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호

[시마당] 파인애플을 수출하는 사람은 돌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 박다래

    입력2025-12-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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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애플을 수출하는 사람은 돌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생파인애플을 잘라 먹으면 자주 혀가 아렸다

    우리나라의 남쪽 끝에서도 파인애플은 자란다 

    우리는 깡통 통조림을 먹고 있었다

    깡통은 진짜는 아니어서



    단단한 혀는 그대로 입 안에 있었다

    어느 시대에 파인애플은 부의 상징이라 아무도 먹지 않고 

    파티하는 집마다 대여해 주다가

    결국 썩기 직전의 파인애플을 먹었대

    꽃과 꽃의 받침이 합쳐져서 파인애플을 만든다

    화산섬에서 나는 우쿨렐레를 친다

    탐라국은 13세기까지 유지되었고, 

    우리는 이곳에 있던 단 한 명의 왕도 알지 못한다

    여기는 돌로 유명한 곳

    돌은 파인애플 장사꾼의 이름 

    이 섬에 가장 많은 것의 이름

    구멍 난 돌이 필터를 만들었지 

    그 공간에서 걸러진 물을 마신다

    육지로부터 늘 오염된 인간들이 오지

    우리는  

    재채기를 하며

    *

    좋지 않은 일들이 우리를 

    화산섬의 카페에 모이게 했지

    바닷물과 같은 하천이 흐르고

    바다오리가 사는 그 하천에서

    바다가 이렇게 가까이 있구나 생각하며 

    천변 앞 할머니의 말은

    서귀포, 강아지, 오토바이밖에 알아듣지 못했고

    작은 강아지는 바람에 눈을 몇 번 깜빡인다

    동백 마을에 동백은 피어 있지 않다

    동백의 종류는 천 가지가 넘는대요,

    맑은 물과 수백 가지의 마음들이 모여

    나는 몇 개 안 남은 겹꽃을 손으로 쓸어보다

    가방에 따서 넣었다

    징그럽거나 때론 맑은 것

    지금은 서귀포의 시골에도 대문이 있고

    바람이 헝클어뜨리는 것은 머리카락만이 아니고

    손가락 끝에 있는 마음이라고

    할머니는 강아지를 무릎에 앉히고 스쿠터를 타고 간다

    남쪽에 있는데도 너무 추워 

    바람이 부는데

    아무것도 우리를 막아주지 않았고 

    바람은 대륙에서, 다른 섬에서 

    불어오니까 

    여기에 갇혀 있자

    잠시 동안만이라도

    박다래
    ‌● 2022년 현대시 신인 추천
    ● 2025년 시집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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