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매니지먼트 _ 마틴 햄메어트 지음, 정경준·박용·임우선 옮김, 레인메이커, 256쪽, 1만4800원
“호랑이가 매서운 눈빛을 번뜩이며 날카로운 발톱을 치켜드는 순간, 온 세상은 공포에 휩싸인다. 저 멀리서 호랑이 냄새만 나도 다른 동물들은 꼬리를 감추고 달아난다. 먹잇감을 앞에 둔 호랑이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공격하되 결코 유연성을 잃지 않는다.”
독일 출신의 마틴 햄메어트 고려대 경영대 교수의 눈에 비친 한국 기업과 임직원은 호랑이 같다. 그는 위기에 더 강한 힘을 발휘하는 한국식 경영 방식을 ‘타이거 매니지먼트’라고 정의했다. 호랑이의 신속성, 역동성, 유연성, 공격성이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속성이며, 이는 한국 기업이 추구하는 성장지향적인 성향과 일맥상통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햄메어트 교수가 최근 한국 미국 영국 싱가포르에서 동시 출간한 ‘타이거 매니지먼트’는 유독 한국에선 찬밥 신세인 우리 기업을 위한 변론서이자 한국 기업을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식 경영 교과서다. 2004년부터 고려대 강단에 선 그는 한국과 일본 기업에 정통한 국제경영학자다.
햄메어트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식 경영이 본받아서는 안 될 용도폐기 모델인가’라는 날선 질문을 던진다. 그의 대답은 ‘노(No)’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식 경영이 투명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며 무모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 나쁜 기업지배구조의 전형처럼 비난을 받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맨땅에서 시작해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과 같은 제조업 분야에서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고, 한류 바람을 타고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같은 새로운 분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덩치만 키운 게 아니라 수익성도 돋보인다. 그는 한국식 경영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고유한 힘을 갖고 있으며 신흥국가는 물론 서구 기업도 이제는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배워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을 펼친다.
삼성 현대 LG SK 두산과 같은 ‘대기업 호랑이’ 외에도 휴맥스, 엔씨소프트, SM엔터테인먼트와 같은 2세대 ‘벤처 호랑이’와 소속 직원들까지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DNA를 고스란히 갖고 있다는 저자의 분석이 흥미롭다. ‘황제 경영’이라고 비판을 받는 한국 경영자들의 경영 방식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각을 내놓는다. 경영자 권위의 집중화, 회장 직속 기획실에 의한 기획과 통제, 조직 내부의 강력한 일관성 유지라는 속성을 가진 한국 기업 특유의 ‘호랑이 리더십’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쏟아내는 경제민주화 공약만 놓고 보면 한국 대기업들은 여전히 문제가 많은 골칫덩이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절대선(善)’이며 ‘한국식 경영은 낡은 방식’이라는 색안경을 쓰면 우리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우리 기업이 가진 장점과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무엇을 바꿔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외국인 교수가 외국인을 위해 쓴 한국식 경영 이야기를 굳이 한글로 번역한 이유다.
박용│동아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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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인격 _ 데이비드 데스테노·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 지음, 이창신 옮김
“우리가 자신을 얼마나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든 간에 거짓말하고, 속이고, 훔치고, 죄지을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숨어 있다.” 미국의 저명 심리학자인 두 저자의 주장이다. 믿음직하고 성실한 이미지를 기초로 막대한 부와 명예를 누렸던, 그러나 실은 무절제하게 살고 있음이 드러난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 등을 사례로 들면서 이들은 ‘왜 우리는 거짓, 사기, 위선과 같은 부정행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라고 질문한다. 답은 “인격은 고정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라는 것. 저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환경이나 상황이 조금만 바뀌면 누구나 성인이 될 수도, 죄인이 될 수도 있음을 증명한다. 자신을 지키는 첫걸음은 인격이 가변적인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의지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감정의 미세한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김영사, 301쪽, 1만4000원
