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호

戰力 강화, 수출, 여객기 개발 KFX ‘1타 3피’ 노려라!

‘5전6기’ 한국형 중형 전투기 사업 어디로?

  • 이정훈│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13-06-19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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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FX 사업은 왜 다섯 번이나 퇴짜 맞았나
    • 전투기 줄어 다급해진 공군, “KFX를 띄워라”
    • KFX 없이는 킬체인 구축도 불가능
    • 왜 공군은 쌍발 최첨단 기종만 고집하는가
    • 일본, 이스라엘, 대만의 전투기 개발 실패 이유
    • 생각을 바꾸면 F-16보다 싼 KFX 만들 수 있다
    戰力 강화, 수출, 여객기 개발 KFX ‘1타 3피’ 노려라!
    5전6기(五顚六起)? 한국형 중형 전투기를 만들자는 KFX(Korean Fighter eXperimental·보라매)사업의 처지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이럴 것 같다.

    이 사업은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2015년까지 국산 차세대 전투기를 만들겠다”고 밝힌 데서 비롯됐다. 1994년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위원회는 2020~2050년의 공군 전력은 ‘하이(high)급’으로 불리는 대형 전투기, ‘미디엄(medium)급’의 중형 전투기, ‘로(low)급’의 소형 전투기로 구성하되 공격기로 불리는 소형 전투기와 KFX(가칭)로 일컫는 중형 전투기는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이 좋겠다는 ‘항공우주산업개발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리고 7년이 흐른 뒤 김 대통령이 이를 천명한 것이다.

    대통령의 선언이 있었던 만큼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2002년 11월 합참이 국산 중형 전투기 도입을 장기 신규 소요로 결정한 것. ‘장기(長期)’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무기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합참이 국산 중형 전투기를 도입하겠다고 했으니 제작자들이 반응했다. 전투기 개발은 정부(국방부)가 주도해야 한다. 정부는 2017~2021년 중형 전투기를 개발해 100~200대를 공군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웠다고 무조건 일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성을 따져봐야 한다. 2003년 2월 말 출범한 노무현 정부에는 이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기획재정부 등 돈을 배분하는 쪽이나 공군 사업에 많은 예산이 돌아가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다. 기획재정부 산하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동원돼 타당성 조사를 했고 그 결과 이 사업은‘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았다.

    국방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국방부 산하 KIDA(한국국방연구원)는 두 번의 타당성 조사 후 ‘타당성 미흡’이라고 판단했다. 당시의 KFX사업 계획은 장밋빛 일색이었기에 누가 봐도 신뢰하기 어려웠다. 공군의 입장은 어정쩡했다. 중형 전투기는 성능이 입증된 것을 해외에서 도입하면 좋겠는데, 그렇게 주장하자니 명분이 약해 KFX를 지지하는 모양새였다.



    KDI, KIDA “타당성 없음”

    戰力 강화, 수출, 여객기 개발 KFX ‘1타 3피’ 노려라!

    국방과학연구소가 제작한 KFX 가상모형.

    반복해서 퇴짜를 맞았지만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공군을 대신한 국방부는 이 사업을 살려내야 했다. 항공산업 발전과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말까지 10여 년간, 5전5기(五顚五起)의 승강이를 거듭했다. 그리고 지금 6기(六起)에 나섰다. 그러나 6수(六修)생에 대한 주변 시각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KFX가 다섯 번을 쓰러지고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전투기와 무관한 지식경제부의 힘이 컸다. 한국은 높은 수준의 산업국가이지만, 항공우주 분야는 선진국에 많이 뒤져 있다. 그래서 지식경제부는 KFX 사업을 통해 항공우주산업을 일으켜보겠다는 의지를 세웠다.

    서방 진영에서 항공산업은 오랫동안 미국,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독무대였는데, 최근 캐나다와 브라질이 끼어들었다. 두 나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

    미국과 유럽은 항공기 승객의 증가 추세에 발맞춰 대형 여객기 개발에 몰두했다. 그 사이에 캐나다와 브라질은 그들이 쳐다보지 않던 100인승급 중형 여객기 개발에 집중했다. 대형 여객기는 활주로 길이가 4km 이상인 대형 공항에만 이착륙이 가능하다. 이런 규모의 공항은 대개 수천 km씩 떨어져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수천 km 반경 지역의 여객을 흡수하는 항공 허브(hub)가 된다.

