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호

일관제철소 꿈 다져가는 현대제철

‘돌아온 장고’, 세계 최초 ‘자동차-철강그룹’ 초석 놓는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입력2007-05-04 15:1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제철소 뒤흔드는 천둥, 번개…고철이 보석으로
    • 확장 욕망으로 망한 사업, 확장 욕망으로 되살린다?
    • 고로제철소 완공하면 15만 고용창출효과
    • 2011년, 세계 최초 자동차-철강 전문그룹 목표
    • 5조2400억 자금 마련이 관건…현대제철 “문제없다”
    • 지역주민이 ‘특급 VIP’인 까닭
    일관제철소 꿈 다져가는 현대제철
    부도난 지 7년 만인 2004년 10월, 새 주인을 만난 충남 당진 한보철강의 일터엔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매각될 듯하다가 무산되기를 몇차례 반복한 때문인지 제철소 직원들은 물론 당진군 주민들도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한보철강 채권단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INI스틸(現 현대제철)에 공장을 매각하기로 결정하자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녹슨 배관을 뜯고 용접봉의 불꽃을 보며 기뻐한 것도 잠시. 해를 넘기자 제철소 재건을 환영했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현대INI스틸이 고로(高爐)제철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하자 환경이 훼손된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은 “고로공법을 적용한 광양지역은 일부 주민이 만성 기관지염에 시달리고 다이옥신 배출도 심각하다”며 “천혜의 관광자원이 망가지고 대기오염 등 환경 훼손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의 10년을 기다려 버려진 공장을 재가동하고 이 덕분에 썰렁했던 지역경제가 기지개를 켜려는 순간, 현대의 고로 건설계획은 거센 폭풍의 전조(前兆)처럼 느껴졌다.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확장의 욕망’에 사로잡혀 거대한 공장을 짓다가 퇴출된 것이 불과 몇 년 전 일이었다. 이 때문에 3000명이 넘던 직원은 600여 명으로 줄었고, 당진군 인구도 1만명이나 줄었다. 직원이나 주민 모두 실패했다는 자괴심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현대제철의 계획은 지역주민에게 옛 상처를 또다시 헤집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기로(電氣爐)제철소만 돌려도 충분히 먹고살 만한데 왜 굳이 논란을 빚고 있는 고로제철소를 세워야 하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더구나 산과 들, 바다가 오염된다면 주민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것이다. “거대한 계획을 접고 그냥 평범하게 회사를 운영할 순 없느냐”는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마치 아들(현대제철)이 모나지 않고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기를 바라는 어머니(당진)의 마음처럼.



    이뿐인가. 여의도 금융가에선 현대그룹이 현대제철 때문에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악성 루머가 나돌았다. 고로제철소 건설에 5조2400억원이나 소요된다는 현대측 발표에 뒤따른 반응이었다. 게다가 경영진의 잦은 교체도 금융가의 불안감을 더했다.

    일관제철소 꿈 다져가는 현대제철

    전기로에서 만든 시뻘건 쇳물(왼쪽)과 철근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말이 5조원이지, 이런 규모의 투자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예컨대 서울에서 목포까지를 잇는 거대한 서해안고속도로 건설에도 5조원에 못 미치는 4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최근 들어 5조원이 넘는 규모의 공사는 찾아보기 어려운데, 삼성전자 탕정 LCD단지(7조5000억원)와 파주 LG필립스LCD단지(5조원)를 들 수 있을 뿐이다.

    앞으로 나아가자니 엄청난 투자재원과 지역주민의 반발이 가로막고,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자니 세계적인 경쟁에서 도태돼야 하는 현실에 현대제철은 처음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장 과장의 개인史

    서울에서 목포 방향으로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린 지 1시간 만에 서해대교를 지나 송악 인터체인지에 다다랐다. 함께 내려간 현대제철 홍보실의 장영식 과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송악 톨게이트에서 통행요금을 받는 창구가 단 한 곳뿐이었는데, 지금은 6개로 늘었다”며 “이곳을 드나드는 차량이 그만큼 많아졌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장 과장은 당진제철소의 아픔과 재기의 역사를 고스란히 겪은 사람이었다. 1997년 한양대 금속공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그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반도체 재료 분야를 마다하고 기피 1순위이던 제철 분야를 선택했다. 조선, 자동차 등 중후장대한 산업에 쓰이는 ‘산업의 쌀(철강)’을 일구면서 한국 경제에 일조하고픈 소망 때문이었다.

