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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뇌·심장질환 위기! 최 기자, 양압기로 목숨 건지다

사람 잡는 수면무호흡증 치료記

우울증, 뇌·심장질환 위기! 최 기자, 양압기로 목숨 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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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뇌·심장질환 위기! 최 기자, 양압기로 목숨 건지다

수면다원검사를 위해 필자에게 센서를 부착하는 숨수면센터 의료진.

나의 우울증에 대해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하다는 것은 뇌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이는 집중력 저하와 졸음증의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자그마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소외감을 느끼며 대인기피증까지 생긴다고 한다. 중증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우울증이 찾아오는 건 당연하다는 얘기였다. 그는 잠을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풀어주고 새로운 에너지를 보충해 주는 충전의 시간, 에너지원”이라고 정의하며 잠이 정서적 신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가운데 한 구절을 인용해 설명했다.

“걱정이라는 흐트러진 번뇌의 실타래를 곱게 풀어 짜주는 존재이자 그날그날의 생의 적멸입니다. 괴로운 노동의 땀을 씻고,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하는 영약이자 대자연이 베푸는 제2의 생명이지요. 생의 향연에 펼쳐진 최대의 자양분이기도 하고….”

박 원장은 문진을 마친 후 이학적 검사를 시작했다. 수면무호흡이 발생한 신체구조상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내시경을 콧구멍에서 기도까지 넣어 호흡기 상태를 살펴본 후 상부 호흡기의 해부학적 구조를 알기 위해 3D CT도 찍었다. 비만도도 측정하고 폐 X레이도 찍었다.

“해부학적으로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날 모든 조건을 골고루 갖췄네요. 목이 짧고 굵으며 아래턱이 작고 안으로 들어가 있어요. 기도가 좁은 대신 편도와 목젖은 크고 긴 데다 부어 있기까지 합니다. 혀 뒤공간은 좁은 반면 혀 아래 부위는 튀어나와 있어서 누우면 중력 때문에 혀와 목젖이 기도를 바로 막아버리는 구조입니다. 코 안의 점막도 부어 있고(약간 비염이 있다) 코를 양분하는 비중격도 약간 휘어 호흡이 곤란해지는 겁니다. 거기에다 가족력까지 있고 복부비만도 심각하네요.

자기도 모르게 앉아서 잔다는 건 누워 있으면 도저히 숨을 못 쉬니까, 다시 말해서 죽을 것 같으니까 뇌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워 강제로 기도를 열게 한 거죠. 수면다원검사를 해봐야 정확한 결과가 나오겠지만 중증 상태로 보입니다. 갈 때까지 간 거죠. 방치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는 물론, 뇌혈관질환이나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장질환 발생률을 최고 8배 높일 수 있습니다. 무호흡증 자체만으로도 수명이 단축되고 삶의 질이 떨어질 겁니다.”



주범은 복부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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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압호흡기를 쓴 상태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극심했던 부친(83)도 50대 이후 뇌출혈로 3번이나 쓰러진 뒤 4년째 외상성 치매를 앓고 계신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철 교수는 최근 50~79세를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와 뇌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실시한 결과 중강도 수면무호흡이 있는 경우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발생위험이 일반인보다 2.44~7.86배(뇌기저핵부위)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게다가 나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보다 몸무게가 훨씬 많이 나가지 않는가.

박 원장은 “비만이 꼭 수면무호흡증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는 건 아니다”고 말한다. 살이 많이 찐 사람은 호흡기 계통이 비대해지면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주변에 몸은 뚱뚱해도 코를 심하게 골지 않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비만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심화시키는 원인임은 분명하며, 특히 복부비만이 심한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면무호흡증은 폐에 이르는 공기 흐름의 통로가 막히기 쉬운 신체구조(구강·호흡기구조)와 가족력,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죠. 최 기자처럼 기도가 막히기 쉬운 신체구조를 가진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체중이 많이 늘면 대부분 수면무호흡증이 온다고 봐야 합니다. 비만은 총의 방아쇠 구실을 하죠. 총알에 해당하는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을 때 비만은 수면무호흡의 결정타를 날리는 격발자인 셈입니다.

그러니 살을 뺀다고 무호흡증이 근본적으로 치료되는 건 아닙니다. 질량지수(BMI지수·체중㎏/키㎡)가 30이 넘는 고도비만 환자에게서 유의미한데, 이런 사람이 정상지수인 23 정도로 줄인다고 해도 개선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호흡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전체적 비만보다는 복부비만이지요.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아 폐의 확장을 방해하거든요. 그만큼 호흡이 힘들어진다는 거죠. 과식해서 배가 부를 때 호흡에 곤란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숨도 못 쉴 만큼 배부르다’고 하잖아요.”

그간 무호흡증이 있어도 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은 아니었는데 지난해 하반기 이래 체중이 가장 덜 나갔을 때보다 20㎏쯤 살이 찐 데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게 무호흡증을 “갈 데까지 가게” 만들었고, 그 증상 중의 하나로 심각한 우울증이 찾아왔다는 결론이었다. 몸무게 100kg에 체질량지수가 33.4에 이르는 나는 31㎏ 이상 빼야 무호흡증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 원장은 “비만은 무호흡증의 합병증, 즉 성인병과 뇌질환, 심장질환을 유발하고 심화시키기 때문에 무조건 치료해야 한다”며 “담배 등 호흡기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무호흡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슬프게도 “호흡기관의 급격한 노화도 무호흡증의 큰 요인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나이 마흔다섯에 ‘노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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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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