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은 한국인의 사망원인 4위. 암, 뇌졸중, 심장병 다음이지만 합병증을 포함하면 당뇨병은 으뜸가는 사망원인이다. 발병률도 높아만간다. 그런데도 당뇨병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크게 부족한 형편. 국내 최고의 당뇨병 치료 권위자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허갑범 박사로부터 ‘당뇨병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한국인의 당뇨병 정복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b>許甲範</b><br>●1937년 경기 안성 출생<br>●연세대 의대 졸업, 동 대학원 박사, 프랑스 몽펠리에 의대 당뇨병센터 연수<br>●1984∼2002년 연세대 의대 교수<br>●1992∼96년 대한당뇨병학회 회장<br>●1998∼2002년 김대중 대통령 주치의<br>●2001∼04년 대한성인병예방협회 회장<br>●現 허내과 원장<br>●저서 : ‘당뇨병 정복할 수 있다’ 등
당뇨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대한 교육과 환자별 맞춤형 치료다. 다시 말하면, 당뇨병 치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전문의에게서 올바른 조언을 듣고 모든 지시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일찍이 독일의 당뇨병 전문가 콘라트 로렌츠 박사는 가르치는 이(의사, 간호사, 영양사)와 배우는 이(환자) 사이에 발생하는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말했다고 듣는 것이 아니요, 들었다고 모두 이해하는 것이 아니며, 이해하고 공감했다 해서 반드시 실천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실천에 옮겼다고 해서 계속 실행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이다.”
이 명언은 특히 우리나라 현실상황에서 당뇨병 환자들이 깊이 음미해야 할 훌륭한 교훈이라 생각한다.
당뇨병은 흔히 자각증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 증상이 경미한 제2형(인슐린 비의존형)이 대부분이다. 드물긴 하지만 제1형(인슐린 의존형)과 1.5형(인슐린 요구형)도 있다.
그렇다면 증상이 별로 없는 당뇨병 환자를 ‘어떻게 조기에 발견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왜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 필요할 것이다. 그 답을 찾으려면 당뇨병의 무서운 합병증(망막증, 신병증, 신경병증)과 병발증(고혈압, 심장병, 중풍)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아야 한다. 더불어 당뇨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설사 걸리더라도 정상인과 다르지 않은 건강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요령(당뇨병의 정복)은 무엇인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지난 30여년간 수많은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과 다각도의 당뇨병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인 당뇨병의 특성을 밝히려고 노력했다.
한국인 당뇨병의 특성을 서구인 당뇨병과 비교해보면, 첫째 전신성 비만은 적지만 복부비만인 환자가 많고, 둘째 서구인 당뇨병은 1형과 2형 당뇨병으로 쉽게 분류되지만 한국인에서는 1.5형(중간형) 당뇨병이 많으며, 셋째 한국인의 중·장년층은 아직도 밥(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사망자 24만6000명의 사망원인을 분석한 통계청 자료를 보면 각종 암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그 다음이 뇌졸중(중풍)과 심장병이고, 4위가 바로 당뇨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당뇨병의 사망률은 7위였으나 최근 들어 당뇨 사망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명, 신부전증, 하지절단의 원인으로 꼽힌 것 가운데 당뇨병이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만큼 당뇨병성 합병증은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무서운 합병증도 당뇨병을 조기발견해 적절히 관리하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무엇이 당뇨병인가
국민 10명 중 1명이 당뇨병
최근 들어 당뇨병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1970년대 30만명 가량이던 국내 당뇨병 환자는 2004년 현재 전체 인구의 약 10%인 400만여명으로까지 늘어났다. 그럼에도 당뇨병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전체 환자 가운데 제대로 치료받는 환자는 10% 선인 40만명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00년 국민 건강영양 조사 보고서에서 30대 이상의 13.6%가 당뇨병 환자로 나타났으며, 어린이와 20대에서도 당뇨병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사망자 수는 1990년 10만명당 11.8명이었으나 2000년엔 22.6명으로 10년 새에 갑절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는 직접사인만을 따진 것이다. 심혈관 합병증에 따른 사망자까지 포함하면 당뇨병 사망자는 10만명당 80명 꼴이다.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교통사고 등의 사인(死因)을 누르고 사망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처럼 당뇨병이 급증한 것은 1980년대 이후 생활양식의 급격한 변화, 그중에서도 식생활습관이 서구화되고 운동량 부족으로 과체중 및 복부비만 환자가 늘어난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은 30대에 접어들면서 올챙이 모양의 배불뚝이 체형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회식이나 업무상 접대 등 음주가 잦은 데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흡연이 느는 대신 운동량은 줄어든다. 이런 생활습관이 복부비만과 지방간의 원인이 된다. 복강내 지방세포는 지방질을 축적하고 분해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복부가 쉽게 불어날 뿐더러, 지방질이 혈액 속으로 잘 녹아들어가 혈중 지방산의 수치를 올린다.
당뇨병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복부비만이다.
혈액 속 포도당이 높은 병
당뇨병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혈액 중의 포도당(혈당)이 높고 소변에서 당이 나오는 병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장에서 포도당으로 변해 혈액으로 들어간 뒤 세포로 흡수되어 에너지로 바뀌는데, 포도당이 세포 내로 잘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축적(고혈당)되어 소변에 당분이 넘쳐 나오는 상태를 뇨당이라고 한다. 당뇨병은 고혈당과 뇨당은 공통점이지만 한 가지 질환이 아니라 여러 원인에 의한 질환군이라고 볼 수 있다.
혈액 속에는 일정량의 포도당이 섞여 있는데, 건강한 사람은 공복시 혈액 100ml에 100mg(100mg/dl) 내외의 포도당이 들어 있다. 이 정도가 정상 농도다.
그렇다면 혈당치는 어떻게 항상 정상범위로 유지되는 걸까. 바로 췌장의 랑게르한스섬(발견자의 이름)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란 호르몬 때문이다. 인슐린은 포도당의 산화 및 지방으로의 전화 등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그런 인슐린의 분비가 감소하거나 그 작용이 약해지면(인슐린 저항성) 혈중 포도당이 이용되지 않아 혈당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요약하면, 당뇨병이란 인슐린의 분비나 그 작용이 감소해 혈당이 올라가 혈액이 끈끈해지고, 끈끈해진 혈액을 묽게 하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므로 포도당이 소변으로 넘쳐 나오는 병이다. 포도당이 세포 내로 잘 흡수되지 않고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므로 아무리 많이 먹어도 계속 배가 고파진다.
당뇨병을 제때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몸 안의 여러 장기에서 합병증이 일어난다. 당뇨병성 신경장애, 망막증, 신병증의 3대 합병증을 일으키고,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켜 뇌졸중(중풍)과 심장병(협심증, 심근경색증)으로 일찍 사망하게 된다.
‘소갈’이란 이름의 한국 당뇨병 역사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의 기록은 13세기 중엽에 처음 나타난다. 고려 고종 때 발간된 ‘향약구급방’에 ‘소갈(消渴)’이라고 기술돼 있고, 1493년 조선조 세종때 완성된 ‘향약집서방’에는 ‘소변이 달다’는 사실이 기술돼 있다. 1613년 광해군 5년에 완성된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소갈증과 합병증에 대한 기록이 자세히 나와 있으며 이 병에는 당질섭취 제한과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에서 당뇨병은 1960년대만 해도 매우 드문 병으로 의료인들조차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당뇨병 환자가 많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해가 거듭되면서 급격히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968년엔 당뇨병의 연구, 관리 및 계몽을 추진하고 외국학회와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대한당뇨병학회가 창립되기에 이르렀다. 그후 매년 춘·추계 학술대회를 개최해 당뇨병의 기초 및 임상의학 발전에 기여해왔으며, 1981년부터 한·일 당뇨병 심포지엄을 개최해 2년마다 양국간 연구결과를 나누는 등 당뇨병학 발전과 친선을 꾀하고 있다.
당뇨병은 3가지로 나뉜다
짧은 기간에 식생활 등 생활습관이 급속히 변한 우리나라는 인슐린의 작용이 약하거나 분비가 부족하여 발병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많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80∼90%가 제2형이다.
1970년대까지는 당뇨병을 인슐린 의존형, 인슐린 비의존형 및 이차성 당뇨병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1985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당뇨병 전문위원회에서 인슐린 요구형(영양실조형) 당뇨병을 추가했다. 인슐린 의존형과 인슐린 요구형 당뇨병의 차이는 생명유지를 위해 반드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으면 당뇨병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더 진행되면 급성 당뇨병성 혼수(케톤산혈증)에 빠져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1.5형 당뇨병은 혈당조절에 인슐린이 필요하나(인슐린 요구형)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아도 생명의 위협을 받지는 않는다. 2형 당뇨병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인슐린이 필요하지 않다.
당뇨병을 적절히 조절하고 신경병증을 조기발견하여 치료하면 신경의 손상을 예방하거나 억제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손상이 진행된 뒤엔 회복이 어렵다. 신경계 손상을 억제하려면 음주를 하지 말고 종합 비타민을 포함한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해야 한다.
4. 심혈관계 합병증
죽상동맥경화증이란 동맥벽 안쪽에 지질(특히 콜레스테롤)이 쌓여 나타나는 혈관병의 일종이다. 혈관 내강이 좁아지면서 피의 공급이 감소되고 혈전(핏덩이)이 생긴다. 이 질환은 뇌동맥, 관상동맥, 신동맥 및 하지동맥을 침범해 각기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제2형 당뇨병 환자의 70∼80%가 죽상동맥경화성 관상동맥 심장질환으로 사망한다.
서양의 통계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비당뇨인에 비해 죽상동맥경화증 발생률이 2∼4배 높고, 40대 이후 당뇨병 환자에서는 고혈압이 40∼50%나 발견된다. 또 고혈압이나 심장병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서 당뇨병이 발견되는 확률은 다른 경우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한 3423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를 보면, 고혈압을 동반한 환자가 53%였으며 이상지혈증을 가진 환자는 무려 62%였다. 또한 경동맥의 내중막 두께가 정상치를 넘은 경우가 57%로 나타났고, 경동맥에 죽상종을 갖고 있는 환자는 22%였다. 또한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의 과거력을 가진 당뇨병 환자가 17%였으며, 일과성뇌허혈증과 중풍의 과거력을 가진 환자도 21%였다.
학자들은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생활습관병인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및 동맥경화증은 발생기전에서 공통점이 발견되는 대사증후군이라고 주장한다. 이 이론의 요점은 생활습관병을 내분비 대사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으로 유전, 과식, 운동부족에 의한 비만증(복부비만), 노화, 음주, 스트레스 등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 혈당을 상승시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고인슐린혈증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고인슐린혈증은 신장에서 나트륨의 재흡수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체내 나트륨과 수분이 과잉축적돼 혈액량을 증가시키고, 교감신경을 자극함으로써 혈관수축을 일으켜 혈압을 상승(고혈압)시킨다. 또한 고인슐린혈증은 간장에서 중성지방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죽상동맥경화증을 억제하는 고비중 지단백 콜레스테롤 농도를 감소(이상지혈증)시킨다. 이와 같은 일련의 변화는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들이다.
관상동맥의 죽상경화증은 허혈성 심질환과 부정맥 또는 심부전증을 유발하여 생명을 단축시키거나 생활의 질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항상 혈당조절 못지않게 죽상동맥경화증의 위험요소인 고혈압, 이상지혈증, 흡연, 복부비만 등을 경계하고 관리해야 한다.
허혈성 심장질환이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에 동맥경화증이 발생하여 심장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심장병으로 흔히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을 말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심근경색증이 발병하면 3명 중 1명은 돌연사(발작 후 1시간 내 사망)한다.
한국인에서는 관상동맥질환 못지않게 뇌동맥경화증도 많이 발생한다. 중풍(뇌혈전증)으로 의식장애나 반신불수가 되는 경우도 당뇨병 환자에게서 많다. 따라서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고혈압을 동반한 경우 머리가 무겁거나 어지럼증, 수족마비 등이 발생하면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도 주의하여 빨리 의사의 진찰을 받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5. 당뇨병성 족부질환
당뇨병 환자의 발이 헐거나(궤양) 썩어(괴사) 발가락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당뇨병성 족부질환이라고 하는데, 하지 말초혈관 질환으로 혈류가 감소하고 신경병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족부질환은 당뇨병을 15년 이상 앓은 환자에게서 발생하기 쉽다.
