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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대세 ‘오디션’ 열풍

개인의 성장 서사에 감동, 획일화된 문화 뒤집기에 쾌감

예능 프로그램 대세 ‘오디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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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대세 ‘오디션’ 열풍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시초가 된 Mnet의 ‘슈퍼스타 K2’.

하지만 이러한 난국을 넘어 결국 멘토 시스템에 도착하자 시청자는 김태원이 자기 손으로 떨어뜨린 두 명의 제자를 그룹 부활의 앙코르 무대에 세우는 모습에, 평소 감정의 동요가 없던 신승훈이 제자들의 감사 무대에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 결국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한국의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건, 누가 떨어지고 누가 올라가는 기계적 포맷이 아닌 그 순간에 잠시 반짝이는 리얼리티의 조각들이다. 이 반짝임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란 게 증명됐을 때, 비로소 개별 프로그램의 인기가 아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포맷 자체로 논의가 집중된다.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물들의 서사에 대해.

획일화된 가요계에 대한 반작용

‘100분 토론’에서 김태원은 ‘죽어도 TV에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현실의 장삼이사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이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쳇말로 ‘방송용 얼굴’과는 거리가 먼 허각, 김지수, 이태권, 백청강 같은 도전자들이 들려준 고음 음색이 유독 더 도드라지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이들 가수 오디션이, 그리고 심지어 현역 가수들이 등장하는 ‘나는 가수다’까지 가창력이라는 항목을 최우선에 놓고 있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분명 가수 최고의 덕목은 가창력이다. 물론 타고난 매력으로 가창력을 극복할 수도 있고, 뛰어난 퍼포먼스 능력 역시 좋은 목소리와 음정 감각만큼 중요한 재능이다. 하지만 가수의 ‘실력’을 평가하는 항목 중 가장 많은 이가 공유하는 최소공배수의 개념은 역시 가창력이다.

이것은 두 가지 층위의 의미를 지닌다. 먼저 ‘슈퍼스타 K2’ 우승자 허각의 경우처럼, 많이 가지지 못했고 미남도 아닌 청년이 ‘실력’ 하나로 모든 난관을 딛고 일어선다는 감동의 성장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꼭 ‘위대한 탄생’에서 이태권과 손진영, 혹은 백청강이 우승할 필요는 없다. 그들의 도전은 그 자체로 김태원이 말했던 이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된다. 특히 자신이 지지하는 도전자에게 직접 한 표를 행사하는 시스템은 그 자체로 감정이입의 도구가 된다. 프로그램 자체가 연령과 성별 제한 없는 대국민 오디션이라는 사실은 이들을 통해 갖게 된 꿈을 자신의 삶으로 가져올 가능성까지 열어놓는다.

또 하나는 이것이 획일화된 한국 가요계 시스템에 대한 반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100분 토론’에서 신해철은 ‘복제품처럼 똑같은 스타일을 공급받던 대중의 욕구불만’을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이유로 진단했다. 아이돌 위주의 댄스 음악이 대중음악의 악(惡)은 아니다. 문제는 획일화다. 1990년대 순위 프로그램과 비교해볼 때, 음악의 장르적 스펙트럼은 현저하게 좁아졌다. 하지만 ‘슈퍼스타 K2’의 장재인은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싱어송라이터의 매력을 무대와 음원 순위를 통해 증명했고, 강승윤은 아이돌 밴드의 그것과는 다른 다분히 복고적인 록 보컬을 들려줬다. 이들이 순위 프로그램을 비롯한 대중가요의 시스템을 뒤집은 건 아니지만 어떤 균열이 일어난 건 사실이다. 평범한 개인의 성장 서사와 기존 시스템에 대한 반발은 한국 특유의 시스템 안에서 흥미로운 역전의 쾌감을 줬다



2년 전, ‘슈퍼스타 K’가 처음 시작될 때 가장 많이 나온 우려는 재능 있는 일반인이 과연 얼마나 남아 있을 것이냐에 대한 것이었다. 쓸 만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그리고 YG엔터테인먼트 같은 3대 기획사를 비롯해 연예기획사에 이미 들어갔을 거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이와 성별, 외모에 상관없이 실력을 평가하는 대규모 오디션을 통해 대중은 기존 시스템 바깥에서 스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게 됐다. 강승윤과 김은비가 YG엔터테인먼트에 발탁되고, 많은 기획사가 존박을 잡기 위해 애쓰던 과정은 그래서 통쾌했다.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드림하이’의 공개 오디션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한국 최고의 예술고등학교이자 어떤 기획사보다 더한 스타 양성소인 기린예고에서 이사장 정하명(배용준 분)은 개교 이래 최초로 공개 오디션을 실시한다. 공정성을 강조한 이 오디션에서 가창력은 뛰어나지만 외모가 별로인 필순(아이유 분)과 혜미(수지 분)의 옆자리에만 만족하던 백희(은정 분)가 합격하는 과정은, 출연자의 실력이 우선이라는 걸 모토로 내건 ‘슈퍼스타 K2’‘위대한 탄생’의 그것과 매우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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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10아시아 기자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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