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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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2-01-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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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늦게 밝혀진 2액 성분, 적발 아닌 자발적 보고

    • 미국 80개 기관서 1020명 대상 3상 투약 재개

    • 고관절 등 치료 범위 확대 계획

    • 식약처, 책임 떠넘기기식 대처에 ‘뒷말’

    인보사는 세계에서 처음 개발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다. [GettyImage,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인보사는 세계에서 처음 개발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다. [GettyImage,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1928년 영국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포도상구균 배양접시를 별생각 없이 공기 중에 뒀다가 푸른곰팡이 주변 포도상구균이 깨끗이 녹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 푸른곰팡이가 바로 해로운 박테리아 증식을 막는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다. 플레밍이 우연히 발견한 페니실린은 인류를 세균 감염의 공포에서 구제했다.

    약의 성분을 잘못 인지한 채 개발된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개발명 TG-C)도 머지않아 페니실린처럼 ‘세런디피티(Serendipity·우연한 뜻밖의 발견)’ 사례로 전 세계에서 회자될지 모른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재개된 임상시험 3상마저 안전성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사이먼쿠처앤파트너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현재 골관절염은 미국에서만 38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하고 심각한 질병이다. 골관절염 치료제의 세계시장규모는 2021년 76억 달러에서 2024년 92억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 태평양 너머에서 진행되는 인보사의 임상 3상 결과에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0년 동안 몰랐던 진실

    인보사를 논하려면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두 회사를 알아야 한다. 코오롱티슈진은 코오롱그룹이 1999년 미국에 직접 설립한 회사다. 인보사의 개발과 미국 임상 진행을 맡는다.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세계 전역 판권을 갖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00년 ‘티슈진아시아’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회사다. 2006년부터 지금의 사명을 썼다. 인보사의 전용 생산 공장,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판권을 갖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1999년 미국에서 인보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코오롱생명과학에 아시아 지역 판권을 넘겼다. 두 회사는 2006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임상 1상에 착수했다. 한국에서는 미국보다 임상 3상이 일찍 끝나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인보사는 기존의 주사제처럼 자주 맞거나 수술하지 않아도 골관절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바이오 신약이다. 단 한 번의 주사 투여로 1년 넘게 골관절염 통증을 완화하고 관절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국내외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 코오롱티슈진이 17년의 연구개발 끝에 선보인 인보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출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17년 11월 판매가 시작되자 인보사 투약을 희망하는 환자가 줄을 이었다. 국내 출시 10개월 만에 누적 투여 건수 2200건을 돌파하고 홍콩, 마카오, 몽골 등 해외 판매량도 빠르게 늘었다.

    2019년 3월까지 3700명의 골관절염 환자가 투약처방을 받은 이 치료제는, 그해 4월 식약처로부터 판매 중지 처분을 받는다. 그해 7월엔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인보사는 1액과 2액으로 구성돼 있는데 식약처에 당초 보고된 바에 따르면 1액에는 100% 연골세포가 들어 있고, 2액엔 연골세포에 연골세포증식 유전자인 TGF-β1을 삽입해 만들어진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2019년 2액의 세포 성분이 ‘형질전환 신장유래세포’로 밝혀졌다. 이 사실은 식약처가 적발한 것이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염두에 두고 코오롱티슈진이 ‘유전학적 계통검사(STR·Short Tandem Repeat)’를 실시해 2019년 3월 확인한 내용이다.

    덜 걸러진 신장유래세포의 활약

    식약처는 2019년 5월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식약처는 2019년 5월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이쯤에서 여러 의문이 들 수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의 해명은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1999년부터 연구·개발한 치료제 성분을 연구진이 어떻게 20년 가까이 잘못 알고 있었는지가 의아하다.

    “FDA는 품목허가 시 STR 검사 결과를 요구한다. 품목허가 전에 미리 검사를 받았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TG-C(인보사의 개발명) 개발 초기부터 2액 세포를 연골세포로 인지하고 있었고, 연골세포증식 유전자인 TGF-β1을 만나 형질전환이 일어나도록 설계돼 있었기에 연골세포와 모양이 달라도 이를 신장유래세포로 의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신장유래세포의 존재는 STR 검사로 확인됐다. STR 검사는 유전자의 근원을 찾는 검사다. 친자확인검사나 범죄과학수사에도 활용된다.”

    당초 인보사 제조 원리에는 존재하지 않던 신장유래세포가 어떻게 2액에 들었는지, 2액에 들어 있어야 하는 연골세포는 어디로 갔는지도 의문이다.

    “2액 성분 중 TGF-β1은 연골세포의 형질을 전환해 골관절염 치료 효과를 높이는 유전자물질로 배양하는 과정에서 신장유래세포를 숙주로 사용했다. 신장유래세포는 배양 효과가 좋아 실험실에서 많이 쓰인다. TGF-β1을 배양한 후 신장유래세포를 걸러내고 연골세포에 삽입하는데 신장유래세포가 다 걸러지지 않아 섞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연골세포에 TGF-β1과 덜 걸러진 신장유래세포가 혼합된 실험체에서 여러 세포주를 떼어내 실험을 한 것이다. 그런데 가장 우수한 결과물이 하필 연골세포는 없고 신장유래세포와 TGF-β1만 있는 부분을 떼어낸 세포주였던 셈이다. 그 세포주를 계속 배양해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은 물론 시판한 인보사에도 사용했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3상도 마찬가지다.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가 든 2액을 그대로 사용한다.”