족부질환이 발생하면 발이 헐고 염증이 생기며 염증 부위에서 고름이 나와 악취도 풍긴다. 통증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것이 악화되면 당뇨병 환자는 감염증이 족부 위로 파급되고 패혈증을 불러와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태에 빠진다.
발가락 국소 빈혈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족부궤양(왼쪽)과 당뇨병성 괴사가 진행중인 상태.
당뇨병으로 인한 족부괴저를 예방하려면, 우선 흡연자는 담배를 끊어야 한다. 매일 따뜻한 물로 발을 씻고, 발톱을 자주 깎으며, 가능한 두꺼운 양말을 신고, 발이 꽉 끼는 신발은 신지 말아야 한다. 또 발에 물집이 생기거나 작은 상처가 나면 즉시 병원에서 치료하여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런 족부질환은 한번 발생하면 치료해도 잘 낫지 않아 발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당뇨병 환자는 발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체크포인트(당뇨병 환자의 발 관리)
① 맨발로 걷지 않는다.② 발에 맞는 넉넉한 신발을 신는다.③ 양말도 발에 맞는 두꺼운 것을 신는다.④ 발목 고무줄이 당기는 양말은 신지 않는다.⑤ 발톱을 자주 깎는다.⑥ 옥도정기(요오드팅크) 같은 강력한 살균제는 바르지 않는다.⑦ 자주 발을 살펴보고 상처나 굳은살이 없는지 관찰한다.⑧ 뜨거운 물이나 난로에 데지 않도록 한다.⑨ 티눈이나 가벼운 찰과상도 가볍게 치료하지 말라.⑩ 가급적이면 당뇨 신발이나 편한 운동화를 신도록 한다.
6. 당뇨병과 성기능 장애
임포텐스라고 하면, 당뇨병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당뇨병과 성기능 장애는 관계가 깊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라고 해서 누구나 임포텐스가 되는 건 아니다. 대개 당뇨병 환자의 50∼60%에서 성기능 장애(발기불능)가 발견된다.
당뇨병과 성기능 장애의 관련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당뇨병이 악화되면 성선호르몬이 감소해 성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둘째, 당뇨병이 오래 진행되면 자율신경에 병변을 일으켜 발기부전이 된다. 셋째, 성기에 분포된 동맥의 병변으로 혈류공급이 감소한다. 넷째, 정신적 요인이나 혈압강하제 등의 약제가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이상의 여러 원인 중에서 자율신경병증에 의한 것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환자에 따라 그 원인이 다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원인을 찾아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 환자의 성기능 장애는 발생한 지 1년 미만이면 대부분 회복이 가능하다. 우선 당뇨병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식사와 운동요법을 병행하고, 필요하면 약물을 사용하며, 충분한 영양공급으로 신체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엔 발기부전에 효과적인 비아그라, 레비트라, 씨알리스 등이 개발되어 당뇨병 환자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 당뇨병의 예방
표준체중 유지가 가장 중요
당뇨병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키에 맞는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당뇨병의 첫째 원인인 비만 체형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표준체중 계산법(자신의 키에서 100을 뺀 수치에서 0.9를 곱한 수치)은 경우에 따라 맞지 않는 수가 많다. 이보다는 특별히 비만이나 발육부전이 아닌 정상인의 경우 성장이 끝난 20대 초반의 체중을 표준체중으로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40대 이상에서는 체중은 정상이면서 복부비만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섭취한 음식의 열량과 하루 소모 열량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필요한 열량만큼 먹는 것이 중요하며, 여러 종류의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당뇨병 예방에 필수다. 수영, 테니스 등과 같은 특정종목뿐 아니라 출퇴근길에 걷는 것, 사무실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 가사노동 등 신체를 움직이는 모든 행동이 포함된다.
운동은 섭취한 열량을 소모하고 근육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신진대사를 활성화하여 포도당의 이용능력을 증강시킨다는 점에서 당뇨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이나 과다한 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노인들은 운동중 부상을 입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식사와 운동 이외에 정기적인 검진으로 당뇨병을 조기발견해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 당뇨병의 치료
식사·운동·약물 요법을 함께하라
당뇨병은 초기에 발견하여 잘 관리하면 치료가 되나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되면 치유가 어렵다. 당뇨병 치료의 중점은 완치보다는 환자가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비만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함께 관리해 정상생활을 하도록 돕는 데 있다.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하므로 환자가 노력하지 않으면 치료하기 어렵다.
당뇨병은 일단 합병증이 발생하면 초기를 제외하고는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따라서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당뇨병 치료의 주요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고혈당의 원인을 파악해 그에 맞는 치료(맞춤형 치료)로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구체적 방법으로 식사요법, 운동요법, 약물요법이 있다. 이것을 함께 시행할 때 만족할 만한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당뇨병 환자는 흔히 비만증(복부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증상을 함께 치료하는 것이 혈당조절 못지않게 중요하다.
●체크포인트(치료 효과와 대사 관리 측정에 이용되는 생화학적 지표)(1) 당화단백질① 당화혈색소(HbA1c)② 프록토사민(fructosamine)(2) 혈중지질농도① 총 콜레스테롤② 중성지방(triglyceride)③ HDL 콜레스테롤
환자의 마음가짐
당뇨병 환자가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려면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와 그 가족이 당뇨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갖고 관리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고, 음식물에 든 영양소를 위장에서 소화 흡수하며, 이들은 그대로 또는 간장에서 변화하여 몸의 모든 곳에 운반, 이용된다. 세포에서는 영양분으로 저장되거나 세포가 만들어내는 것의 원료가 되거나 또는 에너지로 사용된다.
이런 대사과정은 신경이나 호르몬(특히 인슐린)의 적절한 조절에 따라 운영되므로 건강한 사람에서는 일정한 질서에 따라 기능을 발휘하지만, 당뇨병 환자에서는 인슐린의 작용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대사적 이상이 생긴다.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은 이와 같은 대사 장애를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인슐린의 분비가 심하게 줄어든 제1형 당뇨병은 물론이거니와 그 기능이 감퇴된 제2형 또는 1.5형 당뇨병도 완벽하게 치료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도 당뇨병을 난치병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실망할 건 없다. 식사를 제한한다든지, 적당한 운동을 한다든지, 필요에 따라 내복약이나 인슐린을 투여해 당대사 장애를 적절하게 교정하면 당뇨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과 별다른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건강장수를 누릴 수도 있다.
당뇨병의 대사 장애를 그대로 방치하면 노화도 빨리 오고, 몸이 쇠약해지면서 활동력도 떨어져 매사에 의욕을 잃는다. 이 상태가 장기간 경과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해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수명을 단축한다. 당뇨병 환자는 흔히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상지혈증)이 병발된다. 이 병들이 오래가면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또 다리의 동맥이 폐쇄돼 혈액순환이 막히면 발이 썩는 괴저가 발생한다. 당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고 10년 이상 경과하면 신경병증을 유발하여 고생하는 경우가 40∼50%에 이르고, 세소혈관장애로 인한 망막증으로 실명하거나 신장병으로 단백뇨, 부종이 생기고 더 진행되면 요독증이 합병되어 생명을 위협 받는다.
이상과 같이 당뇨병성 합병증이 여러 가지로 환자를 괴롭히고,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뇨병의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당뇨병 치료에 대한 환자의 마음가짐으로 다음의 3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①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환자들은 당뇨병을 불치의 병으로 생각하고 치료를 포기하고 방치하는데 이는 큰 잘못이다. 치료를 소홀히 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겨 수명이 단축된다.
② 당뇨병이 잘 조절되면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진다. 그때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있는데 이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③ 당뇨병은 여러 원인으로 자기도 모르게 악화되는 수가 있고 합병증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진행된다. 그러므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 검사로 합병증을 조기 발견해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의 치료원칙은 병형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제1형 당뇨병 치료는 인슐린 투여가 필수적이나, 대다수 환자에서 인슐린만으로 혈당조절이 잘 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한편 제2형 당뇨병 환자는 과반수 이상이 체중과다이거나 복부비만이므로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이 반드시 요구된다. 이를 1∼2개월 동안 철저히 시행해도 혈당조절이 잘 안 될 때에는 경구 혈당강하제나 드물게 인슐린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또 1.5형 당뇨병 환자는 체중이 적게 나가고 영양상태가 불량하며 혈당치도 중등도 이상(공복혈당 200mg/dl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인슐린 투여와 동시에 단백질을 포함한 영양공급을 충분히 하여 체중을 정상 범위로 높여야 한다.
운동요법의 효과
당뇨병 환자에겐 걷기운동이 적합하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검사를 받아 운동이 오히려 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 혈당이 너무 높은 사람(공복혈당 250mg/dl)은 운동만으로 혈당을 정상화시킬 수 없고, 식사요법이나 약물요법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제2형 당뇨병의 치료에 있어 운동요법은 식사요법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식사요법에 대해서는 당뇨병 환자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나, 운동요법의 중요성은 별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알고 있는 환자는 드문 실정이다.
운동요법을 식사요법과 병행하면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체중조절에 매우 효과적이다. 그리고 계속적인 운동은 말초조직(근육)의 순환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인슐린의 작용을 향상시켜 혈당치를 낮춘다. 또 규칙적인 운동은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동반되는 지질대사 장애를 교정하고, 혈청 인슐린 농도를 낮게 해주어 고혈압을 완화시킨다. 그 결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주 사망원인인 죽상동맥경화증(심장병, 중풍)의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편 운동요법은 혈소판의 기능에도 영향을 주어 혈전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 외에 운동요법은 현대인의 복잡한 사회생활에서 누적되기 쉬운 스트레스의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당뇨병 조절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운동은 없다. 일정한 운동을 매일 반복함으로써 보람을 느껴야 한다.
운동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종류의 운동을 해야 하는데, 첫째는 근력과 지구력을 높여주는 근육운동인 각종 맨손체조와 철봉 등의 기계체조가 있다. 둘째는 전신 지구력을 향상시켜주는 걷기, 달리기, 수영 등과 같은 유산소운동이 있다.
운동요법은 각자의 건강상태와 취향에 따라 하되, 정적인 운동과 동적인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운동시간은 가급적이면 식후 30분에 시작해 30분 내지 1시간씩이 적당하다. 운동의 종류에 따른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을 보면 산책 240㎉, 골프 300㎉, 테니스 420㎉, 자전거 타기 450㎉, 수영 720㎉, 등산 780㎉다.
당뇨병 환자가 운동요법을 시작할 때 유의할 사항은, 첫째 고혈당이 심할 때(250mg/dl 이상) 혈당조절을 하지 않고 과격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당뇨병이 악화되고, 둘째 심한 고혈압(160/100mmHg 이상)이 있거나 관상동맥질환(협심증)이 병발된 경우엔 과격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셋째, 경구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가 심한 운동을 하면 저혈당이 유발되기 쉬우므로 미리 이에 대비해야 한다.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각종 경구용 약물.
‘설포닐유리아’제의 작용 메커니즘은 주로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것이다. 췌장 외 작용으로 간장에서 포도당의 과잉 생산을 억제하고 인슐린 표적세포에서 인슐린의 작용을 증강시키는 작용이 있다지만 미약하다. 그래서 제1형 당뇨병에서처럼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거의 상실된 환자에겐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다.
‘비구아나이드’계 약제는 인슐린 분비에는 작용하지 않고 말초조직에서 인슐린의 작용을 증가시키고 간장에서 포도당의 생산을 억제하기 때문에 제2형 당뇨병에 도움이 된다. 또 식욕을 억제하고 장에서 포도당을 포함한 영양소의 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에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식사요법과 병용하면 효과가 크다.
경구 혈당강하제(내복약)는 ‘설포닐유리아’의 경우, 제2형 당뇨병으로 1∼2개월간 식사와 운동요법을 시행했는데도 혈당조절이 안 될 때, 또 당뇨병의 이환 기간이 10년 미만일 때, 1일 인슐린 요구량이 30단위 미만일 때 투여한다.
‘비구아나이드’제는 비만한 제2형 당뇨병으로 식사와 운동요법만으론 당뇨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와 인슐린 요법으로 혈당변동이 심한 제1형 당뇨병 조절에 도움이 된다.