    석사과정을 마치면 그는 당진제철소의 연구원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당시 한보철강은 최첨단 기술로 알려진 ‘코렉스 공법’을 적용해 철을 제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해 1월 한보철강이 부도가 나고, 한국이 금융위기를 맞자 그의 미래에 덜컥 자물쇠가 채워졌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배운 것이 금속공학이어서 그는 ‘한국철강신문’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 기자들이 쓴 원고를 교정하는 일이었다. 석사까지 마친 엘리트였지만 고난의 시대에 그에게 맞는 번듯한 자리는 없었다.

    교정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던 첫날, 그는 기자들이 쓴 원고를 꼼꼼하게 고쳤다. 금속공학 석사 출신의 눈으로 고친 원고는 편집장의 눈에 띄었고, 철강신문 기자로 채용되는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6년간 그는 당진제철소 등 전국의 철강업체를 취재하는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당진제철소는 군데군데 잡초가 무성하고, 멈춰선 공장이 흉물스러웠어요. 저게 언제 다시 가동되려나 답답했는데, 지금 공장을 둘러보면 언제 그랬나 싶어요. 한보가 부도나면서 을씨년스럽던 지역사회도 주변 공단에 제철 관련 중소기업체들이 입주하면서 활기가 넘치고 있습니다.”

    3년 전 현대제철 홍보실로 자리를 옮긴 장 과장의 개인사(史)를 듣고 있으니 그의 눈에 비친 당진제철소 재건의 의미가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한보가 망하지 않았다면 지금 그는 연구원으로 10년의 경력을 쌓았을 것이다. 물론 장 과장은 “그 덕분에 백면서생의 시야가 넓어졌다”고 자평하지만, 듣는 사람의 처지에선 인재가 흘려보낸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장 과장만 아픔을 겪은 것이 아닐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퇴출된 2000여 명의 공장 직원도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창 교육비를 대며 양육해야 할 자녀를 둔 아버지도 많았을 테고,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도 있었을 것이다. 임원 승진을 앞둔 부장도 있었을 것이고, 과장 차장으로 진급한 유능한 엘리트 사원들도 있었을 텐데, 이들이 품었던 꿈은 회사 부도와 함께 서해로 소리 없이 흘러갔다.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현대제철이 공장을 인수, 예전에 당진에서 일했던 직원을 상당수 다시 불러들였다. 해외에서 일하던 직원들도 복귀했다. 하지만 그들이 보낸 세월을 다시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때문일까. 놓쳐버린 시간마저 복구하려는 직원들은 분주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로제철소 건설로 세계 유일의 자동차-철강그룹이 되겠다는 거대한 목표가 그들 앞에 버티고 있다.

    ‘천지창조의 순간이…’

    일관제철소 꿈 다져가는 현대제철

    고로 본체가 들어설 부지의 파일 시항타 작업장. 4월 준공을 앞둔 3만t급 부두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 공사를 하고 있다. 열연공장에서 사용할 슬라브를 하역하고 있다.(위부터 차례로)

    취재 때문에 꽤 많은 산업현장을 방문했지만 전기로제철소는 처음이었다. 사진으로는 여러 번 봤는데, 현장을 보니 우선 엄청난 규모가 놀랍다. 5m쯤 될까. 거대한 전극봉이 우레와 같은 소리와 번개를 치며 고철덩어리를 녹이는 장면은 마치 천지창조의 순간처럼 신비롭고 엄숙하다.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 시뻘건 쇳물이 커다란 솥에 담기고, 레일을 따라 이동하면서 수십t이 넘는 열연코일로 척척 태어나는 광경은 가슴을 뛰게 한다.

