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황제처럼 섹스하라! ”

‘색깔 있는’ 한의사 김경동 & ‘당당한’ 에로스타 정세희의 이색 제언

  • 진행·정리김진수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04-09-01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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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性) 에너지는 인간의 원초적 에너지다. 도교에선 섹스 에너지를 삶의 근원이라 칭하기도 한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금기시하는 사례는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선사시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동안 다른 분야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유독 성에 관해서만큼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한의학 박사 김경동씨와 에로배우 정세희씨가 ‘섹스의 건강학’에 관해 솔직하고 거침없는 방담(放談)을 나눴다.
    두 사람은 5월28일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한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이날 강의에서 보조교재로 쓰인 것은 의학전문 인터넷방송 한메디TV(www.hanmedi.com)와 드림엑스(www.dreamx.net)가 공동제작한 ‘정세희의 파워섹스-황제의 침실’(이하 ‘황제의 침실’) 시리즈. 30분짜리 5부작인 이 동영상은 고대 왕실의 성 관련 비법과 동양의 성 비술을 망라한 성인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이다.

    강의는 이 동영상을 30분간 학생들에게 보여준 뒤 정씨가 자신의 성 체험담과 성철학을 털어놓고, 학생들과 진솔한 의견을 주고받는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그 뒷얘기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동국대 출신인 김경동(43)씨는 한의원을 운영하며, 올해 1학기부터 동국대에서 한방 비뇨생식기내과 과목 중 하나인 신계(腎系)내과학을 강의하는 외래교수. 1999년 성 칼럼집 ‘성(性) 동의보감’을 출간한 데 이어 올해 초부터 한 스포츠신문에 ‘색(色) 동의보감’이란 칼럼을 연재중인 남성의학 전문가다.

    지금까지 400여 편의 에로영화에 출연한 정세희(29)씨도 만만찮은 ‘재야의 고수(高手)’다. 지난해 자서전 ‘난 이제 당당하게 벗을 수 있다’를 펴냈고, 요즘은 한 주간지에 ‘정세희의 에로틱 세상’이란 칼럼도 연재중이다. ‘황제의 침실’에선 노출 연기 대신 ‘침실 전도사’격인 내레이터로 출연했다.

    한방에는 성의학이 없다?



    사회 : 우선 지난번 강의 내용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시죠.

    김경동 : (‘동의신계학(東醫腎系學)’이란 제목의 무척 두툼한 책 한 권을 내보이며) 신계내과학 교재가 이렇게 두꺼운데, 이 가운데 12쪽 분량인 ‘성의 기교’ 부분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이 부분은 문자로만 수업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특별히 기술적이고 실제적인 성격이 강한 내용이라 특강을 마련했죠.

    사회 : 정세희씨를 초청한 특별한 까닭이 있을 텐데요.

    정세희 : 제가 성(性)에 통달했다거나 성 이론에 밝은 건 절대 아니에요. 이번 강의의 주내용이 체위에 관한 것인데, 때마침 체위와 관련된 ‘황제의 침실’ 촬영에 진행자로 출연한 걸 안 김경동 박사로부터 섭외가 들어왔어요. 또 제가 에로영화를 많이 찍었고 성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니까….

    사회 : 강의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나요?

    김경동 : 예전엔 한의대 교재에조차 체위에 관한 언급이 없었어요. 성의학 부분을 아예 다루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체위가 중요한가 하면, 과거엔 먹고 사는데 바빠 체위 같은 문제는 신경을 안 썼죠. 그러다 보니 병에 걸리면 병 치료만 하면 그만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병에 걸렸을 땐 무조건 부부생활을 중단해야 하냐고 묻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성생활이 중요해진 겁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간염이나 디스크를 앓는다고 칩시다. 그게 단 며칠이나 일주일 치료해서 나을 병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앓는 사람도 문제지만, 멀쩡한 배우자도 2~3년 이상 성 욕구를 억눌러야 하는데 이건 문제라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병을 치료해가며 성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한의학 고전(古典)엔 나온단 말이죠. 바람직한 한의사라면 환자에게 병이 있을 때 이런저런 체위를 택하라고 적절히 지도해줘야 마땅합니다. 환자 부부가 자기들 마음대로 성생활을 하다보면 자칫 병을 악화시킬 수 있거든요.