내복약의 부작용에는 ‘설포닐유리아’제의 경우, 저혈당증, 피부발진, 소화불량, 황달, 두통 등이 있으며, ‘비구아나이드’제는 식욕감퇴, 소화불량, 설사 등의 부작용이 있고 드물게 유산혈증을 유발하므로 고령자, 심폐기능이나 신장기능이 감소된 환자에게는 투여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인슐린 요법
식사 및 운동요법만으로 혈당이 만족할 만큼 조절되지 않거나 신속하게 혈당을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약물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약물요법에는 인슐린 주사를 맞거나 혈당강하제를 먹는 방법이 있다.
어느 환자에게나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제1형 당뇨병 환자와 제2형 당뇨병 중 감염증이 수반됐거나 수술시에는 반드시 인슐린을 사용해야 한다. 1.5형 당뇨병에서도 많은 환자에서 인슐린 요법이 요구되고, 임신중에도 식사와 운동요법으로 혈당조절이 안 되면 반드시 인슐린을 사용해야 한다.
물론 경구 혈당강하제에 실패한 경우엔 인슐린을 사용하게 된다. 소아 당뇨병일 때는 인슐린 주사를 매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전문의와 수시로 상담해야 한다. 경구 혈당강하제를 사용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나 소아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이나 경구 약물을 과다사용하면 혈당이 50mg/dl 이하로 내려가는 저혈당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저혈당 상태에 빠지면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나며, 어지럽고, 공복감이 심하게 나타난다. 때로는 저혈당성 혼수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용량을 자신의 상태에 맞게 정확히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혈당에 빠지면 빨리 주스나 설탕물, 사탕 등을 먹어 당을 보충해주고 바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체크포인트(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경우)
① 제1형 및 1.5형 당뇨② 식사, 운동 및 내복약 치료로 실패한 제2형 당뇨병③ 임신중의 당뇨병이 식사와 운동요법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④ 심한 간장질환 또는 신장질환을 동반한 당뇨병⑤ 급성 감염증이나 당뇨병성 혼수⑥ 대수술 또는 심한 외상이 있는 경우⑦ 스테로이드호르몬 치료 중에 악화된 당뇨병
인슐린 주사기.
이들 인슐린 중에서 아침 식전에 주사하여 낮의 혈당을 억제하는 중간형 인슐린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이것으로도 혈당조절이 잘 안 되면 보조적으로 속효형을 쓰며, 지속형 인슐린은 별로 쓰지 않는다.
처음 인슐린을 사용할 때는 흔히 중간형인 엔피에취 인슐린을 아침 식사 1시간 전에 12단위 투여하는데, 혈당치의 감소 반응에 따라 2∼3일 간격으로 4단위씩 양을 늘린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투여량이 20∼30단위를 넘으면 아침과 저녁식사 전에 나눠 투여하되 저녁엔 4∼8단위를 넘지 않게 투여한다.
소아 당뇨병 환자는 대부분 성장기이고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충분한 식사를 하게 하고 중간형 인슐린과 속효형 인슐린을 적절히 혼합하여 아침식사와 저녁식사 전에 2∼3대1의 비율로 투여한다. 예를 들면 아침식사는 2대1의 비율로, 저녁에는 1대1의 비율로 투여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도 식사와 운동요법 및 내복약으로 당 조절이 안될 때는 인슐린 치료를 해야 하지만, 흔히 식사와 운동요법을 소홀히 하여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인슐린 요법을 남용하면 체중이 증가해 혈당이 상승하기 때문에 인슐린 투여량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인슐린 치료의 유의점
인슐린 주사를 맞고 나서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30분 이상이 걸린다. 그러므로 반드시 식사 30분 전에 투여해야 하며 30분 내지 1시간 후에는 꼭 식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혈당증이 올 수 있다.
저혈당은 인슐린 치료의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인슐린을 사용할 때는 환자 자신이 저혈당의 증상을 깊이 이해하도록 해야 하며, 저혈당 발생시의 처치(당질 섭취 또는 글루카곤 주사 등)방법을 교육받아야 한다.
저혈당증은 인슐린 용량이 과하거나 식사량이 평소보다 모자라 상대적으로 혈당이 50mg/dl 이하로 떨어짐으로써 발생한다. 간혹 인슐린을 주사기로 뽑을 때 부주의로 용량이 많아지거나 잘 희석되지 않은 농축된 인슐린이 투여돼 저혈당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나, 실제로는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지 않거나 아예 거른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과다한 운동 후에 나타나기도 한다. 저혈당증에 대비해 항상 사탕 등을 휴대하고 외출하며,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도록 한다.
●체크리스트(당뇨병 정복 10가지 수칙)
① 주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한다.② 하루 소비열량을 파악한다.③ 식사를 골고루 한다.④ 매일 1시간 걷기운동을 하며 술·담배를 끊는다.⑤ 체중(허리둘레), 혈압, 혈청 지질을 주기적으로 측정한다.⑥ 정기적으로 당뇨병성 합병증을 점검한다.⑦ 매일 발 관리를 한다.⑧ 매일 식사 후 칫솔질을 한다.⑨ 운동 전후에 물을 충분히 마신다.⑩ 스트레스를 피하고 매일 즐겁게 생활한다.
식사요법은 당뇨병 치료의 기본
식사요법은 운동요법과 함께 당뇨병 치료의 기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뇨병이 식사만으로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식사량, 그중에서도 탄수화물 섭취량을 알맞게 조절함으로써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끼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양과 종류를 적절히 조절하여 혈당상승을 억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식사관리는 약물치료 효과를 3∼4배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엔 그저 적게 먹어야 한다는 소식주의가 지배했으나 오늘날의 당뇨병 치료에선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할 만큼의 식사를 권장한다. 편식하지 않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는 것이 좋다. 식사요법을 병행할 때는 다음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알맞은 열량을 섭취한다. 하루 3대 영양소를 균형 있게 배분하고 비타민과 무기질을 적절히 공급하면서 표준체중을 유지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당뇨병 환자는 평소 너무 많이 먹는 당질(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질(육류, 어패류)을 여유 있게 섭취해야 한다.
둘째, 정상 혈당치를 유지하고 고혈압, 고지혈증을 관리하여 합병증을 예방한다.
셋째, 운동은 경구 혈당강하제, 인슐린 주사요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러면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개인의 표준체중부터 계산해보자.
표준체중(Kg)=(키(cm)-100)×0.9
이 공식에 맞춰 표준체중을 계산한 다음 일일 필요칼로리(㎉)를 계산한다. 이 계산은 환자의 활동량, 체중의 증가·감소 여부에 따라 개개인에 맞게 정해진다.
가벼운 작업 : 표준체중×25∼30(㎉/일) 예) 사무직, 전문직보통 작업 : 표준체중×30∼35(㎉/일) 예) 주부, 학생힘든 작업 : 표준체중×35∼40(㎉/일) 예) 운동선수, 노동자
◇ 특수상황에서의 치료
아픈 날의 관리
아픈 날 관리의 기본 목표는 환자 스스로 당뇨병성 케톤산증, 중증의 저혈당증, 탈수 등을 예방하며 계속적으로 혈당을 정상치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케톤뇨 양성인 상황에서는 식사를 알맞게 하면서 인슐린을 주사해야 한다. 평소 하루 인슐린 용량의 약 10%를 추가해서 주사한다. 케톤뇨가 계속될 때는 조심해서 반복 주사할 수 있다. 먹는 약으로 치료하던 환자도 고열이 지속되고 염증이 심해지면 혈당치가 상승하므로 인슐린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체크포인트(아픈 날의 치료지침)
① 평소 인슐린 치료를 하는 환자는 인슐린 주사를 빠뜨려서는 안 된다.② 적어도 2∼4시간 간격으로 혈당과 소변 케톤체를 체크한다.③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④ 필요하면, 케톤산증을 없애기 위해 부가적인 양의 인슐린을 추가한다.⑤ 만약 발열, 지속적인 구토, 계속되는 당뇨병성 케톤산증 증상 또는 케톤체 양성, 그외 심각한 질환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을 찾도록 한다.
여행할 때의 인슐린 치료
해외로 여행하는 사람이 날로 늘어가는 추세다. 당뇨병 환자라고 해서 외국여행을 못할 이유는 없으며 집에서 당뇨병 관리가 원활히 되고 있다면 여행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뇨병 관리가 잘 되지 않을 경우, 여행이라는 고역으로 인해 혈당조절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는 당뇨인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먼저 혈당조절에 노력해야 한다.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
일단 입원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특히 조절이 잘 안되는 경우에는 혈당을 정상화시킨 후 수술을 해야 한다(응급수술인 경우는 혈당이 높아도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시행한다). 수술 후 회복되는 정도, 세균에 감염되는 정도 그리고 혈액이 응고되는 정도는 당뇨의 조절정도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수술 후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는 인슐린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당뇨병 환자는 여러 합병증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혈관, 자율신경계, 신장의 이상은 수술 후 악화될 수도 있으며, 돌연사의 위험이 있어 수술 전에 검사받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결혼은 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다고 해서 결혼에 어떤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이 두텁다면 아무 문제가 없으며 실제로 적절한 병 관리를 하면 정상인과 다름없는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사항을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결혼 전에 인식시킬 것을 권고한다.
① 당뇨병 관리가 잘 안 되면 수년 후에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병 관리 여부에 달려 있다.
② 당뇨병을 가진 환자의 임신은 정상적인 여성보다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당뇨병 조절이 잘 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③ 배우자가 될 사람은 당뇨병은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며 현재는 완전한 치료법이 없지만 완치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어서 조만간 획기적인 치료법이 나올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좋다.
④ 배우자가 될 사람은 당뇨병에 대해 잘 알아야 하며 이 질병이 무엇이며 어떤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가를 알아서 결혼 후 당뇨병 조절에 서로가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예방접종
예방접종은 소아에겐 필수적이다. 그러나 과거엔 당뇨병이 있는 어린이의 경우 위험하다 해서 예방접종을 피했다. 이는 잘못된 인식으로, 모든 제1형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소아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계획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다고 예방접종을 기피하면 안 된다. 예방접종 후 열이 날 수 있는데, 열이 나면 혈당이 상승하므로 접종 후 38.5℃의 고열이 있을 경우 충분한 양의 수분을 섭취하고 해열제를 사용한다.
당뇨병 환자에겐 인플루엔자나 폐렴 예방주사를 맞도록 적극 권장한다. 왜냐하면 고령인 경우 저항력이 약해 독감에 걸리기 쉽고 한번 걸리면 잘 안 낫거나 폐렴 같은 합병증이 오기 쉽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의 음주
우리나라 성인의 8% 정도가 일생 동안 한 차례 이상 알코올의존을, 5%는 알코올남용을 보이며 평생 유병률은 21.9%라고 한다. 수치상으론 거의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알코올중독은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다. 정상인도 알코올섭취가 과도할 경우 그 자체로 우리 몸의 대사에 다양한 영향을 끼쳐 정신적·신체적 질환을 유발한다. 한편 당뇨병 환자가 술을 마시면 정상인과는 다른 대사이상을 보일 뿐 아니라 병 관리에 어려움을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음주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대하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어 환자나 의료인 모두에게 경각심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알코올은 우선 g당 7㎉의 높은 열량을 가지고 있으나 필수 영양소는 없어 영양학적으로 결함을 가진 식품이다. 소량의 알코올섭취가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시킨다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보고도 있지만 음주가 양적인 면에서 철저히 조절되기 어렵고 특히 필수 영양소가 없는 고열량식품이란 측면에서 좋지 않다. 지속적인 음주는 복부비만을 증가시켜 나중에는 인슐린 저항성을 야기하며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세포의 손상을 일으켜 인슐린 분비도 저하시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또한 단기적으로 알코올은 포도당에 의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간에서의 포도당 생산을 억제하여 저혈당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적절한 식사가 유지되지 않으면 저혈당이 발생하는데, 많은 양의 인슐린을 주사받고 있는 1형 당뇨병 환자가 술을 마시면 심한 저혈당 발생 우려가 높다. 1형 당뇨병 환자의 주 사망원인인 저혈당과 케톤산혈증의 유발은 폭음과 관련이 깊다.