    전기로는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든다. 쉽게 말하면 걸레를 세척해 행주를 만드는 셈인데, 원재료인 고철이 불순물 덩어리여서 여기서 만든 제품은 철근이나 H형강 등 건축자재용으로 쓰인다. 당진제철소는 전기로 생산규모로 세계 2위다.

    반면 고로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한다. 고로에서 만든 쇳물은 순도가 높고 표면이 매끄러워 자동차나 가전기기 등 고급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고로산업은 철광석 등 원자재 구입의 진입장벽이 높아 민간업체가 담당하기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초기 고로제철소는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가 맡았다. 대만이나 중국도 국영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철강은 한국의 5대 수출품목에 들어가지만 수입도 많아 해마다 손익계산을 해보면 적자다. 고로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슬라브(직사각형의 철 덩어리)의 경우, 한국은 현대제철의 200만t 수입을 포함해 연간 1000만t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가 업계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현대제철이 2011년 연간 700만t 생산규모의 고로제철소를 갖게 되면 철의 원료인 철광석을 이용해 열연, 냉연코일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일관(一貫)제철소’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의 국내 독점체제가 깨진다.

    ‘제철의 꿈’

    전기로에서 생산한 제품과 향후 고로에서 생산할 제품을 더해 연간 1750만t을 생산하면 현대제철은 세계 10위권으로 진입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가격을 안정시켜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고로제철소를 짓기 위해 동원하는 건설인력만 9만3000명에 달하고, 제철소 운영에 7만800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다. 확장하면 15만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 현대제철의 예상.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철산업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는 자동차에 소요되는 고급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의 외장에 사용되는 냉연강판은 계열사 현대하이스코(현대제철로 합병됨)가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냉연강판의 원료인 열연강판은 포스코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열연강판은 철강석을 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국내 업체로선 포스코가 유일하게 생산한다.

    2000년 포스코가 현대하이스코에 열연강판 공급을 거부하면서 빚어진 법정분쟁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왜 제철사업에 뛰어들었는지 짐작케 한다. 당시 포스코는 현대하이스코가 냉연강판 사업을 시작하면서 독점구조가 깨지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포화상태이던 철강업에 재벌이 뛰어들었다는 이유로 포스코는 현대하이스코에 열연강판 제공을 중단했다. 2년을 끌던 분쟁은 결국 양사가 한 발짝씩 양보하면서 타결됐지만, 현대차를 짓누르던 불안감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자동차산업에서 강판은 시장경쟁의 중요한 포인트다.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강판은 자동차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정적 요소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현대하이스코를 통해 일본의 고로제철소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진행한 바 있다.

    예컨대 가격이 저렴하고 강도가 높은 자동차 외장용 강판(GA강판)과 맞춤형 강판으로 알려진 ‘TWB 강판’을 개발했다. TWB 강판의 경우 프레스만 하면 바로 자동차 외장용으로 쓸 수 있다.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 관찰자의 시각에서야 포스코와 현대차가 제품 개발에 함께 나선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투자비를 아끼면서 자동차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고, 포스코도 안정적인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자금조달 루트 확보

    일관제철소 꿈 다져가는 현대제철

    고로제철소를 지을 충남 당진 신규 산업단지.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계열사를 두고,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부으면서 철강산업에 진출한 것을 보면 시장의 실상은 외부인의 생각처럼 녹록지는 않은 것 같다.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신뢰하기 힘든 모양이다. 이 때문에 아직 한국 기업에선 ‘가족주의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어쨌든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일관제철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제철 앞에 놓인 가장 커다란 과제는 5조2400억원에 달하는 제철소 공사비 마련이다. 회사측은 지금까지 현대제철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재원 마련은 어렵지 않다고 주장한다.

    현대제철은 2000년 강원산업(현대제철 포항공장)과 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하면서 철강기업으로 성장했다.

    통상 인수한 뒤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지만 현대제철은 빠른 속도로 인수기업의 가치를 키웠다. 내부 구조조정,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원가절감을 통해 이익률을 높였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2001년 매출 2조8000억원에서 2005년 5조원대의 회사로 성장했다. 2100억원대의 영업이익도 5000억원대로 늘려놨다. 또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능력(EBITDA)은 연간 7000억원대로 2001년과 비교하면 2배나 성장했다. 순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차입 의존성)은 2001년 126%에서 2005년 50%로 줄였다. 매출은 늘고, 부채는 줄였으니 회사 운영은 상당히 잘한 셈이다.

