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는 어려운 여건을 뚝심으로 헤쳐내고 ‘된장박이 삼겹살’이라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성공한 김사장의 인생 역전 스토리에 감명받아 그와는 다른 아이템이지만 와인 삼겹살 전문점을 열어 역시 성공했다. 그는 “김사장은 꿋꿋하게 한 우물만 파서 성공한 사람”이라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한다.
이웃돕기 약속해야 체인점 허가
김씨에게 성공을 ‘감염’시킨 김진성 사장은 된장박이 삼겹살 전문점 ‘진성집’ 대표다. 김사장은 부인 유미경(41)씨와 2001년 12월 SBS TV의 ‘인생 대역전’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뒤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그뒤 그가 개발한 된장박이 삼겹살을 먹어 보려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몰려들었고, 김사장의 역전 성공 스토리는 구수한 된장박이 삼겹살과 버무려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SBS의 ‘인생 대역전’은 2000년 10월 첫 방송된 뒤 지난 5월 중순까지 방영된 휴먼 다큐멘터리. 그간 이 프로그램에는 김진성 사장 등 200여 명이 출연해 성공 스토리를 들려줬다. ‘인생 대역전’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끈 것은 무엇보다 서민들이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을 법한 이웃들의 평범하지만 눈물겨운 삶을 실감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목욕탕 때밀이, 호떡장수, 야광펜 발명가, 속옷 디자이너, 조기 퇴직 은행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의 실패한 인생은 반전을 거듭하다 결국엔 통쾌한 역전 스토리로 귀결된다. 때로는 눈물을 자아내고,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스토리, 마음만 먹으면 큰 돈 없이도 따라해볼 수 있는 성공 노하우 덕분에 많은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모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인생 대역전’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역대 출연자들이 매월 한 번씩 모여 자신들이 축적한 성공 노하우를 서로 배우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전수하는 기회도 갖는다. 말하자면 성공을 ‘전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2001년 1월에 출연한 ‘황가네 호떡’ 황호선(47·출연자 모임 회장) 사장은 “역대 출연자들끼리 사업상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으며, 우리의 성공 노하우를 책으로 엮어서 발간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숱한 좌절을 딛고 선 역전의 용사로, 또 성공의 전도사로 뛰고 있는 출연자들을 만나보니 이들만의 독특한 노하우가 눈에 띈다.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성공 법칙 넘버 원’은 돈 쓰는 ‘맛’을 알아야 돈을 번다는 것이다.
전국에 400여 개의 호떡 체인점을 낸 황호선 사장은 매달 불우한 이웃에게 무료로 호떡을 나눠준다. 뿐만 아니라 호떡을 팔아 번 돈을 정신지체자 요양원이나 양로원 등에 성금으로 내고 있다. 1997년 우리 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로 들어서면서 주변에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이 늘자 황사장은 이익금 일부를 이들을 위해 내놓기 시작했다.
“호떡 장사는 여름이 가장 안 좋아요. 날도 뜨거운데 누가 뜨끈뜨끈한 호떡을 먹겠습니까. 그러니 날이 더워지면 하루에 10만원 매출도 못 올릴 때가 많았어요. 이웃들에게 약속한 성금을 보내야 했는데, 은행 가기가 여간 망설여지지 않더군요. 꼬박 이틀 동안 일해 번 20만원을 한푼도 안남기고 보내려니 그럴 수밖에요. 그렇게 은행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낯익은 창구 아가씨와 눈이 딱 마주친 겁니다. 결국 온라인으로 돈을 부쳤죠. 하지만 송금 영수증을 받아 쥐니 가슴이 뿌듯했어요. 아편을 맞은 기분이 그런 걸까, 돈을 쓴다는 게 그처럼 기분 좋은 일인 줄 그제서야 알았어요.”
황사장은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보낼 때 자동이체를 하지 않고 반드시 직접 송금한다. 그래야 돈 쓰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호떡을 나눠줄 때도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손수 챙긴다. 호떡을 받아든 이들의 표정을 보노라면 이게 장사하는 맛이구나 싶기 때문이다.
그는 황가네 호떡 체인점 운영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이익금의 10%를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하겠다고 서명할 것을 요구한다. 서명하지 않으면 체인점 개설을 허가하지 않는다. 다만 체인점주들이 서명한 뒤 이를 실천에 옮기는 지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솔선해서 남을 도와야 돈 버는 맛을 알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