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미나미산리쿠! 인구 1만7300명 가운데 1만여 명이 실종된 마을. 삶이 갈가리 찢겨 철골 구조 위에 내걸렸다. 쓰나미 크기의 슬픔이 밀려온다. 이곳의 시계는 오후 2시46분에 멎었다. 2011년 3월11일 진도 9.0의 대지진이 마을을 덮친 그때 이곳 주민들의 삶도 멎었다. 10m 높이 죽음의 쓰나미가 뒷덜미를 낚아채던 마지막 순간, 가족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일본인의 DNA 속엔 위기를 견디는 남다른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다섯 시간 줄을 서서 기름을 20ℓ밖에 사지 못해도, 버스가 오지 않아 네 시간을 기다려도,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일본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폐허 속에서 지친 어깨를 서로 기대며 희망의 모닥불을 피워 올렸다.
다시 희망이다!
유리창 안 방사능 피폭 진단을 받은 딸이 엄마에게 속삭인다. “엄마, 힘내요!” 바깥의 엄마가 가슴을 친다. “살아야 돼!” 살아남았지만 슬픈 이 모녀를 위해,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을 위해 인도 알라하바드 학생들이 위로의 촛불을 켰다. 복구 성금과 구조대 지원, 자원봉사…. 일본이 하루빨리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도움의 물결이 밀려든다. ‘전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일본이지만 일본판 뉴딜 정책으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진단도 없지 않다. 피난처에서 잠시 한숨 돌린 아이의 웃음. 다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