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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다슬기 수제비탕

느린 음식, 얼마나 맛있고 행복합니까?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다슬기 수제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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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택 시인의 고향 사람들은 다슬기국을 초여름부터 시작하여 여름 내내 먹는다. 이 다슬기국만 있으면 아무런 반찬 없이 여름날 보리밥 몇 그릇을 뚝딱 해치운다는 것이다. 여름내 다슬기국에 보리밥을 말아먹다가, 가을추수 뒤 햅쌀밥과 먹으면 더욱 감칠맛이 난다고 한다. 더구나 가을다슬기는 겨울을 나려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이 제일 좋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다슬기 수제비탕
전북 임실군 운암저수지 곁에 있는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은 교실을 같이 쓰고 있다. 이 교실의 골마루 신발장에는 190mm 내외의 하얀 실내화가 다섯 켤레 놓여있다. 1·2학년을 보태야 학생수가 5명뿐이라서 그렇다. 담임교사는 ‘섬진강’의 김용택 시인이다. 교실 안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칠판이, 그 앞에 교사 책상과 텔레비전이 있고, 칠판 앞에 앙증스러운 학생 책걸상 5개가 일렬횡대로 줄을 맞춰 있다. 복도쪽 벽에 피아노가 붙어 있고, 운동장쪽 창 옆에는 손님을 맞는 소파와 동화책과 동시집, 문학 관련 책이 꽂힌 책장이 있다.

교실 가운데 마룻바닥에서 쿵쾅거리고 뛰놀던 아이들을 김용택 선생님이 앞으로 불러 모은다. 미운 7살, 8살이라고 했던가. 아이들은 잘 모이지도 않고 모인 뒤에도 계속해서 재잘거린다. 조용히 하라고 김용택 선생님이 고함을 질러도 악동들은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

교실 뒷벽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동시가 붙어있는데, 그 중에 ‘다슬기’라는 시가 있었다.

동시에 나올 만큼 다슬기는 섬진강 최상류인 이곳 임실군 덕치면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다. 물이 맑은 섬진강 상류에서는 바위틈에 붙어있는 다슬기를 손쉽게 잡을 수 있다. 다슬기는 민물고둥으로 알려져 있는데, 충청도 지방에서는 올갱이라고도 한다. 소라같이 생겼지만 크기가 작아서 그 살을 먹기보다는 국물을 많이 이용한다. 다슬기는 맛도 일품이지만 영양도 무시할 수 없다. 다슬기 국물은 푸른빛을 띠는데 이는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구리 성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다슬기가 간기능을 회복하고 황달기를 없애며 이뇨작용을 촉진한다고 믿었다.

몸 속의 독소를 빼내고 부종을 내리며 눈을 밝게 한다는 의서의 기록도 있다. 다슬기는 김시인의 고향 근방 마을 60여 리 물길에서 잡힌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오늘 오후에는 선생님 시골집에 가서 다슬기수제비탕을 끓여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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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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