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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파사전 外

좌우파사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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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좌우파사전 _ 구갑우 외 13인 지음, 위즈덤하우스, 620쪽,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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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이라는 말이 붙었다 하여 이 책을 딱딱한 용어사전이나 인명사전쯤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정제된 지식의 전달을 목표로 삼았기에 사전과 같은 일관된 형식을 빌렸을 뿐, 실상 그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한국 사회를 들끓게 하는 22개의 사회적 의제를 탐험하는 말랑말랑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책이다. 그 호기심은 정치권이나 사회운동에서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좌파’와 ‘우파’라는 개념의 틀로 문제에 접근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당초 이 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같이 국민의 이해관계가 갈라지며 사회적 대립이 격화되는 문제들을 바라볼 때 일반인이 어떤 잣대를 들이대는 게 좋을까 하는 고민에 답하고자 기획했다. 이런 이슈는 우리 사회에 무수히 널려 있다. 광우병 촛불집회가 불법이다, 불법이라도 민의가 중요하다. 부자 감세가 경제에 활력을 준다, 아니다.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한다, 아니다 등등. 지금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세계관이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14명의 필자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떤 모범답안과 같은 잣대를 제시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접근하는 것은 특정한 정치적 강령의 해설에 불과할 뿐이지 시민의 안목을 높이는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차라리 이분법을 택하기로 했다. 우리 사회를 ‘우파’와 ‘좌파’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 대립의 역동성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좌우’라는 이분법을 싫어한다. 극과 극 사이에 존재하는 스펙트럼의 다채로운 현실을 단순화할 위험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되짚어보면 현실은 대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선택 기준이 모호할 때 느끼는 정신적 피로 때문에 대개 한발 물러나 관전하길 원한다. 그러나 관전 포인트나 양쪽의 전력을 모른 채 응원 대상조차 분명치 않은 축구경기를 관전하기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좌우파사전’은 대의제 민주주의, 법치주의, 남북관계, 한미동맹, 시장, 신자유주의, 성장과 분배, 업적주의, 신빈곤, 노사갈등, 범죄와 처벌, 표현의 자유, 친일 과거사, 영어능력, 대중 지성, 대학 구조 개편, 고교 평준화 등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22개의 사회적 의제를 다룬다. 14명의 전공자가 한국의 현실을 분석하고 좌파와 우파가 각각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드러내주며, 논쟁의 본질과 전망을 추적한다. 어떤 의제에서는 좌와 우의 팽팽한 평행선이, 어떤 의제에서는 양자의 소통 가능성이 목격된다. 그 탐색을 마치면 독자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지형도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자신만의 지도와 나침반을 얻는 셈이리라.

이건범│출판기획자, 자유기고가│

New Books

이성적 낙관주의자 _ 매트 리들리 지음, 조현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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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에 관해 현대를 지배해온 담론은 대부분 비관주의적 관점이다. 1960년대에 인구 폭발과 세계적 기근이 화두였다면, 1970년대에는 자원고갈, 1980년대 산성비, 1990년대 세계적인 전염병에 이어 2000년대에는 지구 온난화가 이를 대표했다. 이런 비관론 앞에서도 매트 리들리는 거침없이 낙관론을 펼친다. 그는 오늘날 지성계를 지배하는 비관주의를 폭넓은 역사적 시야와 방대한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한다. 그는 앞으로 100년 동안 인류는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릴 것이라고 진단한다. 2100년에도 인류는 오늘날에 비해 아주 잘살 것이며, 생태환경도 같은 정도로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리들리는 부(富)가 어떻게 생성되고 확산되는지, 인류의 삶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나아졌는지를 분석하고, 인류의 역사는 ‘번영의 역사’라는 결론을 내린다. 김영사, 624쪽, 2만5000원

탐욕의 지배 _ 폴커 라인하르트 지음, 김희선·최정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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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화가 히로니무스 보쉬는 자신의 작품 ‘일곱 가지의 죄악’에서 인간의 탐욕이 모든 죄악의 발생지임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도층 엘리트들이 갖는 영향력과 부에 대한 욕심은 쉽게 충족되기 어렵고 끝이 없다. 탐욕과 인색함에 빠진 그들은 가난한 백성들의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이익을 얻기 위한 음모를 꾸미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민 사회도 서로 경쟁하면서 더 가지려는 탐욕으로 물들어갔다. 결국 탐욕은 귀족만의 죄악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죄악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중세 시대 이후 500년이란 시간이 흘러 인터넷 시대가 도래했다. 여러 웹사이트는 개인의 지극히 이기적인 행복을 약속하고 있다. 보쉬가 고발한 악덕의 하나인 ‘탐욕’은 이제 미덕으로 모습을 바꾼 지 오래다. 시대에 따라 달라진 탐욕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말글빛냄, 304쪽, 1만3800원

공유의 비극을 넘어 _ 엘리너 오스트롬 지음, 윤홍근·안도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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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노벨경제학상이 엘리너 오스트롬과 올리버 윌리엄슨에게 수여되자 글로벌 경제위기를 야기한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반동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오스트롬은 경제학의 정설로 자리 잡아온 ‘공유의 비극’ 이론의 오류를 밝히고, 시장과 정부라는 이분법적 해법에서 벗어나 공동체 자치관리라는 제3의 해법을 제시해 각광을 받았다. 그의 이론은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의 위기에 처한 세계 각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구 온난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자원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포함된 사회·생태학적 체계에 대한 그의 연구는 나날이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오스트롬의 신제도주의적 접근 방식은 이론의 틀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출발해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오늘날 세계가 필요로 하는 실천적 지성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랜덤하우스코리아, 488쪽,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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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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