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호

사실로 확인된 ‘조성길 딸 北 압송’ 파장 어디까지

신동아 특종 보도 이후 北 인권침해 국제적 논란

  • 허만섭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9-02-25 11: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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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납치 비슷…철저히 따질 것” (강석호 국회 외통위원장)

    • “김정은 위원장에 입장 물을 수도” (하태경 의원)

    • “본인의사 반해 끌고 간 인권침해” (안찬일 소장)

    • 국제엠네스티 이탈리아에 사실 규명 촉구

    • 이탈리아 외무장관 “강제송환 여부 조사 중”

    “탈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고교생 딸(17)이 북한에 압송됐다”는 ‘신동아’ 3월호 특종보도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북한의 인권침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 전 대사대리 딸의 북송에 대해 “고교생 딸이 조모를 만나기 위해 스스로 북한으로 갔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게 아니라 강압적으로 심지어 납치 비슷하게 간 것 아니겠나? 만약 그런 부분이 있다면 상당히 큰 인권 문제가 생긴다. 북한이 과거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아버지가 탈북했는데 딸이 자진해서 북한으로 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 문제를 국회에서 철저하게 따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강 위원장은 “비핵화는 비핵화대로 가더라도, 인권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북한에 스스로 밝히라고 말해야 하는데 북한의 눈치만 본다. 물어봐도 ‘아는 바 없다’고만 말한다. 이율배반적”이라고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 딸의 북송에 대해 “유인납치든 강제납치든 납치일 가능성이 크다. 본인의사에 반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딸 본인이 가고 싶어 할 수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런 상황에선 부모(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딸이 강제로 끌려갔다’든지 ‘북한이 딸을 속였다’든지 알고 있는 진상을 밝히는 것이 좋다. 그러면 당장 2차 북미정상회담이 걸려 있으니까 국제사회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이슈가 되면 북한은 딸을 방송에 강제로 출연시켜 ‘난 내 조국을 지킨다’고 말하게 할지 모른다”고도 했다.




    “딸 부모 품으로” 김정은 위원장에 요구할 수도

    조성길(가운데)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 (동아DB)

    조성길(가운데)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 (동아DB)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본인의사가 아닌데도 끌고 간 것이므로 인권침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본인의사가 아닌 건 확실하다고 보나?

    “조모와 살러 갔다고 하지만 그건 북한의 구실이다. 어느 자녀가 아빠, 엄마와 찢어져 살기를 원하겠는가? 외국생활을 했고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건 감옥 철장으로 들어가는 건데. 더구나 아버지가 탈북한 상태니 그 딸이 자발적으로 갔을 리 없다.”

    -조성길 전 대사대리가 딸이 장애인이라 버렸다고 전직 이탈리아 상원의원이 주장했다.

    “그 전직 의원은 원래 친북성향이라 그렇게 말한 것이다. 조 전 대사대리는 딸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돈도 좀 들였다고 한다. 그런 딸을 버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원칙적으로 북한은 해외근무 시 자녀 동반을 금하고 있다. 조 전 대사대리가 이탈리아로 부임할 때 딸을 함께 데려가기 위해 상당한 로비를 했다는 이야기다. 딸을 아꼈다고 봐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부모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할 수 있나?

    “그렇게 주장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 부모나 본인의 의사와 반하게 미성년 딸을 정치적 박해가 기다리는 북한 땅으로 보냈다는 것은 인권탄압의 소지가 농후하다.”

    안 소장은 “이 문제로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약간 흠집이 났고 김정은체제의 인권침해가 다시 한 번 세상에 검증됐다”고 말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조 전 대사대리 딸의 북한 송환을 우려한다”며 이탈리아에 사실 규명을 촉구했다.

    이탈리아 정관계에서도 “강제 북송이라면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탈리아 오성운동 소속 만리오 디 스테파노 외교부 차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조 전 대사대리의 딸 강제 송환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전례 없이 엄중한 일이다. 책임자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파노 차관은 “이탈리아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보호했어야 했다. 그의 딸이 세계최악의 정권 가운데 하나로부터 고문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성운동 소속 의원들은 “이탈리아 땅에서 외국 정보기관이 불법행동을 수행했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미성년 딸이 투옥되고 고문 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조 전 대사대리가 탈북한 후 평양에서 이탈리아로 파견된 북한의 추격조가 조씨의 딸을 끌고 갔다”는 증언이 나오는 상황이다.

    조 전 대사대리 딸의 북송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측은 조 전 대사대리 딸의 북송 여부를 묻는 ‘신동아’ 질의에 2월15일에는 “NCND(긍정도 부정도 않겠다)”라고 했다가 북송이 확인된 이후인 22일에는 “이런 사안은 확인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신동아’ 3월호 인터뷰에서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대사관을 탈출하면서 고교생 딸을 데리고 나오지 못했으며 딸은 북한에 압송됐다. 조 전 대사대리는 한국에 오거나 공개 발언을 하면 북한이 딸을 해칠까 걱정해 해외에서 평생 침묵하며 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 전 공사는 “조 전 대사대리가 먼저 대사관을 나오고 딸도 나올 걸로 치밀하게 계획을 짰는데 어떻게 북한이 사전에 알아챘는지 딸이 나가려는 순간에 못 나가게…”라고 탈북과정에서 딸을 놓친 상황을 전했다.

    이러한 ‘신동아’ 보도가 외신을 통해 전해지자 이탈리아 외교부는 “북한 측이 통지문에서 ‘조 전 대사대리와 그의 아내가 지난해 11월 10일 로마 부근 북한대사관을 떠났고 그의 딸은 11월 14일 대사관 여성 직원들과 함께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엔초 모아베로 밀라네시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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