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웹 속으로 들어온 지도 전쟁

  • 김지현│ IT 칼럼니스트 http://oojoo.co.kr│

    입력2009-12-08 1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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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2월, 구글이 구글맵이라는 지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함께 제공된 구글어스라는 데스크톱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지구 곳곳을 60㎝급의 위성사진으로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세계의 주요 도시를 실사 사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누구나 지도 플랫폼을 가져다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함으로써 구글의 지도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렇게 공개, 개방된 구글의 지도 플랫폼 위에는 부동산 정보, 맛집 정보, 교통 정보 등 각 지역, 위치, 공간에 기반을 둔 데이터들이 쌓여가면서 구글맵 생태계가 조성됐다. 구글맵의 플랫폼 가치가 눈덩이처럼 커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가상의 공간, 실공간으로 이어지다

    웹 속으로 들어온 지도 전쟁

    구글의 지도를 이용한 파노라미오 서비스

    대표적인 구글맵 기반 서비스인 파노라미오(www.panoramio.com)는 전세계인이 생산한 사진 데이터가 구글 지도와 결합돼 지도 위에 펼쳐진다. 파리의 에펠탑에서 촬영한 세계인의 사진들을 볼 수 있으며, 뉴욕과 도쿄 한복판에서 촬영한 수많은 UCC 사진이 지도를 거점으로 나타난다. 구글은 가상공간에 실공간을 구현했고, 이 공간에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채워가며 완벽한 공간으로 완성하고 있다.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엘프닷컴(www.ylep.com)도 구글 지도를 사용한다. 엘프닷컴에는 미국 대도시의 맛집 정보는 물론 각종 지역 정보들이 모여 있다. 특정 지역에 대한 정보는 사용자들이 채우며, 지도 정보는 구글의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만일 구글 지도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엘프닷컴은 미국 전역의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이처럼 구글 지도가 공개됨으로써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구글맵은 2007년 화려한 변신을 거듭했다. 세계 주요 대도시의 거리 사진을 촬영한 스트리트뷰를 시작한 것. 스트리트뷰는 차량으로 도로를 달리며 도로 양쪽의 거리를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된 서비스다. 스트리트뷰를 이용하면 해당 장소에 가지 않고도 주변 거리의 모습을 확인하고 가상 체험을 할 수 있다. 뉴욕, 바르셀로나, 도쿄,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의 거리 사진을 보며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언제라도 지구 반대편으로 달려갈 수 있다.

    이후 구글은 2009년 2월, 해양지도를 내놓았다. 구글 해양지도에는 바닷속 모습이 담겼다. 이후 달 지도까지 만들며 구글은 지구를 넘어선 우주의 모습까지 구글어스에 담아내고 있다.

    한국 웹 지도의 현주소

    웹 속으로 들어온 지도 전쟁

    뉴욕의 길거리 사진을 볼 수 있는 스트리트뷰

    그렇다면 한국의 디지털 지도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 구글지도에는 위성에서 촬영한 스카이뷰는 있지만, 스트리트뷰는 아직 없다. 구글 코리아에서 열심히 한국의 거리를 촬영하고 있어 2010년에는 구글맵에서 한국 거리 사진을 보게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Daum이 지도 서비스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9년 1월부터 50㎝급 항공사진으로 구글의 스카이뷰와 같은 실사 사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로드뷰라고 하는 거리 사진을 서비스하고 있다. 다음의 로드뷰에서는 서울은 물론 전국 주요 대도시와 골목길을 담고 있다. 위성사진이 아닌 항공사진은 실제 25㎝급으로 촬영을 해서 골프장의 경우 골프장의 전경을 볼 수 있을 만큼 자세하다. 네이버는 파노라마 사진 서비스를 개발해 독특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노라마는 헬리콥터뷰로 상공에서 주요 도시 건물이나 유명한 곳의 전경을 내려다본 사진 서비스다. 특정 지역 주변의 모습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하늘과 땅에서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며 지도를 스캔하는 것은 지도를 플랫폼으로 보기 때문이다. 카페와 블로그가 사용자들의 UCC가 쌓이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검색을 통해 소비되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

    지도는 블로그, 카페와 같은 플랫폼이다. 잘 만들어진 지도는 지역과 엮인 양질의 데이터를 사용자들이 쌓도록 유도한다. 하늘과 땅에서 고해상도로 디테일하게 사진 촬영을 하는 이유는 양질의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다. 잘 만들어진 그릇이어야 좀 더 맛있는 음식이 담길 수 있다.

