무슨 소용인가. 증상을 엉뚱하게 알고 있거나 자가진단을 제대로 못하면 이미 병은 동구밖까지 나가 있을 터.

    전립선 질환의 증상과 관련해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성적인 이상증세’에만 관심을 보이지 말라는 것이다. 전립선 이상으로 병원을 찾은 이 가운데 다수는 ‘스태미너가 약해진 것 같다’ ‘전에 없이 조루·지루 현상이 나타난다’ ‘사정이 시원치 않고 찜찜하다’ ‘정액에 피가 섞여 나와 두렵다’는 이야기로 상담의 포문을 연다. 전립선 질환은 간과한 채 정력에만 관심을 쏟는 것. 하지만 전문의는 이렇게 반문한다. ‘혹시 소변이 시원찮지 않은가’ ‘밤에 자주 화장실에 가지 않는가’ ‘속옷에 소변이 샌 적은 없는가’ ‘과음이나 피로 뒤 소변 색이 이상하지는 않은가’….

    전립선 질환의 가려진 진실

    지난 9월, 전립선암 조기검진 캠페인의 홍보대사인 택시기사들이 캠페인 상징물인 블루리본 프린트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립선은 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제대로 신경쓰지 않으면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 기관이다. 몸의 주인이 생식기에만 온통 신경을 쏟을 때 전립선은 저 홀로 앓다가 생식기마저 파경에 이르게 할 수도 있으니 성적인 이상증세는 물론 평소 소변 습관에도 일일이 관심을 쏟는 게 필요하다. 그러자면 전립선 질환의 증상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게 좋다.

    전립선 비대증 : 요도를 둘러싼 전립선이 커지면서 소변을 보기 힘들어지는 질환. 초기엔 소변줄기가 가늘어진다. 소변을 보는 중 의지와 상관없이 뚝 끊기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한 듯한 찜찜한, 여전히 몸속에 뇨가 남아 있는 듯한 기분도 떨칠 수 없다. 전에 없이 소변이 자주 마렵고, 밤에도 요의 때문에 잠을 설친다. 이런 증세가 반복되면 어딜 가더라도 화장실을 찾게 되고, 밤잠이 불편해져 짜증이 솟구친다.

    이 정도가 됐는데도 혼자만 앓는다면, 요도가 거의 막혀 방광벽이 두꺼워지기 시작한다. 그 결과는 무시무시하다. 방광이 제 기능을 잃거나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해 신장기능마저 손상된다. 잔뇨가 방광에 있으면 방광에 돌이 생기는 방광결석의 확률도 높아진다.

    전립선염 :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은 일반적으로 요도의 세균이 전립선으로 침투해 생기는 병으로 갑작스런 고열과 오한, 배뇨시 통증 등이 나타난다. 대부분 중증의 전립선 비대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많이 발생하고 위급한 경우엔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직업적으로나 일반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전립선염은 만성 전립선염이다. 비세균성 전립선염으로 볼 수 있는데, 택시기사처럼 오랜 시간 소변을 참으며 앉아 있어야 하는 사람에게 특히 많이 생긴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과로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도 발병한다. 이는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전립선이 압박을 받아 피가 잘 통하지 않게 되고, 또 요도 내 압력이 높아져 소변이 전립선으로 역류하면서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전립선암 : 전립선암의 경우 암세포가 커져 요도를 막게 되면 전립선 비대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서로 전혀 다른 병이다. 흔히 전립선 비대증이 심해져 전립선암으로 변할까봐 고민하는 사람이 많지만, 전립선암은 독자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전립선 비대증과는 관계가 없다. 전립선암은 초기에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정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암세포가 너무 커져 있거나,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 자각증상이 없어서 다른 조직으로 전이됐을 때 많이 발견되는데, 특히 뼈로 전이돼 관절염이나 어깨결림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단계에선 환자의 고통이 심할 뿐 아니라 치료율도 매우 낮다.

