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마음 _ 지상현 지음, 사회평론, 285쪽, 1만6000원
신명, 흥, 열정…. 한국 미술의 특징을 표현하는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한(恨), 적조, 검박(儉朴)의 미 같은 표현들도 빠지지 않고 쓰인다. 한 나라의 미술을 특징짓는 표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극에서 극이다. 너무 상반되는 표현들인지라 필자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 미술 전체를 관통하는 또 다른 맥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동시에 또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필자는 우리 고미술품에서 종종 피카소나 몬드리안, 마티스의 그것과 유사한 현대성을 느껴왔다. 현대미술이 회복하고자 하는 것의 하나가 생명력 넘치는 원초적 미의식이기에, 고미술품은 어느 정도 현대미술과 비슷한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가 느낀 현대성은 여느 민족의 미술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여간 일본에 머물면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거의 보기 어려운, 중국에서도 간혹 발견되는 유형의 현대적 양식 특징을 우리 미술품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두 개의 생각이 만난 지점에서 쓴 것이 ‘한국인의 마음’이다.
이 책을 통해 필자는 왜 우리의 고미술품, 특히 민예품에서 현대적 양식 특징들이 자주 발견되는지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민예품은 고급 미술과 달리 특정 시대를 지배하는 미적 규범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법이다. 그래서 민족의 기본 성정이 잘 배어 있고, 현대성의 비밀도 그 성정에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게 된다.
우리 미술품에서 발견되는 현대적 양식 특징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비의 강조, 기하학적 단순성, 윤곽의 해체 등이 그것이다. 이 유형들이 만들어내는 감성을 쫓아가다 만나게 된 것이 병전(病前) 기질로서의 조울증형 문화였다. 조(躁)와 울(鬱) 상태가 교차하는 조울증형, 다시 말해 ‘매닉(manic) 친화형’ 성격을 가정하자 ‘신명, 흥, 열정’ VS ‘한, 적조, 검박’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워보였던 특징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감정이 격앙되는 조(躁)의 상태가 만든 것이 신명과 열정의 문화이고, 기분이 가라앉는 울(鬱)의 상태가 만든 것이 한·적조·검박의 문화가 되는 셈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강한 색상대비의 단청, 요란한 색채의 사천왕상 등에서 보이는 열정과 신명, 김홍도의 그림에서 보이는 해학은 조(躁)의 성정이 만들어낸 양식이요 감성이다. 반면 인제 강희안의 그림에서 보이는 무위와 순응의 미술, 조선시대의 초상화와 석굴암의 석조 등에서 보이는 강박적 정교함은 울(鬱)의 성정에서 비롯된 감성이요 양식이라 할 수 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매닉 친화형이라는 한국인의 기본 성정은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할 때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성정이 우리 문화의 기층을 결정한다. 기층의 지형에 따라 그 위에 쌓일 역사적 경험이나 이념이 만드는 문화적 지형도 달라지는 것이다.