    승객들은 거주지 근처의 작은 공항에서 중형 여객기를 타고 대형 공항으로 간 다음, 대형 여객기로 갈아타고 먼 거리를 비행해 목적지 근처의 대형 허브 공항에 내린다. 거기서 다시 중형 여객기를 타고 최종 목적지에 있는 작은 공항으로 날아간다. 이런 까닭에 대형 여객기와 중형 여객기 시장은 동반 성장하게 됐다. 중형 여객기는 작은 공항을 잇는 교통편도 되니, 대형 여객기보다 수요가 더 많다. 두 나라의 성공 비결은 여기에 있었다.

    한국도 중형기 시장의 급성장을 예측했다. 특히 중국 시장을 주목했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 중국 내의 각 도시를 잇는 항공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중국을 중형기 개발 사업 파트너로 선택했다. 그런데 항공기 제작 공장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양국 간 의견 차이가 발생했다. 두 나라는 서로 자국을 고집하다 접점을 못 찾고 결별했다.

    한국이 짝을 찾지 못해 허송세월하는 사이 캐나다와 브라질은 항공기 제작 클럽에 입성한 것이다. 항공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를 잃은 후 지식경제부는 KFX 개발에 주목했다. KFX 사업을 통해 구축한 시설과 기술을 토대로 중형기를 개발하자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그 무렵 국방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KFX사업에 대해 KIDA 등이 타당성 없다고 평가한 것이 첫째 원인이었다. 둘째로는 공군의 부정적 시각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전투기는 국내 개발보다는 선진국에서 개발한 것을 사오는 편이 돈도 적게 들고 성능도 보장받을 수 있다. 국내 개발은 자주국방을 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실속에 비해 부담이 크다.

    전투기는 보통 300대 이상 제작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한국 공군이 도입할 중형 전투기는 200대를 넘기 어렵다. 제작 대수가 200대 이하면 KFX 가격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국내 수요가 적으면 수출을 해야 하는데,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KFX를 사줄 나라가 있을 것인가. 이러니 KDI와 KIDA도 거듭 ‘불가’ 판정을 내렸던 것이다.

    그런데 ‘오전(五顚)’을 한 뒤 공군이 생각을 180도 바꿔 총대를 메고 나섰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는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성공이다. T-50 개발을 시작한 1990년대 초만 해도 공군에서는, T-50 개발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이가 많았다. 그들은 미국산 전투기에 너무 익숙해 T-50 개발을 미더워하지 않았다. T-50 사업은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으로 봤다.

    180도 생각 바꾼 공군

    우여곡절 끝에 이 사업이 시작되자 T-50을 무조건 사줘야 할 처지였던 공군은 ‘이 항공기는 공격기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목표 수준을 높였다. 해볼 테면 해보라고 한 것인데, 2005년부터 양산된 T-50은 이 조건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T-50은 소형 전투기의 대표 기종인 F-5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판정을 받았다. T-50의 약점은 공군 요구대로 너무 잘 만들어 값이 비싸졌다는 것뿐이었다. 그때부터 공군은 한국의 항공기 제작 기술력을 믿어도 된다고 보고 T-50 수출에 일조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게 됐다.

    두 번째는 작전 수명이 도래한 노후 전투기의 퇴역이었다. KFX 사업이 순연되던 10년 사이, 이 전투기로 대체하기로 한 F-5, F-4 전투기와 A-37 공격기가 계속 도태됐다. 공군은 F-5와 F-4의 작전 수명을 연장해 사용하며 후속기종을 기다렸지만, 수명 연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공군은 운용하는 전투기 수가 줄어들자 다급하게 ‘비상벨’을 울렸다.

    공군이 쓰는 전문용어 가운데 ‘방위 충분성 전력’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북한군이 선제적으로 전면 공격을 해왔을 때 한국 공군이 막아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戰力)을 뜻한다.

    2000년대 이전 한국 공군이 보유한 최고의 전투기는 ‘피스 브리지(Peace Bridge)’ 사업과 ‘KFP(한국형 전투기 프로그램)’ 사업으로 180대를 도입한 F-16이었다. F-16은 중형 전투기에 해당하는데, F-16이 대표선수이던 시절 한국 공군이 판단한 방위 충분성 전력은 ‘전투기 500여 대 보유’였다.