설포닐요소제를 사용하고 있는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음주와 관련해 저혈당 발생의 위험성이 커지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음주시 식사를 거르거나 안주를 먹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알코올은 그 자체가 신경독성 물질이며 고혈당과 협동작용으로 신경병증을 악화시킨다. 과음하는 당뇨병 환자에서 음주를 하지 않는 환자보다 말초신경염 발생이 3배 이상 높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알코올은 중성지방을 증가시키고, LDL-콜레스테롤의 산화를 감소시킨다. 공복시 고중성지방혈증이 있는 경우엔 이를 악화시키고 장기화시킨다. 당뇨병 환자의 알코올 남용은 지방간을 악화시키고 폭음은 간기능 장애를 초래하며 동맥경화증 등 대혈관 합병증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한편 소량의 알코올 섭취는 오히려 관상동맥질환을 포함한 전체 사망률을 저하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심한 합병증이 있거나 다량의 인슐린을 사용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와 지질대사 이상, 간기능 장애 등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철저히 술을 금하는 것이 좋다. 한편 혈당이 잘 조절되는 환자로서 합병증이 없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겐 식사를 거르지 않고 적절한 안주와 함께 계산된 양만 마신다면 음주가 허용된다. 단 환자의 지적 능력, 자제력, 생활습관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 한국형 당뇨병의 맞춤치료
당뇨병 환자와 상담하고 있는 허갑범 허내과 원장.
최근 국제적으로는 서구인 제2형 당뇨병을 대상으로 연구개발한 ‘단계별 당뇨병 관리지침’이 나왔고, 국내에서도 대한당뇨병학회의 ‘한국인 단계별 당뇨병 관리지침서’가 나왔지만 아직 보급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단계별 당뇨병 관리는 포괄적이고, 과학적인 증거에 의한 당뇨병 관리방법으로 임상의사와 당뇨병 교육자를 위한 당뇨병 치료지침이라고 생각한다.
단계별 당뇨병 치료지침은 공복시 혈당이 180mg/dl(식후 2시간 250mg/dl) 미만이면 식사와 운동요법을 시행하고, 180∼250mg/dl(식후 2시간 250∼350mg/dl)이면 경구 혈당강하제, 250mg/dl이 (식후 2시간 350mg/dl) 이상이면 인슐린을 사용하는 3단계 치료법이다.
필자 등은 기존의 당뇨병 치료모형이 혈당치를 기준으로 치료방법을 선택하고 인슐린의 분비정도와 효과(저항성)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은 데에 주목해 이를 보완하고, 한국인 당뇨병의 특성에 적합한 제2형 당뇨병의 치료지침을 개발했다. 즉 한국인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의 췌장 베타세포의 다양한 인슐린 분비능력(3단계로 분류)과 효과(2단계로 분류)를 각 환자별로 측정하여 그에 따라 각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고혈당과 혈관합병증의 위험요소를 적절하게 관리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미세혈관병증(망막증, 신증) 및 대혈관 합병증(동맥경화성 중풍, 심장병)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맞춤형 치료법’이다.
최근까지의 임상연구는 한국인 제2형 당뇨병은 전신성 비만이 적고 비만하지 않으면서 복부비만(대사성 비만)을 가진 환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당뇨병 발병 후에 체중이 극심하게 줄어드는 등 임상양상이 서구인과 확연히 다르고 당뇨병 발생기전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밝혔다. 또한 한국인 제2형 당뇨병 환자는 공복 및 경구 당부하에 따른 인슐린 분비반응의 장애가 비만도와 상관성이 낮은 경우가 있으며, 인슐린 저항성은 약 60%의 환자에서 관찰되고, 나머지 약 40%는 인슐린 저항성이 없어 인슐린의 분비 감소가 혈당상승의 주된 원인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더욱이 인슐린 저항성은 당뇨병뿐만 아니라 고혈압, 이상지혈증 및 혈액응고 항진(혈전증)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포괄적인 혈관·대사질환의 개념(대사증후군)이 최근 밝혀졌기 때문에 단순한 혈당 관리보다는 고혈당을 일으키는 원인을 파악해 치료(맞춤치료)하는 것이 올바른 당뇨병 관리라고 생각한다.
다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당뇨병 환자의 맞춤형 치료에 관한 대표적인 실례를 들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증례 1]제2형(인슐린 비의존형)/ 비만증/ 고혈압/ 협심증/ 고지혈증(대사증후군)
50세 회사 사장이 6개월 전부터 체중감소, 목마름, 소변량 증가가 현저해 병원을 방문했다. 고혈압, 협심증이 있어 5년 전부터 약을 복용중이며, 최근 들어 피로감이 자주 오면서 매사에 의욕이 없고 짜증이 나며, 가끔 흉통이 있었다. 과거의 식사습관은 육식 위주의 식사를 즐기는 편이었으며, 술은 1주에 3∼4번 양주 4잔 또는 맥주 3병을 마셨고, 담배는 30년 전부터 하루 1갑을 피웠다고 한다.
진찰소견 : 진찰상 혈압 160/ 95mmHg(정상 : 120±10/80±10mmHg), 신장 170Cm, 체중 78㎏로 표준체중의 124%(정상 90∼110%)로 비만증이며, 허리둘레 100cm(정상 90cm 이하)로 복부비만이 있었다.
검사소견 : 공복혈당 180mg/dl(정상 : 70∼110mg/dl), 당화혈색소(HbAlc) 9.0%(정상 4∼6%), 총 콜레스테롤 250mg/dl(정상 : 120∼230mg/dl), 중성지방 250mg/dl(정상 80∼160mg/dl),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30mg/dl(정상 35∼80mg/dl)이었고 심전도상 심근 허혈 및 심장이 비후(肥厚)된 소견을 보였다. 24시간 소변검사를 해보니 뇨단백 50mg/일(정상 30mg/일 미만)로 나타났고 안저 사진과 신경전도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초음파기로 경동맥을 검사한 결과 내막-중막 두께가 두터웠고 죽상종(동맥경화증)이 발견됐다. 특수 검사인 인슐린 내성검사에선 인슐린의 혈당강하 작용이 심하게 감소(인슐린 저항성 증가)했으나 인슐린 분비능력은 정상이었다.
진단 : 이 환자는 제2형(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 비만증 및 고혈압, 협심증, 고지혈증(이상지혈증)을 동반하고 있다(대사증후군).
치료 : 이 환자의 경우는 당뇨병 병력이 짧고 심혈관 질환 이외에 아직 당뇨병의 합병증은 없으며 전신성 비만과 복부비만이 있으므로 식사요법(1일=1900㎉, 그중 탄수화물 60%, 단백질 20%, 지방 20%)과 운동요법(걷기, 1일 1시간)을 병행했다. 동시에 비만한 당뇨병 환자로 인슐린 저항성이 있어서 경구 혈당강하제 중 ‘비구아나이드’계 약제를 사용했다. 유의할 것은 인슐린 분비는 잘 되므로 ‘설폰요소제’계통의 경구약이나 인슐린 주사는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혈압 치료는 저염식(하루 소금 8g 이하)을 하면서 적절한 운동을 하도록 하고 절대 술을 마시지 않게 해 혈압을 낮추도록 유도한다. 그래도 조절이 안 될 때에는 혈압강하제 중에서 알파차단제, 칼슘차단제, 또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등을 복용한다. 이뇨제 및 베타차단제 등은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협심증에 대해서는 반드시 담배를 끊고 혈압을 조절하면서 육식 또는 기름기가 많은 음식의 섭취를 줄인다. 동시에 적절한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한다. 협심증의 증상이 심해지면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하여 협착 부위와 정도를 확인해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치료경과 : 식사와 운동처방을 엄격히 지키고 금연과 금주를 하면서 매일 1시간씩 걷는 운동을 3개월간 계속한 결과 체중이 80kg에서 72kg으로 줄어들었고, 허리둘레가 100cm에서 90cm로 줄어들었다. 공복혈당은 180mg/dl에서 130mg/dl로 떨어져 콜레스테롤, 중성지방도 모두 거의 정상범위로 환원됐다. 협심증도 약간 호전됐으나, 혈압 수치가 150/95㎜Hg로 경증고상태로 나타나 혈압강하제를 투여하면서 계속 식사와 운동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증례 2]제2형(인슐린 비의존형)/ 정상체중/ 복부비만/ 고중성지방혈증
45세 공무원이 최근 3개월간 피로감이 잦고 체중이 눈에띄게 감소해 내원했다. 아버지가 10년 전에 당뇨병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으며, 최근 직장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목마른 증상, 소변량 증가, 불면증이 있었다고 한다. 술은 최근들어 1주일에 2∼3회 과음했고 담배는 25세부터 하루 1갑씩 피웠다고 한다.
진찰소견 : 혈압 130/80mmHg, 신장 168cm, 체중 62kg으로 표준체중의 101%로 정상이었으나 허리둘레가 95cm로 복부비만(중심성 비만)이다.
。검사소견 : 공복혈당 210mg/dl, 당화혈색소는 11.2%, 총 콜레스테롤 180mg/dl, 중성지방 300mg/dl,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34mg/dl로 이상지혈증이 있었다. 특수 검사로 인슐린내성을 측정한 결과 인슐린의 혈당강하작용이 약해져(인슐린저항성) 있었으며 인슐린분비도 약간 줄어든 상태였다.
。진단 : 제2형(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이며 정상체중에 복부비만이 있고 고중성지방혈증과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치가 낮다.
。치료 : 이 환자는 당뇨병의 가족력과 복부비만(대사성 비만)이 있는 상황에서 최근들어 직업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이로 인해 과음하게 되어 당뇨병이 발병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잠시 휴가를 내어 정신적 안정을 취하면서 술을 끊고 금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체중은 정상범위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줄여서는 안 되므로 심한 식사제한은 필요치 않다. 단백질을 포함한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되 복부비만이 있으므로 충분한 운동으로 배의 지방을 줄이고 다리의 근육을 보강하여 체형을 바꾸면 인슐린의 혈당강하작용이 개선된다.
현재 중등도의 고혈당과 스트레스로 인해 인슐린 요구량이 증가된 상태이고 혈당이 높기 때문에 혈당조절을 위해 치료 초기에는 인슐린 주사가 필요하다. 혈당이 조절된 후엔 인슐린 주사를 내복약인 인슐린 감작제(그리타존계)와 설폰요소제로 바꿔서 계속 복용하면 혈당이 잘 조절될 수 있다. 특수 검사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있고 인슐린 분비가 감소한 것으로 진단됐기 때문이다.
고중성지방혈증은 당뇨병의 악화와 최근의 폭음으로 인해 악화된 것으로 생각되므로 일단 금주를 하고 혈당조절을 잘하면 호전될 것이다. 당뇨병을 조절하고 금주하는데도 계속해서 중성지방이 높으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지질강하제의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서양의 당뇨병 환자들은 제1형과 제2형으로 쉽게 분류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일부 1형과 2형으로 분류되지 않는 당뇨 환자가 있다. 이런 경우를 비전형적 당뇨병이라 하며, 임상소견을 보면 중간형(1.5형)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중년의 당뇨병 환자이면서 체중이 낮고 경구 혈당강하제로 당 조절이 안 되어 인슐린을 투여했을 때, 인슐린 주사를 중단해도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경우, 또는 20∼30대에 발병한 당뇨병으로 체중이 낮고 공복혈당이 200mg/dl 이상으로 매우 높지만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아도 외상, 감염증, 스트레스 등이 없고 당뇨병성 혼수에 빠지지 않는 경우엔 당뇨병의 병형 감별이 쉽지 않다.
세계보건기구는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개발도상국 전체 당뇨병 환자의 20∼30%가 병형 감별이 쉽지 않은 환자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뇨병 및 내당능(耐糖能) 이상의 분류
한국인 당뇨병의 92%는 제2형
국내의 경우 1990년 중반 필자가 5년간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에서 1266예(例)의 당뇨병 환자를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분류한 결과 제1형이 2.3%, 1.5형이 6.6%, 2형이 91.9%(비(非)비만형 68.6%, 비만형 22.5%)로 나타났다. 이를 미국 및 유럽의 당뇨병형과 비교해보면 한국인에겐 제1형 당뇨병 환자가 적은 대신, 소수의 1.5형 당뇨병 환자가 있으며, 2형 당뇨병 환자가 대다수이되 비만형은 적고 비비만형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 저항성은 당뇨병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습관병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인슐린 저항성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 혈당이 올라가면 인체는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고혈압, 고지혈증(이상지혈증)은 물론 심장병, 뇌졸중이 올 수 있다. 또한 췌장의 베타세포가 인슐린 분비를 감내하지 못하면 당뇨병이 발생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과음, 과식과 운동부족에 따른 복부비만, 스트레스, 유전 등에 의해 발생한다.