    선진국 못지않은 국내 검진 수준

    증상을 알았다면 병원에 가야 할지, 간다면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를 결정할 차례. 이 단계에서는 국내 의료기술에 의구심을 품거나 아무도 모르는 외국으로 떠나서 병을 알아보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진단 및 치료기술에 앞서 전문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선진 외국병원이라도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100% 만족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국내 진단기기 및 치료기술은 전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일부 전립선 질환은 아주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결과를 빨리 알 수 있으니 굳이 비행기 삯을 들일 이유는 없겠다.

    전립선 비대증의 경우는 기기를 이용한 검진법에 앞서 국제적으로 공인된 전립선 비대 자가검진표를 참고하는 게 순서다. 다음 쪽 표부터 살펴보자.

    각 항목을 체크해보고 점수를 합산하여 7점 이하면 정상적인 상태다. 다만 언제든 증상이 시작될 수 있으니 1년에 1번씩 지속적으로 관찰하도록 한다. 8점이 넘으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병원을 찾으면 경직장 초음파검사로 전립선 비대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8∼19점은 중등도, 20∼35점은 중증으로 보는데 이때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편 전립선염은 증상이 매우 다양해 자가진단에 의존해선 안 되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상담결과 하복부 통증이나 생식기의 통증, 배뇨시 고통이 있을 때는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환(전립선 비대증, 전립선암, 요로감염, 방광결석, 방광암 등)과 비교해 검사한다. 주로 소변 검사, 전립선 분비액 검사를 하며 때에 따라선 정액검사를 통해 세균과 염증의 유무를 확인하여 전립선염을 분류하고 치료한다.

    최근엔 전립선염을 빠르고 정확하게 검진하는 PCR-sequencing 검사(유전자증폭염기서열검사, 이하 유전자검사)가 시도되고 있다. 이 검사법은 세균에 공통적인 유전자 부위를 수억 배로 증폭한 다음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세균의 종류를 밝히는 방법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굉장히 어려운 검사 같지만, 환자는 소변만 제출하면 되므로 어려울 것이 없다.

    학계에서는 이 방법이 기존 검사로는 알 수 없었던 전립선염의 새로운 원인균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아직 활성화된 것은 아니지만 곧 대학병원 위주로 보급될 전망이다.

    전립선암의 검진은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 전립선을 직접 만져보는 직장수지검사와 혈청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기본으로 한다. PSA 검사는 암세포 때문에 늘어나는 단백질 성분의 양을 알아보아 암의 유무와 진행 정도를 체크하는 방법으로, 혈액을 통해 검사한다. 이때 이상소견이 발견되면 조직검사 등을 통해 확진하게 된다. 요즘 대부분의 종합검진에 PSA 검진이 들어가 있어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 검진법은 굳이 대형병원이 아니라 가까운 비뇨기과를 찾아도 1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

    전립선암 확진을 위해서는 초음파 유도하에 조직 생검을 시행한다. 전립선암의 경우 50세 이상에서는 1년에 1번 정도의 검사가 바람직하다. 다만 가족 중에서 전립선암 환자가 있는 경우라면 40세 이후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취월장하는 치료법

    전립선 질환은 검진법뿐 아니라 치료법의 발전속도도 의사조차 놀랄 정도로 빠르다. 점점 간편해지고, 치료결과도 만족스러우니 이대로라면 전립선 때문에 우는 남자는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를 일이다.

    평생을 아래춤 움켜쥐고 쩔쩔매게 만드는 전립선 비대증은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약물, 요도의 압력과 긴장을 낮춰주는 약물이 주로 사용된다. 약 투여를 중단하면 전립선 비대 증상이 다시 시작되긴 하지만 꾸준히 치료받으면 그 확률도 낮아지니 실망할 게 없다.

    증상이 심각하다면 수술로 비대해진 전립선을 절제해야 하지만, 외과적 수술의 경우 마취가 필요하고 요실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다행히 최근 내시경을 이용해 배를 열지 않고 요도 내시경을 통해 수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외에도 온열치료, 레이저치료, 침소작술(TUNA), 알코올주사요법 등의 ‘최소침습치료법’이 많이 개발됐다.