    강단에 선 에로배우

    사회 : 원래 한의대에서 이같은 강의를 해왔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뒷얘기가 빠질 리 없을 텐데요.

    김경동 : 예전에도 교재엔 포함돼 있었지만, 실제론 거의 모든 한의대에서 안했죠. 제가 처음 시도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 강의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대학 차원이 아니라 제 개인적인 결정으로 초청했는데, 다행히 정세희씨가 쾌히 응해줬습니다. 정작 문제는 강연이 있기 전 일부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발생했죠. ‘에로배우 강단에 서다’는 헤드라인이 나가자 한의대 학장님이 “그런 강의를 허락한 적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오셨죠. 그래서 대답했죠. “더욱 생생한 강의를 위해 정세희씨를 초청했다. 마침 체위 부분을 다룬 성교육 프로그램도 나와 있다. 정씨는 그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출연했다. 그리고 에로스타인 만큼 성 관련지식도 적지 않다.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강의할 테니 허락해달라.” 그랬더니 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어떻게 에로배우가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냐는 거죠. 그래서 “다른 대학은 되는데 왜 우리 대학은 안되느냐”고 항변했습니다.

    사회 : 정세희씨는 이번 강의가 ‘첫 경험’은 아니죠?

    정세희 : 지난해 11월 부산 동아대에서 ‘한국 포르노그라피를 말한다’는 주제로 3시간 반 동안 초청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동아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주최한 강연회였어요. 에로배우가 아니라 ‘전문직’으로 대우받았죠. 그런데 이번엔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김경동 : 한의대 학장님이 대학시절 제 지도교수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강의를 접으란 말씀을 저한테 직접 하시진 않고, 대신 바로 아래 주임교수를 다그친 겁니다. 그러나 제가 “에로배우가 강단에 서는 게 문제가 되느냐? 그러면 강단에 안 세우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이번엔 학생들이 대자보 붙이고 서명을 받는 등 난리가 난 겁니다. 강의 불허는 명백히 교권 침해라는 거죠. 강의 내용은 담당교수인 김경동 박사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제가 본과 3학년만 가르치는데, 전부 86명입니다. 이중 65% 정도가 강의를 해야 한다고 서명한 거예요. 그래서 결정했죠. “좋다. 그러면 공식적으론 초청강의를 안하는 걸로 하자. 그러나 일단 약속을 했으니 정세희씨가 그 시간에 올 수도 있다. 만일 오더라도 강단에만 안 세우면 될 것 아니냐, 의자에 앉아서 강의하면 될 것 아니냐?”

    정세희 : 그래도 결국 강단엔 섰어요(웃음).

    사회 : 앞으로도 이런 강의를 할 계획이 있습니까?

    김경동 :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기회 닿는 대로 할 겁니다. 마땅히 해야 하고요. 한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한의대 강좌말고 일반 교양강좌 가운데 ‘여성학’이란 과목이 있어요. 지난 1학기 몇몇 대학의 여성학 강좌 중간고사에 어떤 문제가 나왔는지 아세요?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애무할 때 상에서 하로 애무해야 하는가 좌에서 우로 애무해야 하는가, 이를 자세히 설명하시오’라는 문제가 나온 거예요.

    사회 : 여성 자신도 자기 몸을 잘 모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김경동 : 바로 그렇죠. 남녀 학생 모두가 듣는 교양강좌인데, 그렇다면 한의대생들은 그걸 제대로 아느냐? 모른다는 거죠. 그런 부분에 대해 특별히 공부를 안했으니 모를 수밖에요. 게다가 강의시간에 가르쳐주지도 않습니다. 더욱이 한의대생들은 이런 일반 교양강좌를 수강하지 않는 경향이 많아 오히려 일반 학생들보다도 성지식을 더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런데도 나중에 한의사가 되어 환자들에게 상담을 해줘야 할 입장 아닙니까? 말이 좀 안되죠? 그러다 보니 막상 한의사가 된 후에도 자신의 막연한 감으로만 상담해주는 경우마저 생깁니다. 의료인의 입장에서 볼 땐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죠. 이번 강의를 마련한 이유도 한의대 교재에 수록된 교과서적인 ‘성의 기교’ 부분을 학생들과 기탄없이 토론해보자는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밀어붙인 겁니다.