지상현 │한성대 미디어디자인컨텐츠학부 교수│
New Books
휴식능력 마냐나 _ 마야 슈토르히·군터 프랑크 지음, 송소민 옮김
당신은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가. 독일의 신경심리학자 마야 슈토르히와 정신의학자 군터 프랑크는 현대인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적당한 돈과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지 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느 순간 바로 일의 엔진을 끄고 안식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저자들은 독자가 각자의 휴식 능력을 살피고 부족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조언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오늘 최선을 다했다면 다가올 내일을 믿고 당당히, 편히 쉴 줄 아는 자세’를 만들어준다. ‘마냐나’는 스페인어로 ‘내일’을 뜻하는 말로, 이 책에서는 부교감신경을 집중적으로 활성화하는 능력, 즉 휴식능력의 의미로 사용했다. 동아일보사, 212쪽, 1만3800원
철인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_ 플행크 매클린 지음, 조윤정 옮김
영국의 전기 작가로 ‘나폴레옹’ ‘카를 구스타프 융’ 등의 평전을 통해 널리 알려진 저자는 2000년 전 로마시대를 살았던 정치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오늘, 우리 앞에 불러낸다. 아우렐리우스는 셰익스피어가 ‘가장 고귀한 로마인’이라 일컬었고, 율리아누스 황제가 ‘단연 뛰어난 계몽 통치자’로 손꼽았던 인물. 하지만 출신 성분보다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파격적인 인재 등용 정책을 실시하고, 지진·홍수 등의 자연재해에 현명하게 대처했던 그의 삶은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저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통치 시대인 2세기 로마의 사회·경제사를 폭넓게 소개하며 그 속에서 그의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는지 고찰한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로 로마 관련 서적을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옮긴이의 글솜씨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다른세상, 733쪽, 3만원
생산적으로 싸워라 _ 사지 니콜조니·데이먼 베이어 지음, 김정혜 옮김
말 잘 듣는 ‘젠틀맨’과 생산적인 ‘싸움닭’ 중 조직 발전에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은 누굴까. 합리적으로 판단하자면 후자 쪽이겠지만 ‘생산적으로’ 싸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직장인 대부분이 ‘젠틀맨’으로 살아가는 이유다. 비즈니스 전략가이자 컨설턴트인 저자들은 ‘탁월한 조직과 개인을 만드는 효율성 극대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잘 싸우는 비법’을 일러준다. 잘못된 싸움을 촉발시키는 함정들을 제시하며 ‘생산적인 싸움’을 위한 실전 시나리오를 써주기도 한다. 이들이 전하는 ‘현명한 싸움’의 원칙 세 가지는 ‘중요한 싸움만 하라/ 미래에 초점을 맞춰라/ 고귀한 목적을 추구하라’. ‘건강한 싸움’을 위한 3원칙은 ‘스포츠정신으로 임하라/ 공과 사를 적절히 섞어라/ 고통을 이득으로 전환시켜라’이다. 랜덤하우스, 289쪽, 1만2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 숲 _ 전영우 지음, 운주사, 396쪽, 2만3000원
산과 숲이 학문의 대상이다 보니, 오래전부터 산을 찾는 일이 생활의 일부가 됐다. 명산대찰이라는 말처럼, 산을 찾을 때마다 절집의 숲을 만나는 일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절집 숲에는 1970년대 치산녹화(治山綠化)기에 조성된 도회지 주변의 획일적이고 어린 인공림과는 다른 무엇이 있다. 통도사의 들머리 솔숲이나 월정사의 전나무 숲, 백담사의 천연활엽수 숲을 거닐어본 이는 그 숲에서 경험한 경이로움을 잊지 못하리라. 그래서 절집 숲을 찾을 때마다, 들머리 숲의 존재 이유는 물론이고, 그것을 누가 어떻게 만들고 지켜왔는지 궁금했다.
절집 숲이 나의 학문적 대상으로 분명하게 자리 잡게 된 계기는 20여 년 전쯤 통영 안정사의 솔숲에 얽힌 사연을 현장 취재로 확인하면서부터였다. 조선 말, 인근의 양반이 안정사의 솔숲을 강탈하려고 하자, 조정에서 금송패를 하사해 절집 숲을 지키도록 했다는 내용은 새롭고 신선했다. 절집 숲이 자연이 만든 단순한 숲이 아니고, 오래된 절집의 역사만큼이나 숲을 가꾸고 지킨 인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생명 자원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 덕분에 절집 숲의 기능에 대한 생각도 차츰 다듬어졌다. 성속(聖俗)을 가르는 차폐(遮蔽) 공간, 수행과 명상과 울력의 수도 공간, 구황식량과 산나물과 버섯 등의 임산 부산물과 땔감을 제공하는 생산 공간, 전란이나 화재와 같은 유사시를 대비한 가람 축조용 목재의 비축기지 등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24곳의 절집 숲을 여러 번 순례하며 절집 숲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좀 더 확장됐다. 절집 숲은 경쟁과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마음의 풍요와 안식을 제공하는 치유공간이며, 한국성(韓國性)을 상징하는 전통문화경관(솔숲)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전시장이고,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천연기념물(식물)을 품고 있는 자연유산의 보고이며, 전통 지혜로 발현된 풍토성이 높은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는 현장임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절집에서 농경 사회의 전통문화 경관인 소나무 숲을 철저하게 보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조선왕실이 유교적 덕목인 조상 숭배를 불교를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상호보험적 관계가 숨어 있다. 소나무는 조선왕조의 왕목이었기에 원당사, 태실수호사찰, 사고수직사찰로 지정된 절집들은 솔숲도 잘 지켜야만 했다. 사찰림은 국토면적의 약 0.7%에 불과하지만,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천연기념물(식물)은 전체 천연기념물의 10.7%에 달한다.