    현대제철은 해마다 5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측은 향후 5년 동안 5000억원의 순이익을 모두 고로제철소 건설에 투입할 경우 2조5000억원의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머지 2조7000억원은 공적 수출신용금융 등 외부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공적 수출신용금융이란 설비 구매 대상국의 공적 기관인 수출신용기관이 자국의 자본재 수출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설비자금을 대출하는 정책이다.

    최장 12년 분할 상환 조건이기 때문에 상환부담이 해소돼 빌리는 회사의 처지에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운용이 가능하다.

    또 현대제철은 독일, 룩셈부르크, 일본으로부터 주설비를 도입하기로 함으로써 차입통화를 분산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이를 통해 환(換)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SG, 칼리옹, ING 등 5개 외국은행을 대출기관으로 선정한 상태다. 산업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국내 은행의 지원의향서를 확보하기도 했다.

    화력발전소에서 힌트를!

    고로제철소가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놓았다.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 설비와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기기를 도입할 계획. 대표적인 설비는 ‘밀폐형 제철원료 처리시설’로 철광석과 유연탄 등의 제철원료 야적장을 돔형 시설로 밀폐한 것을 말한다. 대만의 화력발전소를 견학하면서 힌트를 얻은 이 시설을 공장에 도입하면 세계 철강업체 중 최초가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로(電爐)와 연주 공정에 가스청정 설비와 전기집진기를 설치해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한으로 줄일 계획이다. 수처리 설비와 폐수종말처리 설비, 폐기물처리 설비도 마련해 자원순환형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은 박사급 400명의 연구인력으로 철강연구소를 운영할 방침이다. 일부 박사급 연구원들은 이미 연구개발에 투입됐다. 이들이 고급 강판을 개발한다면 조선, 기계, 자동차산업에서 해마다 핵심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 개선될 수 있다.

    특히 2008년부터 상용화할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의 경우, 고강도 경량 강판이 꼭 필요하다. 철강연구소가 이를 개발해야 한국의 자동차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철강석 원료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현대제철은 호주 BHP빌리튼과 리오틴토, 브라질의 CVRD, 캐나다의 EVCC사 등 세계 주요 원료 공급업체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했거나, 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50년 동안 축적된 철강기업 노하우와 철강연구소 운영을 통해 일관제철소 조업을 정상화할 것”이라며 “조선, 기계, 자동차 등 국가 기간산업을 뒷받침할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대제철을 방문하는 최고의 VIP는 지역주민이다. 회사의 원대한 목표에 대해 지역주민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게 요즘 실정이다. 기자가 당진제철소를 방문한 4월초에도 현대제철 직원들이 지역주민들의 회사 견학을 돕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당진으로 떠나기 전 홍보실의 장 과장이 “VIP들이 회사를 방문 중이어서 조금 서둘러 가자”고 했는데, ‘VIP’가 지역주민을 뜻하는 것임은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현대제철은 지역사회와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1팀1촌 결연’을 추진하고 ‘마을 운동회’를 지원하거나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은 단순히 지역사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공장에 투입할 인력을 양성하는 것부터 지역사회의 협조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거친 일을 마다하는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 우직한 일꾼을 찾아내 육성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올해부터 공장 인근 신성대학교와 함께 제철산업과를 신설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반대를 두려워해서야…”

    기업들의 소극적인 경영으로 국내 대규모 투자의 씨가 말라버린 현실에서 현대제철의 과감한 투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철강업계에서 포스코와 경쟁체제를 구축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사업 초기엔 여러 가지 이유로 구설에 오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찬성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하는 사람도 나오게 마련이다.

    성공하는 기업의 CEO들은 “반대하는 이들을 무서워해서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5조원대의 투자를 앞둔 현대제철이나 오늘도 새로운 기획안을 짜느라 머리를 싸매는 샐러리맨의 인생이나 이런 점에선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