    사회 : 그런데 두 분이 어떻게 해서 알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김경동 : 제가 한의사로선 국내 최초로 성의학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거든요. 동물 생식기를 해부해 연구한 결과로 학위를 받았죠. 그래서 나름대로 전공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컸는데, 마침 지난해 CATV의 성인 대상 문화·예술프로그램인 ‘미성년자 금지구역’에서 정세희씨와 각기 다른 코너 MC로 활동하다보니 자연스레 알게 됐습니다.

    사회 : 저도 보았는데, ‘황제의 침실’은 그야말로 성인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이더군요. 그런데 제작동기는 뭔가요? 평범하지 않은 기획이던데?

    정세희 : 한번만 보고 치우는 게 아니라 개인 소장까지 염두에 둔 것이죠. 수출 목적도 있어요. 스페인, 네덜란드 등으로. 유럽에선 ‘소녀경’ ‘카마수트라’ 등 동양 성전(性典)에 관심이 많아요.

    사회 : 원래 우리 전통 한의서엔 체위에 관한 내용이 없습니까?

    김경동 : 동의보감엔 동물의 성행위를 흉내낸 것 이상의 언급은 없습니다. 그러나 고대 중국의 성전(性典)인 황제소녀경엔 ‘9법8익7손(九法八益七損)’이라 하여 체위의 종류가 무척 자세히 나옵니다. 우리가 흔히 ‘소녀경’이라 부르는 게 바로 이 황제소녀경이죠. 이번 기말고사에 제가 낸 문제가 바로 이 ‘9법8익7손’에 관한 것입니다. 허리 디스크 환자에게 권장되는 체위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는데, 그것도 주관식이 어렵다고 해서 객관식으로 출제했습니다. 상당수 학생들이 ‘도체(道體)’라고 오답했더군요. 정답은 ‘백폐(百閉)’라는 체위거든요. 정세희씨의 강의 때 수업한 내용인데도 틀린 학생들이 있었죠.

    사회 : 이제 본격적으로 건강을 위한 섹스방법에 관해 얘기해보도록 하죠. 실제 임상에서 가장 흔한 환자는 어떤 경우입니까?

    김경동 : 아무래도 남성의 경우 발기력 감퇴 환자가 가장 많죠. 특히 40~50대 중에 “옛날 같지 않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발기돼도 생식기가 약간 아래쪽으로 처지는 거죠. 발기력도 오래 지속되지 않고 다소 조루 증세가 있다는 하소연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본 최고령 환자는 96세입니다. 그 분은 아직도 성생활을 해요.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노 코멘트’ 하겠습니다. 어쨌든 그 분은 아직도 삽입성교가 가능한데, 어쩌다 잘 안되는 경우 저를 찾습니다. 그러면 그분의 신체 상태에 맞는 치료를 적절히 해주죠. 예를 들면 젊은 사람들에겐 주로 약물치료만 하는데, 노인들의 경우엔 침·뜸 치료를 추가합니다.

    정세희 : 제 경우엔 여성들이 성에 관해 물어온 적이 거의 없어요. 같은 여성의 입장에선 성 관련 콤플렉스를 숨기는 경우가 더 많죠. 오히려 남자들이 농담처럼 많이 질문하죠. 어떻게 해줘야 여자들이 좋아하느냐, 자기는 변강쇠라든가…. 하지만 남자들도 진짜 성 고민은 얘길 안해요. 민감한 문제니까. 이런 적이 있긴 해요. 예전에 제가 에로영화를 찍다가 하도 지쳐서 일시적으로 불감증이 생긴 때가 있었거든요. 며칠을 고민하다 제가 이런 얘기를 먼저 꺼내니까, 그제서야 동료 여배우가 “자기도 그렇다”고 실토하더라고요. 촬영장처럼 조명이 밝은 분위기에서 섹스를 하게 되면 ‘여기가 촬영장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면서 섹스에 집중을 못하게 되는 거죠. 촬영 때마다 신경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은 ‘마지노선’

    김경동 : 실제 여성들의 경우 신체적 원인으로 인한 불감증 환자는 거의 없어요. 불감증의 대부분은 정신적 문제에 기인하죠. 예를 들어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든지, 그러다 남편이 성병에 걸려 부인에게 옮겼다든지, 성장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든지 그런 경우 이외에 신체적 원인으로 인한 불감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명백히 남편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엔 관계 개선을 위해 남편과 협조하라는 쪽으로 조언해줄 수밖에 없죠.

