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래 최근까지 중국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주도하는 고도성장을 이루어온 반면, 시장 메커니즘에 기반을 둔 환율제도 운용을 비롯한 금융부문의 개방과 자유화에는 오랜 기간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위안화 무역결제를 시범 실시함으로써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부터다.
2009년 7월 ‘위안화 결제 시범관리방법’을 제정·시행함으로써 상하이, 광저우, 선전, 둥관, 주하이 5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 및 아세안 10개국(ASEAN10)과의 무역거래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시범실시한 이래 중국 정부는 무역결제 분야에서 위안화 사용을 제한했던 제반 규정 및 제도들을 지속적으로 완화해나가고 있다. 2010년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지역을 베이징을 비롯한 20개로 확대해 결제허용기업의 수를 크게 늘리는 한편, 해외 대상지역에 대한 제한도 철폐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위안화 무역결제가 가능한 지역을 중국 내 전역으로 확장했다. 한편 북한, 대만,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과는 정부 간 접촉을 통해 양국 간 교역에서 달러나 엔, 유로가 아닌 양국 통화 결제를 늘려나갈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위안화 무역결제 실적은 2009년 하반기 36억위안에서 2010년에는 4394억위안으로 1년 만에 100배로 늘어났으나, 지난해 위안화 무역결제 누계액 5063억위안(약 770억달러)은 전체 교역에서 2%밖에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제도가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은 중국 안팎에서 무역거래를 중심으로 위안화가 점차 선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 결제에 참여하는 해외은행 수도 크게 늘어나 2009년 말 기준으로 160개이던 국외은행의 은행 간 위안화 결제계좌 수가 2010년 3분기에는 493개로 급증했다.
금융부문의 위안화 국제화 시도는 주로 홍콩지역을 역외 금융시장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홍콩 내 개인이 위안화 계좌를 개설하거나(2004년), 홍콩에서 일부 외국인투자자(2005년)나 중국 정부 및 본토의 국책은행(2007년)이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일은 수년 전부터 가능했으나, 그 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과 홍콩 간에 ‘위안화 청산협정’ 개정이 이뤄지고 중국 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참여가 제한적이나마 허용되기 시작하면서, 위안화 금융거래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이다.
2010년 1월 말 기준으로 640억위안 규모에 그치던 홍콩 내 위안화 예금액이 올해 1월에는 3707억위안으로 1년 사이 5배로 증가했다. 또 위안화 표시 채권의 발행잔액도 2009년 말 160억위안에서 지난해에는 357억위안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홍콩시장을 통한 위안화 금융상품의 증가는 금융자유화 및 개방이 본토의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한으로 차단하면서, 무역결제를 통해 수취한 위안화를 예치 또는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을 제공한다는 의미도 동시에 지닌다.
해외원조를 비롯한 중국 정부의 대규모 대외거래에서는 위안화 사용을 공식화하려는 의지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2008년 하반기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충격으로 신흥국들이 외화유동성 위기에 빠질 조짐이 보이자, 인민은행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8개국과 8035억위안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향후 정부조달에 대한 국제입찰이나 해외원조 또는 차관을 제공할 때 되도록 위안화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