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호

디도스 수사 진실게임

실체 없는 청와대 압력 의혹 옷로비 사건 재판(再版) 되나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12-01-18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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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 경찰에 이어 검찰도 범행 배후가 없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 경찰 수사가 그다지 잘못되지 않았음을 검찰이 확인해준 셈이다. 특검 수사에서도 사건의 본질은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경찰은 왜 그토록 두들겨 맞은 것인가.
    • 청와대 압력설의 실체는 뭔가. 일부에서 제기되는 ‘경찰 죽이기’ 음모론은 사실인가.
    디도스 수사 진실게임

    1월 6일 디도스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검찰.

    디도스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론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었다. 사건의 배후를 밝히기는커녕 그토록 비난을 받았던 경찰 수사 결과와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와 다른 건 두 가지. 우발적 단독범행이 아니라 두 사람이 사전에 계획한 공동범행이라는 점, 관련자들 간 금전거래에 대가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이라기보다는 이미 경찰 수사로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는 점, 사전 공모(共謀)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윗선 개입’이 없었다고 판단한 점에서 경찰 수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경찰 수사결과에 대한 여론의 비난과 특검 수사를 의식한 검찰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특검이 다시 수사하더라도 결과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 주변에서는 “배후가 있다면 그걸 밝히는 건 신의 영역일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디도스 사건 수사를 이끈 김봉석 첨단범죄수사2부장검사는 경찰 수사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경찰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했다. 공모 여부는 객관적인 증거들로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은 이상 당사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경찰이 시간에 쫓기면서 한 것으로 충분히 이해할 점이 있다.”

    “단순 무식한 범행”

    현재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로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부실수사나 축소·은폐수사였다면 검찰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꼬집었다.



    검찰이 여권을 의식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했을 개연성도 작아 보인다. 한 검찰 출입기자는 “최구식 의원이 관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히 밝혀진 상태였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부담 없는 수사였다”며 “정권 말기에 오히려 한 건을 노리는 검찰이 이런 수사를 허투루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범행) 동기가 여전히 궁금하긴 하지만 배후는 없다고 본다. 배후가 있다면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격과 같은 단순 무식한 범행을 안 했을 것이다.”

    경찰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검찰 수사로 적어도 경찰이 축소·은폐수사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느냐는 하소연이다.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라는 비판에 대해선 “짧은 수사기간에 계좌추적과 통화조회 등 할 건 다했다”고 말한다. 관련자 사무실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검찰에 영장을 신청해 압수수색을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사자 동의를 얻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압수수색한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 주변에서는 음모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누군가 경찰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언론에 미공개 수사내용을 악의적으로 왜곡해서 흘리고 청와대 외압 의혹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궁지에 몰린 것은 축소·은폐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 언론에 의해 단계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내놓은 경찰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아니, 언론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이었는지 모른다.

    맨 처음 경찰을 곤경에 빠뜨린 건 청와대 행정관 관련 사실이었다. 수사 초기 경찰은 청와대 행정관 박모 씨가 관련자들의 식사모임에 동석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의 추적보도로 이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시인하며 “범행과 관련 없기 때문에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수사 결과 발표 후엔 박 씨와 사건 관련자 간에 금전거래가 있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서도 경찰은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언론의 문제 제기는 타당한 것이었다. 경찰이 브리핑에서 다른 관련자는 다 공개하면서 유독 청와대 행정관 박 씨만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의장 비서 김모 씨가 박 씨에게 500만 원을 건넨 날은 공교롭게도 선거 당일인 지난해 10월 26일이었다. 박 씨가 한 달 뒤인 11월 29일 400만 원을 갚긴 했지만 의혹을 제기할 만한 정황이었다.

    범행 대가인가, 아닌가

    하지만 수사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 사건 전날인 10월 25일 관련자들의 모임은 두 번 있었다. 1차는 광화문 근처 음식점이었고, 2차는 강남의 룸살롱이었다. 그런데 1차와 2차 참석자가 다르다. 1차 참석자는 4명.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모 씨, 정두언 의원 비서 김모 씨, 공성진 의원 전 비서 박모 씨, 그리고 문제의 청와대 행정관 박모 씨였다. 이 중 2차 자리에도 참석한 사람은 김 씨와 공 의원 전 비서인 박 씨다. 2차에는 두 사람 외에 최구식 의원 비서 공모 씨,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모두 6명이 있었다.