    사회 : 그렇다면 요즘 부쩍 늘고 있는 섹스리스 커플의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에 치이고 술자리에 휘둘려 성과 담 쌓고 지내는 중년 부부들이 적지 않은데….

    김경동 : 부부 쌍방에 모두 원인이 있다고 봐야죠. 특히 여성이 적당한 성생활을 하지 못하면 호르몬 대사에 이상이 생겨 짜증을 잘 내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늘 섹스를 즐기던 사람이 섹스를 장기간 하지 않는다고 퇴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세간에 용불용설(用不用說) 운운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다만 이런 통계는 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 또는 이혼한 사람이, 결혼해서 배우자와 성생활을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보다 노화가 촉진된다는 거예요. 적당히 성관계를 지속해줘야 인체의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방증인 셈이죠.

    사회 : 한의사로서 권장하는 적당한 성관계 횟수라도 있습니까?

    김경동 : 가정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면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성관계를 갖는 게 좋죠. 저는 환자들에게 그렇게 권합니다. 한의서엔 흐린 날이라든지 천둥 치는 날은 섹스를 피하라고 돼 있는데, 굳이 이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적당한 섹스 시각은 하루의 시간대로 볼 때 남녀가 조금 달라요. 보통 남녀 모두 오르가슴에 오르려면 새벽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만, 한방에선 여성의 경우 밤 10, 11, 12시쯤이, 남자의 경우 새벽 5, 6시쯤 성적 에너지가 가장 충만하다고 봅니다. 때문에 신혼 때부터 조루가 있는 환자들에겐 일부러 섹스 시각을 바꿔보라고 권합니다. 그러면 따로 약을 안 써도 좋은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죠.

    사회 : 실례지만 정세희씨도 그런가요.

    정세희 : 예, 그런 게 있어요. 제 경우 저녁시간이 좀 지나면 육체적으로 이완이 잘 되지요. 잠들기 직전 같은 기분 좋고 나른한 그런 느낌 있잖아요? 이럴 때가 섹스하기 좋은 시각인 것 같아요.

    사회 : 너무 지나치게 성생활을 해도 건강을 해치겠지요? ‘황제의 침실’에서 왕이 궁궐 안을 거닐다 즉석에서 반한 궁녀와 입위(立位)로 섹스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또 어떤 왕은 100명의 숫처녀를 매일같이 갈아치우다 급사한 경우도 있다는 대목도 나오던데요. 실제 옛날 왕들이 수많은 후궁들을 거느렸고 행차 때마다 연(輦)을 타고 다니므로 운동부족인 경우가 많았을 텐데, 이런 사례들을 사실이라고 봐야 하나요?

    김경동 : 그렇진 않다고 봅니다. 과도한 성생활 때문이라기보다는 과로 때문에 왕들이 단명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겁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성생활 때문에 단명한 왕들은 몇몇에 지나지 않아요. 그보다는 하루 20여 차례 회의를 집전했다는 내용이 더 설득력이 있죠. 오히려 왕들은 합궁 날짜를 따로 잡았기 때문에 성관계 횟수가 일반인들보다 더 적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황제의 침실’은 왕들처럼 자신의 몸을 소중히 관리하면서 바른 체위로 적절히 성생활을 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봅니다. 실생활에서 응용되는 체위나 에로영화에 등장하는 체위나 별반 다를 게 없잖아요.

    정세희 : 일반적으로 남성의 경우 몇 세까지 성생활이 가능할까요?

