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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용인

그냥 무료히 꺾인 날들

무슨 일이 스쳐갔더라



새벽은 그냥 열리고

문을 나서면 허허들판





어디더라 거기가 어디더라

방향을 잡으나 그 방향은 아니고



젊음은 파릇하게 스치나

노년은 어둡고 스산하여



헤매다보면 幻影뿐

다시 낯선 허허벌판



어디더라 거기가 어디더라

혼미해지는 막막한 방향

오하룡

● 1940년 일본 오사카 출생
● 1964년 ‘잉여촌’ 창간 동인
● 1975년 시집 ‘모향(母鄕)’으로 등단

● 작품집 : 시집 ‘잡초의 생각으로도’ ‘별향’ ‘내 얼굴’ ‘실향을 위하여’ 등

● 現 경남작가회의·마산문인협회 고문, 경남시인협회 부회장


신동아 2013년 12월호

오하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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