물질적 풍요만을 좇아온 현대인들의 마음을 보듬어줄 대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숲은 그 유력한 대안의 하나이며, 그중에서 절집 숲은 그 개방성, 역사성, 접근성 등에서 가장 탁월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평화와 풍요를 제공하는 절집 숲은 우리 현대인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태소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임에 틀림없다. 이 책을 세상에 선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영우│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
New Books
마음의 시계 _ 엘렌 랭어 지음, 변용란 옮김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1979년 외딴 시골 마을에서 실시한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로 일약 심리학계의 스타가 된 인물이다. 실험은 이렇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70~80대 노인 8명을 모은다. 이들은 20년 전인 1959년의 풍경으로 꾸며진 집에 살면서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되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고, 카스트로의 아바나 진격 등 1959년 당시의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른 후 일어난 변화는 놀라웠다. 노인들의 신체 나이가 20세 줄어들면서 시력과 청력, 기억력, 악력이 향상된 것이다. ‘마음의 시계’는 당시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가 ‘팩트’임을 증명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를 ‘노화’의 틀에 가두는 건 신체가 아니라 신체가 한계를 지닌다고 믿는 스스로의 사고방식이다. 사이언스북스. 320쪽, 1만5000원
생수 그 치명적 유혹 _ 피터 H. 글렉 지음, 환경운동연합 옮김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퍼시픽 연구소장으로 수자원 분야 연구자인 저자는 생수 대신 수돗물을 마신다. 그는 ‘생수’가 공공 급수 체계의 쇠퇴,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의 불공평성, 광고와 마케팅에 쉽게 동화되는 사람들의 성향,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구매와 소비·폐기에 길드는 현재의 사회 현상 등이 종합된 곳에서 나타난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미국 교외에 사는 소비자가 집 안에서 콸콸 나오는 수돗물을 외면하고 생수를 잔뜩 사서 카트를 끌고 돌아오는 그즈음에, 딱히 다른 대안이 없기에 더러운 물을 큰 통에 담아 몇 시간이나 끌고 집에 가는 중노동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여성과 소녀의 슬픈 현실을 그저 풍자의 이분법으로 넘길 수가 없어” 그는 이 책을 썼고, 집필을 통해 ‘맛 좋은 수돗물’을 요구할 우리의 권리를 고찰한다. 추수밭, 279쪽, 1만3800원
새로 쓰는 조선의 차문화 _ 정민 지음
‘미쳐야 미친다’ ‘한시미학산책’ 등의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저자는 차 애호가다. 그는 ‘다산 추사 초의가 빚은 아름다운 차의 시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18~19세기 조선의 차 문화를 흥미롭게 되짚는다. 저자에 따르면 18세기 부안현감 이운해는 고창 선운사 차밭에서 찻잎을 따 7종 향차를 만든 뒤 그 방법을 ‘부풍향차보’라는 기록으로 남겼다. 저자가 최초 발굴한 이 책은 조선시대 차 제조법을 생생히 접할 수 있는 사료다. 저자는 이외에도 ‘동다기’ ‘다법수칙’ 등 차 관련 고서적을 여러 권 찾아내고 선인들의 편지글·문집 자료 등에 등장하는 차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골라내 당시의 시대사를 촘촘히 엮어나간다. 다산 정약용, 초의스님, 그리고 추사 김정희 등 차 애호가와 차에 얽힌 다양한 뒷얘기를 풀어내면서 사료와 사진·그림 등을 함께 소개해 읽는 재미를 준다. 김영사, 750쪽, 3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_ 정찬주 지음, 열림원, 292쪽, 1만5000원