    ‘방위 충분성 전력’은 420대

    2000년 이후 한국은 서방권에서는 최고로 꼽히는 대형 전투기 F-15K를 60대 도입했다. 대형 전투기 1대는 중형 전투기 2~3대, 소형 전투기(공격기) 10여 대의 역할을 한다. F-15K를 도입하던 2005년 공군과 국방부는 공군 전력을 재편하는 중대 계획을 세웠다. 전투기의 수를 줄이는 대신 질을 높이고, 비전투기인 지원전력을 증강한다는 내용의 ‘국방개혁 기본계획 06-20’을 확정했다. 이 계획에서는 첨단 전투기 도입으로 질적 증강을 이룰 경우 전투기의 방위 충분성 전력을 420~430대로 봤다.

    지원전력은 경보기, 급유기, 수송기, 전자전기를 가리킨다. 경보기가 있으면 전투기는 시야가 매우 넓어져 작전 능력을 배가할 수 있다. 급유기가 있으면 작전반경이 확대돼 공군 작전의 꽃인 대규모 편대군(群) 공격을 하는 전략공군이 될 수 있다. 전쟁에서는 전투보다 보급이 더 중요한데, 수송기가 있으면 신속한 보급이 가능해져 전쟁의 향방을 바꿀 수 있다. 전자전기는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할 때 아군기를 위협할 적 레이더망을 무력화한다.

    한국 공군은 피스아이 경보기 4대를 도입한 데 이어 급유기를 도입하는 KCX 사업을 추진했다. 지금은 국방부도 KCX 사업이 다급하다는 것을 인정해 KCX는 지원전력 가운데 1순위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 됐다. 수송기는 C-130 중형 수송기에 이어 대형 수송기를 도입하는 CX 사업 추진이 예정돼 있다. 전자전기는 3차 FX 사업에서 스텔스기를 도입하면 당장은 추진하지 않아도 되기에 3차 FX 사업을 봐가며 결정하기로 했다. 지원전력 발전은 이렇게 정리됐다.

    그런데 전투기 부문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공군은 2025년까지 380여 대의 전투기를 작전 수명 종료로 도태시켜야 한다. 이를 1, 2차 FX사업으로 도입한 F-15K 60대와 3차 FX사업으로 도입할 첨단 전투기 60대, 그리고 T-50을 개조한 소형전투기(공격기) FA-50 60대를 도입해 채우기로 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380대를 도태시키고 180대를 도입하는 것이니 공군 전투기는 200대가 줄어들어, 총 전투기 수는 300여 대가 된다.

    이는 방위 충분성 전력인 420~430대에 크게 못 미친다. 공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전력은 미디엄급으로 명명한 중형 전투기 120여 대로 채워야 한다. 국내에서 KFX를 개발해 채울 것인가, 해외에서 중형 전투기를 도입할 것인가. 공군은 수차에 걸쳐 치밀하게 계산해봤다. 그리고 국내 개발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됐다. 도입 가격은 비쌀지 몰라도 30년이라는 총 수명 기간의 운용비용과 작전효용까지 따져보면 KFX 개발이 낫다고 본 것이다.

    170대만 수요 확보

    전투기는 운용 도중에 반드시 개조해야 한다. 그런데 해외에서 도입한 전투기는 우리 마음대로 개조할 수 없다. 허가를 받고 개조하는 조건으로 수입하기 때문이다. 개조 허가를 받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개조는 수출국가의 기업이 주도한다. 수출국은 우리가 급히 개조하려는 데 필요한 부품을 준비해놓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개조 비용과 시간, 여기에 평시의 정비 비용과 노력까지 고려한다면 중형 전투기는 국산으로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공군은 이러한 판단을 검증받기 위해 2009년 건국대 무기연구소에 4번째로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건국대는 국제 공동개발을 한다면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나서서 탐색개발에 착수하고, 2012년 인도네시아를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2011년 T-50 16대를 도입하기로 계약한 바 있는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라 서방권에서 전투기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에, KFX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이 사업을 IFX라 명명하고 50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2년 KIDA 조사에서 다시 타당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으면서 KFX사업은 또 추진력을 잃었다. 하지만 공군은 120대의 중형 전투기는 KFX로 마련하는 게 낫다는 확실한 판단을 내리고 이를 다시 살려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2013년 예산안을 짤 때 6번째로 타당성 조사를 해보자며 조사를 위한 예산 45억 원만 편성했다.

