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혼자 있으면 인터넷의 각종 부동산 관련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재테크 공부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고, 몇 사람이든 모이기만 하면 대화의 주제가 부동산으로 치닫는다.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는 말에 딴죽을 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부동산 광풍 때문에 헌법 제1조 1항이 바뀌어야 할 판이다.
지난해 추석 직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의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정부가 공급확대와 분양가 인하를 골자로 한 11·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잠시 부동산 가격이 주춤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집값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요즘은 집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일 것이다. 어느 때보다 부동산의 가격 향방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2007년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될까. 공인된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부동산 투자에 관한 한 오랫동안 ‘현장’에서 몸소 뛴 주부들에게 새해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 물었다. 한영숙(가명·41·결혼 17년차), 김진희(가명·40·결혼 15년차), 최미화(가명·40·결혼 15년차)씨. 전업주부인 이들은 좌담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기사에 실명이 실리는 것을 허락했고 사진촬영까지 마쳤으나 “행여 우리에게 손가락질할 사람이 있을까봐 두렵다”며 가명으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부동산 공화국’에 사는 주부들
세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주부이지만 부동산에 관한 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살아왔다. ‘다른 사람이 바람을 피우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부동산 투자 또한 ‘내가 하면 투자요, 남이 하면 투기’라 할 만큼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이 불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방 한 칸짜리 전셋집(보증금 500만원)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던 최미화씨는 결혼 후 인천에서만 살다가 지난 9월 시쳇말로 ‘인(in) 서울’에 성공했다. 인천시 부평구에 아파트 두 채(49, 38평형)를 갖고 있던 최씨는 지난해 8월 이 집들을 팔고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H아파트 39평형을 7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그의 총 자산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땅 등 부동산(9억5000여만원)과 연금, 보험 등을 포함해 총 10억여 원(부동산 매입으로 인한 대출금 2억원을 제한 순 자산은 8억여 원). 최씨는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전셋집을 전전했을 것”이라며 “현 정부는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불린 나 같은 사람을 투기꾼 또는 복부인으로 취급하지만 부동산은 훌륭한 재테크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올 3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54평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한영숙씨는 요즘 주변사람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느라 바쁘다. 2000년 3억5000만원을 주고 산 오래된 아파트가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거듭나면서 6년여 만에 호가 18억원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대출로 일군 부동산 자산
반면 김진희씨는 “2006년에는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확신에 찬 말을 믿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35평형 아파트(‘로열동’의 ‘로열층’)를 2005년 10월 6억7000만원에 팔았다가 된통 발등을 찍혔다. 지난해 12월8일 현재 김씨가 판 아파트의 국민은행 시세 상한가는 8억5000만원. 아파트를 처분한 지 1년2개월여 만에 1억7000만원이 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