    전립선염 역시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일단 세균 및 염증의 유무에 관계없이 4∼12주간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비세균성이라 하여 균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특수한 전립선 구조상 약물이 쉽게 침투하지 않아 장기간 투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필요에 따라 항생제를 재투여하거나 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 등을 써볼 수 있다. 배뇨통증의 완화를 위해 알파차단제와 항콜린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고질적인 경우 온열치료, 레이저치료, 침소작술을 시도할 수도 있다.



    전립선 질환의 가려진 진실

    전립선 강화에 효과적인 골반체조 동작들.

    중요한 것은 전립선염을 치료한다고 이른바 ‘의료쇼핑’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이다. 전립선염의 경우 다양한 세균이 발생원인이 될 수 있는데, 각각의 세균에 따라 적절한 치료항생제가 다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원인균도 있어 환자에 맞는 항생제를 찾아내는 데는 불가피하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즉 이 동안에는 고정된 주치의를 두고, 꾸준히 치료경과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적절한 약을 찾아야 하는데 그 새를 참지 못하고 병원을 옮기면 모든 것은 출발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고통스러운 것은 환자 자신임을 명심하자.

    전립선 질환 중에서도 환자들이 가장 공포스럽게 느끼는 것은 단연 전립선암이다. 증상이 나타날 때면 이미 처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검진의 중요성이 그 어느 질환보다 강조되는데, 다행히 병의 진행단계와 환자의 나이에 맞는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다. 조기발견만 한다면 생존율이 높을 뿐더러 완치에 가까운 치료가 가능하다. 진단 당시 암 세포가 다른 조직으로 퍼지지 않았다면 10년 생존율이 80% 이상이다. 이쯤이면 전립선암에 걸렸다 해도 암보다는 노령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치료방법으로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대표적이다. 과거엔 전립선 적출술을 받은 환자에게 발기부전과 요실금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수술방법의 개선과 약물요법 병행 등으로 부작용이 많이 개선됐다.

    한편 암이 전립선에 국한되지 않고 뼈, 폐, 간 등 다른 장기로 퍼지기 시작하면 호르몬 치료가 병행된다. 전립선암의 성장은 남성호르몬에 자극받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과거에는 불가피하게 고환을 떼내는 수술을 해야 했다. 그 결과 여성처럼 가슴이 불룩해지거나(여성형 유방증) 발기부전, 안면홍조 등 삶의 질을 해치는 심각한 부작용이 많이 생겼지만 생명 보전을 위해서는 다른 선택을 할 도리가 없었다. 다행히 최근엔 약물기술의 발달로 발기부전, 여성형 유방 등 부작용을 개선한 항안드로겐 제제 등 남성호르몬 차단제가 개발돼 고환을 절제하지 않고도 전립선암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이 생겼다.

    전립선암 치료에 있어 약제를 이용한 방법은 약제 자체뿐 아니라 사용방법에 대한 연구도 계속돼 삶의 질과 생명연장 모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전망이다.

    과거, 병에 걸려 눈앞이 캄캄해지면 사람들은 ‘왜 나만!’이라는 생각에 절규했다. 하지만 당뇨병이나 동맥경화, 뇌졸중과 같은 생활습관병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현대에는 ‘혹시 나도?’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이가 생활 속에서 병을 접하고, 병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전립선 질환도 마찬가지다. 노화나 유전 등 특수상황을 탓하기엔 생활습관적인 요소가 클 뿐더러 이미 수많은 남성이 고통받고 있다. 병을 인정하고 맞서기 위해서는 ‘그래 한번 맞서보자’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지 않는가. 생활 속에서 예방책을 찾는 게 전투의 시작이다.