3년 전 필자 등의 임상연구에 따르면, 1092명의 건강검진 환자를 인슐린 저항성이 심한 그룹, 중간 그룹, 저항성이 없는 그룹으로 나눠 생활습관병에 걸릴 확률을 비교한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높을수록 생활습관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저항성의 판정기준은 공복시 인슐린 혈중농도와 혈당을 곱한 값을 405로 나눠 그 값이 2.9 이상인 경우다.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인슐린 저항성이 심한 그룹은 인슐린 저항성이 없는 그룹에 비해 당뇨병 10배, 고혈압 1.8배, 이상지혈증 2.8배, 고콜레스테롤혈증 2.5배, 지방간 3배인 것으로 밝혀졌다. 심장에서 뇌로 가는 목의 경동맥 두께를 초음파로 측정한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군은 낮은 군에 비해 10% 정도 더 두꺼운 것으로 나타나 뇌졸중 발병위험이 높을 것으로 추정됐다.
인슐린 저항성은 포도당, 지방 등의 대사장애가 있음을 반영하는 바로미터다. 따라서 건강검진을 할 때 인슐린 저항성을 필수 검사항목에 포함시키는 것이 생활습관병 예방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30대 후반부터 팔다리는 굵지 않은데 배가 나오는 복부비만을 흔히 볼 수 있다. 허리둘레가 남자 90cm, 여자 80cm를 넘으면 대사질환에 걸릴 위험이 2∼3배 증가한다. 직계가족 중에 생활습관병에 걸린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복부비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생활습관병을 예방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체중이 당뇨병 병형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실제 필자의 당뇨병센터에 내원한 당뇨 환자 980예의 비만도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체질량지수 20 미만이 15%, 20∼25인 정상체중이 60%, 25 이상인 비만 환자가 25%였다.
흥미로운 것은 당뇨병 환자의 60%가 정상체중이면서도 복부비만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에겐 체중보다 복부비만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한 병형으로 생각된다.
。치료경과 : 이 환자는 일단 병원에 입원해 적절한 식사 및 운동요법을 시행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은 결과 2주일 만에 공복혈당이 210mg/dl에서 140mg/dl, 식후혈당이 310mg/dl에서 210mg/dl로 감소했다. 경구 혈당강하제로 대체해서도 위의 공복 및 식후혈당치가 정상범위를 넘지 않고 잘 유지됐다. 그러나 중성지방이 감소됐음에도 정상범위로 돌아오지 않아 지질강하제를 복용하도록 했다.
[증례 3]제1.5형(인슐린 요구형)/ 저체중/ 폐결핵
40세 환경미화원이 최근 3개월 전부터 전신 무력감, 피곤을 느끼고 체중이 급속히 감소해 내원했다. 5년 전 폐결핵 진단을 받고 약 1년간 결핵치료를 받았으며 최근들어 목마른 증상, 소변량 증가가 심하고 기침 객담(가끔식 피가 섞여 나옴)이 잦았다고 한다. 과거의 식사습관은 채식 위주였으며, 술은 1주일에 1∼2번 과음을 했고, 담배는 하루 반 갑을 20년간 피웠다고 한다.
。진찰소견 : 혈압 120/80mmHg, 신장 165cm, 체중 50kg로서 표준체중의 85%로 저체중이고 허리둘레 80cm로 복부비만은 없었다.
。검사소견 : 공복혈당 250mg/dl, 당화혈색소 12%, 혈청 총 콜레스테롤 160mg/dl, 중성지방 180mg/dl,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40mg/dl, 흉부 X선상 좌측 폐첨부에 치유된 결핵성 병변 및 우측 폐첨부에 활동성 결핵병변(동공성 병변)이 관찰됐고, 객담검사상 결핵균이 양성이었다.
。진단 : 이 환자는 인슐린 요구형(제1.5형) 당뇨병, 저체중 및 활동성 폐결핵을 갖고 있다.
。치료경과 : 병원에 입원해 금주를 하고 인슐린 주사와 충분한 영양을 공급한 결과 당뇨병이 호전되면서 치료 후 2개월에 체중도 50kg에서 55kg로 증가했다. 전신 건강상태도 많이 회복됐고, 항결핵제를 투여한 결과 3개월 후 폐결핵 병소도 현저히 호전됐다.
인슐린 치료 후 3개월에 공복혈당 120mg/dl이고 식후 2시간 혈당이 180mg/dl로 거의 정상범위로 감소해 인슐린 주사를 중단하고 경구 혈당강하제로 바꿔 투여했는데 혈당치가 다시 상승해 계속해서 소량의 인슐린 주사를 투여하고 있다.
[증례 4]내당능장애/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40세 회사원이 최근 약 1개월 전부터 피곤과 전신 무력감으로 내원했다. 1년 전 신체검사 때까지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들었으며 과거에 특별한 질병을 앓은 적도 없었으나 10년 전에 아버지가 당뇨병 치료를 하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고 한다. 식사는 골고루 먹는 편이나 육식을 즐겼으며 술은 회사 일로 일주일에 3∼4번, 맥주 3병 정도 마셨다. 담배는 하루 1갑씩 15년 동안 피워왔다.
。진찰소견 : 혈압 160/100mmHg, 신장 175cm, 체중 75kg으로 표준체중의 111%이며, 허리둘레 105cm로 심한 복부비만을 보였다.
。검사소견 : 공복혈당 120mg/dl, 식후 2시간 혈당 180mg/dl, 당화혈색소는 6.5%, 혈청 총 콜레스테롤 205mg/dl, 중성지방 240mg/dl,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32mg/dl로 이상지혈증을 보였다.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75g 경구 포도당 부하검사를 시행한 결과 공복혈당이 120mg/ dl(정상 110mg/dl 미만), 30분 혈당 210mg/dl(정상 200mg/dl 미만), 1시간 혈당 180mg/dl(정상 200mg/dl 미만), 2시간 혈당 160mg/dl (정상 140mg/dl 미만)이었다.
특수 검사로 인슐린내성 검사한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있었으며 인슐린 분비가 증가했다.
。진단 : 이 환자는 내당능장애 및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및 고비중지단백 콜레스테롤이 감소(이상지혈증)된 대사증후군이다.
。치료경과 : 내당능장애는 당뇨병은 아니지만 당대사에 이상이 있어 혈당이 정상인보다 높은 것을 말한다. 즉 정상과 당뇨병의 중간상태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엔 의학이 발전하고 환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조기진단이 보편화되었다. 자연히 당뇨병이 되기 전에 내당능장애라는 질환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당뇨병의 가족력이 있을 때 당대사에 이상이 올 가능성이 정상인보다 2∼3배 높은데, 이 환자는 아버지가 당뇨병을 앓은데다, 본인이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며 복부비만이 있으므로 당뇨병으로 이행될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현재 식사내용을 바꿔(채식과 육식의 균형) 열량을 줄인 식사를 하며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는 데 치료의 중점을 두고 있다. 복부비만을 줄이면 인슐린 효과가 높아진다. 경증의 고혈압에 대해서는 약물치료보다는 담배를 끊고 저염식을 하며 술을 끊고 복부비만을 줄이면 호전될 가능성이 많다.
내당능장애가 있는 환자는 수년 후 당뇨병으로 이행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6개월마다 당뇨병 검사를 받아야 한다. 환자에게 당뇨병 예방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식사 및 운동요법이 충분히 이뤄지면 정상혈당을 유지할 수 있다.
이 환자는 당뇨병 전문의의 식사처방에 따라 영양사의 지도하에 식사요법을 엄격히 실천하면서 규칙적인 운동요법을 병행한 결과 3개월 후 체중이 75kg에서 70kg으로, 허리둘레도 104cm에서 95cm로 줄어들었다. 경구혈당검사상 내당능장애와 지질대사 및 고혈압도 현저히 개선되어 계속해서 식사와 운동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 당뇨병 Q&A
Q 제1형 당뇨병, 제1.5형 당뇨병 및 제2형 당뇨병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15세 이전에 발생하는 당뇨병은 제1형 당뇨병(인슐린 의존형)이 많고, 15∼35세에 발병하는 당뇨병은 제1.5형(인슐린 요구형)이 많으며, 40세 이후 발병하는 당뇨병은 제2형(인슐린 비의존형)이 많다. 그러나 발병연령만으로 당뇨병을 분류하기가 어려울 때도 많다.
1형 당뇨병은 갑자기 발병하고, 그러면 반드시 인슐린 요법을 써야 한다. 1.5형도 대부분 갑자기 발병하지만 체중이 낮고 성장기에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던 사람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아도 생명의 위협은 받지 않으나 혈당이 높고 체중감소가 심하여 기력이 떨어져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렵다(인슐린 요구형).
한편 2형 당뇨병은 가족력이 있고 비만인 사람에게서 나타나며 당뇨병의 발증이 완만해 초기엔 별로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조기에 발견하여 혈당강하제보다는 식사와 운동요법을 적절하게 시행하여 체중을 줄이면 호전되는 당뇨병(인슐린 비의존형)이다.
일단 당뇨병에 걸린 환자는 당뇨병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자기 병이 어떤 형의 당뇨병인지를 파악하여 거기에 적합한 치료(맞춤치료)를 해야 당뇨병 조절도 잘 되고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다.
Q비만증은 당뇨병의 위험인자라고 한다. 뚱뚱한 것이 왜 나쁜가.
비만증은 섭취 에너지가 소비 에너지를 초과할 때 생긴다. 이 잉여 에너지는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몸에 축적된다. 이것이 바로 비만이다. 살이 찌면 인체는 더 많은 인슐린을 요구한다.
이와 같이 비만증은 인슐린 수요를 증가시키는데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췌장의 베타세포는 더 많은 인슐린을 생산, 분비해야 한다. 이런 상태를 고인슐린혈증이라고 한다. 어떤 이유로 췌장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에 한계가 생기면 수요·공급의 불균형에 따라 상대적인 인슐린 결핍 상태가 되고 당뇨병이 발생한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베타세포가 건강하여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면 혈중 인슐린 농도가 증가(고인슐린혈증)해 당뇨병이 발생하지 않으나 고혈압, 이상지혈증(중성지방의 증가, 좋은 콜레스테롤의 감소)이 나타나는데 이들을 묶어 대사증후군(인슐린 저항성 증후군)이라고 한다.
Q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당뇨병이 발병할 수 있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만으로 당뇨병이 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당뇨병의 소질을 가진 사람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축적되거나 충격을 받으면 당뇨병이 발병할 수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호르몬인 글루카곤, 콜티솔, 성장호르몬 및 카테콜라민 등이 다량 분비되어 이들이 인슐린 작용을 방해해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당뇨병 발생 전에 사업에 실패했다든지, 가정적인 불상사로 충격을 받은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또 당뇨병 환자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룻밤만 잠을 잘 못자도 다음날 아침 혈당 수치가 올라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Q 당뇨병은 무서운 병이라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당뇨병이 무섭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아형(제1형) 당뇨병처럼 인슐린이 부족해 혈당치가 높이 올라가면 당뇨병성 혼수를 일으킨다. 이때 응급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다.
당뇨병이 무서운 또 하나의 이유는 혈당이 높아도 별 증상이 없거나, 있어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기가 쉽다는 데 있다. 이런 상태가 10년 가량 계속되면 눈이나 신장, 신경에 합병증을 일으킨다. 눈에 오는 망막증은 초기엔 아무 증상이 없으나 진행되면 시력장애를 일으키고 더 진행되면 완전히 실명하게 된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1년에 한 번씩 합병증 검사를 받아야 한다. 40세 이후의 실명 원인 중 1위가 당뇨병성 망막증이다.
또 신부전증은 처음 단백뇨가 나타나고 더 진행되면 고혈압, 부종 등이 따라오며 나중에는 요독증을 일으켜 투석요법을 하거나 신장이식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신부전의 가장 큰 원인이 만성 신장염이었으나 최근에는 당뇨병성신증으로 바뀌었다.