    KFX사업에는 왜 자꾸 빨간불이 켜지는 걸까. 이유는 수지타산 때문이다. 전투기는 300여 대가 팔려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KFX는 한국 공군 120대에 인도네시아 50대를 더한 170대만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다. 나머지 130대는 다른 나라에 팔아야 하는데 해외시장 개척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전투기 분야는 로켓과 더불어 가장 진입하기 힘든 영역으로 꼽힌다. 기존 강국인 영국과 프랑스조차 기를 못 펼 만큼 미국의 독점력이 막강하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은 F-16보다 성능이 좋은 중형 전투기 F-2를 국내 개발하기로 했다. 2000년부터 양산된 F-2는 F-16보다 성능이 월등히 좋았다. 그런데 너무 잘 만들다보니 가격이 F-15와 비슷했다. F-15는 F-16에 1개 탑재하는 엔진을 2개 탑재한 대형 전투기다.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중형인 F-2가 대형인 F-15와 값이 비슷한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애초의 141대 도입 계획을 버리고 94대만 도입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거대한 쓰나미(지진 해일)를 맞아 태평양 근처에 있던 마쓰시마 기지 등에서 12대의 F-2가 완파됐다. 그런데도 항공자위대는 일실(逸失)한 F-2를 채우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주문을 기다리던 미쓰비시(三稜) 등 일본의 항공기 제작업체들은 2011년 9월 F-2 생산을 공식 중단하는 완납식을 가졌다. 그리고 F-2 생산라인을 F-2 정비라인으로 돌려버렸다.

    대만도 1980년대에 중형 전투기 IDF(경국호·經國號)를 개발했다. 그러나 동급인 F-16보다 성능은 크게 떨어지는데 값은 훨씬 비쌌다. 대만 공군은 256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크게 축소하고 130대만 구입했다. 값이 비싼 나머지 수출도 되지 않아 대만은 국산 전투기를 개발했다는 기록만 남기고 생산라인을 철거했다.

    1980년대 이스라엘도 F-16보다 뛰어난 ‘라비’ 전투기 개발에 도전해 시제기를 제작했다. 그러나 단가가 너무 비싸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자 양산하지 않고 1987년 사업을 접었다.

    전투기 시장은 레드오션

    200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4개국(이하 영국으로 정리)과 프랑스는 ‘유러파이터 타이푼’과 ‘라팔’이라는 새 중형 전투기를 개발했다. 이들은 최첨단 기술을 접목했기에 가격이 F-15에 필적하거나 넘어섰다. 일본의 F-2와 같은 처지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자국에서도 도입량을 줄이는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수출에도 애로를 겪고 있다. 두 전투기가 수지를 맞추지 못하면 퇴출될 운명이기에 영국과 프랑스는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소형 전투기를 제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웨덴은 소형 전투기를 틈새시장으로 보고 ‘그리펜’이라고 하는 소형 전투기를 개발했다. 성능이 뛰어난 그리펜은 덴마크와 태국 등 몇 나라에 수출됐으나 소량이었다. 결국 수지타산점을 못 맞춰 스웨덴은 그리펜을 개발한 회사의 매각에 나서게 됐다.

    한국도 T-50을 너무 잘 만드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고등훈련기의 대당 국제가격은 150만 달러 내외인데, 소형 전투기를 염두에 두고 만든 T-50 가격은 220만 달러에 육박했다. T-50은 엔진을 비롯해 상당수 부품을 수입해 만든 것이라 가격을 낮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때문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이스라엘 입찰경쟁에서 패한 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데 간신히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수출은 T-50만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잠수함 등 여러 사업을 패키지로 추진했기에 성사됐다.