마하티르 _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지음, 정호재·김은정 옮김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자서전. 말레이시아 근대화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저자가 근대 말레이시아의 형성기와 이후 여러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쳐온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외과의사 출신인 마하티르는 1981년 총리가 된 뒤 5회 연임을 통해 2003년까지 무려 22년간 자리를 지켰다. 그동안 농업국이자 빈국이던 말레이시아의 체질을 개선하고 신흥공업국이자 아세안의 중심 국가로 성장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구 세계에 의존하던 외교와 경제정책을 과감하게 버리고 ‘한국과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내용의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편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제2차 세계대전과 영국의 재침략을 딛고 현대적인 독립 말레이시아를 건설해나가는 과정, 1990년대 후반의 금융위기를 해결한 과정 등을 털어놓은 대목이 인상적이다. 동아시아, 792쪽, 2만8000원
세계의 특수작전 _ 양욱 지음
특수작전은 ‘비상사태나 전략적인 우발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 수행하는 작전’을 가리키는 말. 대규모 정규 병력으로 하기 힘든 이러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특전사’ ‘UDT’같은 특수부대다. 특수부대의 활동영역은 대테러작전뿐 아니라 타격작전, 특수정찰, 민사심리작전 등 다양하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이자 해군 자문위원이며, ‘민간군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텔엣지(주)의 대표이사인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의 특수부대와, 그동안 이들이 수행했던 ‘담대하고 기발한’ 특수작전에 대해 소개한다. ‘영국 코만도의 채리엇 작전’ ‘유인어뢰로 최강의 함대를 침몰시킨 이탈리아 해군 잠수특공대의 활약’ ‘미군 최악의 구출작전 마야구에즈 피랍사건’ ‘기본기 없는 작전 수행으로 재앙을 자초한 이집트 777부대의 인질 구출작전’ 등에 대한 소개가 눈길을 끈다. 플래닛미디어, 308쪽, 1만48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감각의 미술관 _ 이봄, 305쪽, 2만2000원
오늘날의 미술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교과서에서 자주 보던 회화나 조각같이 우리 눈에 친숙한 작품보다는 과연 이게 미술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이하고 엉뚱한 물건이나 행위가 버젓이 미술관에 전시된다. 고막을 찢을 듯한 소음과 함께 전시장을 가로지르며 작가가 뛰어다니고 한구석에서는 앞치마를 두른 사람이 국수를 볶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동시대 미술에 대한 우리의 몰이해는 전위적인 미술은 언제나 대중에게 등을 돌리는 것이라 넘겨짚는다. 하지만 미술가는 작품을 통해 소통한다. 아니,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이때 중재에 나서야 하는 것이 미술사가나 평론가의 역할이다. 이 책은 그 역할을 자처한다.
미술이 ‘보는 것’이라는 당연한 명제가 과연 오늘날에도 유효한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현대미술의 공간은 소리와 감촉, 냄새와 맛으로 채워지고, 이는 미술은 보는 것이라는 우리의 편견을 반박한다.
이 책은 미술이 시각 이외의 타 감각을 수용해나가는 과정을 추적하며 다양한 감각을 통해 소통하는 현대미술의 양상을 다루고 있다. 우리의 오감에 따라 바라보기, 들어보기, 만져보기, 맡아보기와 맛보기로 나뉘어 각각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다루는 미술을 소개하며 이들이 어떻게 기존의 시각 중심적 미술에 도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음악과 소음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현대미술에 편입되어왔는지, 관람자와 작가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구현되는 촉각적 미술이란 어떤 것인지, 심지어 미술과는 무관해 보이는 냄새와 음식, 배설물이 어떻게 미술로 향유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여기에 그 시대의 철학은 물론 미술사의 선례들과 동시대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이 맞물리고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결국 가장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겼던 동시대 작품이야말로, 실제로는 나와 우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 미술관에서 우리 시대의 미술작품을 마주하며 난감했던 사람은 더 이상 주눅이 들거나 답답해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시대 미술의 키워드는 작가가 아니라 관람자이고, 이미 관람자인 당신은 작품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니까. 이 책은 관람자인 독자의 능동적인 감상을 위한 매뉴얼이다. 책의 마지막 장은 대표적인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예로 들어 관람자의 측면에서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를 다루었다. 왜 이런 것이 미술작품인지,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배운다면 이제 남은 것은 즐기는 것뿐이다. 적극적으로 즐기는 미술 경험이야말로 우리 시대 미술이 원하던 바로 그 소통을 이루는 것이다.
작품과 관람자 사이에 인문학이 다리를 놓았을 때, 비로소 난해한 현대미술과의 만남이 흥미롭고 두근거리는 경험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싶은 책이 바로 ‘감각의 미술관’이다.