당뇨병성 신경장애가 오면 하지의 통증으로 잠을 자지 못하거나 남자의 경우 발기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당뇨병성 족부질환으로 하지를 절단해야 하는 불행이 올 수도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고혈압이 있거나 고지혈증(이상지혈증)이 병발했을 경우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해 중풍이나 동맥경화성 관상동맥 심장병(협심증, 심근경색증, 돌연사)으로 불행을 당할 수 있다.
당뇨병은 인슐린의 절대적(제1형 당뇨병) 또는 상대적 부족(제2형 당뇨병)에 따른 만성 대사질환이다. 당뇨병은 혈당이 높은 것만이 아니고, 단백질과 지방 등 몸 전체의 영양소 대사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하는 병이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저항력이 떨어지면 감염증(폐렴 또는 신장염)에 걸린다거나 퇴행성병변을 일으키기 쉽다. 또한 당뇨병은 혈관의 병변, 즉 우리 몸의 어디에나 분포해 있는 큰 혈관에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켜 심장병, 중풍 또는 당뇨병성 족부질환 등을 유발하고 작은 혈관에 병변을 일으키는데 이 단계에선 당뇨병성 망막증에 따른 실명, 또는 신장병이 수반한다. 요독증으로 고생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당뇨병이 신경장애를 일으켜 족부의 심한 통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고, 발기부전으로 젊은 나이에 성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여자의 경우 불임증이 되거나 임신 초기에 혈당이 높으면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도 있다.
Q 당뇨병엔 운동요법이 중요하다는데 그 이유는.
건강한 사람도 운동을 게을리하면 당의 이용률이 감소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는데, 당뇨병 환자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더욱 당 이용률이 감소된다. 따라서 합병증이 없는 당뇨병 환자, 특히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운동요법을 식사요법과 병행하면 당뇨병의 치료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당뇨병의 합병증이 있는 사람이 운동을 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당뇨병 전문의와 상의해 운동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몇 가지 실례를 들면 당뇨병의 합병증을 무시하고 심한 운동을 하다 망막증이 악화되어 눈이 보이지 않게 되거나, 운동을 하다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망한 경우도 종종 있다.
Q 운동은 식전과 식후 어느 때에 하는 것이 좋은가.
이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비만한 당뇨병 환자로 식사요법만 하는 경우라면 식전과 식후 어느 때나 관계없이 운동을 되도록 많이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경구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는 식후에 운동을 하는 것이 저혈당의 예방을 위해 좋다.
당뇨병의 합병증이 심하거나 간장이 나쁜 경우, 또는 동맥경화증이 심할 때는 식후에 운동보다는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Q 운동요법으로는 어떤 것이 좋은가.
운동은 어떤 종류이든 무방하고, 원칙적으로 해서는 안 될 운동은 없다. 그러나 운동요법도 식사요법처럼 개인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마다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운동은 무엇이며 어느 정도로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삼가야 할 운동은 무엇인가 등을 당뇨병 전문의와 상의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매일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람직하다. 통근시간엔 반드시 걷는다든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내린다든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체조를 한다든지, 일주일에 3∼4회씩 자전거를 탄다든지 등등 여러 가지 운동을 각자의 취미와 여건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다.
Q 인슐린 요법은 당뇨병의 어떤 경우에 필요한가.
당뇨병을 치료함에 있어 인슐린을 쓰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될 때가 있다. 이런 경우를 인슐린의 절대적 적응증이라고 하는데, 여기엔 당뇨병성 혼수, 제1형(소아형) 당뇨병, 당뇨병 환자가 임신한 경우, 간질환이나 신장질환을 가진 당뇨병 환자가 응급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 등이 있다.
또 인슐린의 상대적 적응증에는 제2형 당뇨병으로 식사, 운동 및 경구 혈당강하제로 당뇨병 조절이 안되는 경우, 그리고 저체중의 1.5형(인슐린 요구형) 당뇨병 등이 있다.
Q 당뇨병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나.
당뇨병은 이 병에 걸리기 쉬운 유전적 소질과 환경인자(유발인자)가 서로 부합할 때 발병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유전적인 소질을 바꿔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환경인자를 피하는 길밖에 없다.
제1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자가면역 기전(메커니즘)에 대해서는 현재도 췌장이식, 줄기세포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서 머지않은 장래에 예방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제2형 당뇨병의 유발원인은 비만증, 스트레스 및 약물 등이므로 적절한 식사, 운동에 따른 체중조절과 스트레스, 특정 약물(부신피질호르몬, 이뇨제, 피임약) 등을 피하면 예방할 수 있다. 정기적인 당뇨검진을 받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제1.5형(인슐린 요구형) 당뇨병의 예방에는 태아기와 성장발육기에 영양의 불균형, 특히 단백질 부족이 되지 않도록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가 배 고픈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흔히 공복감을 느낀다. 이 경우 오히려 식사량을 줄이고 혈당강하제를 사용하여 혈당조절을 잘하면 배고픈 증상이 없어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둘째로, 당뇨병이 있으면서 복부비만이 있는 환자는 식사 후 2∼3시간이 지나면 배고픈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당질식품을 줄이고 육식을 늘리는 식사와 운동요법을 철저히 시행해 복부비만을 완화시키면 혈당조절도 잘 되고 공복감도 해소된다.
셋째로, 인슐린이나 경구 혈당강하제를 쓰는 경우 식사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저혈당이 와서 심한 공복감에 사로잡히는 때가 있다. 이 경우는 단것을 먹으면 공복감이 즉시 해소되며, 혈당강하제의 투여량을 줄이거나 간식을 하면 저혈당을 막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공복감 해소를 위해 섬유소가 많은 야채를 충분히 먹는다든지,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Q 외식을 할 때 식사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평소 식사요법에 훈련이 되어 있고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외식이라고 해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외식은 곡류군 단위가 많고 단백질이나 비타민·미네랄의 공급이 적은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외식을 할 때 밥이나 면류의 섭취량은 3분의 2 또는 반으로 줄이고, 육류군과 채소군이 많은 식품, 즉 단백질이 함유된 식품과 야채샐러드 등을 먹어 영양의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Q 당뇨병 환자에게 한식과 양식 중 어느 것이 좋은가.
정해진 ㎈ 범위 내에서 각 영양소를 균형 있게 포함하고 있다면 한식이든 양식이든 어느 쪽이나 좋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에게 많이 발생되는 죽상동맥경화증을 예방한다는 측면에서는 포화지방산이 많은 양식(고기, 버터)보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한식(식물류, 생선)이 더 좋다. 그러나 한식은 양식보다 식염(된장, 간장, 김치)을 많이 쓰므로 소금을 제한한다는 점에서는 양식이 좋다고 하겠다.
아무튼 양식은 한식보다 동맥경화증, 특히 심근경색증을 일으키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한국에 사는 사람에 비해 양식을 많이 먹는 미국 교포들에서 당뇨병과 심근경색이 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 사는 사람에게 뇌졸중이나 위암이 많은 이유는 짜게 먹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위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한식과 양식을 교대로 먹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당뇨병 전문 영양사의 지도를 받아 아침식사는 양식으로 간단히 하고, 점심과 저녁은 양식 또는 한식으로 하는 것이 좋은 식사요법이 되지 않을까.
Q 당뇨병 식사요법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당뇨병의 식사요법이라면 무조건 적게 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이고, 제1형이나 제1.5형 당뇨병환자는 혈당조절을 잘하면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또 당질식품(밥, 밀가루 음식)의 과다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 문제 외에 영양소가 고루 함유된 식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당질, 지방질,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에 과부족이 없도록 균형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사요법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아 자신의 병형에 알맞은 식사를 해야 한다. 당뇨병 전문 영양사의 지도에 따라 ‘당뇨병 치료를 위한 식품교환표’를 활용하면 매우 편리하다.
Q 당뇨병에는 물을 제한하는 것이 좋은가.
흔히 당뇨병 환자들이 목이 말라도 참고 물을 마시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에게 물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물이 많이 먹히는 것은 당뇨병이 아직 잘 조절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당뇨병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혈당조절을 잘하면 목마른 증상이 없어져 자연히 물을 먹지 않게 된다.
Q 당뇨병 환자는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은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당질 섭취량이 많기 때문에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단 과일에는 당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많이 먹으면 당뇨병이 악화된다. 그러나 하루에 사과나 귤 1∼2개 정도는 좋다.
최근엔 생활습관병을 개별적인 독립된 질환이 아니라 질환군으로 본다. 그 이유는 이들 병이 공통된 원인에서 함께 발병하고, 주로 죽상경화증(뇌졸중, 심근경색증)으로 귀결되어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40∼50%가 고혈압이고, 60∼70%가 이상지혈증을, 60%가 복부비만을 가지고 있었다. 또 고혈압 환자의 20∼30%가 당뇨병을 갖고 있는 것은 우연한 현상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질환군을 묶어 최근에는 대사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임상적 진단에서 다음 5가지 가운데 3가지 이상이 있으면 대사증후군으로 판정한다.
① 당뇨병 또는 내당능장애(공복혈당 110mg/dl 이상)② 고혈압(130/85mmHg 이상)③ 고중성지방혈증(160mg/dl 이상)④ 저양성콜레스테롤혈증(남자 35, 여자 40mg/dl 이하)⑥ 복부비만(남자 배둘레 90cm, 여자 80cm 이상)
◇ 당뇨병의 원인
제1형 당뇨병의 원인
제1형 당뇨병의 발생에 유전인자가 관여한다는 것은 일란성 쌍생아의 연구로 알 수 있다.
일란성 쌍생아는 이란성 쌍생아와 달리 동일한 유전인자를 갖고 태어나는데 그중 한쪽이 당뇨병을 일으키면 다른 쪽에서 당뇨병을 일으킬 확률이 40∼50% 정도 된다.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심한 손상으로 인슐린의 생산과 분비가 극히 감소해 발생한다. 그런데 췌장 베타세포의 손상은 유전적인 염색체의 결함으로 면역반응의 조절에 이상이 생길 때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 처음에 바이러스나 독성물질 등으로 베타세포가 손상을 받으면 이에 대한 항원물질이 만들어져 항체가 형성되는, 이른바 자가면역 기전으로 인해 베타세포가 파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성물질에 의한 베타세포 손상의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후반 쥐약으로 보급됐던 베이커(vacor)를 자살 목적으로 복용한 사람 가운데 수백명이 1형 당뇨병 환자로 판명된 사례가 있었다.