    흔들리는 킬체인

    전투기의 경우 미국 기업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는 많은 전투기 제작업체가 할거했으나 지금은 록히드마틴과 보잉 2개로 정리됐다. 그런데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서 록히드마틴이 완승하면서 공군기는 록히드마틴, 민항기는 보잉으로 정리돼가는 양상이다. 보잉이 제작하는 전투기는 F-15와 F/A-18 정도다. 전투기 시장은 이렇듯 전형적인 레드오션(red ocean)이라 KIDA 등 국내 연구소들이 ‘KFX 사업은 타당성 없다’는 판단을 반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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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공군은 30년 동안 안정되게 운용할 중형 전투기가 절박하므로 KFX 사업에 목을 걸고 있다. 중형 전투기가 없으면 우리 안보는 큰 허점을 보이게 된다. 북한은 3차 핵실험으로 핵개발에 성공했다. 이제 핵탄두를 올릴 수 있는 지대지 미사일만 제작하면 된다. 핵무장한 북한이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대거 기립시켜 위협하면 한국은 선제공격으로 이를 파괴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많은 공군기를 띄우는 킬체인(Kill Chain)을 준비하고 있는데, 킬체인의 선봉은 3차 FX사업으로 마련할 첨단 전투기다. 그러나 이 전투기만으로는 미사일 기지 등 북한의 전략시설을 제거할 수 없어 중형 전투기도 대거 이륙시켜야 한다.

    중형 전투기는 스텔스기가 아니어서 어느 정도 피해가 예상된다. 그러나 여러 대를 출격시킨다면 작전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현재 공군은 180대의 F-16으로 이 작전을 준비하는데, 이들이 도태되고 KFX사업이 순연되면 중형 전투기가 부족해 킬체인 능력을 구사할 수 없게 된다.

    공군은 킬체인 능력을 갖추기 위해 우수한 KFX를 원한다. KFX가 갖춰야 할 성능 수준을 높게 잡은 것이다. 공군은 2개 엔진을 갖춘 쌍발 KFX를 원한다.

    서방권에서 제대로 된 전투기용 엔진을 생산하는 나라는 미국, 영국(유로제트), 프랑스뿐이다. 에서 보듯 이들 세 나라가 생산하는 전투기용 엔진은 대형과 중형으로 대별된다. 미국은 일반 전투기와 스텔스기에 쓰이는 대형과 중형 엔진을 모두 생산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중형 엔진만 생산한다.

    대형 엔진 1개는 중형 엔진 2개를 합친 것과 비슷한 파워를 낸다. 이 엔진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대형-중형-소형 전투기로 나뉜다.

    즉 대형 엔진 2개를 탑재하면 대형 전투기, 대형 엔진 1개나 중형 엔진 2개를 조합하면 중형 전투기, 중형 엔진 1개를 기반으로 하면 소형 전투기가 된다( 참조). 한국 공군은 중형 쌍발기를 주문했으니 KFX에 중형 엔진 2개를 탑재해야 한다.

    공군이 쌍발기를 요구한 것은 비행 중 엔진이 꺼지는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다. 단발기는 엔진이 꺼지면 바로 추락하지만, 쌍발기는 1개가 꺼져도 다른 엔진이 살아 있어 기지로 돌아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조종사들은 쌍발기를 선호하지만, 미국 공군이 실제 엔진 사고율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단발기와 쌍발기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고 되어 있다.

    戰力 강화, 수출, 여객기 개발 KFX ‘1타 3피’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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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묘하게 ‘먹튀’당할 수도

    한국은 엔진을 제작할 능력이 없어 KFX를 만든다면 엔진은 수입해야 한다. 그런데 에서 보듯이 엔진 제작국은 자국산 엔진으로 전투기를 만들고 있으니, KFX는 엔진을 공급해준 나라에서 만드는 전투기와 유사한 모양이나 능력을 지닐 개연성이 크다.

    이들 나라의 전투기는 오래전에 개발된 것이라 이미 개발비를 뽑아냈다. 쉽게 말해 본전은 뽑았으니 싸게 만들어 수출하는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해 후발국을 고사(枯死)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전술을 구사하는 대표적인 중형 전투기가 대형 엔진 1개를 탑재한 F-16이다. F-16은 수지타산점을 훨씬 넘긴 4500여 대가 팔려나갔기에 신형도 대당 가격이 6000만 달러 정도로 내려왔다. KFX가 해외시장을 뚫으려면 베스트셀러인 F-16보다 10% 이상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5000만 달러 선이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보다는 인건비가 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KFX는 새로 만드는 것이라 막대한 개발비가 소요된다. 개발비는 생산하는 전투기 대수(n)에 따라 n분의 1로 분담된다. 많은 주문을 받으면 개발비가 분산돼 가격이 내려가지만 그렇지 못하면 올라간다. KFX는 170대의 시장만 확보하고 있으니 n분의 1의 몫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양산을 하기 전에 수요처를 최대한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F-16보다 가격이 낮아야 한다.