    애초 경찰이 파악한 1차 참석자는 국회의장 비서 김 씨와 공 의원 전 비서 박 씨, 그리고 신분을 알 수 없는 김모 씨 세 사람이었다. 김모 씨의 신분을 알 수 없었던 것은 관련자들이 진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의 추적으로 김모 씨가 정두원 의원의 비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씨는 자신의 신분이 언론에 보도되자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같이 밥 먹은 사실밖에 없는데 신분을 공개하는 바람에 정 의원한테 피해를 끼치게 됐다”는 얘기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청와대 행정관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날 저녁 조사과정에서 국회의장 비서 김 씨의 진술로 1차 자리에 한 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디도스 수사 진실게임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 학생들이 1월 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디도스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은 공 씨의 단독범행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가 빠진 1차 모임은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 의원 비서 김 씨의 항의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람은 신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범행모의 장소인 2차 술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의 신분은 다 공개했다. 1, 2차 자리에 모두 참석했던 국회의장 비서 김 씨와 공 의원 전 비서 박 씨의 신분은 이미 언론에 공개한 상태였다. 정 의원 비서의 신분도 알려진 터라 수사팀의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1차 참석자 중 청와대 행정관 박 씨의 신분만 감춘 셈이 됐다. 검찰 수사 결과 청와대 행정관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경찰 수사내용은 틀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축소·은폐수사의 두 번째 ‘증거’는 금전거래를 덮은 점이었다.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5일 후인 지난해 12월 14일 주간지 ‘한겨레21’은 인터넷판을 통해 디도스 사건 관련자들 사이에 금전거래가 있었으며 이를 경찰이 은폐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 금전거래 사실을 시인했다. 국회의장 비서 김 씨가 공 씨에게 범행 며칠 전에 1000만 원을 송금했고, 11월 중순엔 김 씨의 돈 9000만 원이 강모 씨가 운영하는 IT업체 K커뮤니케이션 법인계좌로 입금됐다는 내용이었다. 강 씨는 고향 선배인 공 씨의 사주를 받고 직원을 동원해 선관위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을 한 장본인이다.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자들 사이의 금전거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범행 대가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다음 날 경찰은 다시 보도자료를 냈다. 디도스 사건 피의자로 추가 구속한 차모 씨를 검찰에 송치한다는 내용과 금전거래에 관한 구체적 설명이었다. 12월 9일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본 건과 관련해 준비자금 또는 대가 제공을 확인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문구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보도자료에서는 1000만 원이 범행 대가일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평소 금전거래가 없다가 갑자기 돈 거래가 있었던 점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은 점 ▲이 돈이 다시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 씨에게 건너간 점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반응 결과가 나온 점 등을 꼽으며 “디도스 공격에 대한 대가성 금액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공모의 증거

    경찰이 1000만 원의 성격을 새로 규정한 건 12월 9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이후 후속수사 과정에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계좌추적 결과 디도스 공격 5일 후인 지난해 10월 31일 공 씨가 강 씨에게 1000만 원을 보낸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 돈과 범행 6일 전인 10월 20일 김 씨가 공 씨에게 보낸 돈이 같은 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즉 김 씨가 공 씨를 통해 강 씨에게 범행대가로 건넸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김 씨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반응을 보인 것도 그런 의심을 키웠다.