내 산방 둘레에 자생하는 많은 두릅 순 가운데 몇 개만 따왔다. 점심 반찬으로 서너 개면 계절의 신선한 기운을 느끼기에 족하고 녀석들도 이왕 세상에 나왔으니 자신만의 꽃을 피우고 사는 것이 자연의 축복이기 때문이다. 산중에 살다 보니 내 욕심을 되도록 줄이는 것만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사는 지혜라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산문집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의 성격부터 얘기하는 것이 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법정스님의 수행처를 순례한 산문집이라고 여기저기서 평을 하니까 순례기행문이라고 하는 이도 있고, 그곳의 풍광과 스님의 생전 모습을 이야기하는 여행 산문집이라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분은 맞지만 나의 집필 의도를 정확하게 꿰뚫은 평은 아니라고 본다. 법정스님이 수행한 곳을 순례한 건 맞지만 단순히 그곳의 위치와 풍광이나 스님의 일화를 들려주자는 의도가 아니기에 그렇다.
내가 법정스님의 수행처를 찾아간 속뜻은 법정스님의 삶이라는 거울에 내 남루한 삶을 비춰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인생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자기다워지는 인생인지를 명상하고 대화하고 싶어서였다. 좀 더 불교적으로 고백한다면 스님의 수행처는 내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화두인 셈이다. 그래서 감히 책 속에서 ‘법정스님은 불일암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책에 나오는 산문들은 교보문고 북로그에 동명의 제목으로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동안 연재한 적이 있는데, 내게는 색다른 체험이었다. 연재가 나가면 바로 댓글이 붙어서 독자와 상호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댓글이 작가에게는 약(藥)도 되고 독(毒)도 된다는데 나의 경우 수천 건의 댓글 중 이른바 악플은 한두 건에 지나지 않아 더욱 신심을 내서 글을 쓴 기억이 생생하다. ‘법정스님을 가지고 장사한다’는 댓글이 한두 번 올라왔는데, 아마도 글이 연재되는 동안 스님의 재가제자인 나의 진정성이 독자 마음에도 투영된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책의 서문 일부를 여기에 옮겨본다.
“‘소설 무소유’를 발표한 바 있지만 오랫동안 스님을 뵐 때마다 받았던 단박한 선적(禪的) 기쁨과 그 아름다운 시적(詩的) 감흥을 다 담아내기에는 어딘가 미흡했던 것 같다. 소소한 인연을 어찌 소소하다고 잊을 수 있을 것인가. 스님의 말씀은 선사들의 활구(活句)나 다름없었고, 단테의 울림이 깊은 소네트 같았던 것이다. ‘소설 무소유’가 스님의 전 생애를 망원경으로 보았다면 에세이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는 현미경으로 보았다는 느낌이 든다.”
스님은 꽃피듯 물 흐르듯 사는 것을 무소유 삶이라고 사유하신 것이 분명하다.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으므로 진정 홀가분해지고 자기다워지는 삶이 무소유의 삶인 것이다. 스님은 무소유라는 당신만의 꽃을 피웠는데, 우리는 지금 무슨 꽃을 피우려고 하는지 이 책을 징검다리 삼아서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바람이다.
