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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옷 입기 FAQ

철학적 옷 입기 F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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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남성에게 옷은 그저 남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만 입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젠 백 마디 말보다 때와 장소에 걸맞은 한 벌의 슈트가 그 사람의 진가를 보여주는 시대다. 자신을 정확하게 드러내면서, 상대방을 충분히 존중하는 옷 입기를 고민하는 독자의 남은 궁금증에 답하는 것으로 1년간의 연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철학적 옷 입기 FAQ
대한민국은 아직은 선진국이 아닙니다. 그러나 자랑스럽게도 대한민국 남자들은 다른 어느 나라 남성들보다 스마트합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며, 모든 면에서 몰두해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이 대단하지요. 직장이나 가정에 대한 로열티도 매우 높고, 타인을 위해 본인의 무언가를 희생하는 정신도 출중합니다.

하지만 신께서는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고 하셨던가요.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대한민국 남성이지만, 스타일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색한 면이 있습니다. 애초에 관심이나 감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옷 입기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못사는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들에게 제대로 된 옷 입기에 대해 가르칠 여유가 없었습니다. 남자의 옷이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인 품위를 상징한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잘 몰랐으므로, 옷에 관한 모든 재량권을 여성에게 맡겨버리는 게 속 편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분명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고, 옷차림이 갖는 상징성에 대해 이제 남성들도 자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필요 이상으로 떠벌리는 말보다는 장소와 상황에 맞는 옷차림이나 정중한 매너가 한 사람의 진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가치로 부각되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패션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넘어 진정한 신사의 스타일이 의미하는 상징성을 탐구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오래도록 정치와 음주 혹은 스포츠에 국한되어온 대한민국 남성의 관심사를 문화영역으로 돌려놓기 위해 옷차림에 담긴 사회성을 추적하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남자를 위한 제품들에 담긴 역사를 즐거운 기분으로 둘러보았습니다. 더 이상 남자의 옷 입기는 여성들만의 영역이나 사회적 금기가 아니므로 이제 재테크 지식만큼이나 지위에 걸맞은 옷차림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입니다. 슈트를 작업복처럼 넉넉하게 입는 사람과 자신의 체형에 맞게 골라 입는 신사가 타인의 시선에 주는 영향은 분명 다를 것입니다.

그러므로 남자의 스타일은 결코 사소하지 않으며 과소평가되어서도 안 됩니다. 물론 한도 높은 신용카드를 가졌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옷이라도 살 수 있을지 모르죠. 그러나 돈으로 옷을 살 수 있을지언정 스타일은 돈만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남성을 위한 옷이 패션 그 이상의 문화인 것은, 남성복에는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 입었는지 등에 관한 역사가 존재하고, 그 역사로부터 유래하는 철학이 마치 혈관을 흐르는 피처럼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옷이 귀해도 사람이 먼저

그동안 한국의 멋진 신사를 위한 잡지 ‘신동아’와 함께 ‘철학적으로 옷 입기’란 콘셉트로 설파한 칼럼들은 유행이 변하더라도 기본적인 원칙을 갖고 개인의 스타일을 추구하도록 돕기 위한 지침들이었습니다. 이제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남자들의 철학적 옷 입기, 그 마지막 이야기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여기엔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역사와 전통을 담뿍 담은 최고의 제품이라도 그것을 입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남자의 품위 있는 삶을 위해 핸드메이드 슈트와 전통적인 제법을 고수하는 클래식 구두가 존재하는 것이지, 결코 고가의 브랜드나 최고급 옷 그 자체를 위해 사람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훌륭한 스타일이란 당사자의 몸과 마음에 잘 맞으면서, 그가 존재하는 상황에 무리가 없도록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전세계 남자들의 정장인 슈트에서부터 최근 화두로 부상한 비즈니스 캐주얼의 핵심이 되는 재킷, 그리고 셔츠 타이 구두 등 남자를 위한 세부 품목을 다룬 11편의 칼럼을 읽은 많은 분이 스타일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러한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칼럼을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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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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