    가격을 낮추려면 성능도 낮춰야 한다. 그런데 공군은 미래전을 의식해 KFX가 갖춰야 할 성능 수준을 올려놓았다. 신형 F-16과 F/A-18은 물론 유러파이터나 라팔에 필적하는 능력을 요구한 것이다.

    엔진을 제외하면 전투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레이더다. 레이더에는 기계식 레이더와 AESA 레이더가 있는데 AESA 레이더는 스마트폰, 기계식 레이더는 피처폰에 비유할 수 있다. 당연히 AESA 레이더가 더 비싼데 조종사들은 이 레이더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공군은 KFX에 AESA 레이더를 탑재하라고 요구한다. 에서 보듯 공군이 요구하는 장비와 능력을 모두 갖추면 KFX는 유러파이터에 필적하는 전투기가 된다. 유러파이터는 가격이 F-15K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데, 과연 그러한 KFX를 사줄 나라가 있을 것인가.

    한국은 이런 성능을 갖춘 KFX를 개발할 수 없다. 선진국에서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기업도 중형 전투기를 만들고 있으니 미래의 경쟁자인 한국을 죽이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즉 한국이 원하는 기술을 모두 주는 것이다. 한국이 원하는 능력을 모두 갖춘 KFX는 가격이 올라가 이스라엘 등의 사례에서보듯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못하고 소멸할 수 있다. 한국 요구대로 기술을 팔아먹고도 한국을 죽이는 이른바‘먹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도 그런 상황은 충분히 예측한다. 이 때문에 T-50을 개발할 때부터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가 먹튀하지 않고 수출에도 진력하도록, T-50이 수출될 때 투자비를 회수하도록 했다. 한국은 KFX에도 같은 조건을 달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선진국 기업들은 선뜻 KFX 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한 항공업체 간부는 이렇게 충고했다.

    “한국이 KFX로 공략하려는 대상은 F-16보다 성능과 가격이 떨어지는 중형 전투기를 사고자 하는 나라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KFX의 성능을 F-16보다 낮추고 대당 가격을 5000만 달러 수준으로 맞춰라. 전투기는 한번 만들면 성능을 계속 향상시켜야 한다. 5000만 달러로 내놓을 KFX에는 기계식 레이더를 탑재해 지갑이 얇은 나라에 판매하라. 그리고 어느 정도 시장을 구축해 자신이 있을 때 AESA 레이더를 넣는 업그레이드형을 제작해 F-16과 경쟁하라. 처음부터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단계적으로 세계 시장을 확보해가야 한다.”

    “KFX 성능 낮춰라”

    처음 생산되는 KFX의 소비자는 한국 공군이다. 미래전을 생각하는 한국 공군에 기계식 레이더를 단 KFX를 도입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현대의 전투기는 자기 레이더로만 적기를 살피지 않는다. 현대는 데이터 링크 시대다. 미국 공군은 ‘L(링크)-16’이라는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갖추면 내 전투기는 아군기가 탐지한 적기 정보를 넘겨받을 수 있다. 전투기에 탑재한 레이더는 작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나도 한계가 있다. 반면 경보기에 탑재한 레이더는 대형이라 어떠한 전투기에 탑재한 레이더보다 더 멀리, 더 정밀하게 살펴본다. AESA 레이더가 없는 전투기도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갖추면 경보기로부터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은 8시간 비행이 가능한 ‘피스아이’ 경보기 4대를 도입했다. 경보기가 이륙해서 작전 공역(空域)으로 가는 시간과 작전 공역을 이탈해 기지로 돌아오는 시간을 뺀다면, 경보기의 실제 작전 시간은 6시간 정도다. 한국은 4대의 경보기를 모두 가동해야 24시간 적진을 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보기도 일정 시간 비행하면 정비를 해야 한다. 1대만 정비에 들어가도 한국은 24시간 경보기 운용이 불가능해진다.