이지은│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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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늑대 _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미국 마이애미대 철학교수는 20대 후반의 어느 날, 신문에서 “96% 새끼 늑대 판매!”라는 광고를 봤다. 속는 셈 치고 구경을 갔다 이성을 잃고 만다. “보송보송한 털, 꿀처럼 노란 눈, 모난 데 하나 없이 동글동글한” 새끼 늑대에게 한눈에 반한 것. 농장주는 철학자에게 혼혈종 늑대개가 아니라 100% 늑대라고 속삭이지만, 이미 마음을 모두 사로잡힌 그는 즉석에서 늑대를 입양한다. 이후 11년간, 늑대와 함께한 삶을 기록한 책. 저자는 늑대와의 만남이 자신의 인생을 결정짓고 세계관을 뒤흔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들의 동거 제1원칙이 (혼자 두면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기에) 어디를 가든 동행한다는 것이었기 때문. 줄도 묶지 않고,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고 나란히. 그렇게 늑대 ‘브레닌’과 함께 살면서 철학자가 얻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성찰이 인상적이다. 추수밭, 343쪽, 1만5000원
양자불가사의 _ 브루스 로젠블룸·프레드 커트너 지음, 전대호 옮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물리학과의 인기 강좌를 엮은 책. 두 교수는 난해하기로 정평이 난 양자이론의 내용을 익살스러운 비유와 우화를 통해 설명한다. 양자이론은 “우리의 관찰이 원자의 물리적 실재를 창조하는 것이며, 나아가 그 원자의 과거 역사까지 창조한다”고 본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주장이 물리적 실재를 부정한다는 점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나는 내가 달을 보지 않을 때도 달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아인슈타인은 ‘세계가 어떤 지각 행위에 대해서도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전제는 물리학의 기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전제가 옳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이어진 물리학계의 여러 논쟁을 정리하면서, 저자들은 철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적절한 도표 및 그림 등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지양사, 448쪽, 2만2000원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_ 최장집 지음
“한 노동자는 10년 가까이 현대자동차에서 일했는데, 그 사이 자신을 고용한 인력 회사가 일곱 번이나 바뀌었다고 말한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회사에 다니고 있는 건가’ 하고 자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말에서 나는 존재감을 상실한 채 헤매는, 카프카의 소설 속 소외된 한 인간의 모습을 떠올렸다.” 고려대 명예교수인 저자가 울산의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와 대화하고 기록한 글이다. 저자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25년이 흐른 오늘, 한국 사회의 모습을 소개하며, 그 시절 우리가 꿈꾸고 바랐던 민주화의 수혜자는 과연 누구인지 묻는다. 직접 노동 현장을 방문해 탐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 중하층의 삶에 대해 논의한 뒤,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한계를 짚어내고, 사회적 시민권이 복지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함을 강조한다. 폴리테이아, 176쪽, 1만 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오래된 도시의 골목길을 걷다 _ 휴머니스트, 382쪽, 2만3000원
인간다운 삶을 지지하는 공간이나 장소를 디자인하는 근거와 기준을 찾고자 나는 전통마을을 연구해왔다. 점차 역사도시로 관심을 넓혔다. 지난 7년간 밀양·통영·안동·춘천·안성·강경·충주·전주·나주 등 긴 역사를 가진 도시, 걸어서 다닐 수 있을 만큼 도심이 작은 도시, 그리고 현대도시로서 매력과 잠재력이 큰 도시들에 푹 빠져 있었다. 이 책에는 그 도시들을 걸으며 생각하고, 쓰고, 그리고, 찍은 내용을 담았다. 흥미로운 장소와 이야기, 소소한 감흥과 재미, 그리고 교훈들을 실었다. 무엇보다도 그 도시의 골목길을 걸으면서 맛본 행복감을 전하려 했다. 밋밋하게 확장된 현대의 시가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인구의 십중팔구가 도시에 살지만 정작 우리 도시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실 자신이 사는 도시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삶의 공간을 이해하지 않고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해 없이는 사랑도 없다. 삶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 수는 없으리라.
우리 도시들이 어수선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면에는 나름의 질서와 논리가 있다. 놀랍게도 그것은 주변의 산과 강의 흐름에 이어져 있다. 우리 도시는 동아시아의 문명이 낳은 골격을 갖추었지만 지형과 물길 같은 자연 조건에 따랐다. 그래서 도시 공간이 변화가 많고 흥미롭다. 온통 새것으로 가득 차 보이는 역사도시에서도 큰 가로의 안쪽으로 발을 옮기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어린 오래된 공동체 공간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 공간을 이어주는 것이 골목이다. 도시마다 골목에 얽힌 이야기도, 골목의 모양도 다르다. 나주에서는 골목이 길게 이어지지만 안동에서는 막다른 골목으로 짧게 끝난다. 도시의 특성이고 콘텐츠다.