정찬주│작가│
New Books
살아있는 글쓰기 _ 존 R. 트림블 지음, 이창희 옮김
현대인은 문자메시지, e메일, 메신저 등을 통해 끊임없이 글을 쓴다.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글쓰기를 강의해온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하면서 동시에 독자를 배려하는 글을 쓸 경우 삶이 얼마나 윤택해질지에 대해 말한다. 그가 설명하는 ‘좋은 글’은 짧고 쉽고 재미있는 글. 독자들이 이런 글을 쓰도록 이끌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느낌에 귀를 기울여라/ 작게 시작하라/ 자료를 충분히 모아라/ 어려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라/ 주제를 확정하라/ 독자에 대해 상상하라/ ‘0번 초고’를 써라/ 초고를 검토하라/ 45분에 걸쳐 다시 한 번 마음대로 써라/ 적절한 단어를 찾아라’ 등 구체적인 10가지 조언을 내놓는다. 또 시선을 사로잡는 첫머리 쓰는 법, 주제와 쟁점을 분명히 제시하는 법, 주장을 강화하는 마무리법, 제대로 고치고 다듬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이다미디어, 184쪽, 1만2000원
돈의 본성 _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많은 사람이 화폐는 경제학의 연구 분야라고 여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런 주류 학계의 경향을 비판하면서 사회학은 물론 인류학과 역사학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논의 속에 ‘화폐’라는 주제를 던져놓는다. 저자에 따르면 화폐는 물물교환의 단계에서 자연적으로 나온 교환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회적인 관계다. 그리고 이 관계는 본질적으로 불평등과 권력을 담고 있다. 저자는 화폐의 사회적 생산 과정 속에서 여러 다른 지불 약속이 불평등한 관계를 드러내고 그것이 위계를 이루며 서열화하는 과정을 밝힌다. 또 국가의 ‘통화적 무질서’가 나타날 때 야기될 수 있는 문제와 ‘화폐의 종말’이 논의되는 21세기 사회에서 화폐는 어떤 식으로 변화해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삼천리, 464쪽, 2만3000원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_ 막스 베버 지음, 최장집 엮음, 박상훈 옮김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정치 철학을 소개한 뒤 그의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번역해 함께 묶은 책.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막스 베버 사상에 대한 해제를 쓰고, 정치학 박사인 박상훈씨가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번역했다. 베버는 강한 신념에 기반을 둔 책임 윤리를 강조했고, 내적 자긍심 없이 권력의 추구 자체를 즐기는 정치가를 경멸했다.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1919년 독일 뮌헨의 진보적 학생 단체를 대상으로 한 강연문으로, 그는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확신을 가진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최장집 교수의 정치 철학 강의’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폴리테이아, 236쪽, 1만3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UFO 신드롬 _ 맹성렬 지음, 지식의 숲, 624쪽, 2만7000원
최근 세계 각국에서 UFO 관련 비밀문서들을 공개하면서 많은 이의 관심을 끌고 있다. UFO는 ‘Unidentified Flying Object(미확인 비행 물체)’의 약자로 미국 공군이 만든 군사 용어다. 1940년대 중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 단어가 이제는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UFO는 사진기에 찍히고, 레이더에도 포착되고, 발광을 하면서 강한 에너지를 발산해 주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물질적인 특성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사진의 디지털 분석, 레이더 포착 물체와 육안 목격 물체의 비교분석, 광도측정, UFO에 가까이 노출된 흙이나 주변 식물의 변화조사 분석 등이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의 공식 조사기관에서 보편적으로 시행해왔거나 시행하고 있는 방법이다.
다른 한편으로 UFO 목격자를 조사하는 방식도 있다. UFO를 가까이에서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서는 일반적으로 UFO 노출에 따른 생리적·정신적 변화가 발견된다. 심지어는 초심리적인 자질을 획득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역행최면 등 정신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이런 주장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것이 최근 나타나는 세계적인 UFO 연구의 한 추세다.