    전립선 질환도 생활습관병

    가장 좋은 전략은 자식에게 일찍 자라고 윽박지르기보다 자신이 먼저 잠자리에 들어 원기를 회복하는 것. 수면시간이 불규칙하면 피로가 쌓여 면역력이 바닥을 기게 된다. 적어도 밤 11시부터는 숙면을 취한다. 혈액에 면역력을 키워주는 글로불린 성분이 몸속에서 분비돼 전립선 질환이 침투하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운동은 빼놓을 수 없는 감초다. 굳이 헬스장 찾을 필요 없이 매일 30분 이상 빠른 속도로 걷는 것도 훌륭하다. 적극적인 성격이라면 전립선 강화에 효과적인 골반체조도 해주자. 모 방송에서 방영한 개그프로에서 ‘똥꼬 힘!’이라 외치며 엉덩이에 바짝 힘을 주는 개그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골반근육 강화에는 이만한 게 없다. 운전할 때나 걸어갈 때, 혹은 심심할 때도 항문을 조이는 습관을 기르자.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서양인들이 전립선 질환 치료에 명상을 보조요법으로 택한 것처럼 가급적이면 평소에도 명상, 요가 등으로 심신을 안정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정해두는 것도 좋다.

    전립선 질환별로 가족력이 있다면, 특정 전립선 질환에 대한 예방법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사실 전립선 비대증은 노화로 인한 호르몬 체계의 불안정으로 전립선 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해 나타나는 질환이라 예방할 묘안은 없다. 다만 아침저녁 20분씩 ‘온수 좌욕’을 하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운전기사나 사무직 종사자들은 오래 앉아 있는 탓에 전립선 부위에 압박이 심하다. 이는 전립선 부위의 혈류량을 떨어뜨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1∼2시간마다 반드시 일어나 걸을 것을 권장한다.

    오후 7시 이후엔 음료수 섭취를 줄여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는 게 좋다. 전립선 비대증 유무와 상관없이 좋은 습관이다. 특히 커피같이 카페인이 든 음료는 손대지 말자. 이뇨작용 때문에 잠자리가 더 괴로워진다. 술은 두말할 것도 없다. 소변을 볼 때 중간중간 끊어주는 것도 전립선 강화에 효과적이다. 배뇨 후 방울지는 소변은 힘을 줘 배출하기보다 요도 전체를 눌러서 짜내는 습관을 들이자. 부끄러워할 건 없다.

    전립선염은 면역력이 저하될 때마다 재발하는 만큼, 컨디션 관리가 절실한 질환이다. 과도한 스트레스, 과로를 피하도록 한다. 술 담배는 물론이고 커피, 맵고 짠 음식 같은 자극적인 음식도 좋지 않다. 규칙적인 온수좌욕은 증상 완화 및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미 전립선염에 걸렸다면 치료와 함께 주 2회 정도 부부생활로 전립선액의 배출을 도와주고, 주 2∼3회 병원을 방문해 전립선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다. 또한 회음부 근육을 이완시키는 운동과 찜질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립선을 압박하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전립선암은 유전 못지않게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식생활을 개선하면 전립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가급적 지방식은 피하고 섬유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도록 한다. 콩류, 녹차, 붉은색 와인, 토마토의 리코펜(lycopene) 등이 전립선암 예방과 진행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셀레늄과 비타민E는 세포손상을 방지해 전립선암을 예방한다. 셀레늄은 쌀, 곡물, 해산물, 고기, 땅콩에 많이 함유돼 있으며, 비타민E는 채소와 채소로 만든 오일, 달걀을 통해 쉽게 섭취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복잡하고 귀찮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적어도, 대한비뇨기과학회에서 지난해 ‘전립선의 날’을 맞아 발표한 ‘전립선 건강을 위한 10가지 생활수칙’만이라도 지키자. 이 항목들만 제대로 실천해도 전립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전립선 건강을 위한 10대 수칙(대한비뇨기과학회)

    - 소변을 지나치게 참지 말자- 더운물에 좌욕을 자주 하자- 과도한 음주, 피로를 피하자- 건전하고 적절한 성생활을 하자- 배뇨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는 약물 복용은 조심해서 하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자. 일주일에 5번, 하루에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자- 과일 채소 곡물류를 충분히 섭취하자. 과일고 야채엔 남성로르몬 억제 물질이 많다.- 지방고 칼로리를 제한하자- 배뇨장애가 발생하거나 혈뇨가 생기면 의사와 상담하자- 50세부터 가급적 해마다 전립선 검사를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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