    김경동 : 통상 70세 정도를 평균으로 봅니다만, 사람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여성도 마찬가지죠. 가끔 젊은 시절만 못하다고 비관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성이 반드시 육체적 교접만 의미하는 건 아니거든요. 실제 한의대 교재에도 그런 내용이 나와요. 부부간의 모든 생활 그 자체가 바로 성생활이란 대목이죠. 성이란 한자가 마음 심(心) 변에 날 생(生) 자로 이뤄져 있잖아요. 부부간 마음이 더 중요한 겁니다. 마음끼리의 교감만 있어도 그것은 성생활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사회 : 부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정세희씨는 결혼 계획이 없습니까?

    정세희 : 아직 생각이 없어요.

    사회 : 남자친구들은 많다던데요?

    정세희 : 남자요? 제가 만나는 사람 99%가 남자인데요. 하지만 대부분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이죠. 대시하는 남자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김경동 : 혹시 프리섹스주의자신가요?

    정세희 : 프리섹스주의자란 그 개념이 참 모호하더군요. 제가 멋모르고 프리섹스주의자라고 하면 여러분들로부터 몰매를 맞을 것이고…. 프리섹스주의자는 아녜요. 나름대로 섹스와 남성에 대한 테두리가 명백하게 존재합니다.

    사회 : 웃기는 질문 같지만, 불륜의 섹스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까요? 잠시 곁가지로 빠진 이유가 뭔가 하면 이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요. 흔히 정상적인 성생활을 해야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섹스리스 커플인 경우 외도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요. 요즘 TV드라마들도 ‘불륜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고….

    김경동 : ‘집에선 (성관계가) 잘 안된다’고 털어놓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아요. 이들 중엔 아예 발기부터 안된다는 환자들도 적지 않죠. 프리섹스나 불륜에 따른 성생활이 또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의사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그런 섹스라 하더라도 발기력 감퇴 환자들에 대한 치료효과는 다소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정세희 : ‘아, 내가 아직도 건장한 남자구나’ 하는 자신감을 맛볼 순 있겠죠.

    사회 : 조금 전 김박사께서 말씀하시기론 보통 70세까지는 성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노년기에 활기찬 성생활을 하려면 젊은 시절부터 규칙적으로 성생활을 해야 하는 건가요? 경험상으로 보면, 운동을 꾸준히 해온 분들이 성생활도 활기차게 하는 경우가 많던데요. 섹스도 운동의 일종이라고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정세희 : 그거 궁금한데요.

    김경동 : 물론 늘 성생활을 하던 사람이면 그렇겠죠. 젊을 때부터 운동을 계속해온 사람들이 늙어서도 운동을 잘 하듯이. 하지만 섹스의 경우 반드시 그런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이럴 땐 섹스를 금하라

    사회 : 정세희씨는 지난번 강의 때 학생들의 질문에 “나는 언제나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고 답했다는데 정말인가요?

    정세희 : 제 말의 뉘앙스가 잘못 전달된 것 같아요. ‘섹스할 때마다 오르가슴을 느낀다’가 아니라 ‘할 때마다 오르가슴에 이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가 정답이에요. 조금전 섹스와 운동에 관한 얘기를 하셨는데, 양자는 좀 다르다고 봐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지구력과 근력 등은 강화되지만, 섹스를 운동처럼 몇 시간씩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정신적인 교감, 그날의 분위기, 예전의 좋은 기억들, 사랑의 공감 등이 섹스에 더 필수적인 요소들이 아닐까요?

    사회 : 그렇다면 혹시 섹스를 완전히 금해야 할 사람도 있을까요? 성인병 하나쯤 가진 사람들도 많은데….

    정세희 : 에이즈(웃음)? 농담이에요.

    김경동 :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에이즈 환자의 성생활도 가능하죠. 그러나 한방에선 예로부터 폐결핵과 감기를 앓는 환자는 섹스를 피해야 한다고 권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감기, 특히 독감을 앓을 때는 성생활을 자제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세희 : 왜 그런가요?

    김경동 : 폐결핵 환자의 경우 성욕이 무척 강해집니다. 남녀가 마찬가진데, 한방에선 페결핵의 경우 ‘음허화동(陰虛火動)’이라 해서 그 병 자체를 자꾸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병으로 봅니다. 몸에서 화기(火氣)가 올라와 자꾸 발기가 되면서 기운을 소진시키는 거죠. 독감의 경우엔 몸의 저항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가 되죠. 한방에선 독감을 ‘온병(溫病)’이라 부르는데, 이 병은 굉장히 기운을 상하게 하는 병이어서 동의보감에선 독감에 걸린 후 섹스를 했다가 사망한 사례까지 들며 섹스를 금하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만 죽는 데 그치지 않고, 섹스 상대까지 죽일 수 있다고 돼 있죠. 그러니까 감기 걸리면 며칠 정도 참는 게 가장 좋습니다.