    실제 잘 만들어진 지도 위에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엮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맛집 정보다. 맛집 정보가 지도와 결합되면 지도 위에서 맛집 위치를 확인하고 검색이 아닌 지도를 통해 맛집 블로그 리뷰 등에 접근할 수 있다. 부동산 정보도 지도와 궁합이 맞는 대표적인 데이터다. 주유소 가격과 대중교통 정보 등도 지도와 엮을 수 있는 데이터들이다.

    웹 속으로 들어온 지도 전쟁

    3차원 뷰로 건물 사진을 볼 수 있는 네이버의 파노라마

    이 같은 데이터들이 지도를 거점으로 엮이게 되면 지도에서 볼거리가 많아진다. 뉴스와 사진, 음악, 공연정보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들도 해당 데이터가 위치 정보와 엮이게 되면(이것을 가리켜 지오태깅이라고 한다) 지도에서 볼 만한 정보가 많아진다.

    디지털라이즈화한 데이터들이 검색에 잘 엮여야 돈이 되는 것처럼 향후에는 지도와 잘 엮여야 돈이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구글과 수많은 인터넷 기업이 지도에 투자하고 있다. 검색이 궁금한 것을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라면 지도는 우리가 관심 갖고 있는 특정 지역의 주변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만물상자인 셈이다. 웹 지도에 대한 투자가 가치 있는 이유는 이처럼 지도가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역 기반의 광고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지도를 지배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디스플레이 광고, 검색 광고에 이어 세번째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갈 것이다.

    모바일과 결합된 지도의 영향력

    지도에 큰 관심을 두는 또 다른 이유는 모바일과의 찰떡궁합에 있다. 모바일용 킬러앱으로서 지도는 손꼽히는 플랫폼이다. 휴대전화는 24시간 우리 손을 떠나지 않는 기기로 우리가 가는 장소마다 함께한다. PC와 TV는 고정된 장소에서 사용하지만 휴대전화는 움직이며 사용하는 도구다. 그렇기에 위치와 엮인 서비스, 즉 지도 기반의 서비스와 궁합이 잘 맞는다. 구글은 2005년 구글맵을 오픈한 이후 모바일용 로컬 서비스를 시작할 만큼 모바일과 지도의 궁합을 알고 모바일 지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열풍을 불러일으킨 아이폰에도 구글의 지도 서비스가 기본으로 설치돼 있다. 모바일과 지도가 궁합이 맞는 이유는 누구나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하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검색창에 무엇인가 찾기 위해 검색어를 넣는 것처럼 목적지를 찾아 나서는 순간부터 우리에겐 그 목적지가 검색어 입력창에 입력하는 검색어나 마찬가지가 된다.

    웹 속으로 들어온 지도 전쟁

    Daum의 아이폰용 지도 애플리케이션

    똑똑한 휴대전화 보급이 늘어갈수록 모바일에 적합한 킬러앱에 대한 관심과 사용도 늘어갈 것이다. 거기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싹트게 마련이다. 모바일 킬러앱으로서 대표적인 지도 역시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잉태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의 2위 내비게이션 사업자인 톰톰은 아이폰용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다. 또한 구글은 최근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동작하는 구글의 내비게이션 어플을 소개했다. 이러한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은 기존의 내비게이션 업체에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내비게이션 기기를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했는데, 스마트폰에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가 활성화되면 내비게이션 업체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 뿐 아니라 더 많은 경쟁자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집을 나서기 전에 집 앞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하는지 알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실시간 버스 도착 알림 서비스는 서울시, 경기도 버스 정보 제공 사이트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버스 도착 정보를 알 수도 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A에서 B까지 가는 대중교통 정보와 길찾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심지어는 막히는 도로가 어디인지 실시간 교통량까지 확인할 수 있다. 맛집 정보에서 사용자들이 올린 맛집 평가 글을 볼 수도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주변의 지역 정보를 보고, 쿠폰을 제공하는 곳의 정보를 받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모바일과 지도는 우리가 발 디디고 서 있는 실제 공간과 웹에 저장된 데이터를 서로 잘 엮어줌으로써 좀 더 편리하고 유용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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