    공 씨가 강 씨에게 10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은 두 사람의 계좌에 대한 압수영장이 검찰 송치 이후에 발부됐기 때문이다. 반면 김 씨와 공 씨 간의 금전거래 사실이 일찍 밝혀진 것은 김 씨의 진술 덕분이었다. 경찰은 김 씨 계좌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아 관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찰은 9000만 원에 대해선 경찰과 마찬가지로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1000만 원은 범행 대가라고 인정했다. 그런데 이것도 경찰이 이미 그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에 검찰이 새로 밝힌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경찰 수사팀 일부에서는 여전히 단독범행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공모의 정황증거로 김 씨와 공 씨 두 사람 간에 오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꼽았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를 조회한 결과 공모를 의심할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자메시지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다른 셈이다. 그밖에 경찰이 공 씨의 우발적 단독범행이라고 믿은 근거는 김 씨가 자기 돈을 써가면서까지 범행을 지시할 동기가 없었다는 점, 범행 전날 필리핀에 체류하던 강 씨가 공 씨와 한 달여 만에 통화한 후 국내에 있는 직원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점, 강 씨가 공 씨에게 1000만 원을 빌릴 만한 개인적 사정이 있었다는 점 등이다.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의혹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수사결과 발표 때 공개하지 않았는데, 지금 와선 ‘다 공개할 걸’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금전거래 부분에 대해선 경찰이 화를 자초했다는 시각이 많다.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대가성을 떠나 돈이 오간 사실을 밝히기만 했더라도 불필요한 오해나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경찰에 결정적 타격을 입힌 세 번째 의혹 제기 역시 ‘한겨레21’이 주도했다. 이 잡지는 지난해 12월 17일 이른바 청와대 외압설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기사 제목은 ‘청와대가 경찰에 금전거래 은폐 압력 행사했다.’ 청와대가 경찰에 압력을 행사해 청와대 행정관 연루사실과 범행 관련자들의 금전거래 사실을 은폐했다는 주장이었다. 그 근거로 든 것이 청와대 치안비서관 및 정무수석비서관과 경찰청장의 통화였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청와대와 의견을 조율한 후 수사팀의 의견을 묵살하고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게 요지다.

    “돈 문제는 사건 본질과 상관없다”

    보도 직후 조 청장은 디도스 사건과 관련해 김효재 정무수석과 통화한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외압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였다. 양측의 부인이 아니더라도 사건의 진행과정을 꼼꼼히 짚어보면 청와대 압력설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앞서 살펴본 대로 최구식 의원 비서 공 씨의 우발적 단독범행이라는 확신을 가졌던 수사팀이 자체 판단으로 청와대 행정관의 신분과 범행 관련자들의 금전거래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화 당사자인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 청와대 정무수석한테 전화로 압력을 받았나.

    “압력은 무슨? 정무수석은 경찰청장과 당연히 통화할 수 있다. 경찰처럼 공개된 조직에서 청장이 수사팀에 뭐라 한마디라도 했다면 보안유지가 되겠냐. 그리고 나는 청와대 수석이 뭐라 한다고 사건의 방향을 바꿀 사람이 아니다. 청장과 수석은 지휘복종 관계가 아니라 업무협조 관계다.”

    ▼ 정무수석 전화를 받고 수사팀에 관련 내용을 확인했을 것 아닌가.

    “수사팀에 물어보니 돈 문제는 사건 본질과 상관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정무수석에게 그대로 전해줬다. 청와대 행정관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수사팀에선 사건과 관련 없는 인물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내용도 정무수석에게 전해줬다.”

    ▼ 치안비서관과도 통화했나.

    “한두 번 했다. 치안비서관도 업무 관계상 당연히 경찰청장과 통화할 수 있다.”

    ▼ 치안비서관이 청와대 뜻이라며 협조 요청을 하진 않았나.

    “치안비서관이 경찰청장한테 그럴 수 없다.”

    ▼ 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축소·은폐했다면 검찰 수사로 다 드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결과와 거의 일치하지 않은가. 청와대 행정관은 사건과 관련 없다는 점이 확인됐고, 1000만 원 부분도 경찰이 이미 대가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나. 1000만 원의 성격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졌었다. 공 씨와 강 씨의 금전거래 사실이 계좌추적으로 드러나고 김 씨가 거짓말탐지기에 걸렸기 때문에 대가 가능성이 제기됐는데도 여전히 단독범행이라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자청해 기자실에 내려가 직접 설명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정정보도 청구소송

    디도스 수사 진실게임

    2011년 12월 9일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디도스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수사발표문을 청장실에서 고쳤나.

    “수사기획관이 갖고 와 읽어봤을 뿐이다. 만약 내 지시로 수사발표문이 수정됐다면 실무자 컴퓨터에 기록이 남아 있을 것 아닌가. 특별검사가 조사하면 다 밝혀질 것이다.”

