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랜드가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스몰카지노로 시작한 작은 기업이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 리조트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명품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High1’의 꿈이 현실화하고 있다. 폐광지역 개발이라는 설립 취지는 이미 실현했고,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 상생 경영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강원랜드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강원랜드는 주목할 만한 변화를 겪었다. 강원랜드의 설립 근거인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폐특법)이 2025년까지 10년간 연장된 게 가장 큰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숙원사업이던 카지노환경개선사업(환경개선사업)이 정부 승인을 받았다. 2003년 메인카지노가 설립된 이후 카지노 영업장이 확장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개선사업으로 강원랜드의 카지노 영업장은 기존 6354㎡(약 1922평) 규모에서 1만1824㎡(약 3576평)로 2배가량 확대됐다. 고객 서비스 수준도 한결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합 리조트로 발돋움하면서 이런저런 국제행사가 강원랜드에 몰리고 있다. 시설과 운영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지난해 5월 강원랜드에서 치러진 국제스키연맹(FIS) 총회에는 110개국에서 1800여 명의 스키 관계자가 방문했는데, 완벽에 가까운 행사였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특히 평창올림픽을 유치하고 난 뒤 열린 첫 동계스포츠 관련 국제행사여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강원랜드 측은 “강원랜드가 MICE산업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음을 입증한 행사”라고 자평했다. MICE산업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박람전시회(Events · Exhibition)를 융합한 개념이다.
경제효과 3조7000억
강원랜드는 지난 15년간 꾸준히 성장하며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봐도 세금과 기금을 포함해 3조7000억 원 이상을 창출했다. 인근 4개 시군(태백, 정선, 영월, 삼척)을 포함한 강원도 지역에 직접 투자한 금액만 1조4000억 원이 넘었고, 폐광지역 개발기금과 지방세로 1조900억 원을 내놨다. 지역 식자재 우선 구매, 지역업체 아웃소싱, 사회공헌 사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가져온 경제적 파급효과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그동안 강원랜드는 도박중독 문제 등으로 인해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준 측면도 있다. 그러나 폐광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설립취지에 걸맞은 경영활동과 투자를 벌여 많은 성과를 냈다. 고객에게 감동을, 지역에는 활력을, 직원에겐 희망을 주자는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강원랜드 임직원은 3000명이 넘는다.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면 4500여 명에 달한다. 이들 중 약 75%는 폐광지역 출신이다. 일자리 창출에 있어 강원랜드는 언제나 강원도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환경개선사업도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테이블게임이 132대에서 200대, 머신게임이 960대에서 1360대로 각각 52%, 42%씩 늘어나면서 5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강원랜드는 올해 상반기에만 2차례에 걸쳐 신입사원을 뽑아 현장에 배치했다. 이들 역시 상당수가 폐광지역 출신이다.
지역상생과 동반성장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협력사들과 함께 상생 방안을 마련해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협력사의 사회적 기업 전환 지원, 서비스 수준 평가제도 도입, 상생협력 프로그램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갑(甲)의 횡포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강원랜드의 협력사 동반성장 정책은 시선을 끌 만하다.
강원랜드 카지노 내부.
인적용역 분야에서는 호텔 청소와 경비보안 용역을 담당하는 강원남부주민(주)을 비롯해 스키장과 콘도 내부 청소를 담당하는 우리주민(주), 세탁공장, 백운관(기숙사), 콘도 외곽 관리를 담당하는 석광산업(주), 콘도 경비를 담당하는 고한사북남면청년주민(주) 등이 대표적이다. 직원버스와 식당 운영에 참여하는 영암고속버스, 이조캐도링 등 지역업체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이 두 분야의 협력사에 배정된 전체 용역비는 연간 757억 원에 달한다.
협력사와 상생
강원랜드는 지역 업체들과 협력적 파트너십을 만들어가는 것을 넘어 지역업체 간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도 깊이 간여해 지역경제가 원만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업체 간 임금격차, 복리후생, 고용 불안정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해 지난해 10월 별도의 부서를 새롭게 만들었을 정도다. 최흥집 사장의 특별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강원랜드는 현재 협력사 대표자 간담회, 동반성장협의체 등을 통해 협력사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강원랜드가 추진하는 협력사 상생 방안에는 협력사들의 공익성 확보, 경영투명성과 복리후생 등을 위한 ‘협력사의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도 포함돼 있다. 지난 3월에는 7개 협력사가 강원랜드와 사회적 기업 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약을 맺었다. 협력사들은 사회적 기업 인증 요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강원랜드는 이들 업체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혜택을 주기로 약속했다.
협력사들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것이 많다.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 활동을 해야 하고, 근로자 대표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야 하며, 배분 가능한 이윤의 3분의 2를 직원복지 등 사회적 목적에 사용해야 한다. 강원랜드와 협력사들은 사회적 기업 육성이 향후 폐광지역에서의 고용 확대,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는 협력사의 사회적 기업 전환 사업은 국내 공기업 중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랜드의 협력사 운영 방안 가운데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비스수준평가제도(SLA)를 도입한 점이다. 협력사의 업무 성과 표준화와 공정한 성과평가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통해 협력사들이 자립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게 목표다. 강원랜드에만 의존해 기업을 경영해온 관행을 깨자는 것이다. 강원랜드의 관계자는 “앞으로는 협력사에도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인터뷰
“강원랜드는 카지노 기업 아닌 사계절 종합 리조트”
최흥집(62) 강원랜드 사장은 2011년 7월 취임했다. 올해 7월 취임 2년을 맞는다. 재임 중 폐특법 10년 연장, 카지노 영업장 확장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이뤄내서인지 최 사장의 목소리엔 자신감과 자부심이 가득했다.
