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재 VS 보완재
키보드를 연결해 입력이 더욱 편리해진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
물론 태블릿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컴퓨터에 비해 컴퓨팅 파워가 떨어지고 속도가 느리다. 또한 풀 터치 방식의 풀 스크린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키보드가 없어 타이핑이 불편하다. 특히 기존 노트북 컴퓨터에서 사용하던 소프트웨어들(한글, MS오피스,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을 사용할 수 없어 컴퓨터와의 호환성도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태블릿은 컴퓨터의 대체재로서 상대가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한 태블릿의 본격적인 등장은 이제 1년이 됐을 뿐이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인터넷 사용 습관 변화가 말해주듯, 태블릿PC가 널리 보급되면 우리의 컴퓨팅 사용 습관과 환경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굳이 윈도와 호환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닌 다양한 브라우저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태블릿PC의 보급과 함께 컴퓨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나 특정 브라우저 없이도 어떤 디바이스에서나 컴퓨팅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더 빨리 다가오게 될 것이다.
노트북 컴퓨터를 대신하는 모토롤라의 스마트폰 ‘아트릭스’.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가정에서 태블릿PC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굳이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소파나 침대, 식탁, 거실이나 주방 어디에서나 태블릿PC를 쉽게 사용한다. 태블릿PC의 등장으로 방 안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심지어 회사에서도 PC 앞에 앉아 있기보다는 비즈니스 전용 태블릿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회사로서도 초기 투자비와 유지, 운영비가 비싼 컴퓨터보다는 태블릿이 훨씬 경제적일 수밖에 없다. 외근을 하거나 사내에서 이동이 잦은 직장인들도 쉽게 휴대할 수 있는 태블릿을 선호한다.
스마트폰 습격에 맞서는 PC의 자세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노트북 컴퓨터로 3단 변신이 가능한 컴퓨폰.
70만~90만원대의 스마트폰은 웬만한 컴퓨터와 비교해 성능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의 성능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일부 스마트폰은 노트북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모니터, 키보드를 연결하면 스마트폰이 컴퓨터 본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비싼 컴퓨터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향후 출시될 스마트폰은 지금보다 더욱 뛰어난 CPU와 메모리, 그래픽 코어가 장착될 전망이다. 이미 스마트폰에는 컴퓨터에 없는 다양한 센서가 내장돼 있다. 조도센서, 자이로스코프, 무선인터넷(WiFi), 지자기센서, 블루투스 같은 다양한 센서와 칩 덕분에 컴퓨터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사용자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똑똑한 스마트폰은 커다란 스크린과 각종 입력 장치를 연결하면 컴퓨터 못지않은 성능과 기능, 사용자 경험을 선사한다. 좀 더 강력한 사용자 체험을 원하면 커다란 TV와 키보드, 마우스를 연결하면 된다.
TV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
PC로 인해 밀려난 거실의 TV마저 PC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TV는 ‘스마트TV’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스마트TV는 PC처럼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다. TV를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셋톱박스(애플 iTV, 구글TV, Boxee 등)는 TV 스크린을 PC에 연결된 모니터처럼 변신시켰다.
이러한 스마트TV는 PC를 위협하고 있다. 거실에서마저 TV로 웹을 사용할 수 있으니 PC의 주된 용도인 인터넷 사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태블릿PC로 인해 노트북 컴퓨터의 설자리가 사라지고, 스마트폰과 스마트TV가 데스크톱PC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PC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PC가 지금처럼 가정과 회사에서 핵심 기기로서의 자리를 지키려면 다른 기기가 제공하지 못하는 강점을 지켜야 한다. 즉 PC의 특징인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보유하면서, 다양한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개인이 생산, 소유한 디지털 콘텐츠를 한데 모아 저장하고 언제, 어디서나 꺼내 사용할 수 있는 ‘퍼스널 클라우드(Personal Cloud)’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서버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나 다른 기기에 뺏기는 순간 PC의 설자리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