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결단력 박약
- 2. 포퓰리스트
- 3. 기회주의
- 4. 국정 無경험
- 5. 대북·안보관 의문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필자는 올해 7월 그가 대선 출마에 대비해 내놓은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책을 탐독하면서 적잖은 충격에 빠졌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단 한 줄이라도,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하고 지적 자극이나 지적 열등감을 주지 못하는 그 ‘생각’!
‘빈 깡통’이었다. 아! 이런 인물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니 마니 하는 수준의 대한민국이구나 하는 장탄식이 절로 새어나왔다.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기술한 것도 아니면서 단순히 대담집에 불과한 그 책에서 그는 자신의 사유체계가 구상유취(口尙乳臭) 수준임을 그대로 노출했다. 지금 안철수 캠프가 풀어내고 있는 정책 보따리라는 것도 실현 가능성을 세밀히 챙기지 않고 오직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기 위해 일단 질러보는 아마추어 집단의 밑바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야심 크지만 우유부단
공교롭게도 시인 김지하 선생이 안철수에 대해 애초에는 무엇인가 기대했지만 ‘어린아이’ ‘깡통’이더라고 실토하는 걸 보고, ‘IT 영웅’으로 칭송받는다 해서 중고교 교과서에까지 실어놓기에 이른 대한민국 국격(國格)의 그‘얕음(shallowness)’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안철수는 이번 12·19 대선에서 세계 10위 경제권 강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의 선장실에 앉아서는 안 되는가?
첫째, 결단력 박약! 안철수는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데 무려 1년의 세월을 보냈다. 근본적으로 결단력이 박약하다고 평가하는 건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결코 억지가 아닐 것이다.
그가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르게 된 건 지난해 9월 6일 서울시장선거 때 박원순 후보에게 야권 티켓을 양보한 직후부터. 물론 정치지도자는 신중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가 지난해 9월부터 올 대선을 정확히 3개월 앞둔 9월 1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에 이르기까지 그의 궤적을 되돌아보면, 그의 캐릭터는 근본적으로 신중성 차원을 넘어 결단력 자체가 박약하다고 봐야 한다. 결단력이!
안철수는 자신이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자 일단 언론의 추적으로부터 회피한다. 왜 그랬을까? 자신이 대선 후보로 급부상할지 본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그가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에게 선뜻 양보한 진정한 의도는 양보 카드를 통해 서울시장 자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자리인 대권을 겨냥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한다. 왜?
그는 이미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기 훨씬 이전부터 정치 입문 문제에서부터 대권 도전 문제를 포괄하는 ‘안철수 정치’에 관해 부단히 모색해온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김종인·윤여준, 승려 법륜과 같은 ‘정치 책사’들과 분주히 만나 ‘대통령 안철수’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왕도(王道)에 관해 깊이 토론했던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안철수는 3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학을 찾아 ‘청춘콘서트’ 열풍을 일으킨다. 이 기간에 걸쳐 안철수는 ‘대통령’ 또는 ‘뭔가 큰 정치적 인물’이 되기 위한 자신의 야심을 본격화했다.
안철수는 ‘청춘콘서트’ 자리에서 시골의사 박경철이 21세기 리더십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길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대목이기 때문에 인용한다. “예전에는 중요한 정보와 힘을 기득권이 독점했어요.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는 일반 사람들도 그것들에 접근할 수 있게 됐죠.…20세기까지의 리더십은 이랬어요. 아주 외향적이고 리더십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어떤 지위를 가지면 그 지위가 주는 고급 정보, 돈 등이 리더십을 발휘하게 해주었어요. 하지만 21세기의 리더십은 그 사람이 가진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서 나오는 것 같아요.…결국 리더십의 요체는 대중이 주는 것이죠.” 대중의 힘이 리더십의 요체라는 대목에서 안철수의 야심이 물씬 묻어난다.
안철수는 27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청춘콘서트’를 강행군해 무려 5만여 명의 청춘을 끌어 모으고 2700여 명의 청춘을 안철수 자원봉사자로 만든다. 결국 ‘대통령’ 또는 ‘뭔가 큰 정치적 인물’을 희구하며 준비해왔다고 봐야 하는데, 안철수는 막상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르자 1년여에 걸쳐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서 돌다리를 건너가는 것이었다.
안철수는 그 1년이라는 세월 동안 자신도 끊임없이 방황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말을 이어간다.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직설적 화법은 피한 채 “사회 발전의 도구가 돼야 한다면 감당하겠다”는 식으로 연막을 피우며 국민의 눈과 귀를 붙잡아두다가, 심지어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며칠 전까지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도 몰라요. 죄송합니다”고 답했다. 안철수는 끝까지 재고, 또 재는 결단력이 빈약한 전형적 인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남북분단 상황이 이어지는 대한민국, 거기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결단력이 빈약하다는 사실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첫 번째 결격 사유라고 하겠다.
급조논리 달달 외며 국민 팔아
둘째, 안철수는 자기 철학이 없는 포퓰리스트! 왜 그를 포퓰리스트라고 볼 수밖에 없을까?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이런 극단적인 질문을 해본다. 과연 안철수는 원래 자신의 철학이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문재인과 후보 단일화를 할 만큼 생래적으로 ‘좌파 성향’이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철수야말로 대한민국 ‘부르주아 원조 세력’의 대표적 아들이기 때문! 아버지가 부산에서 개업 의사였던 안철수는 신혼 초부터 어머니가 서울 사당동에 딱지 아파트를 사주어 살게 할 만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의대에서 박사학위 받으며 젊은 나이부터 승승장구하는 삶을 이어갔다.