“지난 2년은 강원랜드와 폐광지역이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 시간이었습니다. 2011년 12월 폐특법이 10년 연장된 것도 그렇고, 숙원사업이던 영업장 확장을 실현한 것도 그렇습니다. 협소한 공간 때문에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던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어요. 반응도 좋고, 저 개인적으로도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밤낮으로 일한 덕분입니다.”
▼ 환경개선사업이 가져온 효과도 크다고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500여 명을 신규로 채용했죠. 폐광지역과 강원도 출신자를 우대해 선발했어요. ‘강원랜드가 돈을 더 벌려고 영업장을 늘린다’고 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영업장이 늘어난다고 수익이 늘지는 않죠. 이번 영업장 확장은 말 그대로 환경개선사업입니다. 고객이 보다 쾌적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게임을 즐기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게 하자는 게 취지입니다.”
그간 강원랜드는 게임 좌석수는 2000여 개뿐인데 하루 방문 고객은 1만 명을 넘었다. 이번 환경개선사업으로 테이블당 18명꼴이던 고객 수가 10명 정도로 줄었다. 고객의 동선(動線)에도 여유가 생겼다. 강원랜드는 신규 영업장을 개설하면서 고객 스스로 출입일수와 게임 금액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정책을 시행했다. 도박중독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2015년 워터월드 개장
▼ 카지노 외 사업 분야에서도 성과가 많았습니다.
“강원랜드는 더 이상 카지노 기업이 아닙니다. 사계절 종합 리조트죠. 카지노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어요. 2년 연속 다우존스가 선정한 지속가능경영 우수기업에 오른 것도 다 이런 노력 덕분입니다. 2015년 하반기엔 오랫동안 준비해온 워터월드도 개장해요. 그렇게 되면 하이원은 명실 공히 세계적인 명품 리조트로 자리 매김할 겁니다.”
설계를 마치고 착공을 앞둔 워터월드는 강원랜드와 인접한 정선군 사북읍 옛 동원탄좌 인근 폭포주차장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다. 사업비 1672억 원, 건축면적만 3만7547㎡ 규모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강원랜드의 지형과 기후를 활용해 바다와 육지, 여름과 겨울을 넘나드는 테마공간으로 꾸밀 계획인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물놀이 시설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 재직 중 강원랜드의 조직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직원들에게 인기도 많다죠.
“변화와 혁신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경영쇄신을 단행했죠. 무엇보다 즐거운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직원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요. 제가 인기가 좀 있나요? 그러면 정말 다행이고요, 하하.”
▼ ‘소통 잘하는 사장’이라는 평가가 많은데요.
“취임 초부터 직원들과 번개미팅을 많이 했어요. 느닷없이 e메일을 보내 번개미팅을 제안하는 식이었죠. 처음엔 당황하는 직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계속하니까 이제는 자연스레 받아들여요, 한가족처럼.”
▼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제가 강원도 토박이입니다. 35년간 강원도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고요. 주민들과 다툴 일이 없어요. 대화하면 다 풀립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소통과 신뢰가 기반이 됐다고 할 수 있죠. 그렇다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일하지는 않았어요. 하나하나 꼼꼼히 수익성을 따졌습니다. 그리고 한번 결정된 일은 과감하게 추진했죠.”
▼ 협력사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다고 들었습니다.
“강원랜드와 협력사 간에 발생하는 각종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사상생팀을 만들었어요. 협력사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처리하면 문제가 금방 풀립니다.”
▼ 사회공헌활동 부문은 어떻습니까.
“2013년에만 약 250억 원의 사회공헌 예산을 편성했어요. 앞으로 영업이익의 5% 이상을 사회공헌 예산에 배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국내 50대 상장사 중 매출액 대비 2위 수준입니다. 이렇게 조성한 자금으로 폐광지역의 미래를 위한 교육사업에도 신경을 쓸 계획이고요. 지난해 12월 설립된 하이원희망재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생각입니다.”
강원랜드의 사회공헌사업 중엔 눈길을 끄는 게 많다. 하이원베이커리도 그중 하나다. 지난 4월 강원랜드는 재활의지를 가진 도박중독자 7명을 직원으로 채용해 빵을 만들어 팔고 있다. 골프장 등에 납품되고 있는데 인기가 높다고 한다. 앞으로 인원을 더 늘려갈 방침이다.
▼ 강원랜드의 비전은 어떤 겁니까.
“2020년까지 연간 관광객 1000만 명이 찾는 사계절 종합 리조트로 강원랜드를 성장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카지노의 경쟁력뿐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문화도 만들어야죠. 그리고 무엇보다 강원랜드의 모든 성과가 지역발전, 나아가 강원도의 항구적 발전에 사용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남은 임기 동안 제가 할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