‘한국UFO연구협회’ 회장인 필자는 이 책에서 194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발생한 주요 UFO 목격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UFO 관련 현상을 목격, 피랍, 접촉 등으로 분류했다. 이런 현상의 본질이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기에 포괄적으로 신드롬이라고 일컬었다. 필자의 판단에 ‘UFO 신드롬’은 우주 시대에 살아있는 생생한 신화이며, 결코 단순한 심리적·사회적 현상이 아니다. 그 본질적인 부분에는 오래전부터 종교와 관련돼 일어났던 것과 똑같은 경이적·초월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필자는 과학자로서, UFO의 주요 특성을 현재의 과학적 방법을 총동원해 조사한 후 어떤 이론을 통해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초과학적인 특성이 존재한다는 인식에 도달했다.
예를 들어 UFO가 레이더와 육안에 동시적으로 목격된 매우 신뢰도가 높은 사례들에서 UFO는 순간가속·직각회전(right angle turn)·음속돌파를 하면서도 소닉붐(sonic boom)을 내지 않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야광 벌레떼 이론, 구전체(ball-lightning) 이론, 심지어는 반물질 이론까지 제기됐으나 어떤 것도 UFO의 운행 특성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했다. 결국 UFO는 현대 과학 수준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비행 특성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UFO를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결론 아래, UFO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더불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후보가 될 수 있는 외계 기원설, 초심리 가설, 신학 가설 등 제반 가설도 소개했다.
맹성렬│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New Books
경전 속 불교식물 _ 민태영·박석근·이윤선 지음
룸비니 동산의 무우수,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열반에 든 사라수 등 불교 경전 안에는 신비롭고 알 수 없는 식물 이야기가 무수히 등장한다. 이런 식물은 경전의 배경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황 묘사를 풍성하게 해주는 도구이자 진리나 논지를 명확히 이해시키는 수단이다. 불교 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연꽃의 경우 꽃과 열매가 동시에 피는데, 이것은 자신이 먼저 깨달은 후 이웃을 구제할 것이 아니라 이기심을 없애고 자비심을 키우며 이웃을 위해 사는 삶 자체가 깨달음이라는 불교의 교리를 상징한다. 식물전문가인 저자들은 이처럼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꽃과 나무를 소개하면서 식물학적 정보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진리까지 함께 전달한다. 이름은 널리 알려졌으나 모양은 낯선 인도 지역 식물들을 섬세한 일러스트와 사진으로 설명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담북스, 346쪽, 3만원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_ 마크 레너드 지음, 장영희 옮김, 백영서 감수
‘중국 최고 지도부를 움직이는 지식 엘리트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중국사회과학원 방문학자로 베이징에서 오래 생활했고, 현재는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집행이사인 저자는 정치·경제·국제관계 등의 분야에서 중국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식인과 관료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었다. 이후 각 분야에서 대립하는 중국 체제 내 대표 지식인을 분류하고 현 정책에 대한 지지와 반대의 입장을 그들의 목소리로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정치 분야의 경우 ‘민주주의는 좋은 것(民主是個好東西)’이라는 글을 발표한 위커핑(兪可平) 중국공산당 중앙편역국 부국장을 비롯해, 야오양(姚洋)·판웨이(潘維) 베이징대 교수 등의 의견이 담겨 있다. 국제관계 부분에는 종합 국력, 화평굴기(和平·#54366;起), 소프트파워, 비대칭 전략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담겨 있다. 돌베개, 231쪽, 1만2000원
생각 바꾸기 _ 한창희 지음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선 충주시장을 지내기도 한 저자는 이 말을 확신하는 인물이다. 그는 스스로 마음을 바꿔 세상을 다시 본 체험을 전하며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을 바꾸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도 바뀐다’는 격언을 실증한다. 또 ‘재수를 해서라도 직업은 잘 선택하라’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등 ‘인생을 바꾸는 조언’과 ‘잠자리에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라’ ‘서 있을 때는 한 발을 들고 서 있어라’ ‘항상 눌려 있는 척추를 풀어줘라’ 등 몸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 ‘남이 무엇을 알아서 해주기를 기대하지 말라’ ‘원하는 게 있으면 분명히 말하라’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까 물어보는 습관을 길러라’ 등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도 제시한다. 신원문화사, 376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