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1일, 사방을 에워싼 산 사이에 납작 엎드린 형국의 충북 영동 산시마을 어귀에서 그를 만났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지요? 그런데 아직 갈 길이 첩첩산중입니다, 하하.”
맑은 산 공기를 맘껏 마셔서일까. 탄탄한 몸집과 꼿꼿한 등, 빠른 말투와 힘찬 손동작에서 청년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의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서울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산시마을에서 이씨의 지프로 갈아타고 물구덩이를 거치며 비탈길 오르기를 40분. 그러나 산 중턱에 마법의 성처럼 자리 잡은 집을 보자 뒷목을 뻐근하게 한 피로가 싹 가시고 ‘달려온 보람’만 남았다.
꼭 필요한 것만 갖춘 소박하고 정갈한 방 세 칸짜리 주택이 이름 없는 이 산골에서 유일하게 사람 사는 집. 앞마당에 달린 스피커에서는 쉼 없이 컨트리 음악이 흘러나왔고, 감나무 수국 메리골드와 크고 작은 새들이 음악에 호흡을 맞췄다.
‘도시의 카우보이 이양일’이라는 스티커가 붙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등반 영화 속 산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닮은 거실이 나왔다. 전깃불 대신 집안을 밝히는 램프, 한쪽 벽면에 나란히 걸린 카우보이 모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땔감과 벽난로는 각자의 자리에서 훌륭한 소품으로 빛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