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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물어보라, 한의사가 엑스레이 쓰는 게 잘못인지”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국민에게 물어보라, 한의사가 엑스레이 쓰는 게 잘못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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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논의 활발

“국민에게 물어보라, 한의사가 엑스레이 쓰는 게 잘못인지”

서울 강서구 허준로 대한한의사협회 건물에 정부의 천연물신약 정책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치권에서 한의학 발전에 관심을 가져주는 게 고맙습니다. 실제로 법 개정, 통과로 이어져야 할 텐데, 양의사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걱정입니다.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은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을 의사, 치과의사에게만 부여하고 있습니다.

한의사들이 엑스레이를 비롯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까닭에 환자를 진단할 때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양의사에게 청진기로만 진단하라고 하면 어떤 태도를 보일까요? 심지어 수의사도 진료 때 의료기기를 사용합니다. 각종 의료기기는 공학적 원리에 따라 개발된 겁니다. 물리, 화학 반응을 이용해 수치나 시각화한 결과를 나타내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하게 한 거죠.

현대 한의학은 엑스레이 같은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사진(四診)으로 상징되는 전통적 진찰과 더불어 현대 공학기술을 의료 현장에 도입하려는데 왜 반발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포스코 공장에서도 강판을 엑스레이로 검사합니다. 초음파는 잠수함 탐지용으로 개발돼 어군탐지기로 널리 쓰이게 된 거예요. 의사가 개발한 게 아니라 물리학자가 만들어낸 겁니다.

전자기파를 활용한 엑스레이라는 의료기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만 사용할 수 있는 엑스레이를 활용한 의료기기까지 당장 사용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안전성이 확보된 엑스레이(이른바 저용량 엑스레이)를 활용한 의료기기를 쓰겠다는 겁니다. 치과의사들도 안전성이 확보된 엑스레이를 활용한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의대를 갓 졸업한 사람, 수의사, 치과의사 모두 사용 가능한데 오직 한의사만 사용 못하게 막혀 있죠.



병을 더 잘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겠다는데, 양의사들은 그것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조직적으로 훼방을 놓고 있습니다.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게 옳은지, 그른지 국민에게 한번 물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한국 의사만 동양의학 터부시”

의사단체는 한의학의 과학화, 첨단화와 관련해 한의협과 다른 목소리를 내놓는다.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은 김명연, 이목희 의원 등의 주장과 관련해 “학문적 근거나 면허와 무관하게 국민 선호에 따라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결정돼야 한다면 한의사뿐 아니라 무당, 민간 사이비의료업자, 침구사들도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반박하면서 “현재도 한의사들이 현대 의료기기를 불법으로 사용해 국민이 건강권, 재산권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의사단체는 한방병원에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국민의 건강권, 재산권에 손해를 끼친다는 것인데요.

“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할 만큼 황당한 주장입니다. 한의대 교육과정을 조금만 살펴보면 그런 얘기를 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양의사들은 초음파나 엑스레이를 사용하고 싶으면 배를 타거나 공항에 가서 검색을 하거나 바다에서 어군을 탐지하라는 식으로 비아냥대더군요.

개인적으로 의사 친구가 많아요. 다들 인격이 훌륭하고 참된 의사예요. 그런데 집단의 이익과 관련해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양의사 수가 10만 명이 넘어가면서 먹고살기가 힘든 상황이 된 것 같아요. 전의총의 주장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의견을 대변한 것 같습니다. 의협이 전의총을 전위로 내세운 것 아닌가요? 현 의협회장이 전의총 출신이에요. 한의학 발전을 깔아뭉개 자신들의 파이를 키우려는 의도인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파이가 커지는 게 아니라 함께 죽게 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중국은 중의사와 중성약을 세계에 수출합니다. 일본 양의사들은 동양의학을 이용했을 때 나타난 임상결과를 앞다퉈 논문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외과수술 후 동양의학 처방을 했더니 환자가 빠르게 회복했다는 식의 논문이 부지기수입니다. 한국 양의사들만 ‘과학적이지 않다’는 둥 아무런 근거 없이 한의학을 매도합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고 봐요.

법적으로 애매한 위치

환자를 위해 가장 정확한 진단을 하고 최고의 치료방법을 찾는 것이 의료인의 의무 아닌가요?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다고요? 단 한 건이라도 환자가 피해를 본 게 있으면 예를 들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어이없는 주장이죠. 한국 양의사들만 동양의학을 터부시하면서 밥그릇 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김필건 회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수년 전 부산에서 한의사 한 명이 현대 의료기기로 성장판을 측정해 환자를 진단했습니다. 성장기 성장통을 앓는 청소년이 적지 않아요. 아이들이 자랄 때 아픈 게 성장통입니다. 성장통은 엔진과 엔진오일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클 때 골수가 관절 쪽에 많아야 해요.

양방엔 성장통을 치료하는 약이 없습니다. 한의학엔 골수를 보충해주는 처방이 있어요. 한의사가 성장판이 어느 정도 열려 있는지, 얼마나 클 것인지를 현대 의료기기로 살펴본 후 치료한 겁니다.

그런데 그 한의사가 고발을 당하고 법적 다툼에서도 패했습니다. 그 한의사의 진료로 피해를 본 환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데려와보라고 하세요. 양의사들은 그 판결 등을 근거로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게 불법이라고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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