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관련 녹취록 속에서 '그분'으로 지칭된 조재연 대법관이 2월 2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의 단서 중 하나인 회계사 정영학 씨의 2021년 2월 4일자 녹취록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현직 대법관으로 추정되는 인사를 ‘저분’ ‘그분’이라고 지칭하는 대목이 나온다.
김씨는 녹취록에서 ‘그분’의 자녀가 자신의 도움으로 특정 주거지에 거주하는 정황으로 비칠 만한 발언을 했다. “아무도 모르지. 그래서 그분 따님이 살어. 응? 계속 그렇게 되는 거지. 형이 사는 걸로 하고. 이◌◌ 대표에게 물어보고”라고 말한 것.
김씨 일당의 녹취록에서 ‘저분’ ‘그분’으로 언급된 이가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월 21일 TV토론회에서 “지금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고 확인이 돼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실명을 언급했다.
이에 조 대법관은 2월 23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영학 녹취록 등장하는 그분은 현직 대법관이었다’라는 한 일간지 기사 출력본을 들어 보이며 “전혀 사실무근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왜 갑자기 이런 의혹 기사가 보도됐나 하는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현직 대법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조 대법관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이름이 거론된 것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토로했다.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공개방송 토론에서 한 후보자가 현직 대법관을 직접 거명하며 유사한 발언을 했다”며 “공개토론에서 직접 현직 대법관 성명을 거론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딸이 김씨 소유 주택에 거주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딸들의 구체적 거주지를 밝히며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그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조 대법관은 1956년 강원 동해시에서 태어났다. 1974년 덕수상고 졸업 후 한국은행에서 일하다 성균관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가정 형편 탓에 상고를 졸업했다. 대학 야간부 법학과를 거쳐 판사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22회 사법시험 수석합격자. 1982년 법관으로 임용돼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 등으로 재직하다가 1993년 변호사로 전업했다. 전두환 정권 때는 시국 사건에서 소신 판결을 내려 반골 판사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2011년부터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몸담았다. 대륙아주는 2017년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활동한 이규철 당시 특검보가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특검 수사팀장으로 활약한 바 있다.
조 대법관은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인 2017년 7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2019년 1월 안철상 대법관의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다가 2년 4개월 만인 지난해 5월 물러나 재판 업무에 복귀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대법관으로 재임하면서 2018년 10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상고심에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에도 관여했다. 정씨는 1월 27일 대법원에서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는데, 조 대법관을 포함한 대법원 2부 대법관 4명이 전원 일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2021년 3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조 대법관의 재산공개 총액은 34억8104만 원으로 전년도(26억9201만 원)보다 약 8억 원, 2018년(21억213만원)보다 14억 원 가까이 늘었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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