20세기 후반 우리 사회는 광적으로 도시개발을 했고, 보전과 개발이라는 모순을 해결하지 못해 오래된 도시 옆에 신도시를 만들었다. 이렇게 한 도시가 두 가지 공간과 이미지를 가져서는 정체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도시 공간의 이원성을 이해하고 유지해야 한다. 여기서 이원성이란 도시 공간이 주요 가로라는 선(線)과 그것들로 구획되는 면(面)으로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대규모 국제주의 양식 건물들은 주요 가로변에만 배치하고 그 안쪽의 면은 도시 특유의 주거 유형으로 이루어진 작은 공동체의 공간으로 지속시키면 도시의 정체성과 기능성을 모두 갖출 수 있다.
나는 도시의 과거를 논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우리와 후손들이 살아갈 도시의 앞날을 모색하고자 했다. 그래서 아홉 도시를 논한 각각의 글을 그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도시의 여행자는 물론 도시정책 수립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홉 도시에서 일상을 보내는 시민들께 이 책을 권한다. 한필원 │ATA 대표, 한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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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그니스, 불을 찾아서 _ 오쓰카 노부카즈 지음, 송태욱 옮김
‘이그니스(ignis)’는 불을 뜻하는 라틴어. 따라서 ‘호모 이그니스’는 불을 사용하는 인간을 뜻한다. 일본의 출판편집자인 저자는 민속학과 고고학·인류학·신화·역사를 넘나들고, 수많은 예술작품을 보면서 인류의 역사에서 불이 어떤 의미를 가져왔는지 살핀다. “불이 발산하는 힘은 야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고, 놀이나 의식도 할 수 있게 했다.…사람들은 불을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한편 불의 파괴력에 대한 경계심은 사람들에게 불을 다루는 법을 훈련하게 만들 것이다. 불에 대한 경의는 이렇게 의식화되고, 불을 다루는 훈련은 불의 제도에 속하게 된다” 같은 식이다. 인간이 여전히 불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원자로의 경우 등을 통해 ‘불의 양면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제는 ‘횃불에서 원자로까지, 경이로움과 두려움의 패러독스’다. 사계절, 312쪽, 1만6800원
집 주변에서 찾는 음식 보약 _ 고은정 지음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인 저자의 음식 에세이. 봄 쑥·부추·구기자, 여름 보리·밀·감자, 가을 밥·포도·우엉, 겨울 마·밤·유자 등 계절별로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를 소개한 뒤 먹을 때 주의할 점과 추천 요리법 등을 덧붙였다. 봄쑥의 효능을 밝힌 뒤 “열이 많은 사람이나 몸에 진액이 부족한 사람은 조심해서 먹어야 하며 술과 함께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전북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서 살면서 산야초를 연구하는 저자는 ‘자연을 거스르는 밥상은 건강도 거스른다’고 믿으며 ’우리장 아카데미’ ‘한국의 절기음식학교’ 등을 운영하는 등 ‘몸에 좋은 음식’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선조들은 음식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나아가 치료하는 사람을 ‘식의(食醫)’라고 부르며 ‘약의(藥醫)’보다 더 훌륭한 의사로 여겼다. 한국농정, 216쪽, 1만3000원
논어 _ 신정근 지음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썼던 저자는 사단법인 ‘선비정신과 풍류문화연구소’를 운영하는 우리 시대의 대표 유학자 중 한 명이다. 그가 ‘논어’의 핵심 용어로 학(學), 명(命), 의(義), 군자(君子)와 소인(小人), 예(禮)와 서(恕), 미(美), 정(政), 인(仁), 효(孝)와 명(名) 등 9개를 꼽은 뒤, 각각의 개념과 21세기적인 의미를 분석한 책. 군자와 소인에 대한 논어의 구절을 풀이한 뒤 “군자가 완전한 무결점의 사람은 아니며, 소인도 악인(惡人)은 아니다. … 군자와 소인은 반드시 두 사람의 모습으로 생각할 것 없이 나의 두 모습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공자가 군자를 통해 나 자신에 갇히지 않고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를 제안하는 데에 있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인(仁)’도 “공동체의 갈등을 치유해서 평화와 화합을 일구어내는 덕목”이라고 풀이했다. 한길사, 356쪽, 1만7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이 책은…’
자유로 가는 길 _ 버트런드 러셀 지음, 장성주 옮김, 함께읽는책, 284쪽, 1만5000원
우리나라에서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철학자는 노벨상을 수상한 문필가로서, 촌철살인의 위트를 지닌 현자(賢者)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책들만 봐도 그의 문학적 감수성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놀라운 지식을 엿볼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아마도 이 책에 나타나는 급진적인 그의 면모는 10년 전이라면 한국 독자에게 당혹감을 주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지금, 러셀의 미래 전망은 우리에게 현재가 되어 다가온다.