    ▼ 검찰은 경찰과 달리 사전 공모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의 잘못이라면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너무 단정적으로 언급한 것이었다. 당사자들이 공모를 부인하기 때문에 재판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김효재 정무수석 역시 외압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 디도스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청장에게 전화한 이유는?

    “내 주된 업무가 국회와 관련된 것이다. 그리고 정무수석실 산하에 치안비서관실과 행정자치비서관실이 있다. 치안 관련 사고 처리도 내 업무다. 그래서 경찰청장과는 늘 통화하는 사이다. 그날 통화도 업무 협조 차원이었다. 통화 내용 중에는 디도스 사건 말고 다른 사안도 있었다.”

    ▼ 압력을 행사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추측보도라고 생각한다. 사실이 아닌 내용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 해당 언론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는데….

    “내가 신문사에서 25년 근무한 사람이다. 아직도 나는 내 직업이 기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로 언론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싶진 않다. 추측보도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모시는 사람이 언론과 싸우는 건 옳지 않다.”

    최동해 청와대 치안비서관도 자신과 관련된 ‘한겨레21’ 보도 내용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디도스 수사 진실게임

    2011년 12월 5일 민주당 사이버테러진상조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경찰청을 방문해 수사 상황을 설명 듣고 있다.

    ▼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손발이 안 맞아 일 못해먹겠다”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사실인가.

    “나는 그럴 위치에 있지 않다. 치안감이 치안총감(경찰청장)에게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 없다. 그런 통화는 한 일이 없다.”

    ▼ 청와대 행정관이 연루된 사실과 금전거래 사실을 언론 보도 전에 파악하고 있었나.

    “수사 진행상황은 파악하고 있었다.”

    ▼ 경찰이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에 수사내용을 보고하는 건 관행인가, 규정인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사건은 사전에 보고하게 돼 있다. 치안비서관은 이를 파악해 위에 보고하게 돼 있다. 그건 고유 업무다.”

    경찰은 ‘한겨레21’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하지만 ‘한겨레21’이 정정보도를 거부해 ‘조정 불가’로 중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 반면 청와대는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한겨레21’ 보도의 파괴력은 컸다. 많은 언론이 청와대 외압과 경찰의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찰은 물론 청와대도 큰 타격을 받았다. 당사자들의 강력한 부인과 경찰 수사팀의 얘기를 들어보면 외압 의혹은 부풀려졌거나 실체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감한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수석과 경찰청장 간에 그런 통화가 이뤄졌다는 것만으로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한 경찰 간부는 “통화내용을 떠나 정무수석이 전화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외압설의 진실 못지않게 궁금한 것은 ‘한겨레21’에 그런 엄청난 정보를 준 사람이 누구인지다. 보도내용에 비춰보면 제보자는 수사 상황을 자세히 아는 것은 물론 경찰청장과 정무수석 간의 통화라는 고급 정보도 쥐고 있었던 사람이다. 기사에서는 ‘사정당국 고위관계자’라고 표현됐다. 도대체 ‘사정당국 고위관계자’는 무슨 의도로, 또 무슨 판단으로 경찰이 청와대 압력을 받아 축소·은폐 시도를 했다고 얘기한 걸까.

    의심받는 민정라인

    정무수석과 경찰청장이 통화한 고급 정보를 알았을 법한 사람은 손에 꼽힌다. 먼저 정진영 민정수석. 김효재 정무수석이 디도스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정 수석과 자주 협의하면서 경찰청장과 통화한 사실도 알려줬기 때문이다. 정무기획비서관과 정무비서관, 민정 1·2비서관도 수석들한테 들어 알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무라인 주변에서는 “우리는 몰랐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통화사실은 물론 수사내용도 잘 몰랐다는 것이다. 정무라인 관계자는 “다만 최구식 의원 비서가 연루된 사실을 알고 우려하는 얘기는 나왔었다”고 전했다.

