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호

살구나무에 대한 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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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최승희 교수는

한국 고문서 연구의 권위인데

그보다 더 잘하는 건

살구 술 담그는 일.

자기 집 마당에 있는



살구나무를 잘 가꾸어

매년 수확한 살구로 술을 담근다.

가끔 점심을 같이 할 때

페트병에 담아 가지고 나오는데

그 맛은 주성(酒星)의 샘에서 담아온 것 같다.

살구나무에 대한 경배
어느 날 천주교정의구현 무슨 사제들 얘기와

불교 쪽 얘기가 나온 김에

내가 말했다.

섬기려면 살구나무 같은 걸 섬기는 게

그래도 그중 나은 거라.

매년 가을 떨어진 나뭇잎을 모아

그 나무 밑을 파고 묻어

거름이 되게 한다고 하니 말인데,

아침저녁으로

그 살구나무에 절을 하는 게 좋겠다,

경배할 만한 건 필경

나무 정도가 아닐까 믿어 의심치 않는바…

정현종

● 1939년 서울 출생
● 1965년 월간지 ‘현대문학’으로 등단
● 2001년 제1회 미당문학상 수상

● 작품집: ‘고통의 축제’ ‘세상의 나무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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