안철수 후보가 10월 16일 경남 진주시 경상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그러면 문재인과 단일화를 추진할 정도로 ‘반(反)새누리당’의 좌파적 성향이 되게 한 근본 원인과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안철수 자신의 정신적·이념적 정체성이 애초부터 우도 아니고, 좌도 아닌 무정형(無定形)일 수도 있다는 추론에 근거한다.
이게 무슨 의미? 의사나 IT 전문가 같은 자연과학도가 인문학 계열 인간과는 달리 정치적·이념적으로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중간형 인물이기가 쉽다. 이 점에 유의해보면 안철수가 왜 국민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말을 자주 하는지 그 원인과 배경을 짚어볼 수 있다. 뚜렷한 인문학적 철학을 내면화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기 때문!
그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읽어보면 이건 자신의 철학이 내면화돼 나온 답변이 아니라 참모가 좌파 언론 사설이나 칼럼 등 이곳저곳에서 골라 뽑아 급조해놓은 용어·개념·논리들을 그 좋은 머리로 달달 외운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래서 안철수는 ‘국민’을 찾는다. 안철수를 포퓰리스트라고 진단하지 않을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구체적인 자신의 철학이 없어 거의 매사에 걸쳐 ‘국민’으로부터 탈출구를 찾기 때문! 대표적인 경우가 그는 청와대를 ‘국민과 가까운 장소’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 얼마나 달착지근한 말인가? 그래서 드는 의문이 도대체 어디가 국민과 가까운 장소? 안철수는 바로 그 장소를 국민 동의로 결정하겠다고 하는 식이다. 이런 포퓰리스트가 대한민국대통령에?
민주당 날로 먹을 속셈
셋째, 기회주의적 속성은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 안철수가 대선을 고작 3개월 앞두고 출마 선언을 하게 된 기본 배경은 손대지 않고 ‘민주통합당’을 날로 삼켜버리려는 전략이었기 때문!
야권 후보군에서 지지도 1위를 유지해온 안철수로서는 민주당이 국민경선 한다면서 요란하게 잔치판을 벌여 대선 후보를 뽑아놓는다 해도 자신이 지지도 1등 자리만 지킬 수 있다면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을 흡수 통합할 수 있다는 야심을 당초부터 갖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른바 ‘뻐꾸기 전략’! 뻐꾸기는 자신의 노력으로 둥지를 만들지 않고 자신의 알을 자신의 품안에 품어 부화시키지도 않는다. 자신보다 힘이 약한 새가 둥지를 다 만들어 알을 낳아 부화할 시점이 되면 그 둥지에 들어가 알을 낳고 그 새로 하여금 부화하게 한다. 안철수는 바로 ‘뻐꾸기 전략’으로 1년을 버텨오면서 막판까지 대선 출마 선언을 미루다가 문재인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자 불과 3일 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 곧바로 문재인이 몰락할 줄 알았으나 이게 빗나갔다.
자신이 앞서가던 호남에서 문재인한테 지지도가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안철수는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고, 이 자리에서 ‘국민연대’ 카드를 내놓았다. 왜 국민연대? 민주당에 입당하면 깨끗한 척하는 이미지가 구겨져 지지도가 하락할 수 있으니 끝까지 ‘뻐꾸기 전략’을 밀어붙여 민주당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흡수통합을 해보겠다는 의도!
나홀로 식물대통령 우려
넷째, 국정 무경험!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국정 운영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객관적 근거는 그가 국정 운영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 그는 수영장에서 헤엄칠 수 있으면 바다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지만 그게 얼마나 허장성세(虛張聲勢)인지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서 찾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안철수연구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큰 규모의 기업을 운영해봤고 서울시장까지 지냈다. 그렇지만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근본 원인은 국정과 정치에 대한 경험의 폭이 좁았기 때문! 그깟 연구소 사업 해보고, 정부 위원회의 위원이었거나 사외이사 해본 경험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 있다? 허장성세!
안철수는 대통령이 된다 해도 민주당 내에서 정치적 지지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나홀로 대통령’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면 민주당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르나 정치 9단이라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는 쫓겨나다시피 탈당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다섯째, 안철수의 대북관, 안보관, 국가관에 대한 의구심! 대한민국 대통령이 갖춰야 할 결정적인 부분들에 관해 어떤 검증도 받아보지 않은 안철수! 그런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단지 인기도가 높다는 이유로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긴다는 건 그야말로 운전기사가 누구인지, 어디로 향하는지, 그리고 종착역이 어딘지도 모르는 열차에 대한민국을 실어버리는 것과 똑같이 위험한 모험!
정체불명의 국가관
안철수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세력의 정체도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중에서는 안철수를 실제로 움직이는 세력은 안철수 캠프가 아니라 다른 데에 있는 ‘모종의 조직’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발 디딘 지 2개월도 채 안된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는 건 대한민국의 명줄에 위해를 가할지도 모르는 엄청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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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자신에 대한 험난한 검증 과정을 피하기 위해 대선 출마를 늦춘 것으로 보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 필요가 있다.
①결단력 박약 ②자기철학이 없는 포퓰리스트 ③기회주의 ④국정 무경험 ⑤대북관·안보관·국가관에 대한 의구심은 안철수가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논문조작 의혹에 휩싸이고 하는 의문 덩어리보다 대통령이 되기에 더 치명적인 결격 사유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