    형질이 전환된 세포는 종양원성(종양이 생길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종양 유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전자물질이 들어가 형질전환이 일어난 세포는 종양원성이 생긴다. 임상시험을 처음 시작하기 전부터 그런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2액에 방사선을 조사했다. 미국 FDA도 방사선을 쬐어 안전성을 확보하라고 권했다. 더구나 인보사는 투약할 때 1액과 2액을 3대 1의 비율로 섞어 무릎 뼈 사이에 있는 관절강에 1회 주사하는 것으로 시술이 완료된다. 혈관이 없는 빈 공간이어서 약이 그 안에서만 돌아다니지, 혈관을 타고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한다. 암세포가 증식할 수 없는 환경이다. 국내외 임상시험에서 지금까지 특별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부종 등 경미한 수준의 부작용이 있었는데 우려할 만한 부작용은 없었다. 국내 임상에서도 안전성이 입증됐기에 식약처에서 품목허가가 났던 것이다.”

    코오롱티슈진은 STR 검사를 통해 인보사 2액 성분이 형질 변환된 신장유래세포임을 인지한 2019년 3월 식약처와 FDA에 이 사실을 자발적으로 보고했다. 같은 보고를 받은 한국과 미국 두 기관의 대처 방식이 사뭇 달랐다. 식약처는 인보사가 한국에서 임상 3상을 통과해 안전성을 증명했음에도 판매 중지 조치 이후 재검증 절차 없이 품목허가를 취소해 버렸다. 이 때문에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개발에 들인 17년간의 노력과 ‘국내 1호 유전자치료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식약처와 다르게 대처한 美 FDA

    미국 FDA는 2019년 5월 3일 미국 임상 3상을 잠정 보류한 후 인보사의 성분 안전성을 다시 검증하는 데 집중했다. 약 9개월 동안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에 생산공정과 임상시료의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 등 여러 자료를 추가로 요구해 인보사 구성 성분에 대한 특성을 분석하고 성분 변화가 발생한 경위를 파악했다, 향후 개선 방안도 요청했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 데이터의 유효성을 인정한 FDA는 2020년 4월 11일 임상 3상 재개를 승인했다. FDA는 이날 코오롱티슈진에 공문을 보내 “모든 임상 보류 이슈들이 만족스럽게 해결됐다”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 측은 이를 두고 “FDA가 유효한 임상시험 데이터의 기초가 된 형질전환 신장유래세포(인보사 2액)로 환자 투약을 포함한 임상 3상 시험을 계속해도 좋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뤄지던 인보사 임상 3상 투약은 지난해 12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소스 헬스케어 병원에서 재개됐다. 코오롱티슈진은 이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의 약 80개 임상 기관에서 1009명의 환자에게 2023년까지 투약을 진행한다. 기존에 투약을 마친 11명을 포함하면 임상 인원이 1020명에 달한다.

    미국 FDA는 최근 인보사의 임상시험 대상을 골반과 다리를 이어주는 고관절 골관절염 환자로 넓힐 기회도 부여했다.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하는 단계와 임상 1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임상 2상 시험에 진입하도록 승인한 것. 업계에서는 기존 무릎 골관절염 임상에서 검증된 인보사의 안전성이 적응증 확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인보사의 미국 임상 투약이 재개되자 검증 절차 없이 품목허가를 서둘러 취소한 식약처의 책임 떠넘기기식 대처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신약 개발 경험이 있는 한 연구원은 “신약 개발에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도 임상 3상을 통과해 품목허가를 받기가 정말 힘들다. 그 어려운 과정을 거친 신약을 식약처가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린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FDA처럼 식약처도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본질 검증에 신중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기술 이해하는 전문가 태부족

    신약 개발은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그럼에도 식약처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지 않고 인보사 사건이 터져서야 STR을 의무화한 점은 ‘뒷북’ 대응이라는 비난을 샀다. 식약처는 2019년 4월 “앞으로는 품목허가 신청 시 연구개발과 제조 등에 사용된 모든 세포에 대한 STR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중요한 검증 요소는 식약처가 교차 검증해 세포의 동일성을 확인하겠다”는 후속 방침을 내놨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지원하는 환경은 열악한 실정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신약 개발로 임상시험이 가능한 후보물질 하나를 발견하는 데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신약 연구개발 분야에서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많은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연호 고려대 바이오의공학과 교수는 “규제기관이나 인허가 기관에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판단할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전문가가 없기에 신기술에 대해 매우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미국이나 유럽 쪽 규제기관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개발사에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증빙 자료를 요청하기 일쑤다. 인보사 문제도 전문가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다. 미국 FDA처럼 해명 기회부터 주고 개선할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청하는 행정소송을 2019년부터 벌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식약처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는 “행정절차상 제출한 서류와 실제 내용이 다르므로 취소 사유가 된다. 행정적 잘못이 있었고 일반적으로 의학품은 국민 건강과 관련돼 있으니 식약처의 판단이 적합하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이 고의로 실제 내용과 다른 서류를 제출한 건 아니라고 판단되며 국민보건에 위해를 줄 수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결여된 의약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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