    사회 :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조금 다른 것 아닌가요?

    김경동 : 조금 다르다곤 볼 수 있지만, 독감에 걸려 누워있는 환자가 억지로 섹스를 한다면 곧 회복이 되겠습니까?

    사회 : 정세희씨의 경우 지난번 강의 때 섹스 기술보다는 남성이 여성의 머릿속을 지배해야 여성이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속뜻은 무엇인가요?

    정세희 : 섹스 테크닉만으로 여성을 압도하는 것보다는 섬세하게 여성의 모든 기분을 충족시켜준 후 섹스를 하란 의미죠. 지난번 강의를 제 나름대로 준비하면서 들은 얘긴데요. 그런 경우 어떤 여성은 마치 자신이 두 명의 남자와 섹스하는 것과도 같은 극치감을 맛보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여자의 뇌를 지배할 수 있는 남성이야말로 진정한 정력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테크닉보다는 여성의 마음을 열 줄 아는 따뜻함과 자상함이 더욱 중요한 거죠.

    사회 : 통상 황제소녀경을 중국문화권의 기본 성의학서라고 하는데, ‘황제의 침실’은 이 황제소녀경에 바탕을 둔 다양한 체위들을 소개하고 있더군요. 또 그 내용 중엔 정액을 방출하지 않아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사정하기 전에 음낭과 회음의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만져 요도를 압박함으로써 정액을 되돌리는 삼지법(三指法)을 소개하고 있던데, 이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가요? 황제소녀경에 ‘접이불루(接而不漏: 교접하되 사정하지 말라)’란 말도 나오지 않습니까?

    하지만 양방에선 정상적으로 사정을 해야만 정낭과 전립선의 정액 생성과 분비 사이클이 원활히 돌아가며, 반면 사정을 억제하는 습관을 들이면 성적인 스트레스가 쌓이고 정낭이나 전립선 등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지 않습니까?

    김경동 : 일단 남성이 사정을 하게 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일시적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발기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이를 복원하려면 한 시간쯤 지나야 하죠. 이 때문에 사정을 하지 않고 정액을 아끼는 것을 정력증진 비법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하는 중년 남성들이 선호하는 섹스방법인 것만은 분명한 듯한데, 수많은 섹스 파트너를 거느린 왕들을 위해 만들어진 비법인 ‘접이불루’는 요즘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봐야겠죠.

    정세희 : 제 개인적으론 ‘황제의 침실’을 촬영하면서 섹스가 만병통치약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 적이 있어요. 제 주위에도 ‘접이불루’를 실천한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남성들이 몇몇 있기도 하고요(실제 ‘황제의 침실’은, 2~3개월간 계속하면 뱃살과 간에 쌓인 지방을 빼준다는 체위나 만성 소화불량, 간염, 고혈압 등 질병을 치유하는 데 적합한 체위, 도가에서 전해오는 후배위와 구천일심(九淺一深) 등 갖가지 섹스 테크닉, 내장의 독 성분을 땀샘으로 빼내려면 속옷을 완전히 벗어야 한다는 등 섹스와 관련한 다양한 비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접이불루’의 환상

    김경동 : 물론 그런 비법들이 옛 문헌에 나오는 내용들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황제의 침실’을 보면 어떤 병을 치료하기 위해 특정 체위를 택해야만 하는 것처럼 나오던데, 저는 그 반대로 봅니다. 즉 그런 체위들이 그 병의 치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런 병을 가진 환자가 할 수 있는 가능한 체위가 바로 그 체위란 거죠. 병이 있더라도 섹스를 하긴 해야겠는데, 자칫 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으므로 병을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택할 수 있는 체위가 바로 각각의 질병에 맞는 특정 체위들이란 거죠. 치료효과까지 있다고 하는 관점은 좀 과장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회 : ‘황제의 침실’에서도 그렇지만, 조루나 임포텐츠, 불감증 해소를 위해 평소 괄약근을 많이 조이라는 조언은 어디에서나 빠지지 않는 것 같더군요.