‘버트런드 러셀의 자유로 가는 길’은 러셀이 미국의 한 출판사로부터 마르크스주의와 아나키즘, 생디칼리슴(Syndicalisme)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쓴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그러한 사상들이 실현된 세계에서 벌어질 몇 가지 문제, 즉 노동과 임금, 정부와 법, 국제관계, 과학과 예술에 대한 전망을 특유의 논리와 촌철살인의 위트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가 남긴 40여 편 저작의 실마리가 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적 사회주의자로서의 러셀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이 책 제2부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세상의 모습’에는 무상 교육과 기본소득 같은 미래 전망이 담겨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쓰인 책인데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충분한 공감과 감명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손으로 악당 혹은 바보 혹은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이 책은 당신에게 어떠한 체제를 선택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의 정치 체제가 당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있느냐다. 날카로운 노철학자의 직관이 번뜩이는 이 책에서 악당 혹은 바보 혹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한 힌트를 조금이나마 얻어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저자의 문장을 인용한다.
“우리가 이제껏 상상한 세상에서는 경제로 인한 공포와 경제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희망이 똑같이 자취를 감출 것이다. 가난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도 없을 테고, 부자가 되려고 냉혹한 짓을 서슴지 않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출세를 못한 직업인도 자녀가 나락으로 떨어지리라는 두려움 속에 살지 않을 것이다. 근면한 일꾼은 자신이 착취자의 자리에 서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지 않을 것이다. 야심에 찬 젊은이들은 경쟁자를 쓰러뜨리고 노동자를 짓밟으며 경제적 성공과 부를 얻으려는 생각 대신 다른 공상에 골몰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세상에서는 우리 정신의 배후에 서성거리는 악몽들이 더 이상 설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다.…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모든 행위는 운 좋은 소수가 아니라 충분한 포부와 재능을 타고난 모든 이에게 열려 있을 것이다.”
함소연│도서출판 ‘함께읽는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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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션 2.0 _ 와엘 고님 지음, 이경식 옮김
구글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마케팅 책임자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저자가 이집트 혁명 기간의 경험을 담아낸 책. 저자는 2010년 6월, 경찰의 폭행으로 숨진 이집트 청년 칼레드 사이드의 사진을 보고 ‘우리는 칼레드 사이드’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든다. 이 사이트는 순식간에 이집트 전역으로 확산됐고 저자는 이를 주동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 2011년 1월 27일 실종됐다가 2월 7일 석방됐다. 이것이 기폭제가 돼 이 혁명이 확산됐고, ‘타임’은 ‘2011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명단 첫머리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소심한 직장인이자 정치엔 문외한이던 저자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이집트 혁명의 중심이 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현재 장기 안식 휴가를 받아 이집트의 빈곤 퇴치 및 교육 발전을 도모하는 시민단체 설립을 준비 중이다. 알에이치코리아, 490쪽, 1만5000원
사회생물학과 윤리 _ 피터 싱어 지음, 김성한 옮김
미국 프린스턴대 ‘인간가치센터’에서 생명윤리를 가르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윤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에 따르면 윤리의 바탕에는 혈연과 공동체의 성원을 보호하려는 이타성이 있다. 인간의 이성 능력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이타성에서 윤리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는 ‘진화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면, 우리가 여전히 이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생물학과 윤리학의 접점도 찾는다. “만약 두 명의 자식, 네 명의 조카, 또는 여덟 명의 친사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목숨을 내걸어도 나의 유전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다. … 우리는 혈연선택을 통해 … 약탈자가 가까이 있을 때 경고음을 내는 것과 같은 이타적 행동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암서가, 328쪽, 1만7000원
습관의 힘 _ 찰스 두히그 지음, 강주헌 옮김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 MBA 출신으로, 미국 언론인이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쓴 ‘뉴욕타임스’의 스타 기자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뤄온 그가 단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던 것이 습관을 고치는 것. 꽤 오랫동안 매일 오후 쿠키를 먹었던 그는 건강을 위해 쿠키를 끊기로 결심한 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습관은 왜 이리 강력하며, 습관을 고치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하면서 그는 700여 편의 학술 논문과 수십 건의 비공개 연구 자료를 파헤쳤고, 300여 명의 과학자와 경영자를 인터뷰했다. 그 과정에서 습관이 개인의 삶을 넘어 조직·기업·사회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았다. 오랜 ‘탐사 취재’의 결과물인 이 책에서 저자는 습관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지 밝히고, 개인의 삶 전체를 바꾸는 ‘습관 교정’의 기술을 공개한다. 갤리온, 464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