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호

사설 유기동물보호소? 반려인 등친 동물 분양

개·고양이 ‘장사’ 신종 펫숍 실태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2-03-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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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라는 문구를 내걸고 일정 금액에 동물을 파양받아 다시 입양시키는 신종 펫숍이 성행하고 있다. [Gettyimage,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라는 문구를 내걸고 일정 금액에 동물을 파양받아 다시 입양시키는 신종 펫숍이 성행하고 있다. [Gettyimage,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전국에 24개 지점을 둔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A사는 동물을 사랑하는 반려인 사이에서 ‘반려동물 파양 업체’로 통한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키우기 어려워진 반려동물의 파양을 받고 있어서다. 어른 강아지 기준 파양 비용은 최소 30만 원에서 최고 1160만 원에 달한다.

    B사는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매장을 주로 둔 반려동물 판매 업체다. 홈페이지에 “유기동물을 다시 반려동물로”라는 문구가 걸려 있어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이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파양 및 입양 방법, 입양 공고, 입양 후기, 보호소 운영 방침을 상세히 볼 수 있다. 해마다 학대당하거나 반려동물 수십만 마리가 방치·유기되는 실태에 대한 우려와 “동물이 행복한 보호소로 만들어가겠다”는 각오도 눈길을 끈다. 이를 위해 B사는 새로운 보호자가 동물을 키울 수 있게끔 입양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안락사 없는 유기동물보호소 실체

    A사, B사처럼 선한 이미지를 활용해 영리를 추구하는 신종 펫숍이 늘고 있다. 통상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유기동물보호소나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는 유기 동물을 파양 또는 입양하는 경우 당사자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반면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처럼 포장한 신종 펫숍은 유기 동물을 파양하거나 입양하는 조건으로 금전적 대가를 요구한다. “동물이 안전하게 지내도록 따뜻한 보금자리가 돼주겠다”고 약속한 뒤 파양자나 입양자에게 ‘책임감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고액의 비용을 청구하는 식이다.

    신종 펫숍은 일반 펫숍과 달리 상호 간판에 ‘유기동물보호소’ ‘쉼터’ 같은 문구를 내걸고 파양을 받는다. 아울러 파양된 동물을 새 보호자가 입양하도록 중개하는 사업으로 이윤을 챙긴다. 동물자유연대가 1월 18일 발표한 ‘2021년 유실·유기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국 반려동물 유실·유기 발생 건수는 11만6984건이다. 지난해(12만8717건) 대비 9.1%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동물이 유실·유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 파양 및 재입양 대행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에 몰리던 신종 펫숍이 전국 곳곳에 생겨나는 동시에 위탁업체를 지정해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한다고 알려진 신종 펫숍은 영업을 어떻게 할까. 앞서 언급한 A사와 B사 온라인 홈페이지에 접속해 봤다. 두 곳 모두 홈페이지 하단에 ‘동물판매등록번호’가 표시돼 있다. 비영리단체가 아니라 동물판매업을 하는 펫숍이라는 의미다. 동물보호법 제33조 제1항에는 가정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을 판매 목적으로 생산 또는 수입하거나 이를 판매하는 업을 하는 사람은 시·군·구에 동물판매업 등록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동물보호법 제46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정진아 동물자연연대 사회변화팀장은 신종 펫숍의 실체를 이렇게 설명한다.

    “신종 펫숍은 반려동물을 돈 받고 분양해 수익을 창출한다. 여러 사정으로 파양이 불가피한 반려동물을 돈을 받고 파양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파양된 반려동물이나 구조돼 입소한 반려동물을 다시 분양할 때는 사실대로 밝히지 않고 유기 동물이라고 ‘선전’한다. 반려동물을 파양한 기존 보호자에게는 보호와 치료를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하고, 파양된 동물을 다시 분양해 새로운 보호자에게 분양비를 받아낸다. 따라서 이런 식의 파양 동물 재분양 사업은 외부에 ‘안락사 없는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라고 홍보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건건이 수익을 안기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셈이다.”

    신종 펫숍이 내건 문구를 접한 이들 대다수는 이곳을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로 인지하고 방문하게 된다. 2020년 10월 A사 강남지점에서 고양이 입양 상담을 받았던 김모 씨는 “보호소라기보다는 돈을 받고 데리고 온 동물을 다시 내다 파는 펫숍 형태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 지인의 부탁으로 한 달가량 고양이를 임시 보호한 적이 있는데, 그 일을 계기로 유기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그때 김씨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라는 명칭을 쓴 A사였다.

    法 사각지대 휘젓는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보호소 개념이 정의돼 있지 않은 탓에 업자들이 간판이나 홈페이지에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라고 홍보하는 실정이다. [뉴시스]

    현행 동물보호법에 보호소 개념이 정의돼 있지 않은 탓에 업자들이 간판이나 홈페이지에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라고 홍보하는 실정이다. [뉴시스]

    김씨는 곧바로 입양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A사 측이 뜬금없이 책임 비용을 언급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김씨 설명에 따르면 A사 측이 청구한 비용은 고양이 한 마리당 20만 원. 김씨는 “홈페이지상으로는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경우 비용이 무료라고 했는데, 실제 상담 과정에서는 책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김씨는 A사 운영 방식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고 결국 입양 절차를 밟지 않았다.

    문제는 파양이나 입양, 재분양을 이유로 돈을 받는 신종 펫숍이 영리와 거리가 먼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대중을 현혹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규정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보호소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동물보호센터)와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사설 보호소)로 구분한다. 사설 보호소는 지자체에 신고 의무가 없는 데다 동물보호법에 보호소의 정의가 명시돼 있지 않다 보니 누구나 사설 보호소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실정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신종 펫숍이 법적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회에는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보호소를 ‘영리 목적 없이 유실·유기·피학대 동물을 임시로 보호하는 시설’로 정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비영리 목적으로 유실·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사설 보호소를 민간동물보호시설(가칭)로 규정하고 이를 신고제로 운영하도록 하는 조항 등이 추가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법률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신주운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팀 팀장은 “신종 펫숍은 규정 부재와 업자의 상술이 만들어낸 기만적인 영업 행태”라며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신종 펫숍은 보호소 명칭을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사설 보호소 또한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므로 현행 법안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신종 펫숍은 왜 비영리단체도 아니면서 사설 유기동물보호소 같은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일까.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한 수의사는 신종 팻숍이 성행하는 원인을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의 현실과 업자들의 비양심에서 찾았다. 그는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 동물이 입소하면 10일 남짓 공고를 하는데, 이 기간에 새로운 보호자를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를 통해 개체수를 조절한다”며 “신종 펫숍을 운영하는 업자들은 그 때문에 유기동물을 발견해도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 신고하길 꺼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종 펫숍 운영자들은 기존 동물보호센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역이용해 주머니를 채우려는 것”이라며 “반려동물을 양육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의 합리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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