    김경동 : 괄약근은 양방에서 굉장히 중요시하는 부위죠. 응급실에서도 의식불명 환자의 항문 괄약근에 힘이 있는지 없는지를 수시로 검사합니다. 소생 가능성 여부를 따지는 거죠.

    사회 : ‘황제의 침실’엔 남녀 모두 가끔 생식기에 햇볕을 쬐어주면 신체의 순환을 돕는다고도 나오던데요.

    김경동 : 글쎄, 남성의 경우는 좋다고 아는데 여성의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정세희 : 저는 가끔 쬐는데요? 낮에 건물 옥상에서요.

    사회 :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들도 많다고 하는데, 혹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세희씨만의 비법이라도 있는지….

    정세희 : 제 경우만 가지고 다른 여성들에게까지 일반화할 수는 없죠. 다만 제 경험으로만 봤을 때는 남성들의 경우 공개된 장소에 있을 때와 남녀 단 둘이 있을 때의 생각과 행동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섹스를 하게 될 경우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간파한 뒤 남성이 분위기를 리드해야 여성의 과감한 섹스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 : 지난번 강의 때 실내보다는 야산의 숲속이나 바닷가, 갈대밭 등에서의 섹스가 좋다고 했다는데 그건 사실인가요?

    정세희 : 야외를 좋아하는 게 맞아요. 거짓말 아녜요. 잊히지 않는 섹스에 대한 기억이 하나 있는데…. 전 이탈리아 여행길에 기차 안에서도 해봤어요. 한국 남성하고요. 굉장히 좋았어요.

    사회 : 일반적으로 가장 구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하면서 정력에 도움이 될 만한 한약재를 좀 소개해주시죠.

    김경동 : 성적인 흥분제로는 가장 일반적으로 권할 수 있는 것이 삼지구엽초입니다. 시중에 흔하니까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최음제라고 볼 수 있는데, 그냥 집에서 손쉽게 달여 마시면 됩니다.

    사회 : 부작용은 전혀 없습니까?

    김경동 : 모든 약이 그렇지만, 물론 부작용이 있습니다. 삼지구엽초를 많이 먹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거나 위가 헐게 됩니다. 또 간기능 수치가 많이 올라가기도 하죠. 많이 먹을 건 못됩니다. 흥분할 필요가 있을 때 한 번 정도 복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냥 장기적으로 꾸준히 복용할 만한 것으론 남성의 경우 버섯류, 여성의 경우 자궁수축 기능을 돕는 익모초가 좋습니다.

    사회 : 이번 월드컵 때 한국축구대표팀이 오가피를 먹어 효과를 본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오가피도 정력과 관계가 있나요?

    김경동 : 오가피는 체력 보강에 아주 좋습니다. 특히 다리에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 좋죠. 그러니까 축구선수들에게 좋다고도 볼 수 있죠.

    옛날엔 세 돌이 지나도 걷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오가피가 효과가 있다고 했죠. 그런데 동의보감에 의하면 오가피는 사상체질에서 말하는 태양인에게만 맞는 약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대다수 사람들에겐 잘 안 맞는 약재인 셈입니다. 많이 먹을 경우 위궤양이 발생할 수도 있고요.

    사회 : 잘 알겠습니다. 두 분 모두 장시간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김박사께서는 남성의학 전문가인 만큼 담배는 안 피우시죠?

    김경동 : 끊은 지 오래됐습니다. 하루 6개비 이상 피우면 담배가 발기력 감퇴를 불러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죠. 통상 하루 한 갑 이상 피우면 성기능에 지장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한방에선 물렁물렁한 물살이 많이 찌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이 담배를 조금 피우는 것은 별 지장이 없지만, 바싹 마른 사람들이 과도하게 흡연을 하면 정자 수가 적어진다고 봅니다. 금연하는 사람에 비해 정자 수가 반밖에 안된다는 거죠.

    사회 : 술은 즐기시는 편인가요?

    김경동 : 가끔 하죠. 그런데 술보다는 입술을 더 좋아합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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