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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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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인종주의 외
인종주의 _ 박경태 지음, 책세상, 150쪽, 8500원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기억 하나. 백인들이 내게 하는 행동들 중에서 혹시 인종차별적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매우 명백한 차별이라면 화를 냈겠지만, 애매한 경우에는 대놓고 그렇게 하기도 어려웠다. 기억 둘. 금방 이민 간 한국 사람들은 고생스럽기는 하지만 작은 가게를 열고 잘사는데 흑인들은 왜 저렇게 가난하게 살까 궁금했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노예해방이 이뤄진 지 백수십 년이 지나도 흑인은 여전히 가난할까. 이런 의문이 내 머릿속에 꼬리표처럼 매달려 있었다. 결국 나는 인종문제를 전공으로 택하게 되었다.

2005년 국제결혼 비율이 전체 결혼의 13.6%를 차지하자 그동안 남의 일처럼 여겨지던 인종문제가 별안간 한국사회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비록 인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누구나 다문화를 찬양함으로써 한국이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어울려 사는 사회임을 노래하게 되었다. 단일민족을 강조하던 교과서도 개편되어서 이제는 다문화사회임을 강조하고 있다. 당연히 그래야만 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다문화를 강조하는 우리 목소리 안에 서양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인종주의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이주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백인 미녀들을 대하는 태도는 명백히 다르다.



그동안 한국사회가 인종문제에 무관심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본격적으로 인종주의를 다룬 책이 단 한 권도 없었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고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기도 했다. 용기를 내어 책을 쓰기로 했고 그 결실로 ‘인종주의’가 나왔다. 저자가 자기 책을 자랑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일이지만, 이 책은 인종주의의 정의부터 21세기에 ‘창궐’하고 있는 신인종주의의 현황까지 다룬 한국 최초의 단행본일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인종주의와 외부인 혐오증은 무엇이 다른지, 서구중심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이 인종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밝혔고, 서구 인종주의의 탄생 배경과 근대 인종주의의 발전양상을 그렸다. 지구상에 존재한 최악의 인종주의 사례로서 미국의 노예제도, 나치의 유대인 학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리정책을 소개했고, 21세기에는 인종주의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아 있는지를 밝혔다.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사는 사회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것처럼 인종주의도 이제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백인중심주의에 철저하게 물든 우리가 서양이 저지른 온갖 인종차별의 어두운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어쩌면 한국사회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인종폭동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흑인이 상점을 약탈하고 아랍계가 차에 불을 지르는 오늘의 서구사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서구의 인종주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스페인 내전(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_ 앤터니 비버 지음, 김원중 옮김

스페인 내전은 러시아혁명, 제2차 세계대전과 함께 20세기를 규정하는 사건으로 꼽힌다. 1936년부터 3년간 스페인을 초토화시킨 이 내전은 이념과 계급과 종교가 뒤엉킨 전쟁이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아나키즘, 파시즘 등 온갖 정치 이념의 격전장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전쟁이 ‘전세계 양심의 투쟁’으로 기억되는 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위해 전쟁터로 뛰어든 3만여 명의 병사 덕분이다. 내전의 양상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저자는 공산진영이 세계 여론의 지지와 소련의 군사적 지원을 얻고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명확하게 짚어낸다. 저자는 전쟁사학자로 권위 있는 저술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1997년에는 프랑스 정부에서 저술 공로로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현재 런던대 버크벡 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양인/ 832쪽/ 3만6000원

통의동 일기 _ 김광웅 지음

서울대 명예교수로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저자가 공직일기를 공개했다. 김대중 정부 때 만 3년간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체험한 관료세계를 글로 풀어낸 것이다. “정부의 한 단면이라도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저자는 아침 일찍 출근해 10분 정도 시간을 들여 전날의 기억을 더듬어 글로 옮겼다. “관료세계를 존재론의 영역으로 제대로 파헤친 적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기록으로 남겨 그 본질을 파악하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다. 일상업무에 관한 기록이지만 관료의 행태, 부처 간의 갈등관계, 정부와 의회의 비대칭 관계, 정부와 언론의 고무줄 관계, 정부와 지식인 집단 간의 상조관계를 중심으로 적어나갔다. 저자의 바람은 “틈틈이 남긴 기록이 앞으로 더 나은 개혁을 위한 바탕 자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생각과나무/ 520쪽/ 2만2000원

정묘·병자호란과 동아시아 _ 한명기 지음

“전쟁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조선은 과연 어떻게 했어야 하는 것인가.” 저자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한국 역사학계에서 주목하지 않던 ‘참혹한 병자호란’을 조망했다. 해답은 간단하다. “당시 조선은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강국 사이에 끼여 있는 나라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지혜가 필수”라는 것. 책에서는 병자호란 무렵 조선이 청에 길들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책의 특징은 조청(朝淸)관계와 함께 조일(朝日)관계도 살폈다는 데 있다. “당시 척화파나 주화파 모두 그럴듯한 주장을 하긴 했지만 전쟁을 피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할 각론을 갖지 않았다”는 역사적 한계도 지적한다. 필자인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는 ‘임진왜란과 한중관계’란 책으로 2000년 제25회 월봉저작상을 받은 바 있다. 푸른역사/ 583쪽/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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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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