제2형 당뇨병의 원인
제2형 당뇨병에 유전인자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가족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유전자의 정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당뇨병 환자의 가족에서 당뇨병이 발생하는 비율을 보면 유럽의 경우 평균 38%이고, 아시아의 경우 19%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부모가 모두 당뇨병인 경우 자식의 58%에서, 부모 중 한 쪽이 당뇨병일 때는 27%에서, 부모가 건강할 경우는 0.9%에서 당뇨병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편 일란성 쌍생아에서 한쪽이 2형 당뇨병이면 다른 쪽에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이 90% 이상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2형 당뇨병은 1형 당뇨병에 비해 유전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학적인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고수하는 지역의 주민에서는 2형 당뇨병의 발생률이 낮은 반면 식사를 포함한 생활양식의 급속한 현대화, 농촌지역에서 도시로 이주했거나 저개발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민해온 사람들에게서는 당뇨병 발생률이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2형 당뇨병은 어떤 이유로든 말초조직(근육, 지방, 간장)의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했을 때,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능력이 이에 미치지 못해 감당할 수 없을 경우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능력은 유전과 환경인자(식습관)에 따라서 결정되고, 인슐린 저항성에는 비만증, 노화, 과식, 과음, 운동부족, 스트레스 및 유전 등이 관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뇨병에 걸릴 유전적·환경적인 소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비만증을 포함한 당뇨병 유발 위험 요소를 안고 있을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췌장의 베타세포가 인슐린 저항성을 감당하지 못해 당뇨병이 발병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영양과잉이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근래에 인도를 포함한 열대지역 개발도상국에서는 영양부족, 특히 단백질 섭취 부족이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양부족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기전에는 3가지 가설이 있다. 첫째는 영양부족이 오래 계속되면 췌장 베타세포에 영양적 손상을 줘 당뇨병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유전과 환경인자설로서 당뇨병의 소질을 타고난 사람이 영양이 부족하면 당뇨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셋째는 영양이 부족하면 바이러스나 음식물에 포함된 독소가 베타세포에 손상을 줘 당뇨병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영양부족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 당뇨병의 경과를 보면 당뇨병은 2차성 영양실조 상태이므로 장기간의 영양불균형이 당뇨병 환자에게 피해(체중감소)를 줄 것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매일 알맞게 섭취해야 건강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더욱이 각종 영양소가 더 많이 필요한 태아기, 유아기와 사춘기, 그리고 임신중이거나 수유중에는 영양공급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인의 식습관은 밥을 주식으로 하고 육류를 포함한 다른 부식의 섭취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부식의 구별이 없는 서양인에 비해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기 쉽다. 더욱이 당뇨병의 발병 못지않게 당뇨병의 경과 중에 영양상의 불균형(단백질 부족과 당질 과잉) 상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체중감소와 고혈당 촉진 등 당뇨병을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
◇ 당뇨병의 증상과 진단
다음, 다뇨, 다식의 3다(多) 증상
혈액 내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면 삼투압작용으로 인해 당분이 소변을 통해 배설된다. 이때 체내의 수분도 함께 빠져나가므로 소변량이 많아지고 소변 횟수도 늘어난다. 이로 인해 당뇨병 환자는 탈수현상을 겪고 하루에 3∼4ℓ 이상의 물을 마시게 된다. 또 심한 공복감으로 끊임없이 먹어대는 데도 심하면 불과 2∼3개월 사이에 체중이 10kg 이상 빠진다. 즉 다음(多飮), 다뇨(多尿), 다식(多食)의 ‘3다(多) 증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런 증상들이 뚜렷하여 초기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있는 반면,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고 오랜 기간이 지나 합병증이 생긴 다음에야 당뇨병이 발견되는 환자도 있다. 요즘은 정기 건강진단에서 우연히 당뇨병을 발견하는 사람도 많다. 일반적으로 혈액검사에서 공복시 혈당치가 126mg/dl 이상이거나 식사 2시간 후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그 외에도 쉬 피로를 느끼거나 발이나 손끝이 자주 저리며 피부에 부스럼, 무좀, 습진이 잘 생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에너지원인 당질과 수분이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므로 자연히 몸이 피로해지고 권태감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또한 소변을 통해 당질이 배출되기 때문에 소변에 거품이 일고 특유의 냄새가 나며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워 몸을 자주 긁게 된다. 이때 심하게 긁어 피부에 화농이 겹치면 치료가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습관적으로 밤에 소변을 보려 자주 일어나며 그때마다 물을 마시거나 폭식을 하는 데도 살이 빠지고 기력이 떨어지고 정력도 감퇴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럴 때는 즉시 혈당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음 ‘체크포인트’에서 여러 항목에 걸린 사람은 1년에 1∼2회 혈당검사를 해 조기에 당뇨병을 발견하여 관리해야 한다.
●체크포인트
·가족 중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을 때(부모, 형제, 자매)·30대 이후에 5kg 이상 체중증가·배가 나온 경우(허리둘레 남자 90cm, 여자 80cm 이상)·비만(표준체중의 20% 초과 또는 체질량지수 25kg/㎡ 이상)·과거에 임신성 당뇨병 병력이 있거나 4kg 이상의 거대아를 출산한 여성·내당능장애가 있는 경우·약제 복용(부신피질호르몬제, 이뇨제, 베타차단제 등)·45세 이상·고혈압이나 이상지혈증(중성지방 150mg/dl 이상, HDL 콜레스테롤 40mg/dl 이하)이 있는 경우
건강한 사람도 1년에 한 번씩 당뇨병 진단검사를 받는게 좋다.
당뇨병의 50% 정도는 발병 초기에 환자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해 만성 경과를 맞는다. 이런 경우 병원을 처음 찾는 당뇨병 환자의 20∼30%에서 이미 망막증·신부전증 등 각종 합병증으로 발전한 것을 볼 수 있다.
당뇨병 증상의 대부분은 혈당이 높기 때문에(고혈당) 생기는 증상이다. 인슐린이 부족하면 혈당이 매우 높아지고 혈액이 진해진다. 이 때문에 혈액의 삼투압이 높아져 배뇨가 잦아진다. 혈당이 많이 올라가서 삼투압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증상 역시 인슐린이 부족해서 몸 안의 지방이나 단백질이 소실되어 체중이 줄고, 힘이 나지 않고, 무력감이나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 체내 단백질 합성이 감소되고, 도리어 파괴가 증가하기 때문에 몸 조직의 회복력이 뚝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어린이의 경우 성장이 지연되고 호르몬 균형이 깨져 발육이 늦어진다.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져서 종기가 잘 생기고 화농도 쉽게 된다. 잇몸 염증도 악화돼 치주염이나 농양으로 진행된다. 입냄새가 심하고 이가 흔들려 마침내 빠져버리기도 한다. 뇨당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음부엔 염증이 생겨 빨갛게 짓무른다. 피부에는 무좀이나 백선과 같은 곰팡이가 번식하기 쉽다.
이상을 요약하면 다음의 7가지 증상이 당뇨병의 특징이다.
① 소변이 잦다. ② 목이 말라 물을 자주 마신다.③ 공복감에 자주 많이 먹는다.④ 체중이 줄어든다.⑤ 무력감이 들면서 쉽게 피곤해진다.⑥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⑦ 염증이 잘 생긴다.
당대사 장애시 정확한 검사를
과거엔 당뇨병 환자의 소변에 당이 섞여 있어 개미들이 모여들면 병이 있는 것으로 알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당뇨병은 말 그대로 소변에서 당이 검출되는 것. 당뇨병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소변검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소변검사를 통한 당의 검출 유무만으로 당뇨병 진단을 내리기는 힘들다. 신장 자체의 이상으로 신장이 당을 재흡수하지 못하는 경우(신성당뇨)도 있고, 반대로 신장질환 환자나 노인들은 혈당치가 높으면서도 소변에서는 당이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소변검사와 혈당검사를 함께 실시해야 한다.
혈당검사를 하기에 앞서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조건들을 없애야 한다. 검사 전 3일 정도는 알맞은 식사를 하고 검사 전 12시간 이내에는 물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은 공복상태를 유지해야 채혈시 비교적 정확한 혈당치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검사 전에는 항경련제·이뇨제·신경안정제·부신피질호르몬·피임약 등의 복용을 중단한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혈당이 126mg/dl 이상이고 식사 2시간 후의 혈당치가 200mg/dl 이상인 경우는 당뇨병이라 할 수 있다(정상인의 경우 80∼110mg/dl). 식후 혈당치가 140∼200mg/dl 사이에 있을 경우엔 다시 당부하 검사를 실시한다. 포도당 75g을 물에 타서 5분 이내에 마신 뒤 2시간 동안 30분마다 한 번씩 혈당을 측정해 2회 이상 200mg/dl를 넘으면 당뇨병으로 판정한다.
임산부의 경우 공복혈당이 105mg/dl 이상, 식후 1시간 190mg/dl 이상, 식후 2시간 165mg/dl 이상, 식후 3시간 145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당뇨병 악화를 방지할 뿐 아니라, 당뇨병의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당뇨병을 의심케 하는 증상이 있거나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다면 자발적으로 뇨당 및 혈당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건강한 사람도 4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당뇨병 진단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직장에서 집단검사를 할 때는 반드시 참여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먼저 식후 1∼2시간에 소변을 받아 뇨당검사를 하면 쉽게 당뇨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뇨당이 양성이면 반드시 혈당검사를 하여 공복시 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식후 2시간 혈당이 200mg/dl 이상일 때 당뇨병을 확진한다.
만일 공복혈당이 126mg/dl 이하이거나 식후 2시간 혈당치가 140∼200mg/dl일 때는 경구 당부하시험을 시행하여 당뇨병과 내당능(耐糖能)장애를 감별한다. 내당능장애는 정상과 당뇨병의 중간상태로서 방치하면 당뇨병으로 이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상태를 확진하여 미리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최근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이 시기에 인슐린 저항성과 고인슐린혈증이 많다. 이는 흔히 고혈압과 지질대사 장애를 유발하여 동맥경화증을 촉진하므로 적절한 치료를 함으로써 동맥경화증을 예방해야 한다.
최근엔 당뇨병 진단이나 치료경과를 평가함에 있어 뇨당이나 혈당치의 측정과 더불어 당화혈색소(糖化血色素) 측정도 많이 이용한다. 혈당치는 식사나 활동에 따라 하루 중에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채혈 당시의 혈당치밖에 알 수 없으나 당화혈색소는 측정 전 6∼8주간 혈당 변동의 전체 평균치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당뇨병의 진단은 물론이고 지난 6∼8주간의 혈당조절 성과를 평가하는 데도 매우 유용한 검사법이다.
또 근래에는 간편한 휴대용 혈당측정기가 보급되어 인슐린 치료를 하는 환자가 집에서 인슐린량을 적절하게 조절, 투여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임신과 당뇨병
당뇨병 산모의 거대아.
임신중 당뇨병을 진단하는 데 있어 임산부 연령이 위험인자로 작용하는지 여부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30세 이상 임산부의 경우 당뇨병 유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당뇨병의 가족력이 있거나 거대아, 기형아, 사산아 분만력이 있는 경우, 산모가 비만하거나 고혈압이 있거나 뇨당이 나올 때는 연령에 관계없이 당뇨병 진단을 해보는 것이 좋다.
이때 진단은 보통 임신 24∼28주에 시행하며, 포도당 50g을 경구투여한 뒤 1시간 후에 혈당을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비정상으로 판정되면 경구로 포도당 100g을 투여하고 당부하시험을 시행하여 그 수치가 두 번 이상 정상치보다 높으면임신성 당뇨병이라고 진단한다. 혈당치 수치를 보아 공복시 105mg/dl, 당부하 후 1시간에 190mg/ dl, 2시간에 165mg/ dl, 3시간에 145mg/ dl 중 두 번 이상 이 기준을 초과하면 임신성 당뇨병이다.
임신중 당뇨병의 예후는 당뇨병의 발생시기, 유병(有病)기간 그리고 미세혈관 병변(망막증, 신병증)의 유무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긴 경우, 합병증의 정도가 심한 경우, 케톤산혈증이나 신우신염, 고혈압 등이 있을 때는 예후가 나쁘다.
임신중 당뇨병은 태반호르몬이 분비되어 임산부의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되어 오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분만 후에는 호전된다. 즉 임신중 분비되는 여러 태반호르몬은 탄수화물의 체내 저장작용과 지방분해 촉진작용을 어렵게 하는 항(抗)인슐린 작용을 하여 임신중 당뇨병을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임신 초기에는 심한 구토와 오심(惡心)이 유발되기 쉬워 음식섭취에도 장애가 올 수 있고 임신중 당뇨병 치료로 인슐린을 사용할 때는 인슐린 쇼크나 대사산증 등이 유발되는 등 당뇨병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세균감염도 우려된다.
소아 당뇨병
제1형 당뇨병 중에서 14세 이전에 발병한 당뇨병을 소아 당뇨병이라고 한다. 과거 어린이 당뇨병의 대부분은 제1형이었으나, 최근 소아비만이 늘면서 제2형 당뇨병도 늘고 있다. 소아 당뇨병은 성장기에 나타나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급격히 증상이 나타나서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소아 당뇨병 환자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땐 주의해야 한다.
① 기운이 없어 항상 비틀비틀거리며 쓰러지려고 할 때② 물을 갑자기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증가했을 때③ 지금까지 밤에 소변을 보지 않던 어린이가 밤에 소변을 자주 보고 물을 마시는 경우④ 많이 먹는 데도 점점 야위어갈 때
전문의로부터 당뇨병 관리교육을 받고 있는 소아 당뇨병 환자.
인슐린 필요량이 정해지고 평상시의 생활이 가능해지고 식사를 충분하게 섭취하면 퇴원하여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일과성 관해기(밀월기)가 와서 호전되지만 다시 악화되므로 평생 적절한 영양관리와 인슐린 주사가 필요하며, 장기간에 걸친 포괄적 관리가 행해져야 한다.