    정비와 고장까지 고려한다면 한국이 보유해야 할 경보기는 6대가 적정할 것 같다. 한국 공군으로서는 KFX에 AESA 레이더를 탑재하는 것보다는, 경보기 2대를 더 갖추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경보기가 없다면 한국은 AESA 레이더를 탑재한 전투기를 도입해야 하지만, 경보기가 있고 데이터 링크 시스템도 갖췄는데 왜 AESA 레이더 전투기를 고집하는가. 한국 공군은 전투력을 높이면서 KFX의 가격을 낮춰 수출도 성사시키는 일거양득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

    신화 창조를 위한 역발상

    향후 중형 전투기 시장은 스텔스기 대 비(非)스텔스기로 양분될 수밖에 없다. 스텔스기 시장에서는 선발주자인 미국의 F-35가 당분간 독주할 것이다. 미국은 F-35를 상업적으로 판매하지 않기에 정확한 가격은 미지수다. F-15보다 대략 1.2~1.5배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텔스기를 원하는 나라는 F-35를 도입할 것이니, 이들은 일반 중형 전투기 도입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스텔스기를 도입할 능력이 없는 나라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F-5의 뒤를 이을 소형 전투기는 스웨덴의 그리펜과 한국의 FA-50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F-5를 보유했던 나라들이 중형 전투기 시장을 기웃거린다면, 이들은 F-16보다 가격이 낮은 전투기를 원할 것이다. 이것이 중형 전투기를 개발하려는 한국이 노려볼 만한 시장이 아닐까.

    잘 모르는 길을 가야 할 때는 가장 잘하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이 좋다. 비스텔스 중형 전투기의 절대강자는 단발기인 F-16이다. 대형엔진 1개를 쓰는 것은 중형 엔진 2개를 쓰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엔진사고율에서 차이가 없다면 한국은 단발의 KFX 개발도 생각해봐야 한다.

    중형 여객기 개발에 선수를 뺏긴 만큼 KFX 사업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한국은 항공입국(立國)을 실현할 수 없다.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은 공군이 원하는 전력도 갖추고, 전투기도 수출하고, 나아가 중형 여객기까지 개발하는 기적을 이룩할 수 있을까.

    5전6기의 KFX 신화를 만드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신화 창조를 위해 한국과 한국 공군은 시장의 관점에서도 KFX 사업을 바라보는 역발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KFX는 T-50 토대로 F-50 만드는 것이라야”

    戰力 강화, 수출, 여객기 개발 KFX ‘1타 3피’ 노려라!

    T-50훈련기

    예비역 공군 대령인 전영훈 박사는 ‘T-50의 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공군이 KFX 사업을 놓고 고민할 때 그는 새로 전투기를 개발하지 말고 T-50을 개조해 KFX를 만들라고 주장했다.

    훈련기인 T-50은 교관과 학생이 함께 타는 복좌기다. 전 박사는 이를 단좌(單座)로 바꿔 F-50 전투기를 만들자고 했다.

    T-50은 무장을 탑재하지 않는다. 한국은 그런 T-50에 기계식 레이더와 무장을 탑재해 FA-50이라는 공격기를 만들어냈다. FA-50은 올해부터 60대가 공군에 납품된다. 그러나 FA-50은 여전히 복좌기다.

    조종석에는 조종과 무장 제어를 위한 시스템이 몰려 있어 개조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에 바꾸지 않았다. 전 박사는 조종석을 단좌로 바꾸고 남은 공간에 연료를 더 실으면 FA-50의 치명적 약점인 작전 반경이 짧다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박사는 “전투기는 기본형을 개발한 이후 F-16처럼 계속 개조·개량해, 수요자 요구에 맞춰나가는 것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T-50 시리즈도 완전한 성공을 하진 못했는데, KFX를 따로 만들면 자원이 분산돼 둘 다 실패할 수 있다”는 염려도 덧붙였다.

    그는 F-50이 세계적으로 3000여 대가 공급된 F-5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전투기이므로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한국은 F-50을 수출해 돈을 벌고 명성을 얻은 뒤 중형 전투기 개발에 도전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전 박사의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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