    조 청장 주변의 경찰 간부 몇 명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는 얘기를 경찰 쪽에서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치안비서관도 마찬가지다. 통화사실과 수사내용을 다 알 수 있는 위치지만, ‘친정’인 경찰을 망가뜨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민정라인이 의심을 받는다. 근거는 이렇다. 청와대 압력으로 사건이 축소·은폐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은 경찰이 검찰에 수사기록을 넘긴 이후다. 따라서 ‘사정당국 고위관계자’로 일단 의심되는 사람은 자세한 수사내용을 알 수 있는 검찰 관계자다. 그런데 정무수석과 경찰청장의 통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검찰보다는 청와대 관계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검찰을 통해 디도스 사건 수사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민정2비서관이다. 주요 수사와 관련해 검찰과 업무 협조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김진모 민정2비서관은 검사 출신이다. 검사가 청와대 근무를 하려면 일단 사직을 해야 한다. 청와대 근무가 끝나면 다시 검사로 돌아간다. 김 비서관은 자신이 제보자로 지목되는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 민정2비서관이 언론에 청와대 압력 의혹을 흘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찰청 쪽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듣고 있다. 경찰 수사내용을 아는 치안비서관실은 정무수석실 산하다. 우리는 잘 모른다. 나는 지금까지 수사기밀과 관련된 내용은 한 번도 언론에 얘기한 적이 없다. 청와대 업무는 상당한 보안이 요구된다.”

    실체 없었던 옷로비 사건

    ▼ 검찰로 송치된 이후엔 경찰 수사내용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송치돼도 우리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 청와대 근무를 2년 반 했다. 언론 접촉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사의 전반적 흐름을 보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정무수석보다 늦게 알았다.”

    ▼ 정무수석과 경찰청장의 통화사실을 언제 알았나.

    “언론보도 전까지는 통화사실을 몰랐다. 두 사람이 통화한 내용은 관심사항도 아니었다. 직을 걸고 맹세한다. 난 아니다.”

    김 비서관은 목소리를 높이며 “음해다.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청와대는 검찰 복귀 의사를 밝힌 김 비서관 후임으로 권익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검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영 민정수석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몇 차례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음성메시지를 통해 용건을 얘기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통화 당사자인 김효재 정무수석은 경찰에 화살을 돌리는 듯한 얘기를 했다.

    ▼ 경찰청장과 통화한 사실을 언론에 얘기한 적이 있나.

    “나는 그 문제로 언론과 접촉한 적이 없다.”

    ▼ 청와대에서 경찰청장과의 통화사실을 알았던 사람은 정진영 민정수석을 비롯해 몇 명 안 되지 않나.

    “경찰청장도 간부들에게 얘기했을 거다.”

    ▼ 경찰 쪽에서 언론에 그런 얘기를 할 리 없지 않은가. 축소·은폐수사를 했다는 건데.

    “보도내용은 추정이고, 넘겨짚은 것이다.”

    또 다른 당사자인 조현오 경찰청장은 “짚이는 데는 있지만…” 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청와대 쪽에 대한 의심을 감추지 않았다.

    “정무수석이 과시 차원에서 얘기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다른 누군가 경찰을 곤란하게 하려고 악의적으로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

    ▼ 정무수석과 통화한 사실을 주변 간부들에게 얘기했나.

    “직원들 있는 자리에서 통화했다. 수사기획관 등 서너 명이 있었다.”

    ▼ 경찰 내부에서 청와대의 압력 행사에 불만을 품고 흘렸을 수도 있지 않나.

    “국가 발전과 경찰 발전을 위해서라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경찰 내부에서 불만을 품고 언론에 그런 얘기를 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특종’을 낚은 ‘한겨레21’ 사회팀장은 “제보자가 청와대 쪽인지 검찰 쪽인지만 말해줄 수 있나”라는 요청에 “말할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 “민정라인이냐”는 질문에도 같은 대답을 했다.

    13년 전인 1999년 김대중 정부는 옷로비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처음 이 사건을 맡은 것은 경찰(사직동팀)이었다. 하지만 옷로비의 실체가 없다고 판단한 경찰 내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언론 보도 이후 재수사 여론이 빗발쳤다. 1년 동안 검찰(서울지검)-특검-검찰(대검 중수부)의 릴레이 수사가 펼쳐지고 국회 청문회까지 열렸다. 수사기관마다 결론이 조금씩 달랐지만 고위층에 대한 옷로비가 없었다는 점에선 거의 일치했다.

    그 과정에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과 박주선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공무상 비밀누설, 공문서 변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여론에 떠밀린 무리한 구속이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었다. 결국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옷로비 사건은 오해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디도스 사건에 대해 “제2의 옷로비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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