노인 당뇨병
당뇨병 환자의 연령별 발생빈도는 나이가 들수록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년층에서 당뇨병 환자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노년기의 당뇨병은 주로 제2형 당뇨병이나 가끔은 젊은 연령층에서 많은 제1형 당뇨병도 발생한다.
노년층 당뇨병 환자의 치료 목적은 가능한 한 연령에 맞게 신체 각 기관의 기능이 정상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주고 합병증을 예방하여 일상활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노년층 환자에게도 적절한 식사 및 운동요법을 시행하고, 이와 함께 혈당조절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경구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투여한다. 노인 당뇨병 치료에서는 저혈당증이 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노인들은 저혈당 증상을 잘 인지하지 못해 저혈당으로 뇌손상이나 심장발작 등의 화를 입기 쉽다.
◇ 당뇨병의 합병증
합병증은 무섭다
일단 당뇨병이란 진단을 받으면 경중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알맞은 치료법으로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건강을 증진해 일상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고 당뇨병으로 인한 여러 가지 급성 또는 만성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의 건강한 장수를 해치는 주된 원인은 눈, 신장, 신경 및 심혈관에 오는 죽상동맥경화증(중풍, 심장병)이다. 당뇨병을 올바르게 관리하면 실명, 말기 신부전증(요독증), 말초 및 자율신경의 손상,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및 하지절단 등의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당뇨병 환자가 이들 합병증으로 인해 수명이 단축되거나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당뇨병의 합병증은 진단 후 7∼8년이 지나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중년기 이후에는 처음 당뇨병 진단시 합병증이 발견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당뇨병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으면서도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모르고 지내다 합병증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급성 합병증
당뇨병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는 원인은 저혈당증, 당뇨병성 케톤산혈증, 고삼투압성 혼수를 비롯해 중풍이나 요독증 등 매우 다양하다.
1. 저혈당증
인슐린 치료를 하고 있는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많이 관찰된다. 간혹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는 노인 당뇨병 환자에서도 볼 수 있다. 인슐린 요법을 시행하는 경우 인슐린 투여량을 갑자기 늘렸다든지 심한 운동을 한 후, 식사를 거르거나 설사를 하면서 인슐린 투여량을 줄이지 않은 경우에 저혈당증이 올 수 있다. 노인 환자가 지속형 경구 혈당강하제를 다량 투여한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저혈당증의 초기증상으로는 공복감, 발한, 가슴의 울렁거림, 두통, 손 떨림 등이 나타난다. 더 진행되면 정신착란, 혼수, 전신경련 등 포도당 결핍으로 인한 뇌신경 증상이 나타나서 응급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중추신경 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된다.
이런 상태에 빠지면 즉시 뇨당 및 혈당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그 결과 뇨당이 음성이고 혈당치가 50mg/dl 이하이면 저혈당증이므로 즉시 설탕물이나 콜라 등을 마시게 하고 그래도 의식이 없으면 포도당을 정맥으로 주입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가 혼수에 빠졌을 때는 무엇보다도 저혈당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다른 종류의 혼수는 시간이 조금 지체되더라도 환자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주지 않지만 저혈당성 혼수는 2∼3시간만 지나도 회복불능의 뇌 손상을 포함, 중요기관(심장, 신장)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2. 당뇨병성 케톤산혈증
케톤이란 체내의 지방산이 대사되어 만들어진 물질로 인슐린이 부족하고 글루카곤, 콜티솔 및 성장호르몬 등의 인슐린 작용을 억제하는 길항호르몬이 증가한 경우에 다량 생성된다. 케톤은 산성을 띠고 있으므로 몸을 산성으로 만들어 산혈증을 일으킨다.
케톤산혈증은 주로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 볼 수 있는데, 당뇨병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즉 갈증, 다음, 다뇨, 심한 무력증, 탈수로 인한 체중감소와 위장증상으로 식욕이 떨어지고, 심하면 구역질이 나고 토하기도 한다. 복통도 오기 때문에 충수염이나 급성 췌장염과 혼동되는 경우가 있다. 더 진행되면 탈수와 산혈증이 악화되어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이 몽롱해지다 나중엔 혼수에 빠진다. 이러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신속히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하게 되므로 가능한 한 빨리 종합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당뇨병성 혼수를 일으키는 원인을 보면 당뇨병 환자가 세균에 감염됐거나 임의로 인슐린 주사를 중단한 경우, 혹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 당뇨병을 조절하지 않고 외과수술을 받았을 경우 등이다.
제1형 당뇨병 환자가 관리를 소홀히 하는 과정에서 위의 증상이 나타나면 가정에서도 간단히 검사할 수 있다. 소변을 받아서 뇨당검사 스틱으로 4(+) 뇨당이 나오고 케토스틱으로 케톤체가 4(+)로 검출되면 케톤산혈성 혼수이므로 종합병원으로 급히 이송해 응급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3. 고삼투압성 혼수
주로 노인의 제2형 당뇨병에서 간혹 볼 수 있다. 이 혼수는 당뇨병 환자가 병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요로감염이나 페렴 등의 감염증, 부신피질호르몬을 사용한 경우, 또는 고혈압 치료에 다이아자이드 이뇨제를 사용한 경우 등에 발생한다.
이 혼수의 특징은 심한 고혈당(600mg/dl 이상), 뇨당 4(+)이나 케톤뇨가 없으며 고나트륨혈증을 보이는 것이다. 심한 탈수로 인해 체중이 줄고 혈압이 떨어지며 중등도의 체온상승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의식 손실이 심하지 않은 경우 보리차나 맹물을 다량 공급하면서 신속하게 종합병원으로 이송해 응급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40∼50%에 달하는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이다. 당뇨병성 혼수는 매우 위험한 합병증이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꼭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이는 다음과 같다.
① 당뇨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뇨병에 관한 책을 착실하게 읽고, 각 병원에서 시행하는 당뇨교실에 참가해 당뇨병 관리교육을 받아야 한다. 민간요법이나 환자들의 경험담에는 잘못된 것이 많으므로 일방적으로 믿다간 병이 약화되기 쉽다.
② 식사요법을 꼭 지키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③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당뇨병 전문의의 검진을 받아 당뇨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④ 인슐린 주사와 경구 혈당강하제(내복약)의 용량을 환자 마음대로 변경하거나 투여를 중지하지 말아야 한다.
⑤ 만일 당뇨병이 악화되고 평소보다 몸이 나빠졌다고 생각되면 즉시 병원에서 진찰 및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성 합병증
1. 당뇨병성 안질환
당뇨병성 망막증의 예. 위에서부터 정상적인 망막상태, 비증식성 망막증, 증식성 망막증.
●당뇨병성 망막증 : 망막은 우리 몸에서 카메라의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물체의 영상이 맺히는 곳이 바로 망막이다. 망막에는 많은 모세혈관과 시신경이 퍼져 있다. 당뇨병으로 인한 고혈당은 망막의 모세혈관을 망가뜨려 시력장애를 일으키거나 심하면 눈을 멀게 한다. 40세 이후에 오는 실명의 원인으로 당뇨병성 망막증이 가장 흔하다.
그러나 전체 당뇨병 환자로 볼 때 제2형이 제1형 당뇨병 환자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망막증의 발생빈도는 제2형 당뇨병에서 더 높다. 당뇨병성 망막증에는 단순성 망막증과 증식성 망막증이 있는데, 전자는 망막에 미세동맥류와 점상출혈이 보이는 것이고 후자는 망막박리, 혈관신생 및 실명 증상이 특징이다.
망막증은 혈당조절 정도에 따라 발병 유무에 차이가 크다. 필자가 접한 3500명의 당뇨병 환자 가운데 38%가 망막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망막증의 원인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동물실험 연구결과를 보면 혈당조절이 불완전할 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당뇨병을 조기발견하여 성실하게 관리하면 망막증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억제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또 인슐린으로 치료하는 환자가 저혈당에 자주 빠질 때도 망막증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저혈당이 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도 망막증을 악화시키므로 혈압이 높은 당뇨병 환자는 혈압조절을 철저히 해야 한다. 망막증 초기엔 항혈소판 약제가 도움이 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안과 관련 정기검사를 받고 있는 당뇨병 환자.
시신경 유두나 그 주위에 출혈이나 신생혈관이 발견되면 실명의 위험성이 큰 경우이므로 이러한 환자는 안과 망막 전문의와 상의하여 적절한 시기에 레이저광(光) 응고요법을 시행하면 실명 위기에 있는 망막증 환자의 60∼70% 가량은 시력을 보존할 수 있다.
●백내장과 기타 안질환 :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병이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당뇨병 환자가 나이가 들고 당뇨병 이환 기간이 길며,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백내장 발생률이 높다.
백내장 발생률은 당뇨병 환자가 비당뇨인보다 3∼4배 높으며, 전체 당뇨병 환자의 20∼30%에서 발견된다. 그중 5∼7%는 심한 백내장으로 시력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백내장은 안과적 수술로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면 시력이 회복된다. 백내장 수술 후 당뇨병으로 인한 망막질환이 없어야 시력회복에 양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른 안질환으로 드물게 동안근(動眼筋)의 신경장애로 안구운동이 마비되어 한쪽 안구가 돌아가거나 복시(물체가 둘로 보이는 현상)로 고통받는 경우가 있는데, 신속하게 당뇨병 조절을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회복되는 수가 많다. 심한 증식성 망막증이 있는 환자에게서는 울혈성 녹내장이 발생해 안구의 통증과 시력장애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2. 당뇨병성 신장질환
우리 몸에서 신장은 체액의 양과 삼투압 조절기능, 체내 산도 조절기능, 노폐물 배설기능, 호르몬 분비기능 등을 한다. 그러므로 신장기능이 저하된 신부전 환자에서는 노폐물과 수분이 몸에 쌓이는 요독증이 발생한다. 또한 고혈압, 빈혈, 골다공증 등 여러 가지 질환이 수반한다.
신장 안에는 미세혈관이 뭉쳐 실타래처럼 생긴 사구체라는 구조가 있어 노폐물을 걸러낸다. 당뇨병으로 인해 사구체가 손상되면 혈액 내의 단백질(알부민)이 사구체를 거쳐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이 경우 보통 소변에 거품이 인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소변에 단백질이 들어 있는지를 검사해야 한다. 단백질이 소변으로 나오면 당뇨병성 신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다.
당뇨병성 신장 합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청소년 당뇨병 환자의 50∼60%, 40세 이전에 발병한 당뇨병 환자의 30%, 그후에 발생한 당뇨병 환자의 10%가 신부전증으로 고생한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당뇨병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초기엔 신장이 커지고, 사구체 여과율의 증가와 경증 고혈압이 나타나며, 소변검사에서는 소량의 알부민이 검출(미세 알부민뇨, 20∼300mg/24시간)된다. 당뇨병성 신병증의 초기엔 혈당을 엄격히 조절하고 과잉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며 고혈압을 조절하면 그 진행을 억제하거나 정상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다.
신사구체의 여과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모세혈관은 일부분만 손상돼도 나머지 모세혈관에 여과기능의 부담이 가중되어 사구체 손상이 가속화된다. 또 당뇨병을 관리하지 않아 병이 오래 경과되면 방광의 수축기능이 감퇴(신경성 방광)되어 배뇨장애를 일으킨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요로감염이 잘 생겨 이것이 신장 손상을 가속시킨다. 특히 여성 환자의 경우 요로감염 유무를 3∼6개월마다 주기적으로 확인하여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당뇨병성 신장병이 합병된 환자의 경우 방사선 조영제나 일부 항생제가 신장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성 신증이 진행되면 신사구체의 여과율, 배설기능이 떨어져 신부전증을 일으킨다. 이렇게 되면 복막 또는 혈액투석이나 신장 이식술을 시행해야 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3. 당뇨병성 신경병증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계 합병증은 당뇨병의 3대 합병증(망막증, 신증, 신경병증) 가운데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만성 합병증이다. 당뇨병 환자의 신경에 발생하는 합병증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하지 양말 신은 부위에 대칭적으로 오는 말초성 다발성 신경병증인데, 통증, 저린감, 열감, 감각의 소실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특히 야간에 악화되어 통증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자율신경에 장애가 초래되면 발기장애, 방광마비, 간헐적인 설사, 위무력증, 기립성 저혈압 등이 나타난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의 조사를 보면 